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성장' 외친 MB정부, 생태효율성은 더 떨어졌다"프레시안: "
원자력 발전은
환경 친화적"이라는 게 현 정부의
입장이다. 화력 발전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다는 게다. '
녹색성장'이라는
구호와 원전
건설 방침이 현 정부에서 양립할 수 있는 이유다.
윤순진: 원자력 발전 과정만 떼어놓고 보면, 이산화탄소가 화력 발전에 비해 적게 배출된다. 그러나 핵연료를 운반해서
가공하는 과정, 또
폐기물 처리 및
처분 과정까지 고려하면, 계산이 달라진다. 이처럼 전체 과정을
모두 고려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다.
현 정부가 진정으로 녹색성장을 원한다면, 빠뜨릴 수 없는 개념이 생태효율성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에너지투입량, GDP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생태효율성이 높아진다. 같은 GDP를 만드는데 투입되는 에너지를 줄이기 위해 고안된 개념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 이래 3년 동안, 생태효율성 지표가 더
악화됐다. 1997년
외환위기 이전까지를 보면, 1990년대에는 GDP 증가율보다 에너지소비증가율이 더 높았다. 이 지표가 1997년 이후 변했다. GDP와 에너지소비가 계속 늘어났지만, 에너지소비증가율은 GDP 증가율보다 낮았다. 외환위기를 거친 뒤, 생태효율성이 개선됐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런 추세가 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부터 다시 역전됐다. 지난 3년 간의 수치를 보면 GDP 대비 에너지투입량이 더 늘어났다. 생태효율성을 과거 정권보다 더 떨어뜨린 정부가 녹색성장을 말하다니, 답답한 일이다.
"에너지 낭비 유도하는 요금 체계…산업용 전기, 너무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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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순진 교수. ⓒ프레시안(김봉규) |
프레시안: 원자력 발전을 지지하는 이들은 공통점이 있다. 전력 수요 자체를 떨어뜨리는 방향에는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지금과 같은 전력 수요를 감당하려면 원자력 발전 외엔 답이 없다고 주장한다. 한국이 원전에 의존하는 경제에서 벗어나려면, 전력 소비 자체를 떨어뜨려야 할 듯하다.
윤순진: 우리의 전력 소비 행태는 정상이 아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 매년 발표하는 에너지 통계가 있는데, 이 자료를 분석해보면 한국은 독일, 일본, 프랑스, 영국 등 주요 선진국보다 1인당 전력소비량이 훨씬 높다.
선진국 중에서 우리보다 에너지를 많이 쓰는 나라는 미국, 캐나다, 호주 정도다. 하지만 이들 나라가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국토 면적이 넓어서 상대적으로 에너지 수요가 크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인구 분포가 조밀한 나라 중에선 한국이 1인당 전력소비량이 가장 높다.
그런데 가정 부문만 놓고 보면 순위가 달라진다. 가정은 주요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전기를 덜 쓰는 편이다. 결국 산업 부문이 전력을 너무 낭비한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된 데는 전기요금이 낮은 탓도 있다. 특히 과거 경제개발 과정에서 산업용 전기를 싸게 공급해 왔다. 물론, 선진국도 산업용 전기요금은 싼 편이지다. 그러나 한국은 너무 싸다. 기업 입장에선 에너지 절약을 위해 자본을 투자해야 할 동기가 사라진다. 그냥 전기를 펑펑 쓰는 만드는 구조다.
이런 구조는 억지로 바꿀 수 없다. 기업은 이익이 되는 쪽으로 진화한다. 전기를 아껴야만 이익이 나도록 시장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방법은 가격이다.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환경에 끼친 부담이 전기요금에 반영되게끔 하면 된다.
또 전기를 많이 쓰는 기업에 전기요금을 할인해주는 제도도 바뀌어야 한다. 그렇다면, 왜 가정에는 전기요금을 누진적으로 매기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전기를 많이 쓸수록 비용이 가파르게 올라간다면, 기업 스스로 대안을 찾을 게다. 공장 지붕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할 수도 있고, 열병합 발전을 할 수도 있을 게다. 가격 정책만 바꿔도 기업들은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쪽으로 연구개발 능력을 집중할 게다. 또 재생가능 에너지 이용도 활발해질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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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순진 교수. ⓒ프레시안(김봉규) |
"서울 사람이 왜 부산 사람과 같은 전기요금 내나?"그리고 나는 왜
서울 사람들이
부산 사람과 똑같은 전기요금을 내야하는지 모르겠다. 지역별로 전기요금이 달라야 한다고
본다. 예컨대 부산에서 만든 전기를 서울에서 쓴다고 하자. 멀리서 전기를 가져오면, 전력손실이 필연적이다. 에너지 낭비가 생긴다는 말이다.
발전소가 있는 지역의 환경에 부담을 주면서 만든 전기를 모든 곳에서 같은 가격에 이용한다면, 누가
자기 지역에 발전소를 짓자고 하겠나. 그러나 발전소로부터 거리가 멀수록 전기요금이 올라간다면, 자기 지역에서 쓰는 전기는 자기 지역에서 생산하자는 여론이 생긴다. 발전소가 자기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 때보다는 가까운 곳에 있을 때, 발전소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더 관심을 쏟게 되지 않겠는가. 만약 서울시민들이 쓰는 전기를 서울에서 공급하는 구조가 정착된다면,
친환경에너지에 대한 관심도 더 높아지리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