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의 내년 시즌은 처절한 생존의 법칙이 적용될 전망이다. 2년연속 3위 성적표를 받아든 기아는 올시즌이 끝나자마자 대대적인 체질개선 작업에 돌입했다. 팀적응에 실패한 마무리 진필중을 내보내고 FA 마해영과 조규제를 영입했다. 또한 거포 심재학을 트레이드해왔다. 기아의 라인업을 살펴보면 마치 드림팀을 연상케 한다. 그러나 새로 영입된 선수들과 기존 선수들의 포지션이 겹치는 데서 문제가 발생한다. 김성한 감독은 “아직 정해진 자리는 없다. 각 부문에서 경쟁을 통해 주전으로 기용할 생각”이라고 말해 힘겨운 경쟁을 예고했다.
특히 외야와 지명타자부문에서 피말리는 접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마해영은 지명타자와 1루수자리를 놓고 이재주 장성호와 경쟁을 벌인다. 기아 붙박이 1루수이던 장성호는 외야경험도 있어 위험부담이 적은 편이다. 그러나 올시즌 지명타자로 뛴 이재주는 신동주가 삼성으로 떠나자 더 큰 상대와 일전을 벌이게 됐다. 장성호가 1루를 꿰차고 마해영이 지명타자로 돌아설 경우 발 붙일 자리가 없는 셈이다.
외야도 만만치 않다. 기존 이종범-박재홍 라인에 심재학이 가세했다. 8개팀 가운데 최강이다. 실력으로나 이름값으로나 다른 팀에 밀릴 이유가 없다. 그러나 장성호가 1루에서 밀려 외야로 들어올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올시즌 좌익수로 뛴 김경언과 함께 선발경쟁을 놓고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지게 된다. 뜻하지 않은 부상과 컨디션 난조 등으로 선발에서 한번 낙마할 경우 주전복귀가 쉽지 않을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또한 부상재활 중인 유격수 홍세완도 걱정이다. 개막에 맞춰 몸을 만들어 가고 있지만 자칫 늦어진다면 복귀가 쉽지 않아 보인다. 손지환과 신인 김주형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시즌 초 눈도장을 받을 경우 밥그릇 싸움을 피할 수 없다. 과연 누가 바늘구멍을 통과해 당당히 주전자리를 확보할지 무척 궁금해지는 기아의 2004시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