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과 MZ세대 남자
이제 제20대 대통령선거가 꼭 10일 남았습니다. 지난 수개월 동안 온갖 이야기가 난무하던 이 전쟁이 이제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3월 9일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 중 한 분이 대통령이 됩니다. 저는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관계없이 이번 대선의 최고 수혜자는 MZ세대 남자인 것 같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몫을 챙겼습니다.
저는 여론조사 전문가도 선거 전문가도 아닙니다. 그러나 지난 수개월의 여론 흐름을 보면서 재미난 현상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문제는 언론에서도 비슷한 각도로 여러 번 분석한 적이 있습니다.
질문 한번 드려 보겠습니다. 소위 MZ세대 남자라 불리는 남자 20,30대의 정치적 성향과 남자 60대의 정치적 성향은 같을까요? 다를까요? 이 문제를 이해하여야 이번 대선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정답은 ‘같다’입니다. 이들은 자유시장경제를 지향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열망한다고 합니다. 그러면 여자 20,30대의 정치적 성향은 어느 세대와 같을까요? 남녀 40대와 유사합니다.
남녀 40대는 상대적으로 국가계획경제를 희망하고 국가독재주의 성향에 가깝다고 합니다. 제가 유사하다는 표현을 쓴 것은 여자 20,30대는 남녀 40대보다 더 자유주의적인 성향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말로 바꾸면 남자 20,30대는 남자 60대와 같이 보수지향이고, 여자 20,30대는 40대와 유사한 진보지향이라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여러 가지 쟁점들에 대한 남녀별, 세대별 심층여론조사 결과입니다.
이 모습은 지난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극명하게 드러났습니다. 방송 3사 출구조사를 보면 보수정당 <국민의 힘>의 오세훈 후보 지지층은 1) 60대 여자 73.3%, 2) 20대 남자 72.5%, 3) 60대 남자 70.2%, 4) 30대 남자 63.8%, 5) 50대 여자 58.5% 순인 반면, 진보정당 <더불어민주당>의 박영선 후보 지지층은 1) 40대 남자 51.3%, 2) 40대 여자 47.8%, 3) 50대 남자 45.1%, 4) 20대 여자 44.0%, 5) 30대 여자 43.7% 순입니다.
대선이 벌어지면 대부분 개인의 입장에서 지지후보를 정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와는 달리 자신의 성별이나 세대별로 세력을 형성한 후, 자신들의 주장과 정책을 정리하여 이를 실현시켜줄 후보를 찾아 지지를 보내는 현상은 흔한 현상은 아닙니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 그런 현상이 뚜렷이 나타났습니다. 소위 MZ세대라 불리는 20,30대는 원래 한국 정치에서 진보적인 성향에 속했습니다. 대학시절 기성 정치에 반대하면서 자연스럽게 진보적인 성향을 띱니다. 이는 세계적으로 공통적인 현상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들어 20,30대 세대가 남녀 간에 극명한 입장 차이를 보이면 갈라서 버렸습니다. 수년 전부터 페미 대 반페미 논쟁이 가열되면서 20,30대 남자들이 남초사이트를 중심으로 반페미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정립하고 결집하기 시작하였습니다.
50,60대 남자들이 보면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현상입니다. 남자들이 여자들과 정치적으로 대결구도로 가는 것은 남자답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젠틀 맨십 정신에 반합니다.
그런데 지금의 20,30대 남자들은 학창시절 여자들에게 치이고, 취업전선에서 여자들보다 밀린다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군 복무와 성희롱 문제에서 차별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20,30대 남자는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과, 이준석 <국민의 힘> 당대표 당선을 통해 자신들의 위상을 분명히 드러냈습니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야당인 <국민의 힘>은 20,30대 남자와 20,30대 여자 모두의 지지를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 여러 가지 선거전략을 짰을 것입니다.
문제는 20,30대 남자와 20,30대 여자의 지지를 동시에 받을 수 있느냐 입니다. 양당은 이를 가능하다고 본 것 같습니다. 실례로 <국민의 힘>은 20,30대 남자의 지지는 확보했다고 생각하고 20,30대 여자의 지지를 얻기 위해 유명 페미니스트 운동가 신지예를 힘들게 영입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는 불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신지예 영입 이후 20,30대 남자는 남초사이트를 중심으로 <국민의 힘>을 맹비난하고 윤석열 후보 지지를 철회합니다. 그 연장선에서 20,30대 남자의 상징인 이준석 대표도 선대본부에서 이탈합니다. 이 순간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를 추월하였습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였을까요? 제 해석은 이렇습니다. 페미와 반페미는 양립이 불가능한 세력입니다. 젠더 갈등은 더 이상 화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어느 정당이나 20,30대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남녀 모두를 공략하기 보다 한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선거운동에서 어느 쪽을 공략하는 것이 득표 전략에 도움이 될까요? 양진영 모두 고민이 깊었을 것입니다. 제 해석으로는 페미는 운동이고 반페미는 정서인 것 같습니다.
20,30대 남자는 70~80%가 반페미로 정서상 뭉쳐있는 반면, 20,30대 여자 중 페미 운동지지자는 10~20% 불과하여 세력화되어 있지 않습니다.
실제로 서울시장 선거때 20대 남자는 72.5%(국힘) 대 22.2%(민주), 30대 남자는 63.8%(국힘) 대 32.6%(민주)로 오세훈 후보로 쏠림 현상이 있었으나, 20대 여자는 44.0%(민주) 대 40.9%(국힘), 30대 여자는 43.7%(민주) 대 50.6%(국힘)로 어느 후보로의 쏠림 현상이 없었습니다.
이를 보면 전략적으로 20,30대 남자를 공략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국민의 힘>은 뒤늦게 이를 깨닫고 신지예 영입을 원점으로 돌리고, 이준석 대표가 다시 선대본부에 합류하고, 20,30대 남자들의 여망인 <여성가족부 폐지>를 정책으로 채택하면서 다시 상승국면을 탔습니다.
이를 지켜보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도 20,30대 남자의 표심을 잡기 위해 남초사이트에 댓글을 다는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20,30대 남자들은 자신들의 존재감을 분명하게 드러내며 캐스팅보트의 역할을 확실하게 하고 있습니다.
20,30대 남자들의 주장은 자신들을 여자와 차별하지 말고 공정하게 대해 달라는 것입니다. 이 지점에서 공정 이슈와 맞물려 있습니다.
오늘 현재도 여론조사가 박빙이라 누가 당선될지 끝까지 가봐야 알 수 있지만 누가 대통령이 되든 20,30대 남자들의 힘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들은 20대 대선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번 대선을 어떤 관점에서 보고 계신가요?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22.2.28. 조근호 드림
<조근호의 월요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