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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 캘러거에게
아울러 존 가드너를 추억하며
깃털들
직장에서 알게 된 버드가 저녁이나 함께 먹자며 프랜과 나를 초대했다. 나는 버드의
아내를 몰랐고 버드는 내 아내 프랜을 만난 적이 없었다. 그 점에서 우리는 공평했다.
하지만 버드와 나는 친구였다. 버드의 집에 아기가 있다는 사실도 나는 알고 있었다.
버드가 저녁식사 초대를 했을 즈음, 아기는 생후 팔 개월 정도였을 것이다. 팔 개월이
라니? 그 시간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도대체, 지금까지의 시간은 또 다 어디로 간
걸까? 하루는 버드가 시가 박스를 들고 출근한 일이 있었다. 구내식당에서 버드는 내게
시가를 내밀었다. 드럭스토어(=약국)에서 산 싸구려였다. 더치 매스터스. 한 개비마다
붉은 스티커를 붙여놓고 ‘사내애랍니다!’라는 글씨가 인쇄된 포장지로 싼 시가였다.
원래 시가를 잘 피우지 않지만, 어쨌든 한 개비를 집었다. “하나 더 가져.” 버드가
말했다. 그러고는 상자를 흔들었다. “나도 시가는 별로야. 그 사람 아이디어지.”
그러니까 버드는 자기 처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이름은 올라.
한 번도 버드의 아내를 만나지 못했지만, 전화기를 통해 그 목소리는 들어본 적이
있었다. 별다른 일이 없었던 어느 토요일 오후였다. 뭔가 재미있는 일이 없을까 해서
버드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여자가 전화를 받고는 “여보세요”라고 말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의 이름이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버드의 아내. 버드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녀의 이름을 내게 말했다. 하지만 그 이름은 한쪽 귀로 들어왔다가
다른 쪽 귀로 빠져나갔다. “여보세요!” 그 여자가 한 번 더 다그쳤다. 텔레비전 소리가
수화기 저편에서 흘러들었다. 이윽고 그 여자가 “누구세요?” 라고 물었다. 아기가 우는
소리도 들렸다. “버드!”라고 그 여자가 소리쳤다. “왜?” 버드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때까지도 나는 그 여자의 이름을 기억해내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전화를 끊었다.
나중에 직장에서 버드를 만났을 때, 내가 집에 전화했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은 건
당연했다. 하지만 버드 스스로 처의 이름을 말하게 하는 데는 성공하고야 말았다.
“올라야.” 버드가 말했다. 올라. 나는 혼자 되뇌었다. 그렇구나, 올라.
“상다리가 부러질 거라고 생각하진 말고.” 버드가 말했다. 우리는 구내식당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넷이서 먹을 거니까. 자네하고 자네 부인. 나와 올라.
특별한 건 없어. 일곱시쯤에 와. 여섯시에는 아내가 아기 젖을 먹이니까. 그다음에
아기를 침대에 뉘어놓고 밥을 먹으면 되는 거지. 집을 찾는 건 어렵지 않을 거야.
그래도 약도를 그렸네.” 버드는 내게 한쪽에 동서남북의 방위를 나타내는 화살표를
그려놓고 대로(大路), 도로(道路), 골목 등을 표시한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집이
있는 곳에는 크게 X자로 표시해놓았다. 나는 말했다. “집 사람도 기대 많이 할 거야.”
하지만 프랜은 별 반응이 없었다.
그날 저녁, 텔레비전을 보다가 내가 우리도 뭘 좀 가져가야 하지 않겠냐고 프랜에게
물었다.
“도대체 뭘?” 프랜이 말했다. “그 사람이 뭘 가져오라고 했어? 내가 어떻게 알아?
나는 몰라.” 프랜은 어깨를 으쓱해 보이더니 짜증이 난다는 듯 나를 바라봤다.
버드 얘기를 한두 번 한게 아니었다. 하지만 프랜은 버드를 잘 알지 못했고 알고 싶어
하지도 않았다. “와인 한 병 가져가면 되겠네.” 프랜이 말했다. “알게 뭐야. 그냥 와인
이나 가져가라구.” 프랜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프랜의 긴 머리칼이 어깨 앞뒤로
넘실거렸다. 우리한테 다른 사람이 왜 필요해? 꼭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당신과 나만 있으면 되잖아.
“이리 와봐.” 내가 말했다. 나는 내 쪽으로 다가온 프랜을 안았다. 프랜은 늘씬하고 키가
크다. 프랜의 등뒤로 금발머리가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 나는 그 머리칼을 움겨쥐고
냄새를 맡았다. 나는 그 머리칼을 손에 감았다. 안고 있는 동안, 프랜은 가만히 있었다.
나는 그 머리칼에 얼굴을 파묻고는 얼마간 안고만 있었다.
때로 거추장스러울 때면 프랜은 그 머리칼을 어깨 뒤로 넘겨서 묶어버렸다. 프랜은
그걸 지긋지긋하게 여겼다. 종종 그녀는 “아유 귀찮아 죽겠어”라고 말했다. 프랜은 유업
(乳業)회사에 다녔기 때문에 출근할 때마다 머리에 뭔가를 뒤집어써야 했다. 그래서
매일 저녁 머리를 감은 뒤 함께 텔레비전을 볼 때면 반드시 빗질을 했다.
가끔은 머리카락을 잘라버리겠다고 나를 협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한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내가 그 머리칼에 얼마나 빠져 있는지. 나는 그 머리칼 때문에
프랜을 사랑하게 됐다고 말하는 사람이었다. 이따금 나는 ‘스위드(Swede)’, 그러니까
스웨덴 사람이라고 프랜을 불렀다. 프랜을 스웨덴 사람이라고 소개하더라도 의심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프랜이 머리칼을 빗질하는 저녁이면 우리는 지금 우리에게는
없지만 꼭 갖고 싶은 것들을 소리 내어 말하곤 했다. 새 자동차를 가질 수 있다면, 하는
소망들 말이다. 두 주 정도 캐나다로 여행을 갈 수 있다면. 하지만 아이를 원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때까지 우리에게는 아이가 없었는데, 그건 우리가 한 번도 아이를
원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언젠가는 낳겠지, 라고 서로 말한 적은 있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우리는 미뤄두고 있었다. 그렇게 계속 미루기만 하겠지, 라고 우리는 생각
했다. 어떤 밤에는 영화를 보러 갔다. 어떤 밤에는 그냥 집에 틀어박혀서 텔레비전을
봤다. 프랜이 쿠키 같은 것을 구워오면 우리는 나란히 앉아 그걸 다 먹어치웠다.
“그 사람들이 와인을 안 마시면 어떡하지?” 내가 말했다.
“그냥 와인 가져가.” 프랜이 말했다. “안 마시면 우리가 마시면 되지.”
“그럼, 화이트로 가져갈까, 레드로 가져갈까?” 내가 물었다.
“과자도 가져가자.” 내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프랜이 말했다.
“멀 가져가든 내가 알 게 뭐야. 이건 당신 때문에 하는 쇼라구.
법석 떨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러면 난 안 갈 거야. 라즈베리커피 링을
만들 수는 있어. 아니면 컵케이크나.”
“디저트는 있겠지.” 내가 말했다. “디저트도 준비하지 않고 식사 초대를
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라이스 푸딩이면 어쩌려고. 젤로(JellO)라면! 우리가 싫어하는 것들이
나오면 어떡해.” 프랜이 말했다.
