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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수필30년사
1.3. 동백수필문학회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
권대근
문학박사, 대신대학원대학교 교수
현재 동백수필문학회는 권대근, 송연희, 조재흥, 장한일, 강명성, 문정희, 장미, 정철규, 박혜연, 이용철 열 명이 회원이며, 모든 회원들의 작품을 터치하기는 어려운 상황에서 권대근을 제외하고, 동백수필 가입년도 및 문단 등단이 빠른 송연희, 조재흥, 두 회원의 작품세계를 조명하고, 나머지 회원들은 간단하게 작품세계를 기술하는 반향으로 하겠다.
송연희의 작품은 ‘흔들리기-바로서기’를 틀로 하고 있다는 평을 받은 바 있다. 다채로운 내면의 풍경 깊은 곳에 순수한 애정과 인간적 정감이 스며 있어 그녀는 한국의 서정 수필가로 불리며 이런 서정적 글쓰기를 통해 특정 연령에 달하는 여성의 심리적 갈등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주제 지향성에 있어서 여성문제를 깊이 있게 천착함으로 작가적 인식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는 작가다. 수필은 자외선과 같은 섬세한 부분이자 영혼의 가장 은밀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 마음의 상태와 동경을 그려내려는 욕구가 만들어낸 그림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수필가란 바로 고독한 정신의 움직임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으로 볼 수 있다. 수필은 무엇보다도 작가 자신의 섬세한 내면 풍경을 진솔하고 자유분방하게 드러낼 수 있는 자조문학이라는 특성을 가짐으로 해서, 중년 여성이 느끼는 일상의 무료함과 심리적 압박감을 극복하는 데 안성맞춤인 장르다. 우리네 삶은 너무 가변적이다. 특히 여성들에게는 더욱 그 정도가 심하다. 삶의 중심에 서면 쉽게 흔들리고 절망하기 일쑤다. 우리네 삶은 곧잘 여성들을 위기로 몰아간다. 송연희 수필은 이런 여성의 심리 변화와 그 앞에서 겪는 갈등을 솔직하게 보여준다고 하겠다. 중년의 위기 속에서도 작가는 항상 자신을 바로 세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또는 비유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은 송연희 수필이 주제화 전략에서 성공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송연희 수필의 풍경은 앞으로 전개될 분석적 틀에서 잘 드러나겠지만, 한마디로 요약하면, 고독한 정신의 사유가 호수 위를 스쳐 가는 바람처럼 잔잔하게 그려져 있고, 자외선 같은 섬세한 서정이 물결치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녀는 문학성을 안겨 주기 위해 내출혈에 가까운 진한 고백을 진솔하게 펼치는가 하면, 내면의 풍경을 그림을 그리듯이 감각적으로 구체화한다. 이렇듯 우리의 전통 미학을 현대적 감각으로 감싸안는 특유의 표현 기법은 독자에게 산뜻하면서도 시원한 정감을 안겨 준다. 그녀의 수필은 진한 문학성을 생명으로 하고 있기에 현대 여성수필의 걸작으로 평가받을 수 있으리라는 점에서 분석적 가치가 있다.
그녀의 수필에 나타나는 그림자 형상은 진한 모성애라는 것이다. 작가는 아들을 둔 어머니로서 큰 아들을 처음으로 군에 보내는 경험을 한다. 군에 갔다온 경험이 없는 여자이기에 아들을 군에 보내는 어머니의 심정은 어떻게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수필의 생명은 문장에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수필을 꼽으라면, 평자는 당장 송연희의 <아들의 방>을 들겠다. 이 수필은 작가의 뛰어난 문장술에 힘입어 문학적 향취를 강하게 느끼게 한다. 문장은 정서와 상상과 사상 등의 표현을 총결산한다. 아무리 훌륭한 정서와 상상과 사상도 그 표현이 서투르면 기대했던 바 소기의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 송연희는 이미지 연출은 무형적이고 추상적인 것에 어떤 형태를 주어 보이게 한다. 한결 명확하고 참신한 이미지를 안겨주는 것이 이 수필 문장의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천둥 번개 치는 밤이 너무 무섭고, 칠흑 같이 어두운 달 없는 밤은 긴장으로 다리가 뻣뻣해진다고 실토하는 아들. 전에는 비가 오면 오는가보다, 천둥이 치면 치는가 보다 싶었다. 그런데 요즘 비라도 거칠게 오는 날은 밤새 뒤척거리느라 잠을 이루지 못한다. 해안 초소의 보초병을 아들로 둔 엄마는 밤마다 하늘을 보며 보초를 선다.
