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관을 운영하는 65세 노인 ‘남우’(박인환)는 오랫동안 해온 자신의 일을 정리하기로 마음먹는다. 수년째 찾아가지 않은 사진의 주인을 찾아주는 마지막 여정을 시작한 그는 떠돌이 약장수 ‘황달주’(남경읍)와 비디오 가게 주인 ‘양은녀’(오미희)를 만나 여정을 함께한다. 한 장씩 사진의 주인을 찾아주는 동안 세 사람 사이에 우정과 사랑이 싹튼다
젊은이들의 로드무비에 거친 삶과 뜨거운 사랑이 있다면, 노년의 로드무비에는 마지막을 준비하는 이들의 조심스러움과 따뜻함이 있다. 오래된 사진의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떠나는 세 노년의 여정을 그린 <푸른 노을>의 분위기가 딱 그렇다. 한 많고 사연 많은 주인공들이 함께하는 여정을 통해, 영화는 그동안 차마 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그들의 사연을 드러내고 서로를 치유하게 만든다. 황혼과 아직 푸른 하늘이 함께하는 오묘하고 아름다운 장면을 의미하는 제목 <푸른 노을>처럼, 인생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새롭게 찾아온 우정과 사랑을 담아낸 희망적인 작품이다.
<수상한 그녀>(2013)를 비롯, 크고 작은 역할로 스크린 활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박인환과 함께 재주 넘치는 남경읍, 품위 있는 오미희가 작품 주제와 어울리는 자연스러운 연기 앙상블을 선보인다. 노인 영화가 많지 않은 시점에서 의미 있게 등장한, 점잖으면서도 따뜻한 세 노년의 로드무비다. 박규식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