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사 2
권대웅
불을 삼킨 바람이 흙을 달구고 있다
낮에는 뜨겁고 밤에는 차가운 혀가 닿을 때마다
흙으로 덮인 두꺼운 눈꺼풀이 열리고 있다
석 달 열흘 불꽃과 얼음 속을 오고가며
피어나는 꽃이여
구름 속에서 망치질 소리가 들린다
뜨거운 불의 비가 내린다
온몸이 달아오른 나무들이
비에 타들어가며 가쁜 숨을 몰아쉬다가
초록 울음소리를 뱉는다
불 속에서 태어나는 울음은 기억을 지운다
까맣게 타버린 저 편은 손을 놓치듯 떠나고
첫 눈물이 불씨가 되어 숨을 틔운다
풍로가 타오르듯 더운 바람이 불고
세상은 다시 시작되고 달구어진다
불을 갖고 있는 그대여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마다
뜨겁고 아름다운 불을 가진 그대여
그 불로 사랑을 하고 미더운 마음을 만들고
영혼의 눈동자를 켜는 것이다
지금 살아있는 것들은 타오르고 있는 것이다
—《미네르바》2015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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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웅 / 1962년 서울 출생. 1987년 ‘시운동’ 동인에 참여. 198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 「양수리에서」당선. 시집『당나귀의 꿈』『조금 쓸쓸했던 생의 한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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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 2 / 권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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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3.09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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