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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 여름에 그 곳에 갔을 때에는 여름꽃이 지천이었다.
가을이 이윽해진 계절, 보탑사에는 걸음걸음 가을꽃이 향연을 벌이고 있었다.
여행동호회를 따라 나선 길이었다.
가을답지 않은 더위가 한 낮을 달구더니
불현듯 가을답지 않은 추위로 시작한 시월 첫날이었다.
옛 고려시대 절터에 1996년에 준공했다는 보탑사는
팔각형의 지붕양식도 특이했지만
지붕과 지붕 사이로 펼쳐진 전형적인 가을 하늘이 어우러져
그저 올려다보기만 하면 모두 그림이 되었다.
색을 더할 필요도 없이 파란 하늘에 흰 물감을 붓에 뭍혀 아무렇게나 그어놓은 것 같은 구름은
현실이 아닌 것 같은 현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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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가 길~ 어 롱다리가 아닌
대나무를 엮은 것 같은 공법이라 농(籠)다리라 부른다고 했다.
돌을 겹겹이 쌓았지만 건널 수 있는 돌은 가운데 한 조각씩만 연결되어있어
한눈을 팔다가는 자칫 물에 빠질지도 모른다.
축제가 있는 날에는 무명옷을 입은 농부들이
놀이패가 되어 황소를 앞세우고 다리를 건너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한단다.
가실가실한 가을 햇살이 내려앉은 물빛이 오늘따라 유난히 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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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방식을 고수한다는 양조장
술공장 안에는 쿰쿰한 누룩냄새가 진동을 하고
술을 빚는 사람들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가난하고 배고픈 사람들에게 한 끼 끼니가 되기도 하고
일하다 잠시 허리를 펼 수 있는 휴식이 되기도 하며
심부름 중에 은밀하게 한모금 슬쩍 하기도 했던 추억을 만들어주던 막걸리.
양주를 맥주에 말아먹는 무시무시한(?) 술문화가
다시 전통 막걸리로 돌아서기 시작했다는 상황은 그나마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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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렇게 익은 벌판을 보니 저절로 배가 불러지는 기분이다.
이 아름다운 곳에 그림같은 집이 있었다.
그림같은 집에서 사랑하는 님과 함께 산다는 노래말 같은 곳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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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 네 명이 들어가고도 남는 마당에서는 자글자글 기름냄새가 고소했다.
마당 한 켠에는 드럼통에 피운 장작불 위에 솔잎위에 얹어 찐 돼지수육이 모락모락 김을 올리고 있었다.
막걸리 박스가 끊임없이 차에서 내려지고
잘 익은 배추김치와 새우젓에 폭 찍은 돼지고기를 얹어 먹는 맛은
원할머니 놀부 장충동 보쌈에 비할게 아니었다.
마당 맨 바닥에 책상다리 하고 푹 퍼져 앉아 젓가락질이 멈춰지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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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기울기 시작한다.
해가 기울면서 건너편 달을 건져 올린 듯
동쪽 하늘에는 하얀 초생달이 냉큼 떠 올라 있었다.
오늘 하루가 하늘 위에 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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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동네의 밤길은 개 짖는 소리가 있어 외롭지 않다.
한걸음 옮길 때마다
개 짖는 소리가 돌림노래처럼 울려퍼진다.
아늑한 그 길을 따라 내려오는 동안
세상에는 그래도 아름다운 모습이 훨씬 많아 살만하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옆에 서 있는 그가 새삼 소중하게 느껴졌다.
슬그머니 팔짱을 꼈다.
첫댓글 유나님~반가웠구요~같이 다니는 모습 너무 보기좋아요~사진도 유나님 닮아서 이뿌구요~.~
ㅎㅎ네 반가웠습니다. ^^
아름다운 사진과 글, 유나님의 향기가 느껴집니다. 부부가 함께하는 모습도 참~~ 보기 좋고 부러웠어요^^
함께가자고 제가 졸랐어요. 징~징~ ㅎ
딱 유나님과 어울리는 글과 사진~
팔짱낀 그대와 늘 행복하세요~
네에~ 감사합니다.^^
사진이 예술이십니다~ ^^
윽~
제가 칭찬에 약한 줄 어떻게 아시고..ㅎ
신선한 새로운 느낌의 사진구성, 참신하고 개성있는 글솜씨, 감사합니다.
제가 더 감사합니다~ ^^
언제봐도 간결하고 세련미 넘치는 후기와 사진들~~ㅎ 개가 짖던 그 길이 안온하기도 했었다~(그걸 담다니....)
옆지기의 팔을 끼고 늘~~ 행복하시길~
아낙님 공연, 최고였어요~★★★★★^^
보는 시선과 글도 느낌이 많군요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집에 와서도 남편이 그러더군요.
이게 어디 보통 정성이냐고
꼭지까지 다 알뜰하게 먹어야겠다고..^^
글도 사진도 깔끔하니 멋 있어요~
만나서 반가웠어요~~^^
네 반가웠습니다.
오래오래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
저두요~~~
밤길 내려오던 그때 참 좋았어요~
어릴적 걷던 시골밤길이 떠올라, 나름 혼자 추억에 젖어보았네요..
사진이 예술입니다..
시골 밤길을 걷다 문득 하늘을 쳐다보면
금방이라도 얼굴위로 쏟아질 것처럼 별이 촘촘했지요.^^
유나님 글과 사진을 보니 흐믓하게 음~~~ 하면서 보게 되네요.
참 간결하면서 절제된 듯한 글과 사진에서 진하게 묻어나는 유나님의 마음이 보이는 것 같아요.
멋진 후기 감사합니다. 부부가 함께 오셨군요. 다음엔 두분이서 함께 모놀하세요. 저도 뵙고 싶네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
네 감사합니다.
별꽃님도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으~음~~! 여전히 기억에 안나니 큰일..유나님. 담엔 저 좀 만나 주셔여~~ㅎㅎ^*^
ㅎㅎ
네에~ 꼬옥 자수할게요.
울랄라시스터즈 공연 너무 재미있었어요.^^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이 가장 소중하고...슬며시 팔짱끼는 그 마음..참 이뻐요...^^
고운님 만나면 이야기 많이 하고 싶었는데
이번에도 그러지 못했네요.
우리, 동갑이잖아요.^^
유나님~
오랜만인것 같아요...
답사에서 자주 만날수있게 해줄래요?...
딱 한 번 참석으로 저보다 더 모놀친화적이 된 옆지기 덕분으로
앞으론 자주 볼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어요.ㅎ
밤길에서 짝꿍과 함께 하니 ..
보고있는 나는 외롭기만하네~~ㅎ
유나님!
얼굴보고 언제 얘기나눌까봐,~~
멋진게 분명해!!
ㅎㅎ
제가 멋진지는 잘 모르겠고
토끼여행님이 멋지시다는건 분명한 것 같아요.^^
참 좋은 답사를 하셨네요..
유나님은 언제 어디를 가도 행복하실거 같아요.
후기, 감동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