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披露)’란 어떤 일을 일반에게 널리 알린다는 뜻으로, 피로연이라 하면 결혼이나 회갑 등 경사스런 일을 알리기 위해 베푸는 연회를 말하는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그러니까 경사스런 연회인데 피로연이란 말은 ‘피곤하다’ 할 때의 ‘피로’와 소리가 같아 어감이 좋지 않으므로 순수한 우리말인 ‘잔치’를 쓰면 좋을 듯싶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피로(疲勞)'는 '일에 시간과 힘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해서 정신이나 육체 따위가 지쳐서 고단함'을 의미하는 말이라서 둘은 전혀 다른 말이지만 발음이 같다보니 조금 어색한 느낌이 있기는 합니다.
다른 경사에서 피로연을 한다는 말은 잘 쓰지 않을 겁니다. 돌잔치, 회갑연, 칠순연, 등으로 쓰기 때문에 결혼식만 '피로연'이라는 말을 어쩔 수 없이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결혼 잔치'나 '결혼식 잔치'도 어색해서 대부분 결혼식은 그냥 '피로연'으로 쓰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먼저 일요일과 어제 일요일에 결혼식이 있어서 다녀왔습니다.
한 곳은 부평에서 두 시 반에 있었고, 다른 한 곳은 강남 신사동에서 세 시에 있어서 점심을 먹고 가기엔 조금 어정짱한 시간이었습니다.
결혼식에 두 시 반인데 친구 몇하고 한 시 반 전에 도착을 했더니, 앞 결혼식이 끝나고 식사를 하는 중이어서 거기 들어가 같이 끼여서 먹기 시작해 다섯 시까지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일어날만 하면 다른 친구가 오고 또 다른 친구가 오고 하다보니 나중에는 우리가 간 결혼식이 다 끝났고, 거기 앉아서 먹는 사람들이 우리밖에 없었습니다....
스물일곱 명이나 함께 했으니 왁자지껄했고 많이 먹고 마셨습니다. 뷔페여서 음식을 가지러 다니는 것이 좀 귀찮았지만 발 빠른 친구들이 있어서 자주 나갈 일도 아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뷔페로 하는 곳은 먹을 것이 없다고 얘기들을 합니다. 하기는 풍요 속이 빈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갈비탕이 나오는 피로연보다는 오히려 뷔페가 더 낫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갈비탕이 나오는 곳도 별로 없지만 그런 자리에서는 소주 한 병을 마시기에도 버겁기 때문입니다.
신라호텔 뷔페는 30만원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가서는 먹을 게 없어서가 아니라 주눅들고 뭐가 맛이 있는지 몰라서 먹을 게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많이 먹는다고 해도 어떻게 30만원어치를 먹을 수 있겠습니까?
호텔에서 하면 몇 가지 음식과 함께 스테이크가 나옵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그게 더 낫다고 얘기핳는 분도 있을 겁니다. 호텔에서 스테이크가 나오는 피로연은 10만원 안팎이라고 합니다. 웬만한 사람들은 그게 너무 비싸서 음식값 감당하기도 힘들지 모릅니다.
그런데서는 정말 소주 한 잔 마시기도 어렵습니다. 잘 나오는 코스라고 해도 양을 채우기도 힘이 들 겁니다. 제법 이름이 알려진 탤렌트가 신라호텔에서 결혼할 때에 초대를 받아 간 적이 있습니다. 거긴 초대장이 없으면 들어가지도 못합니다. 일일이 체크하면서 어디서 온 누구인지까지 확인한 뒤에 이름이 있으면 자리도 안내해서 지정된 곳에 앉게 합니다.
연어스테이크를 먹었는데 배도 고프고 밋밋하여 거기서 나와 다른 식당에 가서 안주 시켜 소주 마시고 왔습니다. 어제도 호텔에서 스테이크를 먹는 피로연이었습니다. 품위있게 기다리면서 음식이 나오는대로 조용히 먹어야 예의겠지만 그렇게 점잔을 빼고 앉아 있다가는 허기져서 쓰러질 것 같아서 큰소리로 부르고 자꾸 더 달라고 해서 먹고 마셨습니다.
누가 보면 걸신들린 사람들이 온 것처럼 많이 먹고 마셨을 것인데 세 시 반이나 돼서 음식이 나오는데 사람은 많고 일손은 딸리고 일에 익숙하지 않은 알바생들이 음식을 나르다보니 어쩔 수 없이 큰소리를 쳐야 빨리 가져옵니다....
이젠 예전 시골에서처럼 며칠씩 잔치를 하는 결혼식이나 잔치는 없어졌습니다. 세상이 변하면 모든 게 같이 변하고, 그런 변화를 따라가야 하는데 촌에서 온 사람이라 그게 쉽지가 않아서 늘 당황스럽습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