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중국의 전국시대, 조(趙)나라가 연(燕)나라를 침공할 계획을 짜고 있었습니다.
조지 부시, 아니 조나라 혜왕(惠王)에게 소대(蘇代)라는 사람이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 제가 강가를 지나는 데 조개와 도요새가 싸우고 있었습니다. 도요새는 조개의 속살을 쪼려하고 조개는 도요새의 부리를 물고서 놓지 않고 있더군요. 도요새는 '오늘도 비가 오지 않고 내일도 안오면 너는 죽은 목숨이다'라고 하고, 조개는 '오늘도 날씨가 맑고 내일도 그러하면 넌 죽은 목숨이다'라고 하면서 서로 양보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부가 나타나더니 둘을 모두 잡아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조나라가 연나라와 오래 싸우다가 힘이 빠지면 저 강력한 진나라가 어부 노릇을 하게 될까 매우 걱정스럽습니다."
조나라 혜왕은 이 이야기를 듣고 전쟁 계획을 중지했다고 합니다.
이상은 '어부지리'라는 고사가 탄생하게 된 배경 이야기였습니다. 출전은 '전국책(戰國策)'입니다.
어부지리는 둘이 다투고 있는 사이에 엉뚱한 사람이 이익을 얻는 경우에 쓰는 말이지요. 일상 생활에서 자주 써먹을 수 있는 고사이기도 합니다. 유명한 이야기이고 한문 교과서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니 다들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보통 '고사성어'라고들 하는데, '고사'와 '성어'의 차이점이 있습니다.
고사는 어부지리처럼 배경 이야기가 있고, 한자를 직역하는 것으로는 의미를 알기에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어부지리는 '어부의 이익'으로 변역이 될 뿐, 배경 이야기를 알지 못하면 어떤 뜻을 담고 있는 이야기인지 알 도리가 없지요.
반면에 '성어'는 배경 이야기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한자를 우리말로 옮기기만 하여도 의미가 바로 이해됩니다. 예는 너무 많으므로 생략하기로 합니다.
다만 둘 사이의 경계가 애매한 것들도 많아서 그저 편하게 '고사성어'라 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어부지리'는 '어부지-리'라고 발음하는 기분으로 말하는 것이 옳습니다. '어부-지리'라고 발음하면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와 같은 격이 됩니다.
우리말을 제대로 발음하려면 역시 국어사전을 참고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복합어의 경우 국어사전은 나름대로의 약호를 정하여 어떤 단어들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낱말인지 표기하고 있습니다. 사전 첫머리에 있는 '일러두기'를 보면 어떤 기호인지 확실히 알 수 있는데, 대부분 '-' 기호를 씁니다. 아무튼 복합어 표시가 있는 부분에서는 잠시 호흡을 한다는 기분으로 발음하면 되는 것이지요.
정확한 발음은 바른 언어생활의 기본임을 말씀드리고 싶어서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