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는 어떻게 형성되었나?
아주 오랜 옛날에 냉랭한 우주 공간의 한 귀퉁이에서 티끌, 먼지, 돌덩어리, 기체가 모이면서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수억 년 동안에 덩어리는 덩어리와 합쳐져 원시 지구를 형성하였다. 크고 작은 운석들이 충돌할 때 생긴 열과 지구 중심으로 작용하는 인력과 압력에 의한 열은 지구 내부를 수천 도의 열로 들끓게 하였다. 이때 암석 속에 들어 있던 방사성 동위원소들이 열을 내기 시작했다. 지구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45억년 전에는 현재 지구에 들어 있는 방사성 원소의 양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방사성 원소가 있어 다량의 열을 방출, 지구 내부를 가열하는 데 참여했다.
원시 지구를 이룬 잡동사니들이 용해되면서 가벼운 것은 지구 내부로 이동하여 분리되었다. 쇠고기를 물에 넣고 끊이면 기름이 뜨듯이 육지를 만든 물질이 지표로 떠올랐다. 육지를 이룬 물질은 밀도가 작거나 비중이 작은 암석으로 되어 있었다. 바다 밑의 돌은 육지의 암석보다 밀도가 큰 검은 돌(현무암)이다. 이 돌은 육지의 암석보다 무겁기 때문에 영영 육지처럼 높이 솟아 있을 수 없을 뿐 아니라 물로 덮여 물 표면 위로 나타날 수도 없다. 이렇게 하여, 육지와 바다가 숙명적으로 존재하게 된 것이다. 육지는 40억년 전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하여 점점 그 면적이 증대되고 있지만, 겨우 지구 표면적의 30%를 점령한 데 불과하다. 아직도 육지는 성장하고 있으나 그 양은 미미하다.
지구의 30%인 육지 중에서 극히 작은 면적을 점한 것이 한반도이다. 한반도는 젊지 않은 땅이다. 다시 말해, 30억 살쯤 먹은 늙은 돌로 꽉 찬 땅이다. 주변의 중국이나 일본보다 훨씬 오래된 곳이 한반도이다. 중국은 대륙의 반 정도가 우리와 비슷한 30억 년의 나이를 먹었지만, 나머지 반은 4억~5억년 정도로 매우 젊은 땅이다. 일본 역시 가장 오래된 암석이 4억~5억년 밖에 되지 않아 우리와는 비교가 안 되는 젊은 땅이다.
한반도의 지형도 한반도 지질도
중국의 중서부와 남부는 산맥의 연속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들 산맥은 모두 습곡산맥이다. 높은 습곡산맥은 그 땅이 요동치며 변동하고 있음을 여실히 나타내 주는 증거물이다. 이들 여러 산맥들은 히말라야 산맥과 거의 평행한 산세를 보여 준다.
한국에는 이런 변동대가 없다. 따라서, 지진의 위험으로부터 어느 정도 안전하다. 일본은 섬나라이면서도 호를 이룬다. 이런 '호상열도'를 '화채열도'라고도 한다. 한반도 앞에 꽃으로 아름답게 장식한 듯한 도호이다. 화채열도는 알래스카에서 시작된다. 알류샨 열도, 쿠릴 열도, 일본 열도, 서남 제도, 더 남쪽으로는 필리핀 마리아나 등의 열도가 있는데, 이들 열도는 모두 태평양 쪽으로 배를 내민 모양이다.
한반도와 직접 관계가 있는 것은 태평양으로 동경 부근을 불쑥 내민 일본 열도이다. 일본은 한반도의 입장에서 보면 재난을 막아 주는 방파제와 같은 섬나라이다. 지진과 화산의 피해에서 우리를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만일 일본이 없다면 한반도는 태평양에서 밀어닥치는 재난을 막바로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른다. 태평양 바닥의 암판(이것을 '태평양판'이라고 하며, 그 두께는 약 100km)은 1년에 7.5cm의 속도로 일본으로 밀려오고 있다. 일본에 와서는 같은 속도로 일본 열도 아래로 섭입(subduction)하고 있다.