“나는 그 여자에 대해 하나도 몰라. 그 여자가 뭘 준비할지 우리가 어떻게
알겠냐고? 젤로라도 내놓으면 어떻게 할 거야?”
프랜은 머리를 흔들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어쨌든 프랜 말이
맞긴 했다.
“당신이 받은 시가 말이야.” 프랜이 말을 꺼냈다. “그것도 가져 가. 저녁
먹은 뒤에 그 사람 따라 응접실 같은 데 가서 시가를 피우라고.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포트와인 같은 걸 홀짝이면서 말이야.”
“알았어. 그냥 가자.” 내가 말했다.
프랜이 말했다. “빵도 만들어 갈 거야.”
버드와 올라는 시내에서 20마일 정도 떨어진 곳에 살고 있었다. 거기에 살기
시작한 지도 벌써 삼 년이 넘었는데, 아쉽게도 프랜과 나는 교외로 나가본 일이
많지 않았다. 꼬불꼬불한 소로(小路)를 드라이브하는 맛은 좋았다. 상쾌하고
따뜻한 초저녁이었고, 우리는 목초지를, 가로장 울타리를, 낡은 축사로 천천히
이동하는 젖소떼를 보았다. 정원 같은 것들이 있었고, 활짝 핀 야생화 무리가
있었고, 도로에서 멀찌감치 물러선 작은 집들이 있었다. 내가 말했다. “우리도
이런 곳에서 살면 어떨까.” 간절한 소망에서 나온 말이라기보다는 그저 생각나는
대로 내뱉은 말이었다. 프랜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버드의 지도를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우리는 버드가 표시해놓은 정지 표시판에 이르렀다. 우리는
지도에 표시된 대로 우회전해서 정확하게 3.3 마일을 달렸다. 도로의 왼쪽으로
옥수수밭, 우편함, 자갈 깔린 긴 진입로 등이 시야에 들어왔다. 몇 그루의 나무
너머, 진입로가 끝나는 곳에 포치(건물의 현관 또는 출입구의 바깥쪽으로 튀어나와
지붕으로 덮인 부분)를 갖춘 집 한 채가 있었다. 굴뚝이 딸린 집이었다. 그러나
여름이었으므로, 물론 당연하게도, 연기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참 멋진
풍경인 것 같다고 프랜에게 말했다.
“외진 곳이네.” 그녀가 말했다.
나는 진입로고 차를 돌렸다. 진입로 양 옆으로는 옥수수가 늘어서 있었다.
옥수수는 차보다 키가 더 컸다. 타이어가 자갈을 밟는 소리가 들렸다. 집 쪽으로
좀더 가까이 갔을 때, 우리는 정원의 나무 덩굴에 야구공만 한 크기로 주렁주렁
매달린 초록색 물체를 봤다.
“저게 뭐지?” 내가 말했다.
“낸들 알아?” 프랜이 말했다. “호박이겠지. 나도 알 도리가 없다구.”
“이봐, 프랜. 그렇게 신경질적으로 굴지 마.”
프랜은 대꾸하지 않았다. 그녀는 아랫입술을 한 번 빨아당겼다가 놓았다.
집에 가까워지자, 그녀는 라디오를 껐다.
앞마당에는 아기용 그네 세트가 있었고 포치에는 장난감 몇 개가 흩어져
있었다. 나는 집 앞에 차를 바짝 붙인 뒤, 시동을 껐다. 우리가 불쾌한
금속성을 듣게 된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그 집에 아기가 있다는 건
알았지만, 아기 우는 소리라기엔 너무나 컸다.
“이건 또 무슨 소리지?” 프랜이 물었다.
그때, 콘도르만큼이나 몸집이 큰 녀석이 날개를 펄럭이며 나무들 사이에서
덮치듯 날아와 자동차 바로 앞에 내려앉았다. 녀석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고는 긴 목을 자동차 쪽으로 돌리더니, 고개를 곧추세우고 우리를 빤히
쳐다봤다.
“빌어먹을.” 내가 말했다. 나는 운전석에 그대로 앉아 핸들을 꽉 잡은 채
녀석을 바라봤다.
“세상에. 저 새를 두 눈으로 보는 건 난생처음이야.” 프랜이 말했다.
물론, 우리는 둘 다 그 새가 공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 단어를
소리 내어 말하지는 않았다. 우리는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그 새는 하늘로
고개를 치켜들더니 다시 끽끽대는 그 울음소리를 냈다. 녀석이 몸을 부풀리자,
처음 내려앉았을 때보다 몸집이 두 배 정도는 커 보였다.
“빌어먹을.” 내가 다시 말했다. 우리는 나가지 않고 앞좌석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그 새가 조금 앞쪽으로 움직였다. 그러더니 녀석은 고개를 한쪽으로 돌린 뒤,
몸에 힘을 주었다. 그 밝고 야성적인 눈동자는 여전히 우리에게 고정돼 있었다.
그놈의 꼬리가 올라갔다. 꼬리는 거대한 부채처럼 펼쳐졌다. 그 꼬리로부터 다채
로운 무지개 빛깔들이 뿜어져나왔다.
“세상에.” 프랜이 나지막이 읊조렸다. 그녀는 손을 뻗어 내 무릎을 움겨쥐었다.
“빌어먹을.” 내가 또 말했다. 달리 할 말이 없었다.
그 새는 그 괴기하고도 구슬픈 울음소리를 한 번 더 냈다. “메이오, 메이오!”
라고 하는 것 같았다. 깊은 밤, 생전 처음 그런 소리를 듣게 됐다면, 아마도 나는
누군가가 죽어가면서 내는 소리라고, 혹은 위험한 야생동물이 내는 소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현관문을 열고 버드가 포치로 나왔다. 버드는 셔츠의 단추를 채우고 있었다.
머리는 젖어 있었다. 막 샤워를 마치고 나온 것처럼 보였다.
“조용히 해, 조이!” 버드가 공작에게 말했다. 버드가 그 새를 향해 손뼉을 치자,
녀석은 조금 뒤로 물러섰다. “이제 됐어. 괜찮으니까, 조용히 해! 조용히 해, 이
괴물 녀석아!” 버드가 계단을 밟고 내려왔다. 차까지 걸어오면서 버드는 셔츠를
바지 속으로 구겨넣었다. 직장에 올 때면 늘 입고 다니던 옷, 그러니까 청바지에
데님 셔츠 차림이었다. 나는 슬랙스에 반소매 운동 셔츠를 걸치고 있었다. 신발은
늘 신던 로퍼였다. 버드의 옷차림을 보자마자 내 차림새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차 옆으로 다가오며 버드가 말했다. “잘 찾아와서 다행이야. 안으로 들어가자.”
“안녕, 버드.” 내가 말했다.
프랜과 나는 차에서 내렸다. 공작은 심술궂게 보이는 대가리를 좌우로 흔들어대
면서 한쪽으로 조금 물러섰다. 우리는 그 녀석 쪽으로 가까이 가지 않으려고 조심
했다.
“집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나?” 버드가 내게 물었다. 프랜 쪽은 바라보지도 않았
다. 내가 소개해주기만을 기다렸던 것이다.
“어찌나 훌륭한 지도였던지.” 내가 말했다. “이봐, 버드. 프랜이야. 프랜, 버드야.
자네에 대해서는 프랜도 알 만큼 알지.”
