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릴없는 저녁 시간
막걸리 한사발 단숨에 들이켜고
티브이 리모콘 찾기 바쁘다
리모콘 이놈은
다리가 열개는 달렸는지 도망가기 선수다
안방 건너방 식탁에도 올라가고
가끔씩 냉장고에 들어가 숨기도한다
비스듬히 반쯤 눕다시피 앉아
채널만 빙글빙글 늙은 건지 늙어가는 건지
콧구멍에 바람이라도 쐬고
동네 한바퀴 돌고 오면 얼마나 좋겠냐만
엉덩이에 갱엿이 찰싹 달라붙어있는지
꼼짝달싹 못하고
바보 상자 티브이 속으로 빠져든다
소위 말 하는 잘났다는 사람들
개기름 번들 거리며
뻔히 보이는 거짓말 지껄여 대는
시사 프로그램을 건너뛰면
일일 연속극
주말 드라마 재방송 들이 판을친다
근친 불륜 복수혈전 삼각관계
제목만 다를 뿐
그렇고 그런 내용의 막장 드라마 들이
안방 극장 시청률 상위권 이라니
참 알 수 없는 세상이다
누구는 자칭 자연 인 이라며
산속에 들어가 호식하며 살아 가더라
혼자 살면 자연 인 인줄 아는 모양이다
동물들 애환을 담은 방송도 있더라
팔자 좋은 반려동물
개가 등에 업히고 아기는 걸어간다
그런가 하면
학대 받는 강아지 들이 많다
불쌍한 강아지들을 보살펴 주는
동물보호단체 천사들의 얼굴을 보면
눈물이 앞을가려 이내 채널을 돌린다
안방에서 세계 여행도 좋고
우리나라 구석구석 돌아보는 한국기행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방송이다
젊어서 열심히 일하고 알뜰살뜰 돈을 모아
퇴임후 경치좋은 외진곳에 근사한 집을짓고
마음 맞는 사람들 끼리
모여사는 그런 삶이 너무 멋있고 부럽다
나는 어떠했는가 돈을 버는 족족
흥청망청 부어라 마셔라
목구멍에 쏟아붓고 젊음을 보냈으니
늘그막 언덕이 숨이 막히고 고달프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날그날 먹은만큼 배설을 했으니 망정이지
진드기 처럼 똥구멍이 없었다면
하루도 못살고 배터저 죽었을 것이다.
후회 한들 무엇하리 모두 다 지나간 일
애초에 글러먹은 아름다운 꿈
다 잊고 살자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차근차근 사랑하는 법을 배우자
바보상자 이면에 또나른 교훈이 있다
누가 뭐래도 티브이 전성시대는
6~70년대가 아니었을까
14 인치 흑백 티브이 안방에 모셔놓고
주말 드라마 복싱 타이틀 매치
박치기 왕 김일 선수 시합 하는 날
반장님 통장님
주민들 오시라 방송을 하셨지
마당까지 늘어서 목을빼고 보던시절
도로를 달리던 자동차들 길가에 멈추고
일찌감치 다방으로 모여들었다
그렇게 특별한 날은
경찰도 주.정차위반 딱지를 떼지 않았다
작금에 이르러 아름다운 변천사이다
세상은 많이도 변했다
대문짝만한 고화질 고음질
컬러 티브이 속에는
잘생기고 예쁜 청년들이
방마다 찾아와 춤추고 노래를 한다
덩치는 크고 손바닥 만한 화면에 문짝이 달린
재산목록 1 호
소중했던 흑백 티브이
그리운 고향처럼 새삼 떠오른다.
첫댓글 안녕하십니까 가마골 이관희 시인님~!!
아침인사 수다방에 오랫만에 걸죽한
글을 올려주셨네요 감사하옵니다~꾸벅
지게에 짊어진 칡뿌리에 고향생각납니다^.^
생활의 리듬 이제야 깨달았으니
철들자 망령 잘 지어낸 말입니다
부회장님 저하고 비슷합니다 운동 삼십분 나갑니다
가끔은 사모님 시간되면 동석하고 차한잔
하면 좋을듯요 ㅎㅎ
꿈같은 희망이죠 ㅎㅎ
좋은글 긍정하며 마음 두고 갑니다
날마다 행복미소 가득하세요
임해량 시인님
고맙고 감사합니다
건강 관리 잘 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