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공교육 정상화 방안’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드리는 공개 질의서
영어 무시험이 우리 나라 국제화의 경쟁력!
김정도
‘국력 낭비의 영어 교육’인가, ‘서민 경제 살리기’인가
이명박 대통령님, 오늘의 영어 교육과 영어 시험은 혈세 낭비의 온상인 것을 아시는지요?“ 영어 시험 성적은 ‘세계 1등’ 이지만, 실력은 ‘꼴찌’를 면하기 어려운 현실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우리 공교육에서 영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높기에, 학생들이나 학부모는 오늘도 몸과 마음이 시달리고 허리가 휠 정도로 비싼 돈을 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영어 교육’을 획기적으로 바꾸고자 하는 이명박 정부의 뜻은 마땅히 존중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물음을 빠뜨리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어 교육’은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보다 ‘왜’ 가르쳐야 하는지 먼저 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일이든 ‘목적’과 동떨어진 ‘정책’은 늘상 모순된 결과만 빚을 뿐이니까요.
대통령님! ‘영어 교육’ 정책은 이미 김영삼(YS) 정권 때 ‘조기 교육’으로 크게 강조되고, ‘공교육 정상화’를 무턱대고 강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 결과는 익히 아는 대로 ‘파행 교육’에 그쳤습니다. 예를 들어, 국민 계층 간의 위화감, 고귀한 외화 유출, 어린이 혀 수술 유행 풍조, ‘기러기 아빠’를 대량으로 늘렸을 뿐입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이런 역사의 교훈은 아랑곳하지 않고, 한 술 더 떠 ‘제2의 영어 공교육 정상화’에 4조 원의 막대한 돈을 들이겠다고요? 영어 전문 교사 23,000 명을 새로 늘려서 초, 중, 고에 배치하는 등, 검증되기 어려운 전무후무의 정책을 밀고 나가시겠다고요?
대통령님! 그런데, 이런 ‘제2의 영어 공교육 정상화 정책’을 밝힌 뒤 우리 사회의 흐름이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이미 각종 영어 시험 대비 강좌를 진행하는 사설 교육 기관의 ‘주식값’이 폭등하고, 직장이나 학교에서 연수나 유학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것이라 예상합니다. 영어 사교육 관련 업자들이 표정관리를 할 정도니까요. 이미 정부 연구 기관이 밝힌 영어 사교육비의 규모는 무려 20조 원, 한 해 우리나라 예산의 10%에 이르는 돈입니다.
대통령님! 국무회의에서 서민 경제를 걱정하셨다고요? 마땅히 대통령으로서 예산 절감에 노력해야 하고, ‘작은 정부’를 내세워 예산 절감 10%도 공약한 바 있으시죠? 그런데, 라면 값 ‘100원’이 올라 물가가 서민들을 압박하게 되는 것을 걱정하시면서, 또 다시 검증되기 어려운 무모한 ‘제2의 영어 공교육 정상화 ’ 강행이 옳은 일일까요? 잘못된 나라 정책에 나라 예산 4조 원을 들이는 일은 옳은 일인가요? ‘혈세 낭비’가 되지 않을까요?
‘서민 경제’와 앞뒤로 맞지 않은 ‘제2의 영어 공교육 정상화’ 예산을 집행하려는 진정한 뜻이 도대체 무엇인지 똑똑히 밝혀 주십시오. ‘국민을 섬기는 자세’로 말씀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영어 시험 폐지’는 ‘통행 금지 폐지’와 같은 일
대통령님! ‘영어 시험’을 폐지하십시오. 이것은 영어 교육의 질을 드높이고 우리나라의 국제화 경쟁력을 드높이는 ‘영어 교육 정책’이 될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 국민이면 누구나 겪은 삶의 지혜에 바탕을 둔 ‘정책’입니다. 돌이켜 보세요! 불과 20여 년 전 까지만 해도 야간 통행을 금지(밤12시부터 새벽4시까지)했었죠? 귀가하려고 동분서주 하거나 비싼 호출 택시마저 놓치면 경찰의 검문 검색을 피해 숨어 다니거나 잡혀 갈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일반 국민들은 누구나 그 무렵 통행 금지가 없어지면 전쟁이 나거나 큰일이라도 벌어질 것 같은 불안을 느낄 정도였어요. 마치 숙명인 양 불편함을 참고 살아 온 그때, 그 불편함이 어떠했습니까? 요즘 젊은 세대의 경우라도 당장 오늘 야간 통행 금지를 실시하면 어떻게 될지 상상해보고서 반대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통행 금지’로 과연 우리가 지내는 오늘날의 자유롭고 창의적이며 다양하고 생산적인 국민의 삶이 어느 정도로 제한받을까요?
