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도시락 배달
가마솥 급식소 자원봉사단, 직접 조리한 한 끼 전달
코로나로 인해 올해 봄부터 모든 무료급식소들이 문을 닫았다. 수개월 내에 급식을 재개할 줄 알았는데 중단 기간이 길어지자 매주 급식소를 찾아오는 어르신들이 걱정되었다. (구)해운대역 옆에서 20여년 동안 급식 봉사를 해온 가마솥 급식소 하경용 회장에게 급식소 근황을 물으니 단체급식은 하기 힘들고 50인분 정도의 배달 급식을 한다고 한다.
오랜만에 가마솥 급식소를 찾았더니 매주 화요일마다 급식소에서 음식을 장만하고 서빙, 설거지, 식기 소독 등을 하셨던 분들이 반갑게 맞이해 주신다. 코로나 전만 해도 매주 이곳에서 200여 분의 어르신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거동이 힘든 어르신들에게는 차량을 이용해 음식을 배달했다. 지금은 단체급식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찬합에 밥과 국, 반찬 등을 담아 전달한다고 했다.
배식이 시작되자 밥솥에서 지금 막 지은 밥을 퍼담는 자원봉사자의 얼굴에 땀방울이 맺힌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따뜻한 식사 한 끼를 대접하기 위해 쉴 새 없이 50인분의 밥을 퍼는 손놀림이 바쁘다. 봉사자들이 전날 집에서 정성스럽게 장만한 반찬과 함께 미역과 소고기가 듬뿍 들어간 소고기미역국을 국자에 떠서 담았다. 비닐봉지에 마스크 5개와 실로 직접 짠 마스크 걸이도 포장해 같이 전달한다고 한다.
오전 11시쯤 인근 성당에서 온 분들과 함께 급식배달에 나섰다. 6년 동안 인근에서 부동산을 하며 동네 구석구석을 잘 아는 전영숙 씨가 차를 몰고 와 운전을 맡았다. 중동과 우동 전역에 있는 형편이 어려운 어르신들을 찾아간다. 차 트렁크에 음식과 마스크 봉지를 싣고 길을 나섰지만 오랜만에 가다 보니 몇 번이나 좁은 도로에서 길을 헤맸다. 가는 도중에도 봉사자들은 급식 중단으로 끼니를 거르실 어르신들 걱정이 태산이다.
준비해 간 음식을 모두 배달하고 난 뒤 급식소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며칠 전부터 급식 음식을 준비하고 배달과 뒷정리까지 하느라 피곤할 법도 한데 봉사자들은 벌써 다음 주에 제공할 음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얼마 후 인근 마트에서 익명의 시민이 보낸 쌀 20kg이 배달되었다. 오늘부터 급식 봉사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급식에 가장 필요한 쌀을 누군가가 후원을 한 것이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지만 생활 형편이 어렵고 돌봐줄 이도 별로 없는 어르신들에게는 그 고통이 배가된다. ‘밥은 하늘이다’라는 시가 있듯이 소외된 어르신들에게 정성스럽게 밥 한 그릇을 대접하는 것이야말로 참으로 하늘같이 고마운 일이 아닐까.
가마솥 급식소가 있는 (구)해운대역 인근은 요즘 개발 붐이 불어 하루가 다르게 높은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다. 하지만 그 건물들 속에서 피어나는 이웃을 돕는 따뜻한 밥 한 공기의 훈기가 해운대를 명품도시로 만든다는 것을 알 수 있었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