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 등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COVID 19) 백신의 대량 접종이 시작됐다. 접종 시작 전에 확산됐던 부작용 우려는 이미 자취를 감춘 듯하다. 백신 물량을 아직 공급받지 못한 우리나라만 해도 주요 언론들이 정부의 뒤늦은 '백신 확보 전략'을 모지게 비판할 만큼, 부작용에 대해서는 눈을 감는 듯한 모양새다.
하지만, 코로나 백신의 부작용은 언제 터질 지 모르는 '뇌관'이다. 한순간에 '빨리 빨리' 분위기가 '신중하게'로 바뀔지 모른다. 얼마 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백신의 늦장 확보에 대해 비판성 보도가 잦자,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모더나 백신의 부작용 9건을 자세하게 전한 외신 보도를 보도 자료에 첨부하기도 했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간에 백신 부작용에 대한 주의를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스푸트니크V 백신/출처:홈페이지
세계 최초의 승인 백신이라고 자랑한 러시아 '스푸트니크V' 의 부작용에 대해 알려진 것은 아직 별로 없다. 뒤늦게 접종을 시작한 화이자 백신이 전세계적으로 수백만회 분량이 배포되는 동안, '스푸트니크V' 백신은 물량 공급면에서 한참 뒤쳐지고 있다. 그 이유는 생산 방식및 설비의 차이 때문이라고 한다.
mRNA(유전자) 방식으로 개발된 화이자보다 인체 아데노바이러스를 기반으로 한 러시아 '스푸트니크V' 백신의 생산 과정이 더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백신 생산 설비도 미흡하다. 푸틴 대통령이 송년 기자회견에서 설비 확충을 에둘러 촉구하기도 했다.
관심을 모은 푸틴 대통령의 백신 접종도 조만간 이뤄질 전망이다. "대통령은 왜 백신을 맞지 않느냐?" "부작용 우려 때문 아니냐?"는 불신의 목소리가 러시아에서 사라지지 않으니, 대통령으로서도 맞지 않을 도리가 없다.
지금까지는 '스푸트니크V' 백신이 18~60세 연령층을 대상으로 효능과 안전성이 확인됐다는 임상 결과를 푸틴 대통령이 '아직 접종 받지 않은'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이제는 그것마저 사라졌다. 지난 26일자로 60세 이상 연령층에 대해서도 안정성과 효능이 90%이상이라며 백신 접종이 공식 승인됐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은 만 68세다.
스푸트니크V 백신 접종 대상이 60세 이상 연령층에도 허용됐다/얀덱스 캡처
러시아 언론에는 일반인 대량 백신 접종과 함께 접종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람들과 접종 전후 주의사항, 부작용 등에 대한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진짜 단시간에 백신이 개발된 만큼, 화이자 등 서방측 백신과 달리 '신중하고 또 신중하게' 접근하려는 자세가 엿보인다.
가장 최근에 나온 권고 사항은 백신 접종 후 고단백질 섭취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스푸트니크V 백신을 개발한 러시아 '가말레야 센터'의 알렉산드르 긴츠부르크 대표는 지난 26일 "항체 형성에서 단백질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백신 접종후 고단백질의 섭취를 권했다. 그는 "인체 내에 단백질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접종 후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항체 형성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동시에 스트레스와 과도한 육체적 운동, 알코올 섭취도 항체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했다.
가말레야 센터 긴쯔부르그 대표, 백신 접종 뒤 고단백질 섭취 권고/얀덱스 캡처
러시아 코로나 방역당국, 백신 접종 후 스트레스를 피할 것을 권유/얀덱스 캡처
현지 방역당국도 지난 23일 백신 접종 후에는 저체온증과 뜨거운 열기를 피하고,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할 수있는 음식 섭취를 자제할 것을 권했다. 저체온증을 피하라는 것은 영하 10~20도의 날씨에 바깥 출입을 금하라는 충고로 들리고, 뜨거운 열기는 겨울철 러시아 바냐(사우나)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러시아에서 겨울철 추위를 이기고 몸의 컨디션을 회복하고 최고의 방법이 '사우나'라는 점을 감안하면, 백신 접종후에는 '금욕 생활'을 강요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이다. 또 뜨거운 물 목욕도 금지했다.
