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8일 오늘 아침부터 포털사이트 다음의 초기 화면에는 이런 기사가 떠 있는 걸 볼 수가 있었다.
http://sports.media.daum.net/wbc2013/news/breaking/newsview?newsid=20130308085307780
이탈리아 `이변 연출`, 멕시코에 극적인 6-5 역전승
매일경제|입력2013.03.08 08:53|수정2013.03.08 09:27
이걸 보는 순간 처음에는 이탈리아랑 멕시코가 국가대표 축구 평가전을 가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고 넘기려고 해도 조금 이상한 게 6 대 5라는 스코어는 축구에서는 흔히 볼 수가 없거니와 결정적으로는 이탈리아가 멕시코를 이긴 게 왜 "이변 연출"이 될까 하는 의문이 강하게 들어서 이 기사를 클릭해 보았다.
그랬더니 축구가 아니라 방망이질 기사라는 걸 알게 되어서 무척 허탈해졌다. 이게 바로 "전 세계가 열광하는 wbc" 대회에서 나온 "이변 연출"인 모양이었다.
그런데 이 기사에서 보면 한 가지 흥미로운 부분을 발견할 수가 있다. 그게 뭐냐고? 이걸 잘 보기 바란다.
이탈리아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강호 멕시코를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멕시코를 방망이질 "강호"라고 표현하는 건 굳이 뭐라고 트집 잡고 싶진 않다. 아무리 '축생축사'의 나라 멕시코라고 해도 엄연히 방망이질 동호회도 열리는 게 분명하고, 그 동호회 실력도 만만찮다는 걸 외신 보도를 통해서 보면 그리 어렵지 않게 알 수가 있으니 말이다.
내가 참으로 흥미롭게 본 부분은 다음의 대목에 있다.
2009년 WBC에서 캐나다를 제압했던 이탈리아는 이번 대회에서도 멕시코를 잡으며 유럽 야구 강국의 자존심을 지켰다.
2009년에 열렸다는 "전 세계가 열광하는 wbc"에서 이탈리아가 캐나다를 "제압했"다는 건 알지도 못할 뿐더러, 전혀 알고 싶지도 않다. 내가 눈여겨본 것은 바로 그 다음 대목에 나오는 "유럽 야구 강국"이라는 표현에 있다.
이걸 보는 순간 유럽에서 야구가 활성화되긴 했을까 하는 의문이 우선 강하게 들었다. 다른 곳이라면 몰라도 "축구로 해가 뜨고, 축구로 해가 진다"는 유럽에서, 그것도 축구에서 늘 세계 강국으로 군림하는 이탈리아를 놓고 "야구 강국"이라는 표현을 쓰는 건 적어도 내 눈에는 전혀 가당치 않아 보였다.
그러나 이탈리아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나와는 달리 명색이 기자라는 사람이 '없는 표현을 지어냈을 리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이왕이면 이 기회에 뭐라도 하나 배우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서 직접 이탈리아 인터넷을 검색해서 "유럽 야구 강국" 이탈리아의 현황에 대해서 수박 겉핥기로나마 알아보기로 했다. (할 짓 더럽게 없지? 흐흐~)
자, 그리하여 "유럽 야구 강국" 이탈리아의 야후 사이트로 날아가서, 스포츠 사이트로 들어갔다.
그랬더니....

이 메인 화면의 메뉴에는 야구 따위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축구가 있는 것도 아니지 않냐 하는 의문을 가질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겠는데, 이탈리아 어로 축구는 깔쵸 calcio로 표현이 된다. 즉, 여기서도 축구가 제일 첫 메뉴에 올라 있다는 걸 알 수가 있다.

"유럽 야구 강국" 이탈리아의 야후 스포츠 사이트에서 메인 화면을 장식하는 것은 축구 이야기였다. 그리고 이 메인 화면 아래를 계속해서 살펴보면.................




메인 화면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축구라는 걸 발견할 수가 있다. 아무리 축구를 좋아하는 나라라고 해도 그렇지 명색이 "유럽 야구 강국"인데 이럴 수가 있나 싶은 생각에 개탄스럽기도 했다. 너희들 이러고도 "유럽 야구 강국"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겠냔 말이다!!!
메인 화면의 아랫부분을 마저 뒤지니까 비로소 다른 스포츠도 찾아볼 수가 있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테니스나 사이클, 모터스포츠도 찾을 수가 있는데 도대체 야구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거 정말 "유럽 야구 강국" 이탈리아가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다.
자, 다시 한 번 메인 화면 첫 부분으로 돌아가보도록 하자.

깔쵸에 마우스를 가져가면 여러 가지 축구 관련 용어들을 발견할 수가 있다. "유럽 야구 강국" 이탈리아에서 야구가 아니라 축구에 이렇게나 지대한 관심을 보이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지 모르겠다!
사이클로 짐작이 되는 용어에 마우스를 가져가면 역시나 사이클이 맞다는 걸 알 수가 있다.

메뉴에 나와 있는 pallavolo가 뭔가 하고 마우스를 클릭해 보자, 그 정체를 곧바로 알 수가 있었다.