-<아들의 방>에서 -
수필의 문장술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문장을 사상의 의미화로 표현하는 것이다. 위 인용된 두 번째 단락의 마무리 문장에서 그녀는 "해안 가 초소의 보초병을 아들을 둔 엄마는 밤마다 하늘을 보며 보초를 선다"고 하였는데, 군대에 아들을 보낸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에서 겪는 어머니들의 근심과 걱정을 함축적으로 잘 상상화시키고 있다. "군데군데 멍든 자국처럼 푸릇푸릇한 구름 낀 하늘이 내 마음 만큼이나 우울해 보였다"인데, 여기서도 작가는 불안한 마음에 하늘을 보는데, 푸릇푸릇한 구름을 멍든 자국으로 비유한 부분 역시 혹시나 잘못하여 고참들로부터 맞지나 않았을까 하는 염려가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보름 만에 아이의 방문을 열었다"와 마지막 문장, "웃음소리도 말소리도 방 구석 구석에 배여 벽을 툭 치면 와르르 쏟아질 것만 같았다" 는 부분도 그렇다. 아이는 없지만 그 존재의 흔적을 소롯 이 인지하는 엄마의 모정을 이렇게 멋지게 형상화할 수 있을까. 송연희 수필이 거처하는 공간은 자화상이다. 그녀는 수필적 자아의 삶을 꿈꾸고자 한다. 수필 쓰기는 곧 자아찾기의 일환이다. 작가가 그려내는 내면 풍경은 자아 성찰을 통한 일상의 행복찾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작가는 때로 흔들리고 방황하는 자아의 세계를 보여주는 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수필 <바람이 잔다>에는 중년 여인에게 불현듯 닥쳐오는 어두운 그림자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그려져 있다. 이 수필은 바람처럼 이리저리 흔들리는 여심의 내면 풍경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으로, 바람의 모습과 색깔을 다르게 소화해내는 작가의 치밀한 구성력이 돋보인다. 용감하게 자신을 향해 불어오는 바람을 맞이하려는 작가의 자세는 예상치 못한 결과다.
누구에게나 중년은 어떤 갈등 같은 걸 겪는 시기다. 왠지 사는 것이 답답하고 속 시원히 속말을 하고 싶고 이렇게 살아 무엇하지 하는 회의가 가위처럼 눌리는 중년. 알 수 없는 초조감과 불안은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바람이 잔물결처럼 수시로 이는가 하면 불순한 욕망은 파도가 되어 가슴을 친다.
- <바람이 잔다>에서 -
<바람이 잔다>는 작품에서 '바람'은 그 이름 값을 톡톡히 한다. 처음에 등장하는 바람'은 자연의 바람이다. '나뭇가지를 흔들던 바람은 잠이 들었는지 고요하다'는 도입 단락의 마지막 문장이 이를 증명한다. 작가는 두 번째 문단에서 특유의 언어 기교를 보여주는데, 이를테면 긴 겨울 밤 뒤란 대숲에선 밤새도록 바람이 부는데, 밖이 잠잠해질 참이면, 어머니가 가만히 '바람이 자는 갑다'라며 속삭이곤 했다는 진술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그 문단의 다음 문장에 담긴 작가의 상상력이다. '그 밤 나는 바람이 잠들만한 곳을 생각했다. 마루 밑일까. 광 속일까. 아니면 짚단 속일까. 누가 바람을 잠재우고 깨우는지 궁금했다.'고 작가는 적고 있다. 철학은 회의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언제부턴가 나는 내 가슴 안에 작은 독 하나 파묻어 놓았다. 늘 그 곳에다 물을 가득 채우려고 나름대로 열심이다. 독 안에 물이 가득 차 오르면 마음도 덩달아 차 올라 여유로움이 밖으로 넘쳐난다. 그럴 땐 무슨 일에 부딪쳐도 탄력이 붙은 물방아처럼 거침없이 돌아간다. 어쩌다 독 안에 바닥이 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마치 그것이 남의 탓이기나 한 것처럼 작은 일에도 화를 내고 짜증을 부리고속 을 내 보이며 샐쭉해지고 스스로를 다스리지 못해 가슴마저 두근거린다.
