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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김민웅 전 경희대 교수/ 촛불행동 상임대표
대통령 윤석열의 배우자 ‘김건희 명품가방 수수 사건’은 뇌물문제를 넘어 인사와 정책에 관여한 ‘국정농단 사태’가 본질이다. 추측에 의한 의혹 수준을 넘어섰다. 이 문제는 결국 윤석열 탄핵의 뇌관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김건희 특검’은 여차하면 탄핵정국으로 그대로 이어질 요소가 다분하다는 것은 누가 봐도 분명하다.
김건희, 윤석열의 뇌관 되다
윤석열 정권으로서는 대통령이 후보 선정에 직접 관여한 강동구 보궐선거 참패, 6천억 가까이 들여 겨우 29표를 얻은 엑스포 참패에 이어 김건희 명품가방 수수 사건으로 연달아 강도 높은 치명타를 맞고 있는 중이다. 반전의 계기나 내용을 찾을 수 없다는 점에서도 탈출구가 없는 지경에 직면하고 있다. 게다가 내년 총선의 시간은 바짝 다가오고 있다. 이번 총선의 성격은 중간평가, 심판선거를 피할 수 없다. 총선에 내놓을 성적표는 남루하기 짝이 없는 형편에, 서울은 기껏 6석이라는 보고서까지 공개된 판이다.
궁지에 몰렸다. 이들로서는 정국 돌파에 묘수가 없는 현실에서 윤석열의 사당(私黨)이 된 국힘당의 전진배치를 통한 전술이 절실하다. 그러나 자신의 손에 잡고 있는 주사위처럼 작동할 줄 알았던 김기현 체제는 무능하기 짝이 없다는 것이 드러났고, 새로운 진용 편성을 통해 포장을 바꾼 ‘윤석열 당’으로 아예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김기현은 그래서 잘렸고 장제원은 윤의 압박 아래 전술적 후퇴를 통해 윤석열의 의지대로 당 재편이 가능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방식이 어떻든 간에 둘 다 제거된 모양새다.
김기현은 무슨 마음을 먹고 이준석과 회동했는지 모르나 그 자체가 ‘괘씸죄’라 항복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지역 토호세력으로 남는 것만 일단 허용되었을 뿐이다. 인요한의 혁신위를 무력하게 만드는 데는 성공했지만 윤석열의 의지와 충돌하게 되면서 김기현의 운명은 시간문제였다. 지지세도 미약한 신세다. 그러나 이런 파열음은 국힘당 내부의 권력투쟁이 매우 치열해졌음을 말해준다. 여기서 판단의 기준은 하나다. 윤석열이 총선 이후에도 여전히 권력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인가이다.
27일 MBC 장인수 기자가 서울의 소리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는 지난해 9월 13일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지하에 위치한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서 300만 원 상당의 디올(Dior) 명품 파우치를 선물 받았다. 김 씨가 받은 쇼핑백에 디올 글자가 보인다. 2023.11.28. 서울의 소리 유튜브 채널 갈무리
‘김건희 특검’ 대통령 거부권은 제척사유로 원천무효
답은 뻔해지고 있다. 지금이야 기세등등한 척하지만 김건희 문제는 시한폭탄이다. 게다가 조선과 동아가 일제히 입을 모아 김건희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김건희를 안고 가다가 다 죽게 생겼다는 두려움이 커진 것이다. “사가(私家)로 가라”라는 주장까지 한 동아의 표현은 국정에 더 이상 관여하지 말라는 경고이자, 이 ‘사가(私家)’라는 말이 역사적 단어라는 점에서 “왕비의 폐위”까지 담고 있다는 걸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만큼 김건희 폭탄의 폭발력에 정치적 공포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보수세력의 요구처럼 깔끔하게 해결될 수 없다. 포장을 바꾸고 나타난 국힘당이라고 해도 이 문제는 근원적으로 불가촉(不可觸)이다. 누가 감히 중전마마의 비리를 지적하고 나서겠는가. 혁신의 기세를 내뿜으려 해도 윤석열의 시나리오대로라면 틀렸다. 정치검사들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 말고는 달리 도리가 없는데 그 역시 내외의 비판과 저항에 직면하게 되어 있다. 여기에 김건희 특검 거부권 행사 여부는 윤석열과 국힘당을 폭풍지대로 삽시간에 끌고 갈 태세다.
