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호의 (1)에 이어갑니다. 42동기들이 우리들의 우리들에 의한 사는 이야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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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 만찬은 이제 막 끝이 났으나 그대로 물러 설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서로가 눈치를 봅니다. 고개를 수그덩하니 해서 아마도 속으로 계산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나님의 고리 눈이 더 무섭나 아니면 동기들과 술집에서의 희열, 양쪽을 비교 가늠을 해보는 것 같습니다. 보나 마나 머리 좋은 동기들이 그냥 바로 돌아갈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은 눈 빛만 보아도 압니다.
2차는 일단 주사파(酒思派; 술을 생각하는파)는 미스터 세분(생맥주와 소주를 파는 집)으로 가고, 주단파(酒斷派: 젊을 때 억수로 술을 마셨다가 이젠 고장이 나서 술을 마시면 절대로 안되는 고스톱 파)는 동기회 사무실로 가버렸습니다. 나는 주사파로 합류했습니다. 공연히 애꿎게 조해녕 동기에게 화살이 가서 "미스터 세븐"이 조 동기의 친한 집이니, "크게 한 턱 쏘라"라느니 온갖 핑계를 댑니다.
둘러 앉으니 황규현, 윤의융, 강수균, 우임현, 박해상, 김종보, 김대곤, 이희송, 장진영, 조해녕 제형들이었습니다. 생맥과 흑맥, 그리고 소주 폭탄을 섞어 500짜리 설흔 잔은 넘게 왔다 갔다 했습니다. 자정이 가까울 무렵 작은 마님이라 지칭하는 "수빈"을 불렀습니다. 마주 앉아 관상을 보아하니 우리 동기들이 맥을 못 출 정도의 미모와 기지와 유모어를 갖추었는데 오늘처럼 달 밝은 밤엔 "명월이~ 마~안공산하니 쉬어 가~안들 어떠리이~" "얼씨구~"에 제격인 미모에다 친절은 황진이가 서러울 정도입니다. 진한 농이 오가고 밤 11시가 넘었습니다. 헤어질 시간입니다. 모두 일어섰습니다.
모두가 막상 바람 부는 포도에 나가니 또 마음이 변했습니다. 장진영 형이 3차로 "딱 한 잔"만 하잔답니다. 3차로 "도큐(생맥주와 소주)"에 들어 갔습니다. 장진영, 강수균, 김종보, 윤의융이 또 마셔대고 주위를 둘러보니 빈 병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습니다.
다른 넷은 당구클럽으로 가버렸습니다. 조해녕 황규현, 우임현 박해상 형들입니다. 새벽 한시가 되어서야 당구 팀이 들어 왔습니다. 또 마셔댑니다. 이 번에는 싱겁게도 또 속 좋은 장진영 형에게 시비가 걸렸습니다. 이 집은 무슨 장진영 형의 7촌 여동생 집이니 5촌 오빠니 어쩌니 하다가 결국 물주는 장진영 형이 되어 버렸습니다.
새벽시간 2시, 도큐 술집을 나와 걸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범어 로터리를 건너, 길을 왔다리 갔다리 하며 길 청소를 다하며, 그래도 호기가 남아 배호의 "삼각지 로터리~, 잃어버린 그 사랑을 아쉬워 하이며~~"
흥얼거리며 걷다가 그 많은 흘러간 '영자'들을 생각하며, 하늘을 보니 상현 달이 빙긋 웃었습니다. 달의 생긴 모습이, 아까 보조개가 깊은 "수빈"의 미소 같기도 하고, 우째 다시 쳐다보니 아직 자지 않고 기다리다 지친 마나님이 "하이고 마~. 술 하고 살지 뭐할라꼬 찾아 오노..." 라고 말하며, 반김 반 원망 반으로 현관문을 열며 흘기는 마님의 눈 길 같기도 하고....
그 넓은 대동로가 좁아 이 쪽 저쪽 길 청소를 다 하면서 걸었습니다. 그새 한 삽십분 걸어서 우째 동 호수는 틀리지 않았는지, 현관 문 앞에 섰습니다. 즐풍목우 헝클어진 머릿결을 쓰다듬으며, 차려 자세로 현관 도어록 암호 번호를 누르니 아직 다 눌르지도 않았는데 자동으로 대문이 열렸습니다. 놀란 나는 내가 아라비안 나이트의 "열려라 참깨"를 말했나 하고 혼동하고 있는데, 이미 낌새를 안 마님이 문을 열어 자동으로 열린 것으로 착각을 했었습니다.
"만날 친구가 있어 좋고,
아직 마실 술이 있게 건강이 있어 좋고,
본처가 있으니 좋고....(헤헤 좀 전 술집에서는 모두들 싱글이라 해놓고..) "
원래 술마신 사람들은 집 현관에만 들어서면 군기가 빠져 퍼지는게 상례여서, "에라 모르겠다" 마눌 얼굴을 보니 분명 우리집은 틀림 없다 싶어서 침대에 퍼들어지니 치약 묻힌 칫솔 방망이가 입 안에 쑥 밀려들어 오고, 양말을 벗긴 후 팔을 째비며 화장실로 밀어 넣는 마누라의 성화가 오늘은 더 사랑스럽습니다. 아 그래도 봄 날은 갑니다.
동기들의 행복지수를 높이기 위해 일부러 참석한 이재철 형, 그리고 윤의융, 황규현 형에게 감사한 마음을 간직하며 대미를 장식합니다. <끝>
첫댓글 야,참, 그림이 선합니다, 문장 표현력이 최우수작품상...동인 문학상을 건너 뛰어 넘어---노벨 문학상 후보 작입니다, 캬 캬 캬...
하하하.. 이 원장 완전한 퇴폐의 극치이지요. 한국인의 스트레스 지수가 OECD국가 가운데 최고라서 자살률이 세계제일이라카이 .. 할 말이 없네요. 하하 형의 극찬에 오히려 기가 죽습니다.
아 ~ 그옛날 그시절이 그립군요. 나도 고향에 그대로 있었드라면 그자리에 있었을텐데. 장인준이 3차가는 술버릇도 아직 그대로이며 그친구 3차까지 가봐야 5촌 여동생 다리한번 못만지는 친구지. 그래서 친구잘 사귀라고 하잖소. 인준이같은 친구하고 같이 다니면 평생 아가씨 다리 한번 몬 만지지만 큰사고는 없을게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아까운 봄날은 그렇게 흘려가고.........그래도 봄날 타령할수있는 기운이 남아있어 읽는 사람도 즐겁소이다. 언제쯤 꿈이여 다시 한번 부르면서 빠지는 사람 없이 즐겨볼 날이 있을까
그렇게도 충직한 아내를 가진 자의 행복함이여
'무에라. 충직한 아내라고라' 아이고 백문, 충직이란 말 아무데나 쓰지마소 사람 잡는 수가 있당께롱.
소인의 이름도 오르 내리니 주사파에 속하나 보네, 허락하여 주신 원예농장엔 벌써 뿌리내린 고구마가 한창이니 올농사는 따논 당상이고, 우째입이 건질 건질하니 지신이라도 한번쯤 밟는것이 어때요 시간,장소,청탁 불문이요,연락한번 주소.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