버드는 웃음을 지으며 프랜과 악수했다. 프랜은 버드보다 키가 컸다. 버드는 (프랜을)
올려봐야만 했다.
“이이한테서 얘기 많이 들었어요.” 프랜이 말했다. 그녀는 손을 뺐다. “버드가 어쩌구
저쩌구, 버드가 이러쿵저러쿵. 회사에 두 사람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처음 뵙는
데도 어쩐지 낯이 익네요.” 공작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프랜이 말했다. 녀석은 포치
근처로 옮겨갔다.
“친구니까요. 당연히 제 얘기를 할 수밖에요.” 버드가 말했다.
버드는 웃음을 보이더니 내 팔을 가볍게 툭 쳤다.
프랜은 만들어 온 빵을 들고 있었다. 그 빵을 어떻게 할까 궁리 중인 것처럼
보였다. 프랜은 빵을 버드에게 건넸다. “뭘 좀 가져왔어요.”
버드가 빵을 받았다. 빵이라고는 난생처음 본 사람처럼 버드는 이리저리
뒤집어가며 빵을 살펴봤다. “이거 참 고맙습니다.” 그는 얼굴 높이로 빵을 들고
냄새를 맡았다.
“프랜이 구운 빵이야.” 내가 말했다.
버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들어가시죠. 집사람이랄까, 엄마랄까,
기다리는 사람이 있으니까.”
물론, 올라에 대한 얘기였다. 엄마라면 올라밖에는 없었으니까. 버드는 내게
자신의 어머니는 이미 죽었으며 아버지는 자신이 아이였을 때 집을 떠났다고
얘기한 적이 있었다.
공작은 우리 앞을 가로질러 뛰어가더니 버드가 현관문을 열자 포치 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녀석은 집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으악!” 공작이 다리에 달라붙자, 프랜이 소리쳤다.
“조이, 이 자식.” 버드가 말했다. 그는 녀석의 머리를 주먹으로 내리쳤다. 공작은
포치로 물러서더니 몸을 부르르 떨었다. 녀석이 떨어대자 꼬리의 깃들이 차르르
소리를 냈다. 버드가 발로 차려고 들자, 공작은 조금 더 뒤로 물러섰다. 버드는
우리가 들어갈 수 있도록 문을 잡았다. “집사람 때문에 저놈을 집 안에 들여놓았
거든. 아주 이제는 밥도 식탁에서 먹고 잠도 침대에서 잘 기세라니까.”
프랜은 문 안 쪽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녀는 옥수수밭을 돌아봤다. “멋지네요.”
프랜이 말했다. 그때까지도 버드는 문을 잡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 잭?”
“두말하면 잔소리지.” 내가 대답했다. 나로서는 그녀의 말이 좀 의외였다.
“사람들이 다 여기가 좋다고 말하는 건 아니에요.” 여전히 문을 잡은 채 버드가
말했다. 그는 공작을 위협하는 동작을 취했다. “얼마나 귀찮게 하는지 몰라. 잠시도
쉴 틈이 없어.” 그러더니 버드는 “안으로 들어가자구”라고 말했다.
“이봐, 버드. 저기 심은 건 뭔가?”
“토마토야.” 버드가 말했다.
“농사가 엄청나네요.” 프랜은 말하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버드는 웃었다. 우리는 안으로 들어갔다. 머리칼을 동그랗게 말아올린 오동통한
여자가 거실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자는 앞치마 위에 두 주먹을 둥글게
쥐고 있었다. 여자의 뺨은 홍조를 띠고 있었다. 여자를 보자마자 나는 숨이 찬 건가,
아니면 뭐 못마땅한 것이라도 있나, 생각했다. 여자는 나를 스쳐본 뒤, 시선을 프랜
쪽으로 옮겼다. 싫은 내색은 아니고 그저 바라보는 눈빛이었다. 여자는 계속 얼굴을
붉힌 채 프랜을 쳐다봤다.
버드가 말했다. “올라, 이분은 프랜이야. 그리고 이쪽은 내 친구 잭. 잭을 모른다고
는 할 수 없겠지. 여러분, 이 사람은 올라입니다.” 그는 올라에게 빵을 건넸다.
“이게 뭔가요?” 올라가 말했다. “아, 손수 만든 빵이군요 음, 고맙습니다. 좀 앉으세
요. 어려워 마시고요. 버드, 이분들 뭘 좀 마셔야 하지 않을까요? 불에다가 얹어놓은
게 있어서.” 그렇게 말하고 올라는 빵을 들고 부엌으로 돌아갔다.
“앉게나.” 버드가 말했다. 프랜과 나는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나는 담배를 꺼냈다.
버드 말했다. “재떨이는 여기 있네.” 그는 텔레비전 위에서 묵직한 것을 잡았다. “이걸
사용하게.” 버드는 그렇게 말한 뒤, 내 앞에서 있는 그걸 올려놓았다. 백조 모양으로
만든 유리 재떨이였다. 나는 불을 붙이고 백조의 등부분에 성냥을 넣었다. 그리고 백조
로부터 가느다란 연기 한 줄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지켜봤다.
컬러텔리지번이 켜져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잠시 그걸 쳐다봤다. 화면에서는 경주용
자동차들이 트랙을 질주하고 있었다. 아나운서의 목소리는 낮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흥분을 억누르고 있는 듯 들렸다. “잠시 후에 공식 발표가 나오겠습니다.” 아나운서가
말했다.
“이거 계속 볼 텐가?” 버드가 물었다. 그는 그때까지도 서 있었다.
어떻게 하든 상관없다고 나는 말했다. 사실 그랬다. 프랜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러든 말든 내게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그녀는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어쨌든
하루는 지나간다.
“이제 스무 바퀴만 돌면 된다구.” 버드가 말했다. “끝날 때가 다 됐지. 처음에
차들끼리 엄청 세게 부딪쳤다구. 대여섯 대는 족히 박살이 났어. 다친 선수들도
있었고. 얼마나 다쳤는지 알려주지 않네.”
“그냥 켜봐. 한번 보자구.” 내가 말했다.
“저것들이 우리가 보는 앞에서 폭발하면 어떻게 하지. 아니면 관람석 쪽으로
달려가 싸구려 핫도그나 팔고 다니는 사람들을 깔아뭉개기라도 하면.” 프랜이
말했다. 그녀는 텔레비전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두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매만지고 있었다.
그게 무슨 농담인가 하는 표정으로 버드가 프랜을 쳐다봤다.
“그 사고는, 충돌은, 대단했어요. 한 대가 부딪치니까 다른 차들도 휩쓸린 거죠.
자동차들. 부품들, 사람들이 온통 널브러졌죠. 음, 뭘 드실까나. 에일(상면 발효식
맥주로 ‘라거’보다는 독하고 스타우트보다는 순하다.)이 있고, ‘올드 크로’도 한 병
있는데.”
“자네는 뭘 마실 건가?” 내가 버드에게 물었다.
“에일.” 버드가 말했다. “시원한 맛이 좋으니까.”
“그럼 나도 에일.” 내가 말했다.
“저는 그 ‘올드 크로’하고 물 좀 주세요.” 프랜이 말했다. “큰 컵에다가 주시구요,
얼음도 있으면 좋겠어요, 버드.”
“물론입니다.” 버드가 말했다. 그는 텔레비전을 한 번 더 쳐다본 뒤 부엌 쪽으로
움직였다.