아무튼 그렇게 불편하던 야간 통행 금지는 1985년 1월 5일 자로 폐지되었습니다. 하지만 결코 우려하던 간첩 천국이 되거나 전쟁이 발생하지는 않았고요. 이런 경험 사례를 보면, 야간 통행 금지가 필요 할 수도 있었겠지만, 국민을 섬기려하기보다 통제하고 다스림의 대상으로 두려 했던 독재 정권의 유지 차원이란 이유가 깔려 있었다고 봅니다.
‘영어 시험 폐지’ 해도 ‘생활 영어’ 누구나 가능
대통령님! ‘영어 시험 폐지’가 혈세 낭비를 막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지나친 비유라 할지 모르겠지만 영어 시험도 ‘야간 통행 금지’ 처럼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확고한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대학 입학 때까지 영어시험을 중단한다고 해서 우리의 영어 교육이 더 이상 나빠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영어 시험이 없이 자율로 배울 수 있고, 가르치게 된다면, 나라가 필요한 정도 이상의 실력 있는 영어 전문가를 기를 수 있습니다.
대통령님! ‘영어 시험 폐지’로 ‘실력 있는 영어 전문가’를 길러내는 근거가 무엇이냐고요? ‘시험 점수 따기’에 치우친 현재까지의 ‘공교육 영어’는 대통령님을 비롯한 온 국민이 바라는 ‘올바른 영어 공부’라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짐작하신 대로 우리는 아직도 일본 제국주의 시절 배웠던 식민지식 영어를 학교에서 제자리 밟기로 가르치고 배웠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우리나라 영어 교육의 문제는 누구나 알고 있듯이 발음, 어순, 문화적 배경 습득 미비라 할 것입니다.
대통령님! 우리나라 사람이 영어를 잘 못하는 까닭을 좀더 똑똑히 밝혀 보고 싶습니다.
첫째, 세계에서 가장 영어 발음을 못한다는 일본식 발음 탓이 큽니다. 광복한 뒤로 이것을 바로 고치지 못했습니다. 물론 지금은 많이 나아졌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나라 공교육의 결과라기보다는 일부 해외 연수 등의 영향이 크다고 봅니다. 따라서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수학 공부의 바탕인 구구단의 원리처럼 표준 발음 교정 방법을 개발하여 보급하면 됩니다. 이것은 영어권 외국인과 대화를 매끄럽게 하고, 영어로 한국을 널리 알리려면 꼭 필요한 일이니까요.
둘째, 우리말은 중국말이나 영어와 말차례(어순)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말로 "나는 내일 부산에 간다" 지만 영어는 “나는 간다/ 부산에 /내일” 과 같은 식으로 말합니다(I will go to Pusan tomorrow). 이처럼 학생들이 우리말과 다른 영어 어순이 익숙해질 때까지 상대 학생과 반복하여 연습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입니다.
셋째, ‘영어’에 담긴 서양 사람들의 문화적 배경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지만 단순히 영어책을 읽고 번역하는 것만으로서는 부족합니다. ‘말’은 한 나라나 겨레의 ‘문화’를 나타내지 않습니까? 따라서 ‘영어’의 문화적 배경을 알아야 영어다운 영어를 가르치고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때 예산 절감을 하려면 초등 교사의 경우 국내의 영어 마을 등에서 교사들부터 원어민에게 영어에 담긴 문화 배경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국내 연수처럼 전문 영어 교육이 필요한 중, 고교 교사라면 영어권 해외 연수가 매우 바람직할 것입니다. 이것은 대통령님이 바라는 ‘국제화’를 위한 ‘산 영어’를 실제로 교사들이 교육 현장에서 실행할 수 있는 최소 조건이라 생각합니다.
