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짬뽕의 바로 그 맛'비취원'
수원 시내에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중식당이 많지만, 최근 짬뽕으로 노장 미식가의 입소문을 타고 있는 집이 호텔캐슬 내 중국집이다. 내 생각에 짬뽕은 허름한 주방에서 몇십 년 손때가 묻는 웍(중식 튀김팬)에 재료를 볶다가 육수를 부어야 제 맛이 날 것 같다. 순댓국밥은 시장통에서 먹어야 제 맛이 나는 것처럼. 하지만 이곳은 시장통 짬뽕을 호텔급 수준으로 잘 끌어올렸다. 얌전하게 정성 들인 오징어칼집부터 코끼리조개, 패주, 해삼, 죽순 등 재료가 모두 신선하고 고급스럽다. 국물 또한 얼큰하며 맵지만 뒷맛의 여운은 참 부드럽다. 점심이면 나이 지긋한 분들이 모두 짬뽕을 먹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가격은 높지만 퀄리티가 떨어지지 않는다.
〉〉 비취원: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우만동 144-4 호텔캐슬 2층. (031)211-6666. 짬뽕 1만2100원
면과 국물의 환상 밸런스'영빈루'
짬뽕 마니아라면 평택(송탄)의 영빈루를 손가락 안에 꼽는다. '짬뽕의 명가'라는 칭호까지 하사하는 사람도 있다. 1970년에 문을 열었으니 역사도 긴 편이다. 왜 인기일까? 대부분의 음식이 그렇듯 밸런스가 맞으면 생명도 길다.
칼집을 조밀조밀하게 낸 오징어를 곱게 채 썰고 그에 맞춰 돼지 고기채도 들어간다. 면발은 국물이 잘 배어들게 부드럽게 삶아져 나온다. 짬뽕의 생명인 국물은 진한 고추기름 맛이 나고 색도 진하다. 기름기에 약한 사람들은 담백함이 덜하다고 평할 수도 있겠지만, 간은 제대로 밴 맛이다. 푸짐한 양의 짬뽕에 익숙한 사람들은 곱빼기를 시켜야 만족한다. 위생과 친절한 서비스는 기대하지 마시라. 짬뽕 가격이 2500원에서 4000원으로 오른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 영빈루: 경기도 평택시 신장동 212-10. (031)666-2258. 짬뽕(보통) 4000원, 곱빼기 4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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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왼쪽에서부터 '복성루'의 짬뽕, '부부옛날자장면'의 손짬뽕, '비취원'의 짬뽕.
수타면의 쫄깃한 감촉'부부옛날자장면'
국도변 길가에 꼭 빠지지 않고 있는 것이 손자장집이다. 부부옛날자장면 집도 흔한 자장면 집이다. 길거리 자장면집 치고 약간 크다는 것 외에는 어떤 특징도 없다. 머리를 쥐어짜며 만들었을 듯한 메뉴판이 재미있다.
해산물·돼지고기·닭고기를 한꺼번에 넣은 육해공짬뽕, 고추항아리짬뽕 등 한 번쯤 갈등하게 만드는 메뉴도 몇 개 있다. 하지만 가장 단순한 손짬뽕을 주문해야 된다. 무언가 다른 재료가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얼큰한 맛에서 점점 멀어진다. 작은 낙지 한 마리와 홍합, 양파가 듬뿍 들어간 국물은 제법 시원하다. 면발을 직접 뽑고 있으니 불규칙한 굵기의 쫄깃한 감촉이 좋다. 충남 내륙을 지날 때, 동네 명물로 자리 잡은 이곳에서 손짬뽕으로 한 끼를 해결하는 것은 큰 즐거움이다.
〉〉 부부옛날자장면: 충남 예산군 신암면 신택리 80-7. (041)331-3320. 손짬뽕 6000원, 육해공짬뽕 7000원, 삼선짬뽕 7000원, 굴짬뽕 7000원 등
해산물 풍부한 군산짬뽕'복성루'
넘칠 듯 빨간 국물이 넘실대는 냉면사발이 나온다. 손님이 어설프게 옮길 수도 없다. 그릇이 뜨겁기도 하고 국물과 건더기의 양도 심상치 않다. 특히 짬뽕의 고명이 인상 깊다. 항구도시 군산의 체면을 살려 꼬막, 조개 등 해산물이 풍부한데, 그 위에 부드럽게 볶은 돼지고기가 사뿐히 올라가 있다. 처음부터 다른 재료들과 섞은 게 아니고 고기볶음을 따로 해서 올렸기 때문에 섞어 먹는 맛이 독특하다. 자장면 가격은 줄곧 같은데, 인기의 짬뽕 가격은 사부작사부작 오르고 있다. 볶음밥 주문은 영업 시작 10시 40분부터 11시까지만 받고, 그 뒤부터는 오로지 짬뽕에만 몰두한다. 오후 4시면 문을 닫는다.