프랜은 나를 팔꿈치로 찌르더니 턱 끝으로 텔레비전을 가리켰다. “저기 위쪽을
봐.” 그녀가 소곤거렸다. “저거 보여?” 나는 프랜이 가리키는 곳을 쳐다봤다. 거기
에는 누군가 뜰에서 몇 송이 꺾어온 데이지가 꽂힌 가느다란 빨간색 꽃병이 있었
다. 꽃병 바로 옆 깔개 위에는, 비뚤비뚤 고르지 못한 치열의 모양을 본뜬 석고가
놓여 있었다. 그 흉측한 모양의 치형에는 입술도, 턱도 없었고 다만 두터운 노란색
잇몸처럼 보이는 것 안에 이[=치아(齒牙)]만 박혀 있었다.
바로 그때 올라가 안주용 견과류 캔 하나와 루트비어(콜라 맛이 나는 무알코올
음료) 한 병을 들고 걸어왔다. 이번에는 앞치마가 없었다. 올라는 다탁(茶卓) 위
백조 재떨이 옆에다 안주 캔을 놓았다. 그녀가 말했다. “좀 드세요. 버드가 마실
것을 가져올 거예요.” 그 말을 하는 동안, 올라의 얼굴빛이 다시 붉어졌다. 그녀는
낡은 등나무 흔들의자에 앉아서 의자를 흔들었다. 올라는 들고 온 루트비어를 마
시며 텔레비전을 봤다. 버드는 작은 나무쟁반에 프랜의 위스키와 물, 그리고 내
몫의 에일 한 병을 들고 왔다. 쟁반 위에는 자신이 마실 에일 한 병도 있었다.
“컵 줄까?” 버드가 내게 물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버드는 내 무릎을 한 번 툭 치고 프랜 쪽을 향했다.
프랜은 버드에게서 잔을 건네받은 뒤, “고마워요”라고 말했다. 그녀의 시선은
다시 이빨을 향하고 있었다. 자동차들은 날카로운 소리를 내면서 트랙을 돌았다.
나는 에일을 마시며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이빨이야 내가 알 바 아니었다.
“치열교정기를 씌우기 전에 올라의 이빨 모양이 저랬답니다.” 버드가 프랜에게
설명했다. “나야 하나도 안 이상하지만, 저렇게 놓아두는 건 좀 그렇죠. 왜 저렇
게 놔두는지 알 수가 없다니까요.” 그는 올라를 쳐다봤다. 그러더니 버드는 나를
바라보며 윙크를 했다. 그는 레이지 보이(안락의자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가구 상표)
의자에 발을 꼬고 앉았다. 그러곤 올라를 바라보며 에일을 마셨다.
올라의 얼굴이 다시 붉어졌다. 그녀는 루트비어 병을 잡고 있었다. 올라는 루트비어
를 한 모금 마시고는 말했다. “저걸 보면 제가 버드에게서 얼마나 신세를 많이 졌는지
알 수가 있거든요.”
“뭐라고요?” 프랜이 물었다. 프랜은 안주 캔에서 캐슈(아메리카 열대지방이 원산지인
식물로 술, 잼, 음료, 젤리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를 꺼내 먹고 있었다. 그녀는 갑자
기 행동을 멈추고 올라를 바라봤다. “미안해요. 못 들었거든요.” 프랜은 올라를 바라보
면서 그녀가 무슨 말을 하든지 간에 귀를 기울이겠다는 자세로 기다렸다.
올라의 얼굴이 다시 붉어졌다. “제가 고마워할 일이 참 많아요.” 그녀가 말했다. “저것
도 그런 일 중 하나예요. 버드에게 신세진 걸 잊지 않으려고 저렇게 둔 거예요.” 올라는
루트비어를 마셨다. 그러더니 그녀는 병을 내려놓고 말했다. “당신은 이가 참 예쁘네요,
프랜. 하지만 제 이빨은 어릴 때부터 저렇게 비뚤비뚤했어요.” 올라가 손톱으로 앞니
두 개를 톡톡 두드렸다. “집에 돈이 없어서 치아를 교정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내 이빨
은 제멋대로 그냥 자라게 된 거예요. 첫 남편은 내 생김새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았어요.
진짜, 그랬다니까요! 어떻게 하면 술이나 한 잔 더 할까만 궁리했지, 다른 건 안중에도
없었어요. 그 인간의 유일한 친구하면 술병뿐이었죠.” 올라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다
가 버드하고 잘되어서 그 지옥에서 빠져나왔어요. 함께 지내기 시작한 뒤, 버드가 제일
처음 한 말은 ‘그 이빨 교정하자’는 말이었어요. 저 치형은 버드와 내가 막 만날 무렵의
모양인데요, 두번째로 치과에 갔을 때 뜬 거예요. 치열교정기를 씌우기 바로 직전이었죠.”
올라의 얼굴은 여전히 붉었다. 그녀는 화면을 바라봤다. 올라는 루트비어를 마셨고, 그
이상 할 말은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 치과의사, 기술이 좋았나봐요.” 프랜이 말했다. 그녀는 텔레비전 위에 있는 공포영
화를 연상시키는 그 이빨을 다시 바라봤다.
“대단했죠.” 올라가 말했다. 그녀는 의자에서 몸을 돌리며 “보세요” 라고 말했다. 그녀
는 입을 벌리고 우리에게 치아를 한 번 더 보여줬는데, 도무지 부끄러워하는 기색이라고
는 없었다.
버드는 텔레비전 쪽으로 가서 치형을 집었다. 그리고 올라 쪽으로 가서 그걸 올라의 뺨
에 들이밀고 말했다. “비포 앤 애프터.”
올라는 손을 뻗어 버드가 쥔 치형을 받았다. “사실은 그 치과의사가 이걸 가지려고 했어
요.” 그녀는 무릎 위에 치형을 잡아 놓고는 말을 계속했다. “절대로 안 된다고 말했지요.
그건 내 이[=치아(齒牙)]라고 의사한테 따끔하게 못 박았어요. 그랬더니 사진을 찍어놓더
라구요. 그 사진을 잡지에다 실을 생각이라고 하던걸요.”
“그딴 잡지라는 게 뭐 뻔하지. 모르긴 해도 제 돈 주고 사 볼 인간은 없겠지.” 버드
의 말에 우리는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교정기를 뗀 뒤에도 나는 입을 가리고 웃었어요. 이렇게.” 올라가 말했다. “요즘도
가끔 그럴 때가 있어요. 버릇이죠. 한번은 버드가 ‘이젠 그렇게 하지 마, 올라. 그 예쁜
이를 가릴 필요 없잖아. 이젠 당신 이도 멋있다구’라고 말하더라구요.” 올라는 버드를
쳐다봤다. 버드는 올라에게 윙크했다. 그녀는 씩 웃더니 눈길을 낮췄다.
프랜은 잔을 들어 마셨다. 나는 에일을 조금 마셨다. 도무지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프랜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긴 해도 프랜은 말하려고 들면 많지만, 지금 말할 수는 없는
입장이라는 걸 나는 알 수 있었다.
내가 말했다. “올라, 이 집에 전화한 적이 있어요. 당신이 받았죠. 그런데 그냥 끊어
버리고 말았어요. 도대체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 말과 함께 에일을 들이켰
다. 그 순간에 왜 그런 얘기를 꺼냈는지 나도 알 수 없었다.
“기억나지 않아요.” 올라가 말했다. “언제였나요?”
