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시작은 아버지로부터.
일주일 쯤 전부터 아버지가 기침을 하시고 몸살기가 있으셨고, 어머니가 아버지께 옮아서 기침을 하시기 시작.
그리고 나까지 옮으면서 나는 몸살로 끙끙 앓기 시작했음. 근데 환절기에 몸살치레 한번씩은 꼭 했던 전력이 있기에 코로나일거라곤 상상도 못 함.
그런데 나까지 옮는걸 본 동생이 야단법석을 떨기 시작함. 혹시 코로나이면 어떡하냐고, 자기까지 옮으면 어떡하냐고 엄니에게 내일 당장 코로나 검사 받아보라고 등을 떠밀었고, 어머니는 동생 등쌀에 못 이겨 검사를 받고 오심.
그리고 다음날 아침, 어머니 문자로 코로나 확진 판정이 도착함. 어머니는 충격을 받으셨지만 출근하신 아버지께 전화해서 오늘 사람 만나지 말고 검사받고 바로 집으로 오라고 말씀하시고, 나와 동생은 보건소로 검사를 받으러 가게 됨.
보건소 검사소는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서 줄을 길게 늘어서 있었는데, 직원에게 확진자의 밀접접촉자라고 얘기하니 짧은 줄을 따로 안내해 줌.
그렇게 검사를 받고 집에 온 후,
어머니는 일단 먼저 격리에 들어가게 된 격인 만큼 밥상을 따로 내서 먹기로 함. 그래서 나도 내방으로 따로 쟁반에 받쳐와서 혼자 밥을 먹음.
이때까지만 해도 에이.... 나는 아니겠지 하는 기대가 있었음.
다음날 아침, 나와 아버지는 각각 확진을 알리는 문자를 받게 되었고 그렇게 동생을 제외한 나머지 가족 3명이 확진됨으로써 확진자 가족이 되어버렸음....
참고로 어머니는 3차 접종을 맞은지 1주일이 안됐고, 나머지 가족은 모두 2차 접종까지 받은 상태였음.
암튼 생활치료센터를 들어가네 마네 설왕설래가 오고가고, 유일한 음성자인 동생이 남자친구 집으로 가고 나머지 가족이 집에서 자가격리 하는 것으로 결론남.
PCR 검사 받으러 갔을때 보건소에서 받아온 건강관리세트.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과 또다른 종류의 감기약, 분무식 소독제, 손소독제, 전자체온계와 산소포화도 측정기가 들어있음.
자가격리 2~3일 후 집으로 온 일용할 양식들. 이게 1인분이고 우리집은 이런 박스 3개를 받음. 라면, 스팸, 레토르트 국 종류, 즉석밥, 김치통조림, 황도, 카레, 짜장, 김 등 다양하고 많이도 들어있음. 솔직히 일주일간 먹고도 넉넉히 남을 양이라서 약간의 간식 용도까지 염두에 둔게 아닐까 싶음.
그리고 또 라면박스 두개만한 큼직한 박스가 3개가 왔는데, 그 안에는 마스크 수십개의 묶음과 페이스쉴드, 전신방호복, 자가진단 키트 등이 들어있었음. 생각해보니 자가격리라서 나갈 일이 없는데 왜 왔나 싶기도.... 결국 마스크와 자가진단 키트만 빼고 나머지는 격리해제 후 보건소에 다시 갖다줌.
자가격리는 지루함과의 싸움이었음. 아버지와 어머니는 기침 외에 다른 증상이 없었지만, 나는 몸살 증상이 계속 있었고 격리 이틀 후부터 후각과 미각이 상실되었음. 열나고 기침나고 몸 쑤시는건 몸살감기 걸리면 겪게 되는 증상이지만, 후각과 미각 상실은 처음 겪는 증상이다보니 이건 좀 겁이 많이 났음.
그래도 다행히도 어머니가 확진판정 받기 전날 감기몸살 증세 때문에 병원에 가서 약을 일주일치 타왔었고, 그 약을 꾸준히 먹으면서 버틸 수 있었음.
동생은 우리 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넷플릭스에 가입해 계정 하나를 떼줬고, 우리 가족은 일주일 내내 팔자에도 없던 넷플릭스 시리즈 완주를 하게 됐음. 오징어게임, 킹덤, DP, 지옥까지 봤음.