〉〉 복성루: 전북 군산시 미원동 332. (063) 445-8412. 짬뽕 5000원, 자장 4000원, 볶음밥 5500원
섬 짬뽕은 백짬뽕 '청해반점'
완도에서 배를 타고 50여분 들어가는 청산도. 영화 '서편제'로 유명해진 섬이다. 섬에 들어가면 한없이 정겨운 오솔길과 손으로 직접 쌓아올린 돌담집이 죽 이어진다.
이곳의 맛있는 음식을 손꼽으라면, 한 접시의 회보다도 짬뽕이 먼저 떠오른다. 청해반점은 개업한 지 1년 남짓 된 곳이지만 짬뽕국물 맛만은 원숙하다. 빨간 짬뽕도 좋지만 백짬뽕이 더 매력적이다. 삼겹살을 센 불에 볶아 기름을 걷어낸 뒤 다른 해산물과 채소를 넣어 짬뽕을 뽀얗게 끓인다. 고명으로 나온 삼겹살이 무색할 정도로 국물 맛이 개운하다. 바로 섬짬뽕 국물 맛이다.
〉〉 청해반점: 전남 완도군 청산면 도청리 943-7. (061)554-6332. 백짬뽕 5000원, 짬뽕 4500원
●늘비식당_ 경상남도 산청군 생초면 어서리 267-23. 055-972-1903.
어탕국수(소면) 6000원, 어탕칼국수 7000원, 어탕밥 6000원
경호강의 맑은 물에서 민물고기를 잡아 파는 일을 하던 아들과 동네에서 손맛을 알아주던 어머니가 10여년 전 함께 가게를 차렸다. 아들이 잡아온 물고기로 어머니가 국수를 만들어 팔고 있는 '늘비식당'이다. 매일 잡히는 고기가 다른 까닭에 식당입구 수족관에는 철따라, 그날의 상황에 따라 물고기 종류가 항상 달라진다. 아들이 고기를 잡아오면, 어머니는 생선을 오래 고아낸 후 생선뼈를 발라낸 후 양념을 한다. 된장, 고추장을 베이스로 산초가루, 방앗잎 등 한국의 각종 허브라 할만한 향이 있는 잎과 들깻가루를 넣어 민물생선의 비린 맛을 입맛 당기는 맛으로 바꾸어 놓는다. 어머니의 마술이다. 이 집에선 이를 '어탕국수'라 부르는데 무척 걸쭉한 국물에 소면국수가 들어가 있다. 밥이 들어간 '어탕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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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같은 생선이지만 만드는 이의 손길에 따 라 우러나오는 맛이 달라진다. 왼쪽 위부 터 시계방향으로 조샌집 어탕국수, 면천 가든 어죽, 어부의 집 밑반찬, 늘비식당 에서 물고기 살을 발라내는 모습, 강변가든 뱅뱅이.
●어부의 집_ 전라북도 무주군 무주읍 내도리 1854-1. 063-322-0503.
어죽 6000원
'어부의집' 할머니는 가난한 집에 시집와서 놀음하는 남편 뒤치다꺼리를 해가면서 재산을 불렸다. 비결은 할머니의 손맛이었다. 일생의 고생한 이야기를 듣자니 어죽 장맛이 어찌 깊지 않으랴 하는 생각이 든다. 집 앞 강에서 어떤 물고기가 잡히느냐는 질문에 피리, 메기, 빠가사리, 눈치 등을 읊어댄다. 모두 물이 맑아야 볼 수 있는 물고기들이다. 이런 물고기를 삶은 뒤 손으로 발라내어 어죽을 끓여낸다. 국물은 고추장으로 맛을 내고, 소면과 손수제비를 넣어 마무리한다. 이 집 어부는 바로, 당찬 할머니의 남편이다. 무주에 가면 꼭 들러볼 만한 어죽집이다.
●면천가든_ 충남 당진군 면천면 원동리 298-6. 041-356-3572.