“얼마 전이었죠.”
“모르겠어요.” 머리를 흔들며 올라가 말했다. 그녀는 무릎 위에 올려놓은 석고 이빨
을 손가락으로 두들겼다. 그녀는 자동차 경주를 쳐다보면서 다시 흔들의자에 바로 앉
았다.
프랜은 시선을 돌려 나를 바라봤다. 그녀는 아랫입술을 끌어당겼다. 하지만 어떤 말
도 하지 않았다.
“그건 그렇고, 뭐 다른 건 없어?” 버드가 말했다.
“안주를 더 드세요.” 올라가 말했다. “저녁은 조금 있다가 준비할 테니까.”
집 뒤쪽에 있는 방에서 울음소리가 났다.
“아이구.” 버드에게 말하곤 올라가 얼굴을 찌푸렸다.
“우리 아기야.” 버드가 말했다. 그는 의자 깊숙이 몸을 파묻었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서너 바퀴 남은 자동차 경주를 지켜봤다.
한 번인가 두 번인가 그 아기가 우는 소리, 집 뒤쪽 방에서 울려 퍼지는 작으면서
도 신경을 거슬리게 만드는 그 울음소리가 또 들렸다.
“모를 일이네.” 올라가 말했다. 그녀는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이제 막 밥을 먹
으면 되는 찰나였는데. 그레이비 수프만 뜨면 되는걸. 하지만 먼저 아기를 살펴보는
게 낫겠네요. 여러분, 일어나셔서 식탁으로 가시는 게 어때요? 저도 곧 갈테니까.”
“아기한테 같이 갈까요?” 프랜이 물었다.
올라는 그때까지도 이빨을 잡고 있었다. 그녀는 걸어가 텔레비전 위에 그걸 놓았
다. “지금 가면 더 울어댈지도 몰라요.” 올라가 말했다. “낯을 많이 가리거든요. 제가
재워볼 테니까 잠깐만 기다리세요. 그 다음에 살짝 들여다보면 되잖아요. 아기가
잘 때 말이에요.” 그렇게 말한 뒤, 올라는 복도를 따라 방으로 걸어가 문을 열었다.
그녀는 조심스레 들어가더니 문을 닫았다. 아기는 울음을 그쳤다.
버드가 텔레비전을 껐고 우리는 식탁으로 가서 앉았다. 버드와 나는 직장의
일들을 얘기했다. 프랜은 듣고 있었다. 이따금 그녀는 질문도 던졌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녀는 지루해하고 있었다. 어쩌면 아기를 보러 가겠다는데 올라
가 거절해서 외면당한 기분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올라와 부엌을 둘러
봤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둘둘 감으며 올라와 물건들을 살폈다.
부엌으로 돌아온 올라가 말했다. “기저귀를 갈고 고무 오리를 줬어요. 이제
저녁을 먹을 수 있을 거예요. 물론 장담할 수 없지만.” 그녀는 뚜껑을 열고
스토브에 있던 냄비를 들었다. 그녀는 붉은색 그레이비 수프를 큰 그릇에 부은
뒤, 그 그릇을 식탁으로 가져왔다. 그녀는 다른 긴 냄비들의 뚜껑도 들어 음식
이 잘 익었는지 들여다봤다. 식탁 위에는 구운 햄, 고구마, 으깬 감자, 리마콩,
속까지 찐 옥수수, 그린 샐러드 등이 놓여 있었다. 프랜이 만든 빵은 햄 옆,
눈에 잘 띄는 곳에 있었다.
“냅킨을 까먹었네요.” 올라가 말했다. “이제 드셔도 돼요. 마실 것은 뭘로
준비할까요? 버드는 우유 없이는 밥을 못 먹죠.”
“우유 좋습니다.” 내가 말했다.
“저는 물이 좋아요.” 프랜이 말했다. “제가 가져올게요. 시중을 받아가면서
밥을 먹고 싶지는 않아요. 할 일도 많으실 텐데.”
올라가 말했다. “그러지 마세요. 손님인데. 그냥 앉아 계세요. 제가 가져올
게요.” 그녀는 다시 얼굴을 붉혔다.
우리는 두 손을 무릎 위에 얹어놓고 기다렸다. 나는 그 석고 이빨을 생각했
다. 올라는 냅킨, 버드와 내가 마실 우유가 든 큰 유리컵, 프랜이 마실 얼음
물이 든 우유컵을 들고 나타났다. 프랜이 “고마워요.”라고 말했다.
“괜찮아요.” 올라가 말했다. 그리고 그녀는 자리에 앉았다. 버드가 헛기침을
내뱉었다. 그는 머리를 숙이고 식전 기도를 몇 마디 했다. 하도 나지막한 목소
리였기 때문에 내용을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대강의 의미는 알 수 있
었다. 그는 우리가 막 해치워버리려고 하는 음식을 주신 데 대해 전능한 신에
게 감사하고 있는 중이었다.
“아멘.” 그가 기도를 마치자, 올라가 말했다.
버드는 둥근 햄조각을 내게 건넨 뒤, 자신을 으깬 감자를 가져갔다. 그리고
우리는 먹기 시작했다. 이따금 버드나 내가 “이거 정말 좋은 햄이네” 라거나
“내가 먹어본 중에 제일 맛있는 고구마야” 등의 말을 했을 뿐, 다들 별다른
말이 없었다.
“이 빵 정말 훌륭하네요.” 올라가 말했다.
“샐러드 좀더 먹을게요, 올라.” 프랜이 한결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말했다.
“이거 더 먹게나” 라며, 둥근 햄 조각인지, 붉은 그레이비 수프인지를 내게
건네며 버드가 말했던 것 같다.
가끔 가다가 우리는 아기가 내는 소리를 들었다. 올라는 고개를 돌려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가, 그냥 칭얼대는 소리라는 걸 알고는 다시 음식으로
주의를 돌렸다.
“아기가 오늘밤에는 컨디션이 좀 안 좋네요.” 올라가 버드에게 말했다.
“그래도 보고 싶은걸요.” 프랜이 말했다. “언니에게 아기가 있어요. 하지만
언니도 아기도 덴버에 살고 있거든요. 어느 세월에 내가 덴버에 가보겠어요?
조카는 있지만,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프랜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밥을 먹기 시작했다.
올라는 햄을 집어 입에 넣었다. “곤히 잠들기만 기다려보자구요.” 그녀가
말했다.
“부지런히 드십시다. 햄도 드시고 고구마도 드세요.” 버드가 말했다.
“배가 꽉 찼어요.” 프랜이 말했다. 그녀는 앞접시 위에 포크를 놓았다. “정말
맛있어요. 하지만 이젠 더 들어갈 자리가 없어요.”
“조금은 남겨두세요.” 버드가 말했다. “올라가 만든 루바브 파이가 있으니까요.”
“그거 조금 들어갈 자리는 나올 거예요. 다들 드실 때쯤에는요.” 프랜이 말했다.
“나도.” 내가 말했다. 하지만 나는 무례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말했다. 열세 살
때, 딸기 아이스크림과 함께 먹었다가 탈이 난 뒤로 나는 루바브 파이를 싫어했다.
우리는 접시를 모두 비웠다. 그때 그놈의 공작이 내는 소리가 다시 들렸다. 이번
에는 녀석이 지붕 위에 올라가 있었다. 머리 위에서 들려오는 그 소리를 우리는
들을 수 있었다. 지붕의 널판을 밟고 다니는지 또각또각 하는 소리가 났다.