과거 2백만 년 동안 지구상의 바닷물은 100m 가량 낮아졌던 일이 여러 번(5~6회)있었다. 지금이라도 빙하의 얼음이 증가하여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두꺼워진다면 해수면이 100~130m까지 내려갈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1만 1천 년 전에서 8만년전에도 이런 일이 일어났었다. 황해 바다는 깊이가 최대 70m 정도로 100m를 넘지 않는다. 1만 1천 년전과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난다면 황해는 먼지가 일어나는 들판으로 변할 것이고 우리는 걸어서 중국에 갈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일본과의 사이에도 대한 해협을 자동차를 타고 오갈 수 있을 것이다.
(A)
(B)
한반도 홍적세 후기(A)와 충적세 초기(B) 지형. 홍적세(2백만년전~1만년전)와 충적세(1만년전~현재) 시기의 한반도 주변 지형을 보여 주고 있다. 빙하기에 한반도와 연결됐던 중국과 일본 열도는 충적세에 와서 오늘날처럼 떨어지게 되었다. 빙하기에 중국과 한반도 사이의 황해 사이에는 '대한강'이라는 큰강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당시 이 강을 건너 중국 대륙으로부터 우리나라로 사람과 동물의 이동이 있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1만 1천년 전부터 빙하가 녹기 시작하여 3000년 후인 8000년 전경에는 현재와 거의 비슷하게 물이 가득 차 버렸다. 바닷물이 낮아지는 때를 빙기라고 한다. 이 때에는 온대 지방의 평균 기온이 6℃ 내외로 떨어진다. 현재는 후빙기라고 하는 따뜻한 시대인데, 빙기와 빙기 사이에는 따뜻한 간빙기가 있었다. 현재의 후빙기는 다음에 올 빙기 사이의 간빙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황해가 얕은 바다임에 반하여 동해는 퍽 깊은 바다여서 3,000m가 넘는 곳이 있다. 동해가 어떻게 만들어졌느냐 하는 의문에는 학설이 구구한데, 지질학적인 증거로는 우선 다음과 같이 설명된다. 동해는 5천만-6천만년 전까지 중국, 황해, 한반도와 연결된 육지였다. 동해 육지와 한반도 남동쪽에 위치한 일본 열도는 바다였다. 동해 북쪽의 소련 열도인 시코테 알린(Sikote Alin)산맥, 한국의 함경산맥, 태백산맥을 이은 산맥 동쪽에 단층이 있어서 그 서측 즉, 현재의 산맥과 고원이 점차로 솟아오르고, 단층의 동측 즉, 동해는 가라앉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2천 5백만 년 전부터 5백만 년 전 사이에는 서측이 상승을 중단하고 수백 미터 가라앉다가 5백만년 전부터 현재 사이에 지금의 상태로 솟아올라 해안에 산맥을 만들었다. 동해는 계속 가라앉아 깊은 바다로 변했다. 동해는 한반도 동해안에서 급격하게 깊어진다. 해안으로부터 7km 거리에서 바다의 깊이는 1,000m에 달한다. 함경북도 해안에서는 3km 거리에서 2,000m로 깊어지는 곳도 있다. 이곳의 기울기는 35°나 돼 거의 절벽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태백산맥은 1,500m까지 솟아나고 동해 바닥은 3,000m까지 가라앉아 있다.
동해의 해저 지형 모습. 동해는 평균수심 1,700m의 깊은 해분을 이루고 있으며 대륙붕 발달이 미약하다. 반면, 동해 중앙부에는 얕은 해저 언덕인 대화퇴(뱅크)가 발달하여 좋은 어장을 형성한다. |
동해에 관한 시비를 한 가지만 더 들어보자. 동해는 수천만 년 전에 일본 열도가 자리잡고 있던 곳인데, 그후에 일본이 남쪽으로 이동하여 그 빈자리에 현재와 같은 동해가 생겨났다는 설이 있다. 이 설은 1930년대부터 주장되었고 비교적 최근까지도 조금씩 수정된 채 믿어졌던 일본인 학자들의 생각이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의 지질을 잘 아는 사람들은 이 설을 터무니없는 것으로 일축하였다. 그 주장에 가장 치명적인 것은 일본에는 15억∼27억년이나 되는 오랜 암석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1980년대에 와서는 정반대되는 주장을 한다. 일본은 태평양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아무튼 동해가 생성된 원인은 아직도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평안북도 동쪽과 함경북도에 걸쳐 유명한 개마고원이 있다. 이 고원은 해발 1,000m이상 2,000m까지의 산지를 주로 하고 이에 2,500m 내외의 산을 곳곳에 분포시킨다. 개마고원은 태백산맥과 같은 시기에 솟아올랐지만 그 규모가 태백산맥보다 크고 웅장하다. 이 고원은 만주로 향하여 느슨하게 기울어져 있다. 그러나, 도중에 백두산이 솟아 있고 압록강과 두만강이 흐르고 있다.
