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유동성의 한국 유입이 계속되면서 원화값이 최근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자 외환당국과 수출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시장 전문가들은 양적완화 축소가 미뤄진만큼 가파른 원화값 강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수출 기업들은 대책 마련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매경포렉스그룹 소속 전문가 10명에게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들이 예측한 연말 원화값은 1072.5원이었다. 하지만 이 중 절반 가걍이 연말 원화값이 달러당 1060원대 위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고 하반기 중에는 일시적으로 이보다 더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많았다.
응답자 중 5명이 연말 원화값이 달러당 1050~1060원대를 전망했고 나머지 5명은 1080~1090원대를 예상했다. 1054.7원도 올해 안에 깨질 수 있다고 응답했다.
원화값 강세를 예상한 전문가들은 연준이 양적완화 축소를 시행해도 원화강세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무역수지 흑자가 계속되고 있고 글로벌 유동성이 신흥국을 빠져나와 한국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설문조사에서 다수의 기관이 FOMC 이전과 비교해 원화값 강세로 예측했다. 전체적인 컨센서스도 기존 연말 달러당 1078.3원에서 1072.5원으로 전망치가 올라갔다. 달러 약세가 지속되면서 엔화 약세 속도도 느려질 것이라는 응답도 기존보다 늘어났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원화값 강세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미 연준이 이번에는 양적 완화 축소를 미뤘음에도 불구하도 결국엔 시행할 것이기 때문에 이는 달러화 강세로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석찬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양적완화 축소 시기만 바뀌었지 큰 흐름은 바뀌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연말 원화값은 1080원에서 1090원 사이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달러당 원화값이 7개월만에 최고치 수준에 도달하자,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최희남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정책국장 주재로 수출입 업체들을 만나 동향을 점검했다. 특별한 대책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원화값 상승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경우 조만간 구두 개입 등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시선이 우세해졌다.
23일 달러당 10원이나 올라 8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던 원화값은 24일에도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일 대비 1.6원 오른 1072.2원에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