莊子 外編 10篇 胠篋篇 第1章(장자 외편 10편 거협편 제1장)
작은 상자를 열고 주머니를 뒤지고 궤짝을 뜯는 도둑을 염려하여 지키고 방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끈이나 줄을 당겨 단단히 묶고 빗장과 자물쇠를 튼튼히 채운다. 이것이 세속世俗에서 이른바 〈도둑을 방비하는〉 지혜이다. 그러나 큰 도둑이 오면, 궤짝을 통째로 등에 지고 상자를 손에 들고 주머니를 어깨에 메고 달아나면서 오직 끈이나 줄, 빗장이나 자물쇠가 견고하지 못할까 두려워한다. 그렇다면 앞서 이른바 지혜라는 것은 큰 도둑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 때문에 시험 삼아 따져 보려고 한다. 세속에서 이른바 지혜라는 것이 큰 도둑을 위해 도와준 것이 아니겠으며 이른바 성聖이란 것이 큰 도둑을 위해 지켜 준 것이 아니겠는가.
어떻게 그렇다는 것을 알 수 있는가. 옛날 제齊나라는 이웃 고을이 서로 바라보이며 닭 우는 소리와 개 짖는 소리가 서로 들려서 그물이 펼쳐지는 곳과 쟁기와 보습이 찌르는 곳이 사방 2천 리에 달했는데 사방 국경 안을 통틀어 종묘宗廟와 사직社稷을 세우고 읍邑·옥屋·주州·려閭·향鄕 등의 고을을 구석구석까지 다스림에 어찌 성인을 본받지 않았겠는가마는, 전성자田成子가 하루아침에 제나라 임금을 죽이고 그 나라를 훔쳤으니 훔친 것이 어찌 나라뿐이었겠는가? 성지聖知의 규범도 함께 훔쳤다. 그 때문에 전성자田成子는 도적이라는 이름을 얻었지만 몸은 요堯·순舜과 같이 편안한 지위에 머물러 작은 나라가 감히 비난하지 못하고 큰 나라가 감히 주벌誅伐(벨주,칠벌: 죄罪를 저지른 사람을 꾸짖어서 침)하지 못해서 열두 세대 동안이나 제나라를 차지하였으니, 이는 제나라를 훔쳤을 뿐만 아니라 성지聖知의 규범까지 아울러 훔쳐서 도적의 몸을 지킨 것이 아니겠는가.
將爲胠篋探囊發匱之盜 而爲守備 則必攝緘縢固扃鐍 此 世俗之所謂知也
(장위거협 탐낭발궤지도하야 이위수비인댄 즉필섭함등고경휼하나니 차 세속지소위지야라)
작은 상자를 열고 주머니를 뒤지고 궤짝을 뜯는 도둑을 염려하여 지키고 방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끈이나 줄을 당겨 단단히 묶고 빗장과 자물쇠를 튼튼히 채운다. 이것이 세속世俗에서 이른바 지혜이다.
- 장위將爲 : 장차 염려함. 위爲는 ‘때문에’라는 뜻으로 여기서는 ‘도둑질당할 것을 염려하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 거협胠篋 : 작은 상자를 엶. 곧 상자 안의 물건을 훔친다는 뜻. 거胠는 ‘열다’는 뜻. 협篋은 작은 상자. 큰 것을 상箱이라 하고 좁고 긴 것을 협篋이라 한다.
- 탐낭발궤探囊發匱 : 탐探은 손으로 더듬는 동작을 나타내는데 여기서는 ‘뒤지다’는 뜻. 낭囊은 주머니. 발發은 열다는 뜻으로 여기서는 ‘뜯다’는 뜻으로 쓰였다. 궤匱는 궤짝으로 나무 상자.
- 섭함등攝緘縢 : 끈이나 줄을 당겨 단단히 묶음. 섭攝은 묶는다는 뜻이고 함緘과 등縢은 모두 끈의 종류.
- 고경휼固扃鐍 : 빗장과 자물쇠를 튼튼히 채움. 고固는 단단히 하다는 뜻이고 경扃과 결鐍은 모두 잠금 장치의 일종으로 경扃은 빗장[關]이고 결鐍은 자물쇠[鎖].