- <물 독>에서 -
작은 물 독에 물을 채우려는 작가의 자세는 무엇을 의미할까? 삶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 정신적 자유를 구가하고자 함이 아닐까. 송연희는 글을 씀으로써, 또 자기 세계를 견고히 할 수 있는 자신만의 일을 갖음으로써 물 독을 채울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고 보겠다. 위 인 용 예문에서 볼 수 있듯이, 작가는 '늘 그 곳에다 물을 가득 채우려 한다.'고 고백하고 있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고, 지나간 자리마다 촉촉한 흔적을 남겨 생명에 활기를 부여하는 속성을 지닌 존재다. 송연희의 수필이 갖는 존재적 가치는 이와 같다. 이는 인간 정신의 내면을 발굴하고 그를 통해 존재에 대한 이해의 폭을 심화시켜 나가려는 노력이다. 이 진지한 단면이 송연희에게는 숫돌에 칼을 가는 일로, 물독에 물을 채우는 일로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칼을 갈 듯 나를 어딘가에 쓱쓱 갈고 싶다. 하는 일이 시들해지거나 개운하지 않은 입맛 같은 날이 계속될 때 불쑥 그런 생각이 든다. 부엌칼은 주인의 모습이나 성격을 닮는 걸까. 늘 사용하는 칼들이 하나같이 투박하다. 무엇 하나 제대로 썰 것 같지 않은 뭉툭함은 예리함이란 본분을 깡그리 잊은 듯하다. 가끔 우리 집의 부엌칼을 사용해 본 이들은 무딘 칼을 불편 없이 사용하는 날더러 성질머리가 좋은 건지 미련스러운 건지 모르겠단다. 하다못해 장독 아가리에라도 쓱쓱 문질러 사용하면 될 텐데 하는 소릴 듣기도 한다.
- <숫돌>에서 -
수필 <숫돌>은 자기 성찰의 각오와 모습을 '숫돌'에 '칼을 간다'는 말로 형상화한 작품으로 수작이다. 칼을 가는 일은 일상의 권태를 전지해 내는 일과 같을 것이다. 이 작품의 서두는 '칼을 갈 듯 나를 어딘가에 쓱쓱 갈고 싶다. 하는 일이 시들해지거나 개운하지 않을 입맛 같은 날이 계속될 때 불쑥 그런 생각이 든다.'라고 적고 있다. 서두 첫 문장에는 매너리즘에 빠져 자신이 도태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작가의 강한 의지가 묻어난다. 다음 단락은 왜 칼을 갈아야 하고, 칼을 갈고 싶어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말한다. 부엌칼은 자신을 닮아 하나 같이 칼날이 투박하다는 것이다. 부엌칼을 한 번 사용해 본 사람들이 하는, '성질 머리가 좋은 건지 미련스러운 건지 모르겠다'는 말을 소개하며 자신이 하는 일이 예리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서두 부분이 갖추어야 할 전개 예고 기능을 잘 소화해낸 서두다. 그녀의 글이 가지고 있는 특징 중의 하나는 건강함이다. 여성다운 섬세함과 사고의 건강함은 그를 아름다운 여인으로 만들고 있다. <바지랑대>는 작가의 견고한 도덕적 관념, 스스로 흐트러지지 않으려는 견고한 주관을 발견할 수가 있다. 문학의 존재적 가치는 삶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확보하는 일이다. 그 기준을 설정해 의미를 구축하고, 내재된 것에 대한 정신적 토양을 견고히 하는 일이 문학의 사명이다. 이런 차원에서 송연희의 글은 견고한 바탕을 구축하고 있다.
