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연명의료의향서
유용미 /라일락
"더 이상 수리하지 마시오"
깃발이 바람에 펄럭인다
멋지고 쓸쓸한 노을이 깔리는 기항지
서글픈 뱃머리에서
군데 군데 질이 벗겨진 겉모양새보다
안이 훨씬 더 녹슬어 버린 낡아가는 배
아침바다
해돋는 수평선을 향해서
항해를 시작한다
오늘도 천천히
거센 바람과 집채만한 파도를 헤치고
조난과 난파의 위기를 스스로 구조하며
바다를 누비던
용솟음 치는 피와 뛰는 가슴은
어느 바닷속 숨겨진 보물로 남겨둔 채
탄생과 함께 맺어진
죽음은 내 삶의 일부다
새로운 뱃길에 문을 여는 물마루에서
별이 빛난다
하늘과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한 척의 배가 되어 바다로 나가기까지
거쳐간 피땀어린 손길에 감사하며
항해중 만난 모든 생명들에게 사랑을 전하며
베풀어준 친절들을 소중히 간직하며
크고 작은 찰못에 용서를 구하며
부디
고철이 아닌 배로 가라앉기를
흔들리는 작은 배로 살아온 나를 위로하며
염원을 담아
깃발에 이름을 새긴다
카페 게시글
습작-시(숙제)
사전 연명의료의향서
유용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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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8
26.08.31 13:07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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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사전 연명의향서
나도 사전 연명의향서를 신청해 놓아야지
생각하고 있어요
군데군데 질이 벗겨진 겉 모양새
누구나 오는 죽음앞에
숙연해 지는 마음입니다
우린 할일을 다하고
열심히 삽시다
문학이 있어 마음이 훨씬 풍요로움을 느끼며
오늘 히루도 수고하셨어요
잘 보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