대통령의 거부권은 의회가 통과시킨 법안이 헌법상 문제가 있고 국민적 피해가 우려될 경우를 전제로 국회의 재논의 및 의결을 요구하는 절차다. 그간 윤석열의 거부권은 그저 권력 남용일 뿐이었다.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김건희 특검 거부는 윤석열 자신이 바로 이해당사자라는 점에서 제척사유에 해당돼 거부권이 법리상 원천적으로 무효의 의미를 갖는다. 자신의 가족 관련 수사에 관여, 금지하는 고강도의 수사개입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식이 통하면 자신에게 불리한 수사는 국민 누구든 거부할 수 있다는 식이 될 뿐이니 당연히 말이 되지 않는다.
김건희 특검 거부권 행사는 법 위에 존재하는 ‘신성가족의 존재’를 선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를 국민이 용납할 리 만무하다. 이미 국민들 70퍼센트, 대구 경북에서조차 67퍼센트가 거부권 행사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거부권 행사를 하면 특검 봉쇄 내지 지연의 시간을 벌겠지만 역풍은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고, 거부권 행사를 하지 못하면 특검 공세로 정국의 주도권은 민주당에게 넘어간다. 이도 저도 하기 어려운 상태에 몰리는 것이다. 검찰쿠데타로 시발되었으나 투표로 선출된 정권이라는 정통성이 깨지면서 집행력의 구심점도 해체되어갈 것이다. 바로 여기서 정국은 매우 가파른 격돌이 예상된다.
‘정치공학적 패배주의’ 기미 보이는 민주당
정세가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진격하는 기세는 또한 별로다. 특검이 일정한 주도력을 부여할 수 있긴 하나, 정치적 전투력이 강력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재명 당대표의 단식투쟁과 강동구 보궐선거 승리 이후 민주당은 위기는 넘겼으나 그걸 토대로 새로운 약진의 결집력을 보이지는 못하고 있다. 경기도 양평 고속도로 조작사건을 비롯해서 윤석열에 대한 탄핵사유는 사실의 차원에서 존재하고 있어도 그런 사안들은 부분 영역에서 문제가 되고 있을 뿐, 당 전체의 ‘종합적인 전투력’으로 전환되고 있지 못하다.
이는 이재명 당대표의 지도력에 대한 의문으로 집약된다. 내외의 압박이 심화되고 있고 그런 가운데 총선전략의 안전성을 확보해야 하는 입장에서 과감한 선택을 내걸고 나가기는 조심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담대한 돌파력’의 부재로 나타나는 한, 정치공학적 패배주의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된다. ‘정치공학적 패배주의’란 민심의 절실한 요구와 강력하게 결합해 역사적 판단과 선택을 하려들기보다, 제도적 틀거리 안에서 승패를 계산하는 소심함에서 발생하는 태도다.
그러니 준연동형 대신 병립형 회귀로 비례의석을 하나라도 더 차지해 양당 독점체제의 기존질서 안에서 상대적 우위를 차지하는 노력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연합정치의 구도를 짜서 우당전략을 밀고 나갈 자신이 없는 것이니, 정치발전의 관점에서 후퇴하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의 지도력 불안정성이란 공간에 들어선 이낙연
선거법 논의 과정에서 보이는 어정쩡한 자세가 내부의 논란과 분쟁을 일으키고 있고 정치적 신뢰도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는 상황이다. 바로 이런 공간에 이낙연의 신당 추진 움직임은 민주당의 일정한 분해과정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른바 ‘수박’으로 멸칭되는 정치인만이 아니라 윤석열과의 대치전선 강화에 마음이 없는 정치인들이 이낙연의 신당으로 모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큰 틀에서 보자면 이들은 윤석열 정권과의 정치적 긴장을 풀고 적당히 담합하는 ‘부역자 정치’를 하는 셈이 된다. 한 마디로 모리배들이다.
이낙연의 최대 문제는 민주개혁진영이 힘들여 싸우고 있는 윤석열 정치검찰 정권과의 전선을 교란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부역자 정치’의 본질이다. 지지기반도 흩어진 상태에서 공적 책임감보다는 자신의 권력의지만이 앞서는 바람에, 공세를 집중시켜야 할 대상에 대한 역사적 판단의 실종과 정치적 식견의 붕괴가 이낙연의 현주소를 규정하고 있다. 윤석열 검찰권력의 등장에 일정 책임이 있는 그로서는 이에 대한 국민적 사과와 통렬한 반성, 그리고 윤석열 정권을 겨냥한 정치적 역량 결집이 의무인데 그걸 저버리고 있는 것이다. 이낙연 몰락의 최종 도장을 스스로 찍고 있다.