然而巨盜至 則負匱揭篋擔囊而趨 唯恐緘縢扃鐍之不固也 然則鄕之所謂知者 不乃爲大盜積者也
(연이거도지면 즉부궤게협담낭이추하야 유공함등경휼지불고야하나니 연즉향지소위지자 불내위대도적자야아)
그러나 큰 도둑이 오면, 궤짝을 통째로 등에 지고 상자를 손에 들고 주머니를 어깨에 메고 달아나면서 오직 끈이나 줄, 빗장이나 자물쇠가 견고하지 못할까 두려워한다. 그렇다면 앞서 이른바 지혜라는 것은 큰 도둑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 부궤게협담낭이추負匱揭篋擔囊而趨 : 부負는 등에 짊어짐. 게揭는 손에 든다는 뜻이고 담擔은 어깨에 멘다는 뜻. 궤匱, 협篋, 낭囊은 각각 궤짝, 상자, 주머니.
- 유공함등경휼지불고야唯恐緘縢扃鐍之不固也 : 도둑을 방비하기 위해서 만들어 놓은 것이 도리어 도둑이 바라는 것을 도와주는 도구가 됨을 풍자한 표현이다. 유공唯恐은 오직 ~할까 염려함.
- 향지소위지자鄕之所謂知者 : 앞서 말한 지혜란 것. 곧 세속에서 말하는 도둑을 방비하는 지혜[世俗之所謂知]를 지칭한다. 향鄕은 아까, 접때의 뜻으로 향曏, 향嚮, 향向과 통용하며 여기서는 ‘앞서’의 뜻.
- 불내위대도적자야不乃爲大盜積者也 : 큰 도둑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불내不乃는 무내無乃와 같고 무내는 무無와 같다. 뒤의 의문사 야也와 함께 “~한 것이 아니겠는가.”로 번역하는 것이 적절하다. 積은 ‘미리 준비하다’의 뜻으로 결국 ‘도와주다’의 뜻이다.
故嘗試論之 世俗之所謂知者 有不爲大盜 積者乎 所謂聖者 有不爲大盜 守者乎 何以知其然邪
(고로 상시논지하노라 세속지소위지자 유불위대도하야 적자호아 소위성자 유불위대도하야 수자호아 하이지기연야오)
그 때문에 시험 삼아 따져 보려고 한다. 세속에서 이른바 지혜라는 것이 큰 도둑을 위해 도와준 것이 아니겠으며 이른바 성聖이란 것이 큰 도둑을 위해 지켜 준 것이 아니겠는가. 어떻게 그렇다는 것을 알 수 있는가.
昔者齊國 隣邑相望 鷄狗之音相聞 罔罟之所布 耒耨之所刺 方二千餘里 闔四竟之內 所以立宗廟社稷 治邑屋州閭鄕曲者 曷嘗不法聖人哉
(석자에 제국에 인읍이 상망하며 계구지음이 상문하야 망고지소포와 뇌누지소자에 방이천여리러니 합사경지내하야 소이입종묘사직 치읍옥주려향곡자는 갈상불법성인재리오마는)
옛날 제齊나라는 이웃 고을이 서로 바라보이며 닭 우는 소리와 개 짖는 소리가 서로 들려서 그물이 펼쳐지는 곳과 쟁기와 보습이 찌르는 곳이 사방 2천 리에 달했는데 사방 국경 안을 통틀어 종묘宗廟와 사직社稷을 세우고 읍邑·옥屋·주州·려閭·향鄕 등의 고을을 구석구석까지 다스림에 어찌 성인을 본받지 않았겠는가마는
- 인읍상망隣邑相望 계구지음상문鷄狗之音相聞 : 이웃 고을이 서로 바라보이며 닭 우는 소리와 개 짖는 소리가 서로 들림. 백성들의 수가 많음을 표현한 것으로 제나라의 부강함을 묘사한 것이다.