게다가 적어도 접종 후 1주일 동안 스트레스와 과도한 신체 활동을 삼가라고 했다. 접종 전후 3일간 술(보드카)을 마셔서는 안된다. 다행히 도수가 낮은 샴페인은 허용됐다.
러시아 보건부는 지난 16일 백신 접종 금지 대상 계층을 발표했다. 결핵과 B형, C형 간염 보유자, 매독및 HIV 환자, 급성관상동맥 증후군, 뇌졸증 환자 등에게는 접종을 권하지 않았다. 백신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사람과 임신과 수유 중인 여성도 백신을 맞으면 안되고, 향후 3개월 이내에 아이를 가질 계획이 있는 여성도 접종을 피하라고 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일정 기간 뒤에 재감염되는 케이스가 보고되기도 했지만, 일단 감염으로 항체가 형성된 사람은 1년내에 백신을 접종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감염에 의한 항체가 백신보다 면역효과가 훨씬 커기 때문이다.
러시아 보건부, 백신 접종 금지 대상자 특정/얀덱스 캡처
제 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시는 최근 일반인 접종을 시작하면서 '백신 접종 가이드라인'을 내놓기도 했다.
우선 백신 접종 금지 대상을 영구적인 계층과 일시적인 계층으로 나눴다. 일시적으로 접종대상에서 제외되는 계층은 급성, 비급성 전염병 환자와 15일내 밀접 접촉자, 지난 6개월내판정받은 신종 코로나 확진자, 접종일 기준으로 1개월 이내에 인플루엔자 또는 폐렴 구균에 대한 백신 접종을 맞은 사람, 발열과 인후통, 후각및 미각 상실, 기침과 호흡 곤란 등의 증세를 보인 사람들이다.
영구적인 금지 대상으로는 18세 미만, 만성 기저질환 환자, 간질과 뇌졸중 등 중추신경계 및 심혈관계 질환 환자, 폐질환 환자, 1, 2차 면역 결핍증, 천식및 당뇨병, 대사증후군 환자가 포함된다. 지난 30일내에 항바이러스제 약물을 복용하고 1년내 방사선 요법을 받았거나, 모유 수유와 임신, 혹은 임신 계획중인 사람도 백신을 맞아서는 안된다.
러시아 모스크바 백신 접종 센터 모습/사진출처:모스크바 시 mos.ru
접종 전 절차도 비교적 까다로운 편이다. 체온과 산소 포화도를 측정한 뒤 간단한 의료적 검진도 거쳐야 한다. 백신 접종에 대한 동의서 작성도 필수다. 다만, 접종 전 항체 검사는 생략할 수 있다. 지난 6개월 내 확정 판정을 받았다면, 접종 자체를 스스로 포기해야 한다.
접종 부작용은 극히 경미하거나 중등도라고 했다. 보통 접종 후 1~2일에 나타나고, 3일째 되는 날 모두 사라진다. 주요 부작용은 오한과 발열, 근육통, 무력증, 불쾌감, 두통 등이 가장 먼저 거론된다. 주사 부위의 통증과 충혈, 부종도 있을 수 있다. 사람에 따라서는 메스꺼움, 알레르기, 식욕 감소, 국소 림프절 붓기가 나올 수 있다.
화이자 백신은 접종 초기에 부작용으로 알레르기 반응이 심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당국은 즉각 알레르기 민감자들에게 백신 접종을 금지한 바 있다.
미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스푸트니크 V 백신 주문량은 세계 7위권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지금까지 가장 많은 주문을 받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