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창 밖을 바라보며 / 용해원
내 마음을 통째로
그리움에 빠뜨려 버리는
궂은비가 하루 종일 내리고 있습니다
굵은 빗방울이
창을두드리고 부딪치니
외로워지는 내 마음이 흔들립니다
비 내리는 창 밖을 바라보면
그리움마저 애잔하게
빗물과 함께 흘러내려
나만 홀로 외롭게 남아 있습니다
쏟아지는 빗줄기로
모든 것들이 다 젖고 있는데
내 마음의 샛길은 메말라 젖어들지 못합니다
그리움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눈물이 흐르는 걸 보면
내가 그대를 무척 사랑하는가 봅니다
우리 함께 즐거웠던 순간들이
더 생각이 납니다
그대가 불쑥 찾아올 것만 같다는 생각을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창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그대가 보고 싶습니다
맑고
고요한 레만 호수여, 너는 얼마나 내 살아온 어지러운 세계의 반대편에 있는가 - 바이런, '맑고 고요한 레만 호수여'
중에서
차를 몰고 가다 하룻밤
머무는 생수처럼 차분한 에비앙이란 마을,
물안개 자욱한 저녁 호반의 벤치에 앉아 레만 호를 바라본다 멀리 수정처럼 반짝이는 도시 로잔의 불빛
내 삶은 언제나 저 명멸하는 불빛 속에 있었으나 내 영혼은 가교가 놓이지 않은 이편의 호숫가를 배회해왔다
그것이 나의 불행이라면 불행일 터 알프스를 넘어온 별들이여, 그 옛날 절름발이 시인 바이런이 노래한 하늘의 시여
이방의 언어와 한 세기의 세월이 가로놓여 있다 한들 그 무슨 번역이 필요하겠는가
알바트로스의 날개를 타고 나 역시 여기까지 날아온 것이다
부와 명예 또는 권력, 가족이라는 굴레 그 모든 욕망이 나를 부른다 해도 절름발이를 태운 알바트로스는 어디에도 내려앉지 못한다
날개를 접을 수가 없다 그것이 나의 불행이라면 불행일 뿐
한때 내 마음의 절뚝거림이 어색하게 부유하던 호반 저편의
불야성을 뒤로 한 채 물비린내처럼 사십대는 오고 내 불구의 유일한 가교인 무지개 그리고 먼 곳의 아내여,
내 이
세상에 와서 얻은 건 사랑과 늙음, 오직 그 두 가지였나니
나 잠시 호숫가 저녁 벤치에 지친 날개를 접고 그래 내
절름발이 영혼을 기대고 저 레만 호의 크기만큼 울고 싶구나
- 유하의 ‘레만호에서 울다’
카페 게시글
♧ 안장훈 방 ♧
'맑고 고요한 레만 호수여' / 바이런, 비 내리는 창 밖을 바라보며 / 용해원
jh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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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5.22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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