사는 날들이 축축한 빨래를 잔뜩 걸치고 있는 빨래줄처럼 늘어질 때가 있다. 숨이 가쁘고 무릎이 당기고 입에서 훅훅 단내가 나는 그런 날이 있다. 세상살이 참 마음 먹은 대로 안 되는구나 싶은 날, 내가 서 있는 곳이 깊이를 알 수 없는 둠벙 속 같이 느껴질 때 바지랑대를 떠올린다. 축쳐진 빨래줄을 탱탱하게 받쳐주는 바지랑대처럼 내 중심을 턱 하니 고아 줄 사람이 내 옆에 있었으면 싶다.
- <바지랑대>에서 -
위의 글은 자신이 흔들린다 싶을 때, 바지랑대처럼 중심을 잡아 줄 사람이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문학적으로 잘 형상화한 글이다. 글은 자기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하기 위한 것일 때, 이런 유형의 글은 나름의 역할을 한다. 우리의 삶은 많은 시련을 통해 완성된다. 바위 위에 균열이 생기듯 우리의 삶에도 그런 것들이 만들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송연희는 직장과 가정의 양축을 오가느라 늘 숨이 찼다고 한다. 그런 가운데서도 그녀는 자신의 삶을 더욱 견고히 하기 위해, 자기 안에 세워야 될 '바지랑대'를 그리워 한다. 송연희는 자신의 삶을 견고하게 지탱해주는 '바지랑대'가 있기 때문에, 살아가면서 이곳 저곳에서 느끼고 부딪히게 되는 수많은 위기를 물리칠 수가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송연희 수필의 문학적 성과를 짚어 보았다. 한 작가의 내면 풍경을 살피기 위해 평자는 그녀의 글을 자세히 감상하였다. 그녀의 수필이 보여주는 내면 풍경은 한마디로 '흔들리기 - 바로서기'로 압축할 수 있다. '흔들리기 그리고 바로서기'를 틀로 하고 있는 송연희 수필의 특징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송연희 수필은 구체어에 의한 인상적인 묘사가 주종을 이룬다는 것이다. 이는 주로 내적 심리를 표현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 즉 송연희의 글은 체험적 사실을 바탕으로 직조되며 섬세한 서정이 내면적 삶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기 때문에 단순히 '읽는' 수필이 아닌 '느끼는' 수필을 지향한다는 것이 특별하다. 송연희가 정서유발을 촉발하는 수단으로 객관적 상관물을 동원하는 것도 다른 작가와 다른 점이다. 송연희는 추상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래서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는 것으로 치환시키기 위해서나 감정을 거칠게 드러내지 않기 위해서 마음이나 감정을 빗대어 표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상을 찾는다. 그것을 내적인 감정을 구체화시키는 데 이바지하도록 만들려 한다는 것이다.
송연희 수필은 서정성을 특징으로 한다. 그 특징들이 여성성과 교류되고 있다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객관적 상관물을 통해 이미지를 창출한다는 것, 그러한 이미지가 특정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상징이나 암시로서의 기능을 한다는 것, 이런 기능으로 인해 심리 변화나 정서적 반응이 감각화되어 표출된다는 것 등의 확인을 통해서 대상의 서정화를 도모한 것은 송연희 수필의 문학성을 더욱 확고히 했다고 볼 수 있다. 송연희는 이러한 서정적 글쓰기를 통해 중년이라는 특정 연령에 달하는 여성의 심리적 갈등을 가을 풍경화처럼 잘 보여주었다고 본다. 서정성의 확보나 여성문제의 접맥은 송연희의 작가적 인식을 견고히 했다고 하겠다.
수필가 조재흥은 다밀한 도시문명, 서구 물질문화의 이입 속에 살면서 누구보다도 인간의 비정함을 수시로 느끼며 산다. 산업화의 물결로 인간이 기계화되고 인구급증에 따라 기존의 가치관도 많이 변모되었다. 이로 인해 우리 사회는 어떠한가? 한마디로 무지개가 그리운 시대다. 우리들의 주변은 온화하기는커녕 이기주의, 불신, 무질서가 판을 친다. 가치관의 혼란으로 탈인간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수필이 구원의 문학으로 새롭게 태어나야 할 이유는 이것으로도 충분하다. 조재흥은 이런 현실을 정확히 지적하며 우리 문학가들이 갈등과 충돌의 현장에서 먼저 빠져 나와야 한다고 설파한다. 거의 인간됨과 겸손함은 몇 편의 수필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이를테면 말하고자 하는 바의 설득적인 전달을 위해 탁월한 논리적 근거 자료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교통안전에 관한 수필을 주로 해서 바이오필라적 가치를 음미하게 한 시도는 그의 생명 사랑에 대한 의지를 가늠하는 단초가 된다고 하겠다. 지금부터 조재흥 수필과 수필가의 세계관을 큰 호흡으로 횡단하며, 수필가의 고뇌에 동참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다.