버드가 머리를 흔들며 말했다. “곧 조용해질 거야. 제풀에 지쳐서 금방 잠들 테
니까. 저기 어디 나무에서 잠을 자거든.”
그 새는 한 번 더 울음소리를 터뜨렸다. “메이오!” 하는 소리.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달리 할 말이 뭐가 있겠는가?
그때 올라가 말했다. “들어오고 싶어서 그래요, 버드.”
“음, 들어올 수는 없어.” 버드가 말했다. “손님들이 오셨잖아. 그걸 알아야지.
이분들은 저놈의 새가 집에 들어오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구. 더러운 새에다가
석고 치형이라니. 이분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어?” 그는 머리를 흔들었다. 그는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는 모두 웃었다. 프랜도 우리와 함께 웃었다.
“더럽다니요, 버드.” 올라가 말했다. “당신이 어떻게 된 거 아니에요? 당신은
조이를 좋아하잖아요. 당신이 언제부터 조이더러 더럽다고 말하기 시작했죠?”
“조이가 깔개에다 똥을 싸갈긴 뒤부터지.” 버드가 말했다. “심한 말을 해서
죄송합니다.” 버드가 프랜에게 말했다. “분명히 말하지만, 언젠가는 저놈의
모가지를 비틀어버릴지도 몰라. 저놈은 죽일 가치도 없어. 안 그래, 올라?
한밤중에 저놈의 소리 때문에 침대에서 일어나는 일도 있다구. 한 푼어치의
가치도 없는 놈이야. 안 그래, 올라?”
버드의 터무니없는 반응에 올라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녀는 자기 접시에
리마콩을 조금 덜었다.
“저 공작은 어디서 났나요?” 프랜이 궁금해하며 물었다.
올라는 접시에서 시선을 뗐다. “오랜전부터 공작이 있었으면 하고 생각해
왔어요. 소녀 시절에 잡지를 보다가 사진을 발견했거든요. 그때까지 제가 본
것 중에 가장 아름다운 것이었어요. 그 사진을 오려서 머리맡에 붙여놓았죠.
얼마나 오랫동안 그 사진을 붙여놓았는지 몰라요. 그러다가 버드와 내가 여기
왔을 때, 기회를 엿봤어요. 내가 ‘버드, 공작이 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죠.
내 말에 버드는 웃더라구요.”
“결국에는 내가 찾아나섰습니다.” 버드가 말했다. “옆 카운티의 어떤 녀석이
공작들을 기른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 사람은 공작이 파라다이스의 새라고
말하더군요. 우리는 그 파라다이스의 새에 백 달러를 지불했지요.” 그는 이마를
툭 쳤다. “하느님 아버지, 왜 제게 이토록 사치스런 취미를 가진 마누라를 주셨
습니까.” 그러고는 올라를 향해 웃었다.
“버드.” 올라가 말했다. “그렇지 않다는 걸 당신도 알잖아요. 다른 건 다 그만
두고라도 조이는 집을 잘 지키잖아요.” 그러고는 프랜에게 말했다. “조이 때문에
우린 따로 개를 키울 필요가 없어요. 조이는 못 듣는 게 없거든요.”
“모르긴 해도 사정이 안 좋아지면, 조이를 냄비에 넣어버릴거야.” 버드가 말했
다. “깃털도 안 뽑고 그대로 말이지.”
“버드! 그걸 농담이라고 해요?” 올라가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웃었고 우리는
다시 한번 그녀의 이를 찬찬히 들여다봤다.
아기가 다시 깨어났다. 이번에는 울음소리가 심각했다. 올라는 냅킨을 내려놓
고 식탁에서 일어섰다.
버드가 말했다. “한 놈이 조용하면 다른 놈이 시끄럽군. 녀석을 여기로 데려와,
올라.”
“그럴 거예요.” 올라는 아기를 데리러 갔다.
공작은 다시 소리 내어 울었고, 나는 뒷목의 머리털이 쭈뼛거리는 걸 느꼈다.
나는 프랜을 쳐다봤다. 그녀는 냅킨을 집었다가 내려놓았다. 나는 부엌 창문을
바라봤다. 바깥은 어두웠다. 창문은 올라가 있었고 방충망이 쳐져 있었다. 소리를
들어보니 그 세는 앞쪽 포치에 있는 것 같았다.
프랜은 눈을 돌려 복도 쪽을 바라봤다. 그녀는 올라와 아기가 오는지 살펴보고
있었다.
잠시 뒤, 올라가 녀석을 데리고 왔다. 나는 아기를 바라보다가 흠칫했다. 올라는
아기와 함께 식탁에 앉았다. 그녀는 우리가 바라볼 수 있게 겨드랑이를 잡고 아기
를 무릎 위에 세웠다. 그녀는 프랜을, 그 다음에는 나를 쳐다봤다. 그때는 그녀가
얼굴을 붉히지 않았다. 그녀는 우리가 뭐라고 하는지 기다리고 있었다.
“아!” 프랜이 말했다.
“왜요?” 올라가 재빨리 물었다.
“아니에요.” 프랜이 말했다. “창 쪽에 뭐가 보여서. 박쥐 같는데.”
“이 근처에는 박쥐가 없어요.” 올라가 말했다.
“그럼 나방인가 보네요.” 프랜이 말했다. “뭐, 그 비슷한 것이겠지요. 그나저나
대단한 아기네요.”
버드는 아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그는 프랜을 넘겨봤다. 그는 의자 뒷다
리를 축으로 해서 의자를 들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한 번 더 고개를 끄덕이
고는 말했다. “괜찮아요, 애쓰지 않아도 됩니다. 지금으로서는 걔 생김새가 아무
볼품이 없다는 걸 우리도 알거든요. 클라트 게이블은 아니에요. 시간이 필요하죠.
아시겠지만, 어른이 되면 운 좋게도 제 아버지를 닮을 수도 있으니까요.”
아기는 올라의 무릎에 서서 식탁 주위에 앉은 우리를 둘러봤다. 올라는 살찐
다리로 선 아기가 앞뒤로 몸을 움직일 수 있도록 손을 움직여 허리를 잡았다.
장담하건대, 그렇게 못생긴 아기는 여태 본 적이 없었다. 얼마나 못 생겼는지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내 입에서는 어떤 말도 나오지 않았다. 병이 있다거나
기형이라는 뜻이 아니다. 그런 건 하나도 없었다. 그냥 못생겼을 뿐이었다.
엄청나게 큰 붉은 얼굴, 툭 튀어나온 눈, 널따라 이마, 비대한 입술 등등. 목이라
고 부를 만한 것은 없었고 살찐 턱은 시너 겹에 달했다. 턱의 주름은 귀밑까지
이어졌고 두 귀는 민둥머리에 툭 튀어나와 있었다. 손목에도 온통 살투성이였다.
팔과 손가락에도 피둥피둥 살이 붙어 있었다. 못생겼다고 하는 말이 녀석에게
영예로울 정도였다.
그 못생긴 아기가 소리를 내면서 엄마의 무릎 위에서 아래위로 뛰었다. 그러더
니 녀석은 뛰기를 멈췄다. 녀석은 몸을 앞으로 기울이더니 통통한 손으로 올라의
접시를 잡으려고 했다.
