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2024년 8월, 꼭 읽어봐야 할 장편소설 추천! 「아리고 아픈 사랑」 (김재철 저 / 보민출판사 펴냄)
우리가 살다 보면 잊어버리고 지나치는 일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러다 익숙한 말과 장소에서 문뜩 잠자고 있던 기억이 떠오른다. 마치 먼지 쌓인 노트에 색바랜 글씨처럼 잊혀진 기억들이 생생하게 떠올라 설레게 하는 순간들을 경험한 적이 있다. 필자도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잊고 살다가 어느 날 사라졌던 기억이 떠올라 소중한 추억 문을 열고 들어가 꿈속을 헤맨 적이 있다. 이 글은 어린 시절 시골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사랑 이야기다. 주인공 진성은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꿈같이 다가온 아이, 경주를 만나 시골을 배경으로 그려지는 고향 이야기다. 용기 없던 청소년 시절은 누구나 겪어온 시절이다. 철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자연 속에서 숨바꼭질하듯 사랑을 나누며 꿈같은 세월을 보낸다. 그러다 생명처럼 아끼고 사랑하던 경주가 처음 들어간 회사에서 큰 사고를 당하자, 진성은 사랑과 안타까운 마음을 곱해 더 아끼고 사랑했다.
진성은 사랑을 지키고 채우려면, 가난을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으로 절치부심 노력한다. 영혼마저 찌들은 가난을 벗어나려고 모래바람 부는 사막의 나라까지 가서 악착같이 노력해 마침내 돈을 벌어 돌아왔다. 그러나 세상은 다부진 노력을 질투하듯 이들의 사랑을 그냥 두지 않았다. 들뜬 마음으로 미래를 준비할 때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에게 가지고 있던 돈을 다 날려버리고 인고의 고통으로 버티다 기억을 잃어버리는 사고를 당한다. 그렇게 애틋한 사랑을 하면서도, 자기 없이는 세상을 이겨내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걸 알면서도 어느 날 거짓말처럼 기억을 잃어버리고 또 다른 삶으로 살아간다. 사랑하는 아이 경주는 뒤늦게 기억을 잃어버린 걸 알게 된다. 분신 같은 사람의 기억을 되찾아 주려고 노력하지만, 진성은 다른 사람으로 변했다. 끝내 기억을 찾지 못하고 바람처럼 떠난 자리에서 슬픔을 머금고 굳건히 살아간다.
분신 같던 사람, 진성은 떠났지만, 홀로 남겨진 후유증은 컸다. 사랑하면서 만들어 놓은 애틋한 추억 못지않게 이들을 시기하며 미워하던 무리들도 있었다. 그때는 두 사람이 사랑으로 모든 걸 덮어주고 이겨내며 살았지만, 이제는 경주 혼자서 온전히 그 몫을 감당해야 했다. 진성이 기억을 잊어버렸다는 것은 그때처럼 사랑이 온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조여 오는 사탄의 핍박과 고통을 이겨내려고 노력하였지만,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너무 나약한 아이였다. 아무런 이해도 변명의 말도 없이 바람처럼 떠난 진성을 그리워하며 살지만, 복수를 준비한 사탄의 공격으로 힘들어한다. 손에 큰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경주는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 결혼하여 이별이라는 아픔을 이겨내기에는 연약한 아이였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사람이라며, 추억을 먹으며 살던 그 아이에게 사탄이 나타나서 뜻하지 않은 사고로 꽃무덤이 된다. 오롯이 경주 혼자 그 고통을 당하지만, 기억을 잃어버린 진성은 방관자가 되어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마치 물고랑 앙금에 쓴 글이 흐르는 물에 씻겨 지워진 것처럼 기억에서 사라져 버리고 또 다른 삶을 살았다. 아픈 새끼손가락 같던 사람을 잊어버리고 치열한 세상 속에서 나름대로 성공하지만, 진성은 늘 쓸쓸한 모습으로 세상을 살았다. 그것은 가슴속에 웅크려 숨어 있는 그 아이 경주가 있고, 망상을 헤매는 건 떠나지 못한 그 아이의 한이 잠재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진성도 견디기 어려운 사건이 일어나면서 사업이 망하고 충격을 받아 기억이 돌아온다. 다시 찾은 기억은 며칠 전 일처럼 생생하게 그리움으로 가슴을 흔들어 놓는다. 기억이 다시 돌아왔지만, 세월은 이미 20년이나 흐르고 장애로 고통받던 경주가 걱정되어 고향으로 온다.