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쭉한 욕지거리 하지만 결코 그 말이 싫지 않은 전원일기의 ‘일용엄니’ 김수미 씨가 지난 18일 한라산 영실 존자암(중창주 법정 스님)을 찾은 이유는 무엇일까.
김 씨가 존자암을 찾은 것은 다음달 20일부터 24일까지 KBS 2TV에 방영될 스타인생극장 ‘김수미 편’ 촬영을 위해서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속의 스타도 우리와 같은 고민과 생각을 안고 사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스타인생극장의 기획 의도처럼 김 씨는 할아버지가 교회를 몇 곳을 세울 정도로 모태신앙이 기독교이지만 제2의 인생을 열게 해준 법정 스님과의 남다른 인연을 소개한다.
김 씨는 지난 1990년대 중반 급발진 사로고 자기 차에 치여 사망한 시어머니에게 죄책감을 느끼며 괴로워하던 중 결국 심각한 우울증세에 빠지게 된다.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했을 정도로 망가졌고 결국 ‘죽어야겠다’는 결심에 이르게 된다.
탈출구로 찾은 것이 속세와의 인연을 끊겠다는 것이었다. 홀로 삭발을 하고 지인의 소개로 한라산 영실 존자암으로 들어갔다.
법정 스님은 “당시 존자암이 한창 불사가 진행되던 시기였는데 김수미 씨가 망토를 푹 눌러 쓰고 출가하겠다며 머리를 깎고 나타났었다”며 “나라의 평안과 안정을 기원하며 제사를 지냈던 국성제에서 김수미 씨가 미친듯이 춤을 추는 것이 신기(神氣)들린 사람처럼 보였다”고 당시를 추억했다.
김수미 씨는 “종교는 기독교지만 답답하고 속상할 때마다 절을 찾는데 절은 고단한 영혼을 쉴 수 있는 모텔같은 공간”이라며 “아무도 나를 터치할 수 없고 내가 나가기 전까지 꼭꼭 숨어 있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전원일기’ 할 때 삭발하고 숨은 곳이 바로 여기 존자암으로 이유없이 녹화하러 가기가 싫었다”며 “그래서 머리 밀고 스님이 되려고 무작정 절에 찾아갔는데 ‘전원일기’ 팀이 발칵 뒤집혀 일용엄니가 누구 만나러 간 것처럼 설정해 놓고 나를 기다렸다고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스님은 “당시 김 씨의 지인이었던 시인 류시화 씨와 함께 ‘스님 연습’을 하면서도 늘 메모하는 습을 잊지 않았다”며 “그래서 국성제에서 춤을 출 수 있는 것은 하늘의 뜻으로서 당신의 천성은 배우이기에 돌아가서 배우 일에 전념하도록 독려해 주었다”고 말했다.
그 후 김 씨는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며 영화와 TV에서 맹활약은 물론 특유의 음식솜씨를 발휘해 사업도 번창해 나갔다. 그리고 2003년 그 당시의 메모들을 모아 출간한 에세이 ‘그해 봄, 나는 중이 되고 싶었다’를 출판해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번 촬영에서도 존자암을 찾은 이유는 번민과 갈등의 연속일 때 자신의 마음을 깨침을 전해준 법정 스님께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서다.
세상사는 게 번뇌와 갈등의 연속이라지만 절에 다녀오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는 김 씨, 절은 그렇게 김 씨에게 새생명을 불어넣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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