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나이 때문에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다는 선을 긋는다.
조금은 낯 가지러울 법한 내용이 담긴 초
대장은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 힘든 법으
로 아예 단정짓는다.
아마 체면을 중시하는 습관 탓이리라.
나이가 들면 따뜻한 마음 자락을 내 보이는
일이 더 소중하고 사람들을 편안하게 만드
는 일 일진데 왜 그런 말이나 이야기를
하는 걸 마다하는지 사람들의 세상이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하여 여기에 멋진 초대장과 이에 어울리는
"시" 세 편을 적어봅니다.
초대의 말씀
지나간 날들의 추억을 갈피로 접고
새 날을 맞이하는 자리
더불어 함께하여도 좋을 이와 손잡고
오솔길 따라 걸어 오소서,
두 팔 벌려 내 당신을 맞아 주리다.
♣ 겨울 나무 ♣
사람은
발이 따뜻해야 잠이 오고
소는 등이 따뜻해야
개는 주둥이가
숲에 사는 산새는
가슴이 따뜻해야
잠이 온다고
할머니는 말씀하셨지요.
나무도
발이 따뜻해야
잠이 오나 봐요.
겨울이 되니
옷을 벗어 발을 덮네요.
♡ 다시 장가든다면 ♡
다시 장가든다면 충청도 어디쯤
야트막한 산 아래 양짓녘
동네 어귀에 자동차 세워두고
느긋하게 살아가는
장인어른이 좋아하는 정종 한 병들고
도랑 하나쯤 훌쩍 건너뛰어
논두렁길 질러가면
빠알간 감나무 아래
대대로 살아온 야트막한 기와집
넓은 앞마당엔 누렁이가
한가로이 삭임 질 하고
높은 관을 쓴 장닭이
여러 마리 암탉을 거느리고
체전 밭 두엄더미에 올라
제왕인 듯 노닐고
볕발 아래 백년손 맞아주는
장모님 따라 나온 복실이도 꼬리를
흔드는 그런 집안에 맞 사위로 장가들어
대소가 청년들이 권하는 슬을
밤늦도록 받아 마시고
광목띠로 양 발을 동여매여
대들보에 매달려 북어채로
발바닥 어럴럴 불이 나게 얻어맞고
사위 죽는다고 장모님께 엄살도 부려가며
막걸리 너댓말에 통돼지 한 마리
잡겠노라 허풍도 치다가
고자누룩 한마당에 별 떨어질 때
군불 지핀 사랑방에 들어
분내음 나는 새색시 곁에서
꽃잠 깨면 창호지 구멍으로 드는
햇살 따라 소여물 끓는 냄새
솔솔 나는 그런 아침을 맞을 거야.
오솔길에 내린 눈도 성급하게 치우기보다 적당히
밟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를
아는 이들은 절로 고개를 끄덕일 것입니다.
★ 인생의 여정 ★
여기 빛나는 바다에서
거센 바람이 일어나
테라스를 불어대면,
여기는목포항의 정면
한 남자가 한 아가씨를 포옹하고
그리고 그녀는 눈물을 흘리네
그러면 그는 목소리를 맑게 하여
노래를 다시 시작하네
당신의 목소리는 아주 들떠서
나는 벌써 잘 안다네
여기 하나의 사슬이 있어서
그것이 풀리면 피가 흐르는 것을
바다의 엷은 빛도 사라지고
홍도항의 야경을 생각하며
나는 홀로 등불을 들고 방황하네
하얀 뱃자국이 솟아오르면
음악속의 회한을 느낄 때면
피아노 소리는 고조되는데
그러면 달빛이 구름으로부터
흘러나오는 것을 보면서
그 모습은 부드럽지만 죽음을 닮고
소녀의 시선을 응시하면
그것은 바다와 같은 청록 빛
그러면 예기치 않게 흐르는 눈물
이는 그를 숨 막히게 하고
당신의 목소리는 아주 들떠서
나는 벌써 잘 안다네
여기 하나의 사슬이 있어
그것이 풀리면 피가 흐르는 것을
오페라 가수의 가능성이
감각의 연극을, 거짓이야기로 꾸미는데
그것은 트릭과 흉내로써 이루어지고
이윽고 전혀 다른 것이 된다네
너를 쳐다보는 두 시선
그렇게 와서 너를 보면
너는 그 가사를 잊지 않으리
혼동하며 생각하며
그렇게 모든 것은 외소해지고
홍도의 밤은 그렇게 거기서
돌고 보면서 사는 인생
뱃자국이 솟아오르는 뒤로
인생도 그렇게 끝날 것임을
그리고 인생을 충분히 생각도 못한 채
찬사의 소리만 느끼며
그의 노래를 다시 시작하네
당신의 목소리는 아주 들떠서
나는 벌써 잘 안다네
여기 하나의 사슬이 있어서
그것이 풀리면 피가 흐르는 것을
당신의 목소리는 아주 들떠서
나는 벌써 잘 안다네
여기 하나의 사슬이 있어서
그것이 풀리면 피가 흐르는 것을.
☞ 동문님들 ! 저는 세상을 늘 그러려니 하며
살아가고 있답니다.you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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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원재씨는 시인이며 작가가 분명혀 ! 이런 아름다운 글을 한꺼번에 올리면 어쩐다냐, 하루에 한편씩만 올리재 다 음미 할라면 시간이 좀 걸리는디.............고맙내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