조재흥 수필가는 대구 출생으로 경북대학교 공대기계공학과 졸업하고, 경북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육철학 전공,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졸업산업안전기사 외 자격증 7개를 소지하고 있는 엔지니어 수필가다. 현대자동차(주) 수출정비부, 교통안전공단 자동차검사소 및 지사,전국 15여 곳 검사주임, 소장, 처장, 제주지사장, 전문위원 등으로 재직하고, 교통안전공단에서 정년 퇴직하였다. 위의 흔적이 말해주듯 그는 엔지니어 출신으로 교육대학원에서 철학을 전공한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의 글은 버폰의 말처럼, 바로 그 사람이다. 전공이 반영되어 전반적으로 철학적이며, 그가 다루는 제재 또한 삶의 이력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 1991년「詩와 詩論」천료, 1993년 隨筆과 批評」신인상 동백문화 칼럼 부분 특별상을 수상하였다. 한국문인협회, 부산문인협회, 전국공무원문학협회, 隨批文學會, 부산북구문인협회, 동백수필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수필집:「마음속의 한 마리 파랑새를 위하여」(詩와 批評社 1999. 9)가 있고, 현재 교통안전 칼럼니스트, 사)녹색교통(G.T)운동시민추진본부,,연구전문위원, 교통신문 경남지사장을 맡고 있는 부산의 중견 수필가다.
조재흥 수필의 특징은 전문 수필이 주류를 이룬다는 데 있다. 주로 자신이 교통안전공사에 몸담으면서 느꼈던 문제의식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다. 조재흥의 수필은 제목만 봐도 어떤 내용인지를 예견 가능케 한다는 측면에서 칼럼의 성격을 띤다고 하겠다. <찬사 프로운전자를 위하여>, <자동차검사제도 발전방안 소고>, <소통 무사고운전을 위하여>, <자동차 안전> 등의 차량안전 관련 글, <정년소회>, <정년퇴직에 부쳐> 등과 같은 직장을 나오면서 느낀 소회, 그리고 <중국연수 관광기행>이란 기행문, <말>, <충돌>과 같은 논설적인 글이다. 바로 선진 국민으로서 지켜야 할 룰의 제시를 통해 흔들리는 삶을 바로 세워보고자 하는 수필가 조재흥의 세계관이 담긴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내용과 지향점이 태곳적부터 오늘날까지 세상과 삶을 노래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었던 산문 정신과 철학의 생명이기도 한 비판정신에 기대고 있다는 데서 이 수필의 강점을 찾을 수 있다. 인간을 돌아보고, 세상을 비판하는 역할에 있어서 조재흥 수필가는 언제나 선두에 있다. 그리고 그런 점은 첨예하게 세상을 사유하는 철학과 닮았다. “아름다운 거짓말과 아름다운 말씀을 하는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내 꿈의 진정한 향연이며 삶에서 내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호사가 아닐까 싶다. 이런 삶의 무대에서 작은 배역 하나 맡아 이모작을 경작하는 나의 후반기 모습을 상상의 나래위에 요즘 눈을 가만히 감고 그려본다. 유토피아적 발상이겠지만 이런 만년의 꿈에 취하여 살아가는 행복한 몽상가이고 싶다.”고 말하는 조재흥 수필가의 이런 자기 성찰적 태도는 진정한 수필가적인 삶의 한 전형이라고 하겠다.
