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째 날인 목요일은 거의 종일 복지관에 있으며 복지 체험을 하였다. 어르신들의 머리를 말려드리고 로션을 드리는 게 주 업무였다. 처음에 머리를 말려드릴 때 미용사가 된 기분으로 스타일링을 하며 말리다가 어르신께서 그렇게 말고 모든 머리가 뒤로 넘어가게 말려달라 하셨다. 생각해보니 멋 낼 필요 없이 생활에 편리한 머리 모양이면 되었다. 평소 어르신을 접할 일이 없어서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라 재밌었다.
김 선생님의 간단 OT도 재밌었다. 지금은 창대해진 이 사업이 시작은 ‘그냥 해보자’였다는 것에 감명받았다. 필요하니까 한다. 지역 주민과 어르신들이 필요하다고 했고, 점빵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지만 일단 시작하셨다. 영광 지역 공동체를 보살피는 활동이자 많은 이에게 영감을 준 활동, 대산농촌문화재단의 대상을 받은 사업의 시작은 '일단 함' 이라는 게 진실되면서 희망을 주는 느낌이다.
그리고 별의별 이주 사업을 참여하시는 마음에도 감명받았다. 사실 인력이 필요하고, 그 인력을 확보하는 연결다리로서 별의별 이주에 참여하는 건데, 참여하는 청년들은 대부분 가벼운 마음으로 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것을 인정하신다고 했다. 농촌에 대한 어떠한 생각이 청년들 마음에 심기기만 해도 만족하신다고. 사실 나는 기간 조정이 가능하다 해서 일주일 참여하는 것으로 이 프로그램에 신청했었는데, 몇몇 지역에서 거절당했었다. 알고보니 해당 지역들은 이주일 이상, 장기적으로 지낼 사람을 환영한다는 의미로 기간 조정이 가능하다고 한 것이었다. 해당 지역들은 열매를 원한 것 같다. 씨앗을 뿌리는 역할을 받아준 여민동락에 감동했다.
마지막 날은 금요일은 여민동락의 하이라이트 ‘동락점빵’을 경험하게 됐다. 비가 갠 후라 날씨는 기가 막히게 좋았다. 트럭의 확성기가 울려 퍼지고, 어르신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경로당을 중점으로 골목골목 점빵이 돈다. 한 어르신은 며칠 전 돌풍이 분 것 때문에 장판이 다 뒤집어져 있었다. 거동도 힘드시고 말하기도 힘드신 분인데, 동락점빵이 아니었으면 도움을 얻기 어려우셨을 것 같다.
이동하며 어르신들게 물품을 제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안부도 물을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은 시스템인 것 같다. 다른 농촌 지역에도 이러한 것이 퍼졌으면 싶었다. 다만 겪어보니 보통 일이 아니라고 느꼈다. 물품을 관리하고 채우고, 판매하고 장부에 기록하면서 어르신들의 성함과 상황을 익히고 말동무까지 소화해야 한다. 시간에 맞추어 이동하는 계획성과 꾸준한 실천력, 골목을 다니는 운전 실력, 수시로 탑승하고 내리고 물품 칸에 탔다가 다시 내리고 운전석에 탑승하는 민첩성과 체력도... 트럭 방송의 데시벨도 익숙해져야하고 무더운 여름과 매서운 한파까지 견뎌야 한다. 최소 두 명은 있어야 일이 수월할 것 같았다. 이 좋은 시스템이 전국 시골에 도입되려면 정부의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p.s. 추후 남자친구에게 영광에서 있던 일들을 말해주었다. 다 듣더니 남자친구가 말했다.
"동락점빵 시작하신 분들 영광 출신 아니지?"
"엥 어떻게 알았어? 직원분들 거의 다 타지 출신이시더라"
"원래 나고 자란 사람은 익숙해져서 자기 지역의 문제점이 안 보이거든"
덧붙여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해나가는 여민동락의 모습에 감명받았다고 했다.
말하지도 않았는데 이런 특징을 발견한 것이 신기해서 남겨본다
#별의별이주 #사회적농업 #농촌살아보기 #여민동락사회적농장 #묘량살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