그리고 이렇게 문자가 와서 어플 두개를 다운받게 되는데, 하나는 매일 내 몸의 상태를 체크하는 어플이고 하나는 위치추적 앱.... 우리 가족들은 추노앱이라고 불렀음 ㅋㅋ
근데 추노앱은 내방 침대에 누워있어도 자꾸 '자가격리 장소를 이탈하였습니다' 라는 알림이 와서 영 성가셨음. 며칠 그러다가 더이상 안 그런걸 보면, 자가격리자 관리하는 담당자가 위치추적 시스템을 약간 손봐주는 식으로 처리한듯.
그리고 매일 생활치료센터 비대면진료 시스템을 하루 두번, 오전 8시와 오후 5시에 입력해야 하는데 입력 안 하면 문자가 옴.
산소포화도&심박수 측정기랑
전자체온계 받아온걸 이용해서 측정을 하고,
체온이랑
산소포화도
맥박수랑
그 외 기타 증상을 입력하게 되어있음.
그중에서 체온과 산소포화도를 중요하게 보는듯.
그리고 매일 한번씩 시 의료원, 그리고 보건소에서 전화가 와서 별다른 증상이 없는지 불편한건 없는지 등 여부를 물어봄. 개인적으론 시 의료원에서 전화주시는 분이 푸근하고 유머러스해서 즐거웠음.
격리 전에 받아놨던 약이 다 떨어졌다니까 의사를 연결해주겠다 하더니, 의사에게서 전화가 와서 유선상으로 증상을 얘기했더니 다음날 약과 처방전이 집으로 왔음.
이런식으로 집으로 오는 물건들은 택배가 아니라 항상 보건소나 구청의 담당 직원이 직접 놓고 갔는데, 참 노고가 많구나 절절히 느낄수 있었음.
그렇게 열흘의 자가격리 기간이 지나고, 크리스마스 오전에 우리 가족은 해방될 수 있었음.
결론 :
백신은 코로나를 완벽히 막아주는 마법의 묘약은 아니다. 하지만 백신을 맞은 덕분에 병원에 입원 안해도 되었다.
확진돼서 격리되면 진짜 지루하다. 그러니까 안 걸리도록 주의하자.
첫댓글 와... 고생많르셨습니다 ㅠ
다행이네요 별 탈 없이 다들 지나가셔서
근데 아직 완치되지 않은 사람이 있으면 격리센터가는 방법밖에 없는건가
저희 가족의 경우에는 어머니와 저, 아버지가 행정상으론 확진일자가 하루씩 차이가 나는데 가장 늦게 확진된 아버지 기준으로 전체 격리를 하더라구요. 즉 어머니는 이틀, 저는 하루 격리를 더 한 셈.
오 저는 28일부터 격리했고 완전 무증상에 주변인들도 싹다 음성 나왔었어요 ㅎㅎㅎㅎ 이 기계 검색해보면 생각보다 매우 비싸서 놀라실거예요..
컥.... 최저가 38만8천원에 보통 45만원 정도 하네요....ㄷㄷㄷ
컥... 고생 많으셨습니다...
와 상세한 설명감사합니다. 그리고 너무 고생하셨어요ㅠㅠ
와 만약에 걸려도 당황하지말고 이글 한번 더 읽어야겠다ㅍ
저는 10 월에 걸려서 2주는시설에서 1주는 병원에서 있었는데
헐.... 증상이 심하셨나보네요
ㄷㄷ
와 스크랩 글이 아니라 당사자의 원글이었구나... 고생많으셨습니다. 무탈하게 넘어가서 다행이네요.
고생믾으셨어요ㅠㅠ
건강하게 격리 끝나셔서 다행입니다. 자나깨나 코로나 조심~
다행입니다! 고생 많으셨어요
진짜 고생 많으셨어요.
유익한 글 감사해요 고생하셨습니다
고생많으셨습니다~ 작성하신 글 디테일하고 유익해서 도움이 많이 되네요!!!!
진짜 고생 많으셨네요 저는 저가 아니지만 가족이 걸려서 아는데 ㅠㅠ 그나마 추가백신접종이랑 겹처서 다행이도 피해갔다고 생각하네요 ㅠㅠ 그리고 그 격리해제서 별다른 사항있기전까지는 6개월 상관없이 사용가능하다고 해요 백신 2차까지 다 맞은사람들은요 참고하세요
유익한 글 정말 감사합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지금은 건강하신거죠? 고생하셨어요
고생하셨네요 무사히 자가격리 끝나서 다행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