- 망고지소포罔罟之所布 뇌누지소자耒耨之所刺 : 그물이 펼쳐지는 곳과 쟁기와 보습이 찌르는 곳. 곧 통치의 힘이 미치는 영역으로 여기서는 제나라의 영토가 넓음을 표현한 것이다. 망고罔罟는 조수鳥獸와 물고기를 잡는 그물. 뇌누耒耨는 쟁기와 보습. 망고지소포罔罟之所布는 그물이 설치되어 있는 곳, 즉 산림산택山林川澤을 뜻하며 뇌누지소자耒耨之所刺는 쟁기와 보습이 찌르는 곳, 즉 경작하는 땅을 의미한다.
- 합사경지내闔四竟之內 : 사방 국경 안을 통틀어. 합闔은 ‘문(짝)을 닫다’는 뜻. 四竟之內는 사방 국경 안.
- 치읍옥주려향治邑屋州閭鄕曲者 : 읍邑·옥屋·주州·려閭·향鄕 등의 고을을 구석구석까지 다스린 법칙. 읍邑·옥屋·주州·려閭·향鄕은 모두 행정구역의 대소를 나누는 단위. 곡曲은 행정구역이 아니라 여러 단위로 표시된 고을의 일부분을 의미하는데 방방곡곡坊坊曲曲의 曲과 같다.
- 갈상불법성인재曷嘗不法聖人哉 : 어찌 성인을 본받지 않았겠는가마는. 제나라 또한 앞에서 말한 종묘와 사직을 세우고 읍邑·옥屋·주州·려閭·향鄕 등의 고을로 나누어 나라를 다스렸는데 이는 모두 성인의 법도를 본받은 것이라는 뜻. 갈曷은 어찌.
然而田成子 一旦 殺齊君而盜其國 所盜者 豈獨其國邪 竝與其聖知之法而盜之 故로 田成子 有乎盜賊之名 而身處堯舜之安 小國不敢非 大國不敢誅 十二世有齊國 則是不乃竊齊國 竝與其聖知之法 以守其盜賊之身乎
(연이전성자 일단에 살제군이도기국하니 소도자는 기독기국야리오 병여기성지지법이도지하니라 고로 전성자 유호도적지명하나 이신처요순지안이라 소국이 불감비하며 대국이 불감주하야 십이세를 유제국하니 즉시는 불내절제국과 병야기성지지법하야 이수기도적지신호아)
전성자田成子가 하루아침에 제나라 임금을 죽이고 그 나라를 훔쳤으니 훔친 것이 어찌 나라뿐이었겠는가. 성지聖知의 규범도 함께 훔쳤다. 그 때문에 전성자田成子는 도적이라는 이름을 얻었지만 몸은 요堯·순舜과 같이 편안한 지위에 머물러 작은 나라가 감히 비난하지 못하고 큰 나라가 감히 주벌誅伐하지 못해서 열두 세대 동안이나 제나라를 차지하였으니, 이는 제나라를 훔쳤을 뿐만 아니라 성지聖知의 규범까지 아울러 훔쳐서 도적의 몸을 지킨 것이 아니겠는가.
- 전성자田成子 : 제齊나라 대부 전상田常(진항陳恒). 진陳나라에서 제나라로 도망친 전완田完의 손자로 당시 제나라의 군주였던 간공簡公을 죽이고 간공의 아우였던 오鷔를 추대하여 평공을 세우고 국정을 전횡했다. 전상田常의 증손인 전화田和에 이르러 결국 군주를 내쫓고 스스로 제나라의 군주가 되었다.
- 일단一旦 : 하루아침에. 일조一朝와 같다.
- 도기국盜其國 : 그 나라를 훔침. 전씨田氏 일족이 제나라를 차지한 것은 위에서 밝힌 것처럼 전화田和에 이르러서이다. 그런데 여기서는 마치 전성자田成子가 나라를 훔친 것처럼 표현하고 있는데 제나라를 훔치려는 계획이 전성자 때부터 시작된 것을 두고 과장해서 말한 것일 수도 있다.
- 십이세유제국十二世有齊國 : 열두 세대 동안 제나라를 차지함. 십이세十二世에 대해서는, 전경중에서 장자에 이르기까지 아홉 세대 동안 제나라 정치를 담당했고, 태공 전화부터 위왕에 이르기까지 세 세대 동안 제나라 임금이었기 때문에 열두 세대라 한 것이다. (陸德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