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으로 와보지만, 경주는 마을을 떠났고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진성은 추억 속에 서려 있던 장소를 다니며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무아지경에 빠져 그 아이와 함께한 동산에 올라간다. 떠나간 사랑을 애타게 그리워하다 마지막으로 고향 저수지에서 재회한다. 사람은 강하다고 하지만,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하면, 무너지고 나약하다. 간절히 바라던 일이 허망하게 사라졌을 때, 인고의 고통을 견디다 못해 도피하려고 한다. 주인공 진성도 생명처럼 생각하던 일이 허망하게 사라지자, 그는 그걸 다 잊어버리고 도피한 것이다. 바보처럼…
우리는 나약한 인생이지만, 이 글을 통하여 좀 더 바르고 강한 마음으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누구나 가슴속에 하나씩 고이 간직하고 있는 사랑이나 우정이 있다. 지우지 못하고 가슴속 깊은 곳에 간직하고 있는 아름다운 추억을 생각하며, 이 글처럼 기억상실증에 걸렸던, 아니면 또 다른 행복으로 그 추억을 잃었던, 이해하고 위로하며 행복을 빌어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치열한 세상에서 앞만 보고 달려왔다. 숨 가쁘게 왔던 길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누구나 성공의 희열과 패배의 아픔을 느끼며 살아왔다. 멀리 온 것 같지만, 그 길이 그렇게 똑바르고 곧은 길만은 아니었어도 따뜻한 미소와 마음을 갖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굴곡진 아픈 삶이나, 성공했던 영광의 삶이나 다 소중한 우리의 역사고 추억이다. 한 번쯤 고향을 생각하고, 친구를 생각하고, 전우와 동료를 생각하는 독자가 되고, 내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쓴 글이다.
<작가소개>
저자 김재철
경기도 광주군 낙생면(성남시 분당구)에서 휴전이 끝난 이듬해 1954년 태어났다. 어린 시절 보릿고개를 경험하며 청소년 시절을 자연을 벗 삼아 보냈다. 36개월 군 복무를 마친 후 직장생활과 사업을 하면서 성공과 실패를 무수히 경험한 문외한이다.
어린 시절부터 독서를 좋아하고 글쓰기를 좋아했지만, 절정의 시간이 흐른 후 글을 쓴다는 자체가 두려우면서도 행복하다. 화려한 경력과 자랑거리 없는 부족한 사람이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도와주신 분들과 글을 읽는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지금은 공인중개사로 중개법인을 운영하고 있으며 살아온 인생 경험을 토대로 글을 쓴다.
<이 책의 목차>
작가의 말
고향 가는 길
아픔이 희망으로
결투
꽃피는 동막골
불타는 야망
꿈같은 사랑
사탄의 조롱
꿈을 향하여
모래사막
시작된 시련
절망의 나락 속으로
사라진 기억
검은 그림자
잃어버린 사랑
움트는 두려움
또 다른 삶
간절한 기다림
또 다른 사랑이 꽃피고
감격적인 만남
슬픈 갈림길
두려운 발걸음
아리고 아픈 사랑
돌아오지 않는 기억
고통스러운 결단
사탄의 장난
아리고 아픈 손가락
안개 속에 숨은 진실
슬픈 결정
악몽이 현실로
행복을 빌며
악마의 검은 그림자
악마는 지옥으로
마지막 가는 길
행복한 삶
돌아온 기억
영혼의 환생
<이 책 본문 中에서>
모든 걸 운명이라고 받아들이면, 아무런 문제 없이 해결될 일인데, 무슨 일인지 오늘도 여전히 두려워하는 오빠를 이해할 수 없다. 분명 오빠에게 큰 문제가 생긴 것 같다는 불안감이 무섭게 다가왔다.
“오빠! 힘내세요. 시간이 지나면 기억이 돌아올 거라 나는 믿고 기다리겠습니다. 언제 기억이 돌아올지는 우리가 어떻게 알겠어요?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합니다. 오직 그것은 주께서 하실 일이라 믿습니다. 나는 우리 사랑을 지키며 기다리겠어요. 오빠가 기억을 잊어버렸다고 해서 멀쩡한 나마저 소중한 우리 사랑을 헌신짝처럼 버리지는 못합니다. 그날이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돌아올 거라 믿습니다. 우리는 아직 젊잖아요? 잊어버렸다면 다시 시작할 수 있잖아요? 지금 비록 사랑했던 사실을 잊었어도 겁내지 말고 함께한다면, 아무 문제가 될 수 없어요. 나는 오빠에게 일어난 해리성 기억상실증을 겁내지 않고 이길 수 있어요. 그것이 사랑하는 우리 사이를 가로막고 있지만, 나는 오빠를 사랑해요. 지구 끝이라도 같이 갈 수 있어요.”
