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신학부 공청회를 마치고>
1. 이미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지난 주에 회심준비교리와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의 전가 교리에 대한 신학부 공청회가 있었습니다. 저는 회심준비교리에 대해서 발제했습니다.
2. 이 두 교리에 대해서 반대하고 정죄하시는 분들은 묘하게도 이 두 교리가 율법주의를 조장한다고 말합니다. 사실 이 두 교리는 사뭇 다르고, 언뜻보면 서로 대조되는 부분도 있는데도 동일하게 율법주의라고 합니다.
3. 능동적 순종의 전가교리는 우리가 지켜야 하는 율법을 우리가 못지키니까 그리스도께서 다 지키셨으므로 이제는 우리가 율법을 지켜서 구원을 받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구원을 받는다는 교리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무슨 율법주의가 있을까요? 율법주의란 우리가 율법을 지켜서 구원에 필요한 일정한 자격을 얻거나 전적으로 그 공로로 구원을 얻는다는 것인데, 능동적 순종의 전가교리에는 인간이 율법을 지켜서 조금이라도 구원에 기여한다는 내용이 없고, 오히려 은혜를 강조하는 교리인데 이것을 율법주의라고 하니 어떻해야 할까요?
4. 회심준비교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율법을 지키는 것을 통해서 회심을 준비한다는 교리가 전혀 아니고,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하나님께서 은혜로 우리를 구원하시는 방법에 대해서 말하는 것으로서, 율법이 우리에게 설교되어 지면, 우리가 율법을 전혀 지킬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도록 하셔서 오직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만이 구원의 길인줄 알게 하신다는 것인데, 어찌 이것이 우리가 율법을 지켜서 구원을 얻는다는 율법주의라는 말입니까?
5. 공청회 때에 한 목사님께서 크게 흥분하시면서 아주 공격적으로 말씀하셨던 분이 계십니다. 그분이 말씀하실 때 제가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더니 저에게 웃지 말고, 조롱하지 말라고 크게 소리를 치셨습니다. 맞습니다. 제가 웃었습니다. 조롱이라기 보다는 그 내용에 대한 오류가 황당해서 웃음이 나왔습니다.
6. 그 때 그 목사님은 도르트 신조를 해석하시면서 능동순종의 전가 교리가 도르트신조에 의해서 정죄된 것이며, 능동순종을 지지하면 도르트회의에서 정죄되었던 알미니안주의자가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그 때 설명하신 내용이 도르트 회의의 내용을 완전히 잘못 해석하신 것이었습니다. 반대로 말씀하셨습니다. 정통교리를 설명하시면서 그것이 알미니안주의라고 하셨던 것입니다. 우리가 율법을 지키지 못하여 정죄받게 되었고, 그리스도께서 모든 율법을 다 지키신 것을 믿을 때에, 그 믿음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의 모든 순종이 우리에게 전가되어 우리가 구원을 얻게 된다는 견해를 알미니안적이라고 말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7. 제가 영어 도르트 신조의 내용을 번역해 드리겠습니다.
도르트 신조, 두번째 교리, 오류의 거부(rejection of errors) 중에 4번째 오류입니다. 그러니까 도르트 회의의 신학자들이 거부하는 알미니안적 오류를 의미합니다.
Having set forth the orthodox teaching, the Synod rejects the errors of those;I...II...III...
IV. Who teach that what is involved in the new covenant of grace which God the Father made with humanity through the intervening of Christ’s death is not that we are justified before God and saved through faith, insofar as it accepts Christ’s merit, but rather that God, having withdrawn his demand for perfect obedience to the law, counts faith itself, and the imperfect obedience of faith, as perfect obedience to the law, and graciously looks upon this as worthy of the reward of eternal life.
"정통교리를 제시한 후에, 도르트 총회는 다음과 같은 가르침을 가르치는 자들의 오류를 거부한다....I...II...III...
IV. 하나님께서 그리스도의 죽음이라는 간섭을 통해서 인류와 맺으신 새로운 은혜언약에 포함된 것은 1)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의롭게 되고,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은 것이 그 믿음이 그리스도의 공로를 수납(accept)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2)율법을 완전히 순종해야 한다는 요구를 철회하신 하나님께서 믿음 그 자체를(faith itself), 그리고 믿음의 불완전한 순종을, 율법에 대한 완전한 순종으로 여겨주시며, 이 믿음을 은혜롭게 바라보심으로 말미암아 이 믿음이 영원한 생명이라는 상급을 받기에 합당한 것으로 여겨주신다는 사실이라고 가르치는 자들"(의 가르침을 거부한다.)"