나는 아기를 많이 봤다. 어렸을 때, 누나들이 낳은 아기들이 모두 여섯 명이었
다. 아이였을 때부터 내 주위에는 아기들이 있었다. 가게 같은 곳에서도 아기들
을 많이 봤다. 하지만 이 아기를 당할 아기는 없었다. 프랜도 녀석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녀 역시 할 말을 잊은 게 틀림없었다.
“덩치가 산만 하네.” 내가 말했다.
“조만간 미식축구 선수가 된다고 봐야지. 두말하면 잔소리지만, 이 녀석은 이
집에 있는 음식을 다 먹어치우고 말 거야.” 버드가 말했다.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올라가 포크로 고구마를 조금 찍어 아기의 입으로
가져갔다. “아이고, 내 새끼.” 그녀가 그 뚱뚱한 녀석에게 말했다. 우리 얘기는
무시한 채.
아기는 몸을 앞으로 기대고 고구마를 받아먹기 위해 입을 벌렸다. 올라가 고구
마를 녀석의 입으로 가져가자 녀석은 올라의 포크를 덥석 물었다. 아기는 입에
든 것을 오물거리면서 올라의 무릎 위에서 몸을 조금 흔들었다. 어찌나 눈이 툭
튀어나왔는지, 중간에 뭐가 끼어 있는 것 같았다.
“대단한 아이네요, 올라.” 프랜이 말했다.
아기가 얼굴을 찡그렸다. 녀석은 다시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조이를 안으로 데려와요.” 올라가 버드에게 말했다.
버드는 의자 앞다리를 다시 마루에 붙였다. “내 생각에는 최소한 그래도 괜찮
은지 손님들에게 물어보는 게 순서일 것 같은데.” 버드가 말했다.
올라는 프랜을 바라보고, 그다음에 나를 바라봤다. 그녀의 얼굴이 다시 붉어졌
다. 올라의 무릎에 있던 아기는 밑으로 내려가려고 온몸을 버둥거렸다.
“우리의 뭐 손님인가.” 내가 말했다. “좋을 대로 하게나.”
“이분들은 조이처럼 큰 새가 집 안에 돌아다니는 걸 싫어할거야. 그런 생각 해
본 적 있어, 올라?” 버드가 말했다.
“그게 싫으세요?” 올라가 우리에게 물었다. “조이가 집 안으로 들어오는 거 말
이에요. 오늘밤에는 저 새가 어딘가 이상해요. 아기도 그런 것 같구요. 우리 아기
는 늘 조이와 놀다가 잠들었거든요. 그래서 그런 것 같아요. 오늘밤에는 둘 다
좀 이상할 수 있어요.”
“우린 괜찮아요.” 프랜이 말했다. “새를 들여놓아도 저는 상관 없어요. 이렇게
가까이에서 본 적은 한 번도 없어요. 하지만 저는 상관없어요.” 그녀는 나를 바라
봤다. 그녀는 내가 무슨 말이라도 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괜찮고말고.” 내가 말했다. “들여놓으세요.” 나는 잔을 들어 남김 없이 우유를
마셨다.
버드는 의자에서 일어나 현관문으로 가서 문을 열었다. 그러고는 현관 불을 켰다.
“아기 이름이 뭔가요?” 프랜이 물었다.
“해럴드예요.” 올라가 대답했다. 그녀는 해럴드에게 자기 접시 위에 있던 고구마
를 더 줬다. “정말 똑똑해요. 하나를 가르치면 둘을 안다니까요. 무슨 말을 하면 그
걸 다 알아들어요. 그렇지, 해럴드? 한번 아기를 낳아보세요, 프랜. 금방 알게 될 거
예요.”
프랜은 그저 그녀를 바라보기만 했다. 현관문이 열렸다가 다시 닫히는 소리가 들
렸다.
“똑똑하다는 것만은 사실이야.” 부엌으로 들어오면서 버드가 말했다. “외할아버지
를 닮았거든. 그런데 똑똑한 녀석이 여기 하나 더 있다구.”
버드 뒤로 공작이 손거울에 얼굴을 비춰보듯 머리를 이리저리 돌리며 거실로 걸어
오는 모습이 보였다. 녀석은 몸을 부르르 떨었는데, 그 소리가 꼭 다른 방에서 카드
한 벌을 섞고 있는 소리처럼 들렸다.
녀석은 한 걸음 더 앞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또 한 걸음.
“아기를 안아봐도 되나요?” 프랜이 물었다. 그녀는 만약 올라가 그렇게 해준다면
그게 대단한 친절이라도 된다는 듯이 말했다.
올라는 식탁 너머로 아기를 들어 그녀에게 건넸다.
프랜은 아기를 자기 무릎 위에 잘 앉히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아기는 몸을 뒤틀
면서 낑낑댔다.
“해럴드.” 프랜이 말했다.
올라는 프랜과 아기를 바라보며 말했다. “해럴드의 외할아버지가 여섯 살 때, 외할
아버지는 백과사전을 A부터 Z까지 읽으려고 마음먹었대요. 그리고 그렇게 했어요.
스무 살 때 끝냈죠. 그러고 나서 바로 저의 엄마를 만났어요.”
“지금은 어디에 계세요?” 내가 물었다. “무얼 하시나요?” 나는 그런 목표를 세웠던
사람이 지금은 어떤 사람이 됐는지 알고 싶었다.
“죽었어요.” 올라가 말했다. 그녀는 프랜을 바라봤는데, 프랜은 이제 아기를 자기
무릎 위에 뉘었다. 프랜은 아기의 턱 가운데 하나를 두드렸다. 그녀는 아기를 어르
는 소리를 냈다.
“그분은 숲속에서 일했어.” 버드가 말했다. “벌목꾼들이 그분 위로 나무를 쓰러뜨
렸어.”
“엄마는 얼마간의 보험금을 받았어요.” 올라가 말했다. “하지만 그걸 다 써버려서
버드가 매달 엄마에게서 돈을 보내주고 있어요.”
“많지는 않아.” 버드가 말했다. “우리도 돈이 많지 않으니까. 하지만 올라의 엄마
잖아.”
그러는 사이 공작은 용기를 내어 뒤뚱뒤뚱 실룩실룩 움직이며 부엌 쪽으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녀석은 머리를 세웠으나 어쩐지 비뚜름했고, 녀석의 붉은 눈동자
는 우리를 향했다. 깃털이 몇 가닥 남지 않은 볏은 머리 위로 몇 인치 솟아 있었다.
꼬리에는 더 큰 깃털들을 세우고 있었다. 그 새는 식탁에서 몇 피트 떨어져 걸음을
멈추고는 우리를 넘겨다봤다.
“사람들이 괜히 저것들을 파라다이스의 새라고 하는 게 아니지.” 버드가 말했다.
프랜은 (공작을) 바라보지 않았다. 그녀는 아기에게 온 주의를 다 쏟고 있었다.
그녀는 곤지곤지 맴맴을 하기 시작했는데, 아기도 어느정도 그것을 즐거워했다.
내 말은, 그러니까 적어도 그놈이 칭얼거리는 것은 그만뒀다는 뜻이다. 그녀는
그놈(=아기)을(=를) 목까지 끌어당기고는 귀에다 대고 뭐라고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는 말하지 말아라.” 그녀는 말했다.