개마 고원 일대의 지형도(좌) 함경남도 혜산군 보천면 일대의 지형도(우). 압록강은 깊은 유년곡을 이루고 강연안에는 감입곡류에 의해 원지형면상에 하안단구가 형성되어 있다. 백두산에서 발원하는 압록강과 두만강에 의해 형성된 백두산 일대의 하천지형은 화산폭발 전과 후의 시간차를 두고 해석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먼저, 백두산과 여기서 서쪽 및 동쪽으로 흐르는 두 강을 살펴보자. 개마고원은 5백만 년 전까지는 평야에 가까운 준평원이었다. 그 위를 압록강과 두만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평원을 유유히 흘렀다는 증거는 두 강의 유로를 자세히 보면 알 수 있다. 두 강은 심한 곡류를 하고 있다. 이런 곡류는 산지를 흐르는 강에는 발달되어 있지 않는다. 이 곡류는 깊이 파고 들어간 감입곡류이며, 평원을 곡류하던 그 모양대로 땅을 깊이 파고 들어간 것이다. 준평원이 솟아올라 두 강이 감입곡류로 변하자 큰 화산이 폭발하여 두 강의 상류를 용암으로 덮어 버렸다. 수십만 년 전의 일이다. 곡류하던 강의 상류가 용암과 화산재로 묻혀 버렸다.
백두산에서 남쪽으로 혜산진까지 70km 사이와 백두산에서 동쪽으로 무산까지 약 100km 사이에는 전혀 곡류의 흔적이 없는 것을 보아 알 수 있다. 백두산 용암 위에 생긴 강은 직류하고 있는 것이다. 곡류, 감입곡류, 직류 등의 것들이 개마고원의 역사를 보여 주고 있다.
1,000∼2,000m의 고원에 1,000m 내외의 산체를 만들고 넓게 그 치맛자락을 씌워 산줄기들을 지배하듯이 군림한 백두산에서 뻗어 내린 태백산맥에 대해 알아보자. 태백산맥의 특징은 '10대 1'이라는 수치로 나타낼 수 있다. 서울서 대관령 꼭대기까지는 직선 거리로 약 200km인데 비해 대관령에서 동해까지는 20km이다. 남미의 안데스산맥은 이것이 15대 1이나 습곡 산맥으로 되어 있다. 이 습곡 산맥은 '나즈카판'이라는 대양암판이 남미 서해안 아래로 1년에 9.3cm의 속도로 섭입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 나라 인천-동해의 경동지형 단면 지형도(좌)와 입체 모형도(우)
태백산맥은 습곡산맥이 아니다. 만약 태백산맥에서 서쪽으로 황해를 건너 중국의 타이항 산맥까지를 계산하면 1,200km 대 20km 즉, 60대 1의 경사가 되는 것이다.
한반도는 개마고원, 경기도, 소백산맥 등지에 나타나 있는 것처럼 오래된 돌로 이루어진 곳이다. 즉, 지표에는 없지만 지하 수킬로미터에 숨어 있는, 15억년에서 27억년이라는 대단히 오래된 암석으로 되어 있다. 한반도의 나이를 30억 살로 보는 것도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이처럼 오래된 땅에는 이점이 많다. 지진과 화산이 거의 없는 안전한 땅이라는 점이다. 한편, 곳곳에 연령이 어린 화강암체가 있으니 1억 8천만 년의 위용을 자랑하는 설악산과 금강산이 그 대표적인 것이다. 또, 4억 년 전에는 우리 나라의 시멘트 산업을 일으키게 한 석회암이 무진장으로 생겨났고, 3억 년 전에는 다량의 무연탄이 묻혀 있는 지층이 쌓였다. 다만 석유의 복을 타고나지 못하였음이 아쉽다.
※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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