8. 여기서 도르트 회의가 정죄하는 견해는 알미니안의 견해인데, 위의 해석에 나오는 2)에 해당하는 부분입니다. 1)에 해당하는 부분은 정통교리입다. 신조는 은혜언약에 포함된 사항은 우리가 믿음으로 그리스도의 공로를 수납한다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반면에 거부하는 견해는 2)에 해당하는 것이다. 바로 하나님께서 율법에 대한 완전한 순종을 철회했다는 주장을 하는 자들입니다. 무슨 말입니까? 하나님은 여전히 율법에 대한 완전한 순종을 원하신다는 것입니다. 또 논박되는 내용은 "믿음, 혹은 믿는 행위"(여기서는 "믿음의 불완전한 순종"이라고 표현되었습니다)를 율법에 대한 완전한 순종으로 여겨서 구원해 준다고 주장하는 견해입니다. 무슨 말일까요? 알미니안들은 믿음이라는 것을 인간의 공로적인 행위로 보고, 비록 우리가 믿는 것은 불완전한 행위이기는 하지만, 하나님께서 은혜로우셔서 그 행위 자체를 율법에 대한 완전한 순종으로 여겨주셔서 구원하신다고 주장했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항론파들의 견해는 우리의 믿음이 공로적 행위가 됩니다.
9.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믿음을 율법에 대한 완전한 순종으로 여겨주신다는 표현입니다. 앞서 신조가 주장했던 견해는 "하나님은 우리에게 율법에 대한 완전한 순종을 요구하신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도르트 회의에 참석했던 개혁파 신학자들도 우리의 구원에는 율법에 대한 완전한 순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했고, 심지어는 항론파들도 구원을 위해서는 율법에 대한 완전한 순종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했다는 말입니다.
10. 그렇다면 차이는 무엇입니까? 누가 하느냐에 대한 차이입니다. 신조는 그리스도께서 하셨고, 항론파들은 신자가 한다는 말입니다. 비록 믿음은 불완전하기는 하지만 신자들의 능력으로 하는 율법(하나님의 요구)의 순종인데, 하나님은 은혜로우셔서 그 불완전한 믿는 행위를 완전한 율법에의 순종으로 보신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신조는 그것이 틀렸다는 것입니다.
11. 신조는 결코 하나님이 죄인들에게 구원을 위해서는 율법에 대한 완전한 순종을 원하신다는 믿음을 버린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그것을 분명하게 합니다. 그 순종을 누가하셨습니까? 그리스도께서 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믿을 때에 그분이 이루신 순종으로 말미암는 의가 우리에게 전가된다는 말입니다.
12. 바로 이것이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의 전가 교리입니다.
13. 결론은 이것입니다. 회심준비론도 마찬가지고, 능동적 순종의 전가교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두 교리를 비판하시는 분들은 먼저 이 두 교리가 정확하게 무엇을 말하는지 알고 비판해야 합니다. 잘모르고 비판하면 피차간에 에너지만 소모되고, 하나님께서 싫어하시는 형제에 대한 적대감과 미움만 있을 뿐입니다. 논리학에서 가장 대표적인 오류 중 하나인 허수아비 때리기 오류가 만연해 있습니다. 존재하지 않는 교리를 비판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원래 그 교리가 아니라 자신이 만들어 놓은 회심준비교리, 능동적 순종의 전가교리를 비난하고 있는 것입니다.
14. 차분히 앉아서 먼저 정죄하려하지 말고, 흥분하지 않고, 대화했으면 좋겠습니다. 설명해 달라고 하면 어디든지 달려가겠습니다. 회심준비교리든, 능동적 순종의 전가교리든 말입니다. 묻고 싶은 것이 있다면 언제든지 불러주세요. 제가 아는대로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부디 형제들끼리 죽이려 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서로 살리는 신앙이 되면 좋겠습니다.
- 총신대 신대원 김효남 교수님의 글입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