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이내 끝낼 일은 지체없이 처리
당장 할 일 · 맡길 일 · 미룰 일 나눠
■ '쏟아지는 일 완벽하게…' 저자 데이비드 앨런의 시간관리 비결
혹시 당신은 다음 중 하나에 해당하지 않는가. △'읽지 않음' 상태인 메일이 100통 이상 있다. △바탕화면에 저장한 파일이 너무 많아서 더 저장할 수 없다. △내게 주어진 일이 너무 많지만 그중 무엇이 제일 급한 일인지 모르겠다. △미뤄둔 일 때문에 잠이 오지 않는다.
현대의 직장인들은 일의 홍수에 빠져 있다. 특히 스마트 기기의 발달로 직장인에게 들어오는 정보의 양은 어마어마하다. 이같이 쏟아지는 일을 처리하기 위해 2001년 등장한 시간관리 방법론에 대한 책이 '쏟아지는 일 완벽하게 해내는 법(Getting Things Done)'이다. 이 책에 등장한 방법론을 간단하게 GTD라고 부른다.
GTD는 일을 중요성에 따라 분류하는 방법론(오른쪽 도안 참고)이다. 읽지 않은 100통의 메일이 있다면 이를 정리하고 당장 처리해야 하는 일, 위임해야 하는 일, 미뤄도 되는 일로 나눈다. 특히 2분 만에 끝날 수 있는 일은 바로 처리해버리는 것이 핵심이다. 그리고 일단 최초의 정리작업이 끝나면 앞으로는 이런 구분과 프로세스에 의해 일을 처리해나간다.
단순하지만 효과는 강력하다. 이 책은 뉴욕타임스와 아마존 시간관리 분야 베스트셀러가 됐고 저자인 데이비드 앨런(70)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GTD를 교육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 고위 임원, 국제기구 고위직 등이 그의 컨설팅을 받았다. GTD를 바탕으로 하는 개인 일정관리 앱은 300개 이상에 달한다. 이를 업무 프로세스에 도입한 회사도 있다.
더비즈타임스는 15년 만에 개정판을 내놓고 방한한 데이비드 앨런을 만났다. 그와의 일문일답.
―개정판을 내놓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당시와 비교해 방법론은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디지털화와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세상이 바뀌는 속도는 더 빨라졌다. 과거에는 직장을 구한 후 업무에 익숙해지면 1~2년은 변화 없이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 지금은 그런 기간이 하루이틀에 불과하다. 또 2001년에는 책 내용이 직장인 중심이었는데 이제는 학생, 재택근무자, 운동선수 등 일반 사람들도 GTD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GTD는 복잡한 기술이 아니다. 오히려 마음가짐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5년간의 과학적인 발견도 반영했다. 인간의 뇌는 패턴을 분석해 인식하도록 설계됐지만 많은 것을 기억하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GTD 같은 '외부의 뇌'를 구축하고 활용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 인지과학 연구를 통해 뒷받침되고 있다.
― 왜 우리에게는 일이 쏟아지는 것인가.
▷24시간 7일 내내 돌아가는 글로벌 시대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제는 내 상사가 내게 무엇을 해야 할지 지도해주지 않는다. 내가 나의 상사가 돼야 한다. 상사 역시 쏟아지는 일로 인해 멘붕 상태다.
―당신의 GTD는 단순한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기업의 업무 방식으로도 활용되는 것 같다.
▷위대한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지식 노동자라면 자신의 일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이 가장 어려운 것이다"고 말했다. 이를 어떻게 하느냐는 각자의 일이다. GTD는 내가 당장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이다. 사실 조직에 GTD를 가르칠 수는 없다. 조직원들에게 GTD 방식을 가르칠 수는 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조직 내에서 한 사람이 GTD를 도입하면 다른 사람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그가 조직에서 고위직일수록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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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사람을 코치하고 그들의 경험을 들었을 텐데 기억나는 성공 사례는 없나. ▷미국에서 가장 잘 알려진 라디오 방송인인 하워드 스턴은 생방송에서 청취자들에게 GTD가 내 인생을 바꿔놓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가장 감동적이었던 일화로는 한 여성이 내게 울면서 감사하다는 전화를 했다. 자신의 남편이 아이에게 농구를 가르치다가 갑자기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는데 남편이 2년 전 GTD를 도입한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GTD가 아니었다면 아이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났을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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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D를 처음 시작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을 들여 자신의 일을 분류하고 정리해야 한다. 이런 과정이 자신을 돌아보는 명상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GTD를 완전히 제대로 도입하려면 처음에는 2~3일이 걸린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럴 필요는 없다. 오히려 GTD는 일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를 내려놓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마음을 편하게 갖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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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D를 시도해도 결국 못 하는 사람도 많을 것 같은데. ▷99%가 실패한다. 처음에는 이를 계속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2분 규칙은 훨씬 지속하기 쉽다. 2분 안에 해결할 수 있는 일은 바로 처리해버리는 습관이 생긴다면 도움이 된다. 신기한 점은 가장 GTD가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이 가장 이에 매력을 느낀다는 점이다. 이들은 이미 가장 생산성이 높고 앞서나가는 사람들이다. 내가 어느 날 문득 깨닫게 된 것은 시스템을 끌고 나가는 것은 가장 재빠른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내가 코치를 하고 있는 한 사람은 아마도 가장 복잡하고 고차원의 삶을 사는 사람일 것이다. 그는 47세의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의 스타트업) 창업자다.
3명의 이사회에 이사로 참여하고 있고, 젊은이들에게는 기업가정신을 교육하고 있다. 그런 사람도 GTD를 필요로 한다. GTD는 시간을 만들어주는 방법이 아니다. 뭔가를 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