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프리랜서·실업자도 육아휴직 급여 혜택 받아
지난 12일, 스웨덴 스톡홀름의
해안산책로 ‘스트란드바겐’ 거리의 풍경은 이곳이 왜 ‘육아 천국’이라 불리는지 보여주고 있었다. 평일 오후 4시를 갓 넘은 시각이었지만 ‘라테파파’들은 벌써 유모차를 끌고 나왔고, 아이를 데리고 근처 박물관으로 향하는 부모도 많았다. 한국에선 날씨가
화창한 휴일에야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평일 오후 4시 도시 거리마다 부모는 아이들과 함께 거닌다
아이를 키우기 좋은 스웨덴의 상황은 그간 국내에도 자주 소개됐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스웨덴을 찾아 정착하는 한국인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기자가 이곳에서 만난 한국인 중에는 “밤늦은 회식문화가 없고, 일보다 가족을 우선하는 분위기였다”거나 “육아휴직을 쓰는 데 전혀 눈치를 보지 않는 분위기”라며 신기해하는 이도 있었다. 문화적 간격도 있었지만 제도적 차이도
많았다.
현지 교민들은 한국과 다른 스웨덴의 육아휴직도 강조했다. 5년 전
스웨덴에 들어와 자녀를 낳았다는 김태환씨(36·가명)는 “스웨덴에 와 아이를 가졌을 때 아내는 일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는데, 그럼에도
정부에서는 한 달에 6000크로나(약 75만원)가량을 줬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혼자 급여를 받았다면 살림이 빡빡했을 텐데, 직장이 없는 배우자도 정부가 지원해주니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의 사례는 한국에 시사하는 점이 많다. 기자는
지난 6일부터 일주일간 스웨덴과 노르웨이를 찾아 모성보호 사업의 역사와 특징을 살펴봤다. 이들은 육아휴직을 위한 재원을 다양화해 육아휴직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했으며, 기업
간 격차를 줄이고 계약직 채용을 활성화해 육아휴직에 따른 사용자·노동자 모두의 부담을 줄이기도 했다. ‘모두를 위한 육아휴직’을 만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온 것이다.
■ 실업자의 육아도 생각하는 북유럽
대기업 정규직 전유물 같은 한국의 육아휴직 상황과 대조
스웨덴은 현재 육아휴직과 출산휴가를 통합해 운영하고 있으며, 자영업자나
프리랜서도 출산 전후 정부로부터 급여를 받아 생활할 수 있다. 지난
10일 스웨덴 정부청사에서 만난 카린 산드쿨 고용부 국장은 “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임금으로
육아휴직 급여를 계산하고, 자영업자 등은 전년도에 번 소득을 기준으로 육아휴직(휴업) 급여를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혜택은 실업자에게도 주어진다. 스웨덴 정부는 아이를 낳은
실업자들에게 한 달 90만원씩 8개월간 육아휴직 급여를 지원하기
때문에 이들은 소득 활동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직장을 잃었거나 학생
신분인 부부들도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된 것이다.
■ 노르웨이 실직 부모 1만명에
1000만원씩…비결은 ‘재원 다각화’
북유럽, 조세·건보 등
재원 활용 ‘보편적’ 육아휴직 급여
사실상 고용보험 가입 노동자에 혜택 한정된 한국과 비교
남성 ‘육휴’ 비율도 출생아 100명당 스웨덴 300명 한국 3명
스웨덴과 이웃한 노르웨이도 계층을 가리지 않고 모성보호 급여 혜택을 준다. 지난 7일 노르웨이 노동복지청(NAV)에서 만난 모르텐 알셰커(모성보호 급여 담당)는 “노르웨이는
세금에서 육아휴직 급여 등을 지출하기에 모든 분들이 제도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노르웨이는 세금에서 모성보호 급여로 나가는 금액이 한 해 190억크로네(약 2조5700억원)에 달한다.
알셰커는 “노르웨이에서는 부모가
6~10개월간 직업이 없다면 육아휴직을 쓸 수 없는데, 이 경우 8만3140크로네(1000만원)가량을 일시금으로 지원한다”며 “현재
노르웨이에서는 1만명가량의 직업이 없는 부모들이 이 지원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 재정 지원과 고용보험의 차이
북유럽의 상황은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제도의 사각지대가 많은 한국과 대비된다. 한국에서는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노동자들이 많고, 가입했더라도 출산 전 피치 못할 사정에 퇴직하는 경우가 있다. 국내 제도상 실업자거나 정해진 고용보험 가입기간을 채우지 않은 노동자는 제도 혜택을 받기 힘들다.
같은 모성보호 제도를 가진 국가인데 북유럽과 한국은 왜 차이가 날까. 바로
재원의 성격 때문이다. 한국은 사업주와 노동자로부터 나오는 돈인 고용보험기금을 재원으로 육아휴직 급여를
주기 때문에 고용보험에 가입한 임금근로자가 주로 혜택을 받는다. 반면 북유럽 국가 대다수는 세금이나
건강보험 재정 등 다양한 재원으로 모성보호 급여를 지급하기에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않는 국민도 혜택을 볼 수 있다.
노르웨이는 모성보호 급여를 조세로 충당하고 있으며, 스웨덴은 고용주와 자영업자로부터 걷은
금액과 조세가 포함돼 있는 ‘통합사회보험기금’을 이용한다.
스웨덴과 노르웨이는 다양한 재원을 활용하기에 출산 전후 부모들에게 충분한 급여를 보장하면서 안정적으로 제도를
운영했다. 스웨덴의 경우 부모 양쪽을 합쳐 약 16개월의
육아휴직을 쓸 수 있고 이 중 13개월 동안 통상임금의 77.6%를
받는다. 회사에서 주는 별도의 지원을 합하면 지원금은 임금의 약
90%까지 올라간다. 스웨덴 고용부 산드쿨 국장은 “규정된
육아휴직 급여 수준도 높은 편인데, 스웨덴에서는 단체협약 등에 따라 회사가 육아휴직자에게 10%가량의 임금을 더 얹어주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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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경향신문
기사원문: http://naver.me/GmH067K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