그러나 이런 현실은 민주당의 전투력 결집을 일정하게 방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이낙연의 모리배 정치가 우선적인 책임이 있는 한편, 민주당이 민심과 치열한 소통을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권력과 기회를 모두 준 국민들은 민주당 집권기와 현재의 민주당에 대해 깊은 실망을 하고 있으며, 반윤석열 전선 강화에 확고하게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을 불만스러워하고 있다. 선거에서는 어차피 민주당을 찍을 거야, 라는 식의 오만하고 게으른 태도로는 이런 현실을 극복하기 어렵다.
“민주당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대답은?
지금 민주당에게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우선 개혁의제 담론을 내놓아야 한다. 전쟁의 위협에 직면한 한반도의 운명, 검찰을 비롯한 권력기관들에 대한 철저한 개혁, 대대적인 언론개혁의 구체적 방도, AI 등이 주도할 미래사회진입을 위한 준비, 불평등의 근본적 해결, 생태계 위기 극복, 복잡해진 사회적 변화를 담아낼 정치개혁의 틀과 같이 우리가 직시해야 할 현실의 본질과 그 대책에 대한 보다 웅장한 그림과 개혁조처가 제시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논의와 담론은 증발 상태다.
윤석열을 견제하기 위해 필요한 머릿수만 채워달라는 식의 총선 대응은 180석의 무능력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대중들을 기만하는 것이 된다. 이제는 보다 수준높고 다채로운 내용을 담을 연합정치의 틀을 짜는 미래정치 진입의 과정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이자 단계이며, 이로써 양당 독점체제가 틀어막고 있는 개혁의 기세를 해방시키는 것이 정치의 본령이다. 이걸 할 의사와 의지가 없다면, 종국적으로는 “진화에 실패한 멸종집단”이 되고 말 것이다. 먼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한국사회는 그런 요구가 정치적 담론의 중심에 있다. 민주당이 이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지 않을 뿐이다.
결국 시대적 과제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의 여부가 민주당의 정치적 진로와 운명을 결정할 것이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너무나 낡은 풍경이다. 개혁의 동력이 뿜어져 나와야 하는 시기에 엉거주춤하는 정당은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정치노선에 의해 정작 절실한 과제 해결에서 낙오하고 만다. 김건희 특검과 윤석열 탄핵을 줄기차게 외쳐온 광장의 촛불민심은 이를 날카롭게 꿰뚫어보고 있다. 그래서 “싸워라, 싸워라!”라고 외치고 있는 것이다.
9일 대통령 관저 인근인 서울 용산구 한강진역 앞에서 열린 68차 촛불대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 얼굴이 그려진 대형 현수막을 찢으며 명품 수수 의혹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2023.12.9. 사진 이호 작가
민주당이 가져야 할 진짜 힘은 “의로움 추구하는 민심”
지난 1년 반의 시간 동안 집결하고 투쟁해온 촛불의 광장은 전국조직화의 수준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는 지난 2016년 제1차 촛불혁명의 과정에서 박근혜를 몰아내고 난 뒤에 각기 흩어졌던 상태에 대한 반성의 결과다. “깨어있는 시민들의 자기조직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역동적 변화가 앞으로 어떤 정치혁명의 계기를 만들어낼지 짐작도 못할 정도다. 이걸 무시한다면, 기존의 정치권은 예상을 넘는 난데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 힘과 결합하면서 정치개혁에 힘을 함께 모은다면, 윤석열 정권과의 대치전선에서 민주당 주도력은 보다 강력해질 것이며 시대적 과제를 주권자 국민들과 함께 감당해가는 역사적 승리를 누리게 될 것이다. 그것이 이 시대가 절대적으로 요구하는 주권혁명의 책무를 실현하는 길이요, 궁지에 몰린 윤석열 정권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할 수 있는 위력적 전략이다. 쉬운 길을 놓아두고 복잡하게 머리굴려 계산에 몰두하면 진짜 필요한 힘을 갖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 진짜 힘이란 무엇인가? “의로움을 추구하는 민심”이다. <맹자>의 첫머리 양혜왕(梁惠王)이 계산적 이득에 속한 이(利)를 논하자 맹자가 오직 인(仁)과 의(義)가 있을 뿐이라고 했던 말은 지금도 옳다. 인(仁)은 만물을 생육시키는 마음이요, 의(義)는 부당한 현실을 바로잡는 일이다. 오늘날로 치면, 야만의 정치를 극복하는 것이 인(仁)이요, 권력의 탐욕을 파탄내는 것이 의(義)다. 이른바 실용주의 정치로는 도달할 수 없는 경지다. 여기에 눈뜨면 우리 정치는 전혀 다른 차원에 진입하게 될 것이다.
출처 : 궁지 몰린 윤석열 당, 전투력 결집 절실한 민주당 < 민들레 광장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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