배구였다. 브라질과 함께 '세계적인 배구 강국' 이탈리아다 보니 역시 배구도 제법 인기를 끌고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탈리아를 놓고서 '배구 강국'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도 조금 우스운 게, 이탈리아에서 자기가 알고 있는 배구 선수 이름을 단 한 명이라도 댈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보다는 유벤투스나 ac 밀란 같은 유명 축구 팀의 베스트11을 전부 댈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게 더 쉬울 거라는 외신 기사가 떠오르기도 하기 때문이다.
자, 그건 그렇고 도대체 야구는 어디에 숨어 있단 말인가? 숨은그림찾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야구 찾기가 이렇게 어려워서야 "유럽야구 강국" 이탈리아의 체면이 뭐가 되냐고!!!
앗, 그러다 마침내 찾고야 말았다!!
altri sports에 야구가 꽁꽁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이 메뉴의 처음에 등장하는 atletica는 올림픽이었다. 거기에서 올림픽 관련 기사를 찾아볼 수가 있다.
자, 드디어 "유럽 야구 강국" 이탈리아의 진수를 알아보기 위해서 야구 코너로 들어갔다.
그랬더니....

뭐야, 이거?
"전 세계가 열광하는 wbc" 이야기가 첫 꼭지에 나와 있지를 않잖아? 이게 지금 뭐하자는 짓일까 싶어서 그 아래를 보니, 비로소 "전 세계가 열광하는 wbc"를 발견할 수가 있었다.
그런데........

이게 도대체 무슨 영문인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전 세계가 열광하는 wbc"는 활자 기사로는 없고, 있는 것이라고는 사진 자료뿐이다! 그것도 "강호 멕시코"를 꺾었다는 "유럽 야구 강국" 이탈리아에서 이렇게나 "전 세계가 열광하는 wbc"를 소홀하게 다룬다는 게 말이나 되냐고!!!!
뿐만 아니라 야구 이야기는 모두 합쳐 봐야 얼마 되지도 않고, 딱 4꼭지 정도가 전부였다. 도대체 이렇게 해서 어떻게 "유럽 야구 강국"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 건지, 이탈리아와 상관이 없는 내가 다 걱정이 된다. 정말 너희들 이러다가 "유럽 야구 강국"이라는 지위를 다른 유럽 나라에게 넘겨주겠다. 어쩔래, 정말!!!
이 나라 언론에 따르면 네덜란드가 지금 야구에서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고 하기도 하고, "이미 무시할 수 없는 야구 강국"이라고까지 하는 실정이란다. 그런 만큼 너희들이 지금 잠시 차지하고 있는 "유럽 야구 강국" 자리를 언제 네덜란드한테 뺐길지 모른단다. "강호 멕시코"를 꺾었다고 해서 안심할 상황이 아니란 말이다! 내 말 명심해라!!!!
혹시 다른 스포츠도 이렇게 소홀하게 다루었나 싶어서 다른 스포츠도 한번 뒤져보았다.
권투로 짐작이 되는 Boxe를 뒤졌더니....



필리핀의 복싱 영웅 '파퀴아오'를 비롯해서 타이슨이 등장하는 등 실로 많은 자료를 발견할 수가 있었다. 야구에 대한 푸대접과는 달리 이탈리아에서는 권투에 이렇게나 많은 관심을 쏟고 있는 모양이다.
축구는 이미 나왔는데, 저 메뉴에 등장하는 Football이 또 뭔가 하고 클릭해 봤더니...


그것은 바로 미식 축구였다. 이 미식 축구 역시나 야구처럼 아주 소홀하게 취급하고 있었다.
자, 이것이 바로 "유럽 야구 강국" 이탈리아에서 야구가 처해 있는 현실이다. 제대로 된 관심이나 애정은 고사하고, 스포츠 종목의 다양성을 엮어주는 '구색 맞추기' 정도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이탈리아에서 야구는 철저하게 무시당하고 있다는 걸 이 자료를 통해서 충분히 알 수가 있을 것이다.
과연 이런 나라를 "유럽 야구 강국"이라고 할 수가 있을까? 또한 이런 나라가 멕시코를 상대로 해서 승리를 거두고, 이탈리아와 별로 다를 바도 없는 네덜란드가 이 나라 대표 팀을 5 대 0으로 뭉개 버리고, 야구 리그조차 없는 브라질이 미국과 더불어 야구 양대 강국을 형성하는 일본과 접전을 벌이는 걸 보면 정말 이 야구라는 종목은 언제 어디로 튈지 알 수가 없는 '럭비공' 같은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달리 보자면 네덜란드나 이탈리아, 브라질, 호주 등이 지금처럼 야구를 '취미 생활'로 그치는 게 아니라 '직업' 수준의 리그만 펼치더라도 이 나라나 일본 정도는 가볍게 박살을 낼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쩌면 중앙 아시아에서 야구 리그가 조금이라도 활성화가 된다면(하늘이 두 쪽 나지 않는 이상 그럴 리는 없겠지만!) 지금의 농구처럼 이 나라는 야구에서도 아시아 주변 국가로 전락하고, 아프리카에서 야구의 불을 지피기라도 하면(지구가 종말하는 그날까지 과연 저런 일이 벌어질 수가 있을까?) 한국은 영원한 '야구 후진국'으로 남지나 않을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지나친 생각이지 않냐고? 글쎄다. 야구가 뭔지 아는 사람 찾기가 더 어려운 호주를 상대로 해서 압도적인 실력 차이도 보여 주지 못했다는 이 나라 야구 수준을 보면 저런 생각이 들게 되는 걸 난들 어쩌란 말인지 내가 오히려 되묻고 싶다.............
이상, "유럽 야구 강국" 이탈리아를 강타한 wbc의 폭발적인 열기를 야후 사이트를 통해서 알아본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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