어죽 5000원, 미꾸라지튀김 2만원, 메기매운탕 2만원
충청지역에서는 어죽에 쌀과 국수가 모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면천가든'의 '어죽'은 밥보다는 국수의 양이 훨씬 많아 죽이라고 부르기가 좀 어색할 수도 있다. 면천가든의 어죽은 얼큰하면서도 크림스프 농도처럼 크리미해 면과 조화를 잘 이룬다. 식당 앞에는 면천저수지가 아름답게 펼쳐 있는데 이곳은 오염되어서, 식당에서 쓰는 물고기는 어쩔 수 없이 다른 곳에서 수급한다.
●강변가든_ 충청남도 금산군 제원면 저곡리 265-1. 041-752-7760.
인삼어죽 5000원 (도리)뱅뱅이 1만원
강변가든
금강변 어죽거리 중 30년 이상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곳. 이 집 어죽은 너무 걸쭉하지도 묽지도 않고 밥 반, 국수 반 정도의 비율. 배불뚝이라는 작은 생선을 바삭하게 튀겨 돌려 담은 뒤 달콤한 고추장소스를 얹어 먹는 도리뱅뱅이 위에는 미삼이 올라가 가 있다. 인삼으로 유명한 금산인 만큼 어죽에 인삼을 활용한 곳들이 많다.
산마루가든
낚시꾼들에 잘 알려진 예산의 예당저수지 근처에도 어죽집이 많다. 진한 고추장빛으로 뭐 그저 그런 맛이려니 하고 생각했는데 막상 먹어보면 밥, 소면, 수제비가 고루 들어있어 씹는 맛과 얼큰하면서도 구사한 맛이 서로 잘 어울린다. 백숙 등 다른 요리도 있으나 손님 대부분이 어죽을 주문한다.
●충남 예산군 대흥면 노동리 140-6. 041-334-9235. 어죽 5000원, 백숙 3만5000원.
조샌집
지리산, 덕유산 등 고산이 있어 청정계곡이 많은 함양이기에 그 지역 토박이는 천렵한 민물고기의 음식이 익숙하다. 조샌집은 '조생원의 집', 즉 조씨네 집이라는 의미의 사투리로 외관이나 내부가 전혀 특별한 것 없는 식당인데 지역사람들에겐 꽤 알려져 있다. 얼갈이배추를 넣어서 다른 생선국수보다 먹음직스럽게 보인다.
●경남 함양군 함양읍 운림리 35-5. 055-963-9860. 어탕국수 5000원, 민물고기튀김 2만원.
둥구나무추어탕
금산군 추부면은 추어탕 특화거리라고 불릴 정도로 추어탕집들이 많다. 미꾸라지를 갈아서 양념하는 방식이 전라도와 많이 유사한 편이다. 둥구나무추어탕에서는 추어탕육수에 칼국수를 넣은 추어칼국수라는 메뉴가 특색 있다. 비린내가 나지 않으며, 든든한 한 끼 영양식으로 그만이다.
●충청남도 금산군 추부면 마전리 579-8. 041-751-4007. 추어칼국수 6000원, 추어탕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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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옥 45년 전통을 자랑하는 곳. 가다랑어포와 간장을 진하게 우려낸 장국 맛이 감칠맛 난다. 쫄깃한 우동 면발도 맛있다고 소문이 났다. 메밀국수 6000원, 돌냄비우동 6000원. 첫째·셋째 일요일은 쉰다. 서울 중구 남대문로4가. (02)752-3297
■오무라안 국내 거주 일본인들 사이에서 본토 맛에 가깝다고 소문난 집. 본점은 일본 아자부주반에 있다. 가다랑어포와 고등어포를 섞어 한데 우린 장국 맛이 무척 진한 편. 국수 끝에만 살짝 찍어 먹어야 한다. 메밀국수 7000원, 메밀국수 정식 2만2000원. 서울 강남구 역삼동. (02)569-8610
■유림면 메밀껍질까지 함께 갈아 면을 뽑아내는 곳. 덕분에 메밀 향이 짙고 국수 면발도 꽤 탄력 있다. 메밀국수 6000원, 비빔메밀국수 7000원. 서울 중구 서소문동. (02)755-0659
■미진 대전에서도 가장 유명한 맛집으로 꼽힌다. 부드럽고 차진 수제 메밀국수 면으로 유명하다. 메밀국수 5000원, 메밀우동 6000원. 대전 서구 둔산1동. (042)487-16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