나는 당당하게 내 생각을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답답한 듯 냉수 한 잔을 마신 진희는 바짝 다가서서 추궁하듯 진성을 설득하는 것이다.
“오빠! 어쩌다가 그런 일이 생겼어요? 저 언니하고 오빠가 서로 얼마나 사랑했는데, 기억이 안 난다고요? 나는 지금 믿을 수 없어요. 내 생각은 오빠가 언니와 결혼해서 살다 보면 다시 돌아올 수 있을 거예요. 설사 기억이 돌아오지 않더라도 원래 결혼까지 생각하며 사랑하던 사람과 결혼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지금 기억상실증이 와 있는 상황에서 이겨내는 방법은 결혼하는 방법뿐이라고 나는 생각해요. 오빠, 다른 고민은 하지 마세요. 내가 모르고 있는 다른 고민이 있어서 그런 거는 아니지요?”
진희가 오빠에게 걱정하며 말하는 것이다.
“진희야, 네 말이 맞아. 그러나 나에게 엄청난 문제가 생겼으니 어쩌면 좋냐?”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건가요?”
“내가 일을 크게 만든 것 같다. 네 말처럼 그렇게 하면 얼마나 좋겠니? 그런데 내가 그렇게 하기에는 걸림돌이 많단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걸 모르고 살아온 세월 속에 또 다른 나를 만들었으니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가슴이 답답하다. 경주도 가여운 사람이고 또 다른 사람도 아무런 죄 없는 피해자가 된 것이다.”
진성이 하는 말을 듣고 놀라며 진희가 반문한다.
“오빠, 혹시 다른 사람이 있다는 거예요?”
“나는 경주에 대한 기억이 없었다. 정말 내가 기억상실증에 걸렸다는 것을 일찍 알았다면 적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거야. 지금 내가 고민하는 일을 아직 경주에게는 말하지 마라. 내가 어떻게든 정리해야지 큰일이 생길 것 같다.”
진성은 진땀을 흘리며 근심하는 모습이 역력해 보였다. 동생 진희가 하는 말이 맞는 말이다. 이 상황에서 정말 다른 사람하고 결혼한다면 경주에게는 죽음보다도 더한 고통일 것이다. 그 아픔을 진성은 안타까워하는 것이다. 동생 진희가 하는 말이 부정할 수 없는 답이라는 걸 알면서도 지금 상황을 정리할 타이밍을 놓친 걸 아쉬워하는 것이다.
<추천사>
김재철 작가의 장편소설 「아리고 아픈 사랑」은 두 남녀의 이루지 못한 사랑과 그리움, 그리고 갑자기 찾아오는 불행한 삶을 이겨내며 살아가는 모습을 그려낸 작품이다. 작가는 주인공 진성과 경주의 삶을 통해 독자들에게 사랑의 소중함과 예측할 수 없는 인생의 무상함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가난과 역경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사랑의 불꽃, 기억을 잃어버리고도 남아있는 감정의 잔상들은 이 소설을 읽는 독자들의 가슴 깊숙이 자리 잡을 것이다.
작가의 섬세한 필체로 그려진 진성과 경주의 사랑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 있는 옛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한때는 그토록 소중했으나, 어느 순간 사고로 인해 잊혀진 사랑, 그리고 20여 년이 지난 후 그 기억들이 다시 떠오르는 순간의 아픔을 작가는 생생하게 전달한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다른 사람과 사랑하고 결혼까지 하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깊은 절망 속에서도 그 사랑과 추억을 소중히 간직하며 살아가는 여주인공 경주의 모습은 우리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준다.
이 소설을 읽으며 독자들은 가난에서 발버둥치며 살아가는 진성의 고통과 목숨처럼 사랑했던 경주를 잊어버린 것에 대한 후회를 함께 느낄 수 있으며, 경주의 진성에 대한 순수한 사랑에 함께 울고 웃게 될 것이다. 또한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지, 우리가 인생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우리는 저마다 우리 안에 숨겨진 소중한 사랑의 감정들이 하나씩 있다. 작가는 이 소설을 읽고 나서 독자들이 그 사랑의 감정들을 다시 되새기고 소중히 여기기를 바라고 있다.
(김재철 지음 / 보민출판사 펴냄 / 424쪽 / 신국판형(152*225mm) / 값 1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