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닿는 대로-강원도 정선 아리랑시장
며칠 전, 친구들과 함께 한 강원도 여행길에 먼 길을 돌고 돌아 민요 ‘정선아리랑’으로 유명한 정선에 들러 잠시 아리랑시장을 찾았다. 아리랑시장 입구에는 ‘정선5일장’이라는 커다란 간판과 함께 투박한 강원도 사투리로 장터임을 알리는 ‘언릉 와요, 여가 장터래요’라는 문구가 사람들을 손짓하고 있었다.
정선은 강원도 지역 대부분이 그렇듯 산이 높고 골짜기가 깊은 곳에 조성된 산골마을이다. 동쪽으로는 삼척, 서쪽으로는 평창, 남쪽으로는 영월과 접해 있다. 그렇다 보니 봇짐장수들에 의해 동해의 수산물이 태백산맥의 높은 고개를 넘었고, 또한 영서지방에서 생산된 특산물이 영동지방으로 전해졌다.
정선은 남한강 상류에 있어 물길로는 멀리 한양까지 이어져 있었다. 특히 두 갈래의 물길이 한 데 모이는 여량리의 아우라지는 조선시대 때 한양으로 가는 뗏목의 출발지이자 배가 들어오는 나루였다. 그래서 정선지역에서 나는 목재와 특산품이 이곳에서 한양까지 운반되었다.
정선은 태백산맥에 둘러싸여 있어 첩첩산중이지만 예부터 사람들이 살았고, 산길과 물길을 통해 대처와 이어져 있었다. 따라서 구성진 가락의 정선아리랑은 이러한 지리적 환경에서 불리고 널리 퍼졌다. 그래서 정선아리랑은 애달프고 구슬프면서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얼굴을 닮아 순박하다.
정선은 물길을 거슬러 아우라지나루에 뗏목이나 배가 들어오는 날이면 장날이 아니어도 언제나 난장이 섰다. 그리고 광복 이후 탄광에서 석탄을 대량 채굴하면서 호황을 누리게 된다. 이에 따라 탄광촌에 주민들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정선 읍내장을 비롯해 동면장과 남면장이 개설되었다.
정선은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광산산업이 위축되자 광업 대신 관광업에 눈을 돌렸다. 그래서 정선5일장과 연계한 관광열차를 통해 여행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아리랑시장은 1966년에 개설되었고, 상설시장과 2, 7일이 장날인 정기시장이 함께 열리며,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토요일에도 장이 선다.
아리랑시장은 2012년에 문화관광형시장으로 선정되었다. 그리고 계절에 따른 각종 산나물과 약초, 그리고 감자, 더덕, 마늘 등 농산물을 팔고 있다. 예전에 아우라지에 배가 들어오면 장이 섰던 것처럼 이젠 관광열차가 도착하면 정선아리랑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시장이 북적거리고 활기가 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