그의 수필은 크게 네 가지 범주로 대별된다. 하나는 글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교통 관련 글, 두 번째는 사회비평적 성격의 글, 셋째 정년의 소회를 감상의 글, 넷째는 기행수필이다. 작가의 사회의식이 투철하게 반영된 수필 <충돌>은 삶의 현장에서 벌어지는 논리의 대립과 가치의 충돌현상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논리정연하게 풀어놓은 글이다.현실 참여적 비판수필로서, 주제 전략이 매우 정밀한 수필이라고 할 수 있다. 발단부에 이어 전개부를 여는 첫 진술은, “삶의 현장에서 벌어지는 논리의 대립과 가치의 충돌현상 앞에 종종 나는 눈앞이 감감해진다.”라는 식으로 시작한다. 이런 진술 다음에 나와야 하는 것은 그것을 뒷받침할 적절한 문제적 현실과 이를 타개할 비책이다. 작가는 주제적 양식의 수필에서 어떻게 주제의식을 설득적으로 전달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고민했던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그 다음 단락에는 전부 주제의식을 구체화하는 삽화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조재흥은 주제의식의 전달 전략으로서, 철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자신의 논리를 설득적으로 구축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장하림은 1990년 월간 에세이 초회 추천을 받은 바 있으며, 현재 한국문인협회, 부산문인협회, 부산수필문학협회 회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치기공 분야 부산카톨릭대 임상외래교수를 역임한 바 있다. 제6회 부산수필문학상 우수상, 제7회 문예시대작가상, 2012년 부산수필문인협회 올해의 작품상을 수상하였고, 제1 수필집 <귀뚜라미는 제 한 몸 까맣게 타도록 열창하며 산다>, 제2 수필집 <물처럼 바람처럼>을 낸 바 있다. 자연과의 질서에 순응하고 자연과의 합일을 지향하는 그의 수필은 회색의 음향을 지니고 있으며 마음의 아픔을 너무 강하게 반영시키고 있기 때문에 수필의 세계가 인간적인 경향을 지녀 참된 수필적 본질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연의 그 작은 몸짓과 숨소리에 귀기울이고 눈여기는 작가, 장미는 <문예시대>로 등단하였고, 수필부산문학회, 부산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해운대여중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몽상을 주제로 하는 장미의 수필에는 아주 경건함이 감돌며 때로는 신비로운 정감까지 배어 있다. 끊없는 여행에 대한 아늑한 그리움과 무한에 대한 동경 등이 회화적이면서 음악적으로 표현되어 있는데, 이는 그녀의 작품 세계를 단적으로 나타내주고 있다. 그녀의 수필은 하나같이 본격수필의 틀로 가지고 있으며, 정교한 구성 또한 갖고 있어 다른 사람의 시선을 끌어들이는 흡인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어둠 속에서도 환히 피어나는 피안의 세계를 가진 작가, 강명성은 동의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2002년 12월 <문학예술> 수필로 등단하였고, 2011년 수필집 <산다는 것은 꿈꾸는 것이다>를 발간하여, 문예시대작가상을 수상하였다. 수필 속에 그녀의 문학적 재능이 한껏 내장되어 있는 작가로서, 그녀는 자신의 작품세계에 대하여, “문학은 나에게 의식의 흐름을 돋워주는 힘이다. 인생길을 동행하는 친구로서 내가 오만을 부릴 때는 따끔한 충고로 잡아주고, 힘들고 지칠 대는 따스한 가슴으로 보듬어주는 든든한 친구다. 그런 친구를 가진 난 부자다.”라고 <부산문인협회 인명사전>에 적고 있다.