넷째, 가산급을 전제로 현행 학교의 교사들 중 희망하는 이가 영어를 가르쳐야 합니다. 초등 교사의 경우는 전공을 불문하고 희망하는 교사가 영어를 교육할 수 있도록 연수케 합니다. 조기 영어가 바람직함은 검증된 사실입니다. 단, 일부 교사의 자질과 학습 여건이 문제였지요. 따라서 ‘인수위’의 계획보다 시간이 2~3년 더 걸리더라도 희망하는 초등 교사가 영어를 가르칠 수 있도록 연수한 뒤 담임 반 학생들이 영어를 가르치게 한다면 부족한 초등 영어 교사 및 나라 예산을 알차게 쓸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연수 뒤 초등 영어 교사 자격증을 딴 교사에게 가산급 제도를 실시해야 합니다. 가르칠 뜻을 잃게 하지 않으면서 그래도 23,000명의 전문 교사 채용에 따른 교사 사이 위화감도 막을 수 있겠지요. 맹목적인 교사 해외 연수로 물쓰듯 하던 예산을 아낄 수 있을 것입니다.
다섯째, 영어 교육은 철저하게 ‘자율’의 원리로 학생들의 희망에 따라야 합니다. 그래서 등급으로는 A, B, C로 나눌 수 있지만, 이것은 반드시 학생 저마다의 희망을 살려서 편성해야 합니다. 그래서 ‘똑 같기’ 보다 ‘다 다르게’ 차별화 교육을 실시해야 합니다. 지금과 같이 전 국민(학생)이 같은 교재로 영어를 배우는 것은 국력 낭비일 수 있습니다. 영어교사, 외교관 지망 학생들과 여행 목적 등으로 생활 영어를 필요로 하는 학생들과는 다르니까요. 누구에게나 전문 수준의 영어를 강요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죠. 전문 영어가 필요하면 누구나 언제든 전문 영어 강의를 받을 수 있도록 하면 됩니다. 아무튼 학생의 희망에 따라 A, B, C 등으로 차별화시키고 영어 공교육을 정상화하면 ‘영어 시험’ 없이 고등 학교만 졸업해도 ‘생활 영어’는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이제껏 해 온 ‘영어 시험 공부’를 ‘생활 영어 말하기 공부’로 바꾸면 되기 때문입니다. 정치지도자의 사고전환이 절실하다 할 것입니다. 대통령님! 우리 겨레는 세계 어느 겨레보다도 ‘언어 사용 능력’이 우수하다고 합니다. 특히 ‘발음’은 우수합니다. 그래서 우리처럼 ‘영어’를 널리 쓰고자 하는 나라에서 ‘저비용 고효율의 영어 교육 방법론’이 필요할 때 ‘문화 수출’의 사례가 될 것입니다. 아무튼 우리 겨레가 자랑하는 우수한 한국 문화도 제대로 살리고 알리는 일, 세계인이 배우고 싶은 한국어 문화를 개발함은 이명박 정부가 해야 할 ‘언어 정책의 처음과 끝’ 일 것입니다. ‘지구 마을 온 세상’에서 한국인은 ‘자율’을 바탕으로 ‘개성’ 있고, ‘창의력’이 있는 사람이 ‘경쟁력’을 갖춘 사람이 될 것입니다.
‘영어 시험 폐지’는 ‘저비용 고효율 ’ 의 열쇠
대통령님! 그동안 우리의 영어 교육 정책과 방법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온 국민이 ‘영어 시험’이란 고통의 늪에서 허덕였습니다. 하지만 21세기 실용 정부를 내걸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서 ‘영어 시험 폐지’를 실시함으로써 우리 겨레의 ‘자존심’을 드높이고 누구나 새롭게 희망과 용기를 지니게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바야흐로 ‘10% 이상 나라 예산 절감’으로 ‘7대 강국’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세계 속에 나아갈 한국인으로서, 한국을 찾아 우리 한국어와 문화를 배우고자 힘쓰는 이들에게 한국말과 한국 문화를 제대로 알리고 더욱 빛내는 길이 참된 영어교육의 국제화일 것입니다. 이제 그 지름길은 ‘영어 시험 폐지’에 있음을 국민 여러분과 이명박 대통령님께 간곡히 호소하며 긴급히 질의합니다.
2008년 2월28일
소장: 김정도(영어 강사, 010-7145-5043, jdjudge@hanmail.net)
부소장: 문학박사 김두루한(상명대 강사, 011-705-6579, duruhan@hanmail.net)바른길 영어 교육 연구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