아기는 툭 튀어나온 눈으로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러더니 그놈은 손을 뻗어
제 손으로 잡을 수 있을 만큼 프랜의 금발머리를 한 움큼 움켜잡았다. 공작은 식탁으
로 더 가까이 걸어왔다. 우리는 누구도 말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저 가만히 앉아 있을
뿐이었다. 아기 해럴드가 그 새를 봤다. 해럴드는 프랜의 머리칼에서 손을 뗴고 그녀의
무릎 위에 섰다. 그러고는 통통한 손가락으로 그 새를 가리켰다. 해럴드는 껑충껑충
뛰면서 소리를 질렀다.
공작은 재빨리 식탁 주위를 돌아 아기에게로 다가갔다. 그러고는 긴 목을 아기의 다
리 위로 내밀었다. 그놈(=공작)은 부리를 아기의 파자마 상의 아래로 밀어넣고는 딱딱
한 머리를 앞위로 흔들었다. 아기는 웃음을 터뜨리면서 발을 굴렀다. 위를 향한 채로
몸을 비틀면서 아기는 프랜의 무릎에서 마룻바닥으로 내려왔다. 마치 둘이서 재미있는
놀이라도 하는 양, 공작은 계속해서 아기를 밀어댔다. 몸을 비틀어 앞으로 나아가려
고 하는 아기를 프랜이 다리 쪽으로 당겨 잡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그녀는 말했다.
“공작이 미쳐서 그래요.” 버드가 말했다. “저놈의 새는 자기가 새인 줄도 몰라요.
정말 문제예요.”
올라는 씩 웃으며 다시 이를 드러냈다. 그녀는 버드를 쳐다봤다. 버드는 의자를
밀어 식탁에서 물러서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못생긴 아기였다. 하지만 버드와 올라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
을 것이다. 설령 그렇다고 치더라도, 아마 그들은 못생겼다고 해도 어쨌든 괜찮아,
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우리 아기니까. 지금은 이런 시기를 거치는 것뿐이지. 조만
간 다른 시기가 찾아올 거야. 이런 시기도 있고 다른 시기도 있는 것이니까. 결국
에는, 그러니까 모든 시기가 지나가고 나면, 모두 괜찮아질 거야. 그들은 그런 생
각을 하고 있었던 게 틀림없다.
버드가 아기를 집어올려 머리 위로 흔들자, 해럴드는 소리를 내질렀다. 공작은
깃털을 곤두세우며 쳐다봤다.
프랜은 다시 머리를 흔들었다. 그녀는 아기 때문에 구겨진 드레스를 폈다. 올
라는 포크를 잡고 앞접시에 있던 라마콩을 찔러댔다.
버드는 아기를 허리에 둘러메면서 말했다. “파이와 커피도 남았어.”
버드와 올라의 집에서 보낸 그날 밤은 특별했다. 특별한 밤이었다는 것을 나는
알았다. 나는 내 인생의 거의 모든 것에 관해 좋다고 느꼈다. 나는 내가 느낀 것
에 관해 프랜에게 얘기하기 위해 프랜과 단둘이 있게 되기까지를 기다릴 수가 없
었다. 그 밤에 내게는 소원 하나가 생겼다. 식탁에 앉아서 나는 잠시 두 눈을 감고
열심히 생각했다. 소원이란 그날 밤의 일들이 사라지지 못하도록, 절대로 잊지 않
았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그 소원은 실제로 이뤄졌다. 그리고 그렇게 된 것은
내게는 불행이었다. 하지만, 물론, 당시에는 그걸 알 도리가 없었다.
“지금 무슨 생각 하는 건가, 잭?” 버드가 내게 물었다.
“생각은 무슨 생각.” 내가 대답했다. 나는 그를 보며 웃었다.
“멍한 생각.” 올라가 말했다.
나는 그저 웃다가 머리를 흔들었다.
그날 밤, 버드와 올라의 집에서 우리 집으로 돌아와 침대 속으로 들어갔을 때,
프랜이 말했다. “여보, 당신 알[卵(란):정액을 의미함]로 내 몸을 꽉꽉 채워줘!”
그녀의 그 말은 내 발가락 끝까지 가 닿았고, 난 더는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얼마 뒤,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변해버렸다. 결국 그건 아이가 생겼
다는 점인데, 프랜은 그 변화의 시초로 버드의 집에서 보낸 그날 밤의 일들을 떠올
리곤 했다. 하지만 그녀는 틀렸다. 변화는 나중에 찾아왔다. 그리고 변화가 찾아왔을
때, 그건 다른 사람들에게나 일어날 법한 변화였지,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끔찍한 부부인데다 그렇게 못 생긴 아기라니.” 밤에 함께 텔레비전을 볼 때면,
별다른 이유 없이 프랜은 말하곤 했다. “게다가 그 냄새하는 새하며.” 그녀는 말했
다. “딱 질색이야!” 그렇게 딱 한 번 본 뒤로 다시는 버드와 올라를 만나지 못했
는데도, 그녀는 종종 그런 말을 했다.
프랜은 이제 유업회사에서 일하지 않았고 벌써 오래전에 머리카락을 잘랐다.
게다가 그녀는 내게 군살이 되어버렸다. 우리는 그것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무슨 말을 하겠는가?
여전히 공장에서 나는 버드를 만난다. 우리는 함께 일하고 함께 점심 도시락
뚜껑을 연다. 내가 물어보면, 그는 내게 올라와 해럴드에 대해서 말한다. 조이는
무대에서 사라졌다. 어느 날 밤 조이는 나무로 날아갔고, 그게 조이의 집이 되
었다. 조이는 내려오지 않았다. 아마도, 나이가 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버드가
말했다. 그 다음에는 올빼미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버드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는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해럴드는 라인배커(미식축구에서 수비 2선
에서 러닝 공격이나 짧은 패스를 막는 수비수)가 될 것 같다고 말한다. “척
보면 알 거라구” 라고 버드는 말한다.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는 여전히
친구 사이다. 그건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에게 말할 때 나는 조심
하게 됐다. 그가 그 사실을 느낀다는 것도,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여긴다
는 것도 나는 안다. 나 역시 그랬으면 좋겠다.
가뭄에 콩 나듯이, 그는 내 가족들에 대해 묻는다. 그가 물을 때면, 나는
그에게 두루 평안하다고 말한다. “두루 평안해” 라고 나는 말한다. 나는
도시락 뚜껑을 닫고 담배를 꺼낸다. 버드는 고개를 끄덕이고 커피를 홀짝
인다. 진실은, 내 아이에게는 뭔가 감추는 부분이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나는 그것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애 엄마에 대해서도. 특히 그녀에
대해서는. 그녀와 나는 점점 말하는 횟수가 줄어들고 있다. 대부분 우리
사이에는 텔레비전이 있다. 하지만 나는 그 밤을 기억한다. 어떻게 공작
이 그 회색 다리를 들어올려 살금살금 식탁을 돌아 왔는지 떠올린다. 그
다음에는 내 친구와 내 친구의 아내가 포치에 서서 우리에게 잘 가라고
말하는 장면을. (내 친구의 아내) 올라가 집에 가져가라며 공작 깃털 몇 개
를 (내 아내) 프랜에게 주는 장면을. 나는 우리 모두가 손을 흔들고, 서로
포옹하고 이런저런 말을 했던 장면을 기억한다. 운전해 가는 동안, 차에서
프랜은 내게 바투 앉았다. 그녀는 내 허벅지에 (자신의) 손을 올려놓았다.
그렇게 우리는 내 친구의 집에서 우리 집으로 차를 몰고 돌아왔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