언젠가 한번은 빛나는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 긍정의 작가, 문정희는 방송통신대 국어국문과를 졸업하였다. 부산수필문예대학 수필창작반을 수료하고 본격수필전문지 계간 <에세이문예>를 통해 문단에 나왔다. 현재 부산여성수필문학회, 부산수필문학협회,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녀는 오늘을 살고 있는 여성의 현실을 섬세한 심리묘사로 그려내는 작가로 알려져 있으며, 가슴 서늘한 기쁨 같은 것으로 심금을 울리며, 수필 속에 참다운 자기 생활의 모습을 잘 드러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언제나 한없는 우주의 고독이 부유하고 있는 수필가, 정철규는 <문예한국> 신인상으로 문단에 나와 현재 수필부산문학회, 한국문인협회 회원이며, 수필집을 한 권 낸 바 있다. 현재 동백수필문학회 회장으로서, 그는 참신한 생활철학을 어떻게 구현하여 제시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작가다. 무엇이 삶의 논리이며 우주의 심오한 진리인가를 새삼스럽게 되짚어 보게 하면서, 수필 속에 나름의 고유한 미적 향기를 담아내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짐을 풀어놓을 부드러운 곡선의 안식처가 있을 것 같은 박혜연은 수필가로서 산을 좋아하는 문인들로 구성된 문산산우회 총무로 활동한 바 있으며, 부산수필문인협회, 부산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그리움을 마음 한켠에 모아 삭이기 위한 방안으로 글을 쓰는 작가로서, 눈물이 있고 사랑이 있고 기적이 있는 공간을 만들 뿐만 아니라 추상적인 현실을 보다 심미적 가치를 지닌 삶의 실상으로 구현해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용철은 가장 늦게 동백수필문학회에 입회한 회원으로 계간 에세이문예 수필 신인상으로 부산문단에 나와 한국본격수필가협회 부회장, 부산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항상 수준 높은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홀로 고고하고 맑은 세계 속에서 살고자 하는, 그는 당대의 현실적 상황을 극복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작가로서, 물질문명 위주의 현대사회에 휴머니티가 고갈되어있음을 고발하는 작품세계를 지향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80년대 와서 자유화의 물결을 타고, 종합문예지뿐만 아니라 수필 전문지가 생겨나고, 지역 수필문학 동인 단체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부경대 교수진으로 구성된 수필 동인회 <수필선>, 부산 시내 각급 학교 교사들로 구성된 <교목> 동인회는 89년도에 창립되어 수필 중흥에 기여한다. 이 시기에는 지성과 비평을 갖춘 문학, 감성과 논리성을 겸비한 문학, 인생적인 경지를 끌어올리는 문학, 자유롭고 다양성을 지닌 문학, 미래적이고 가능성이 많은 문학으로 생각이 바뀌어졌다. 그리하여 수필문학의 전성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그 시발로 1985년 수필 동인 목필회가 창립되고 동인지 <목필>이 나온다. 기성 수필가들로 구성된 ‘목필’은 목련 같은 순백한 수필 정신으로 직립하자는 취지가 깔려있다. 김병규, 조희선, 황정환, 이근숙, 권재성, 한영자, 이원우, 정명수, 유병근 등의 필진은 출범 당시 목필의 위상을 말해준다고 하겠다. 목필회는 1989년 동인지를 4집까지 발간하고, 2000년 제16호를 발간하면서 종지부를 찍게 된다. 중간에 회원의 교체가 있었고, 이후 황정환을 구심점으로 부산수필의 품격을 높여주었던 <목필> 동인회가 재탄생하지만 얼마 못가서 문을 닫는다. <목필>의 중단은 부산수필로 봐서 크나큰 손실이라 하겠다.
이 시기는 수필문학이 전성을 이루면서 대부분의 작가들이 테마를 ‘삶’의 창변에서 취한 경향을 드러내고 있다. 여성수필의 경우에도, 한 두 사람을 제외하고, 여성소설과 달리 억압이라는 반여성적 사회 기제에 대해 투쟁과 갈등을 겪지 않고 현실의 모순을 그대로 수용하려는 자세가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우려할 만한 하다고 하겠다. 수필을 신변잡기로 여기는 상황에서 본격적인 수필가들의 문학성 제고 노력도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황정환은 1982년 수필집 <파도의 속삭임>을 시작으로 여러 권의 수필집을 상재, 가장 왕성한 수필 활동을 보여주었다. 당시 부산수필문단에는 문인갑, 성낙구, 채낙현, 한영자 등의 수필가가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었고, 82년 <한국수필> 여름호 장광자가, 83년 <한국수필> 봄호 이원우, 86년 <부산 MBC 신인상> 강천형, 87년 <문학정신> 3월호 구자분, 88년 <동양문학> 권대근, <시와 의식> 박희선, 89년 <시와 의식> 송두성, <동양문학> 강규인, <월간문학> 배석권이 등단하기 이전부터, 이들은 부산 수필을 살찌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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