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폐업> 정부의 정책적 책임을 묻는다
국민건강과 관련한 사회안전망 시스템 구축에 실패한 국민정부
이광현 기자 lkwanghyun@hotmail.com
저는 상당히 놀랐습니다. 의사들의 그 엄청난 단합력에 말입니다.
거의 모든 병원들의 의사들이 폐업에 동참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외국에서는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한 단체행동은 없었기에 이에 대해서는 엄격히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기록을 또 하나 세운 것입니다.
세계최초로 의사들의 환자생명담보 폐업.
김대중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한 한국 최초의 대통령이기도 하지만
한국 최초의 의사들 폐업을 야기한 대통령이라는 오명도 써야 할 듯합니다.
저는 이 문제에 대해서 정부의 책임이 일차적이며 핵심적이라고 봅니다.
법적으로 의사들이 진료거부와 관련해서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의사들보다 더 앞서서 진료를 못받아서 죽은 환자들에 대한 공공적 시각에서 중대한 정책적 책임을
져야 합니다. 왜냐하면 국민건강을 비롯한 사회안전망 시스템을 정부가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서 생긴 일이기 때문입니다.
의사들에게 헝그리 정신을 강요해서는 안돼
이 의약분업이라는 문제는 국민의 건강이라는 큰 대의도 있지만, 솔직히 말해서 의사와 약사들의 수입문제, 그리고 그 분들의 권리와도 연관이 있기 때문에 상충되는 이익을 어떻게 잘 적절히 대처할 것인가, 잘 negotiation할 것인가에 대한
정부의 대책마 련이 뒤따라야 했습니다.
정책이란 건 그러한 여러 이해를 잘 절충하면서 큰 대의를 시행해나가기 위해서 차근 차근 십년이 걸리더라도 큰 부작용없이 나아가기 위한 스텝에 대한 장기적 계획을 세워야 하는 것입니다.
저는 현대사회에 국민을 위한 봉사라는 슬로건 아래에서 마냥 의사들의 헌신적 의료활동을 강요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전문가들을 존중해주고 그 만큼의 경제적 혜택을 누리게 하는 것은 사회안전과 직결된 문제입니다.
더구나 국민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분들에게 '헝그리 정신'을 강요하는 것은 더 더욱 있을 수 없습니다.
물론 의사재벌을 만들자는 건 아닙니다.
경제적 문제에 신경을 끄고 의술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의료제도가 필요한 것입니다.
"따라서 저는 이번 의사폐업은 우리 사회(혹은 정부)가 전문가들을 존중해주지 못하면 사회안전이 얼마나 위태로울 수 있는지를 배우는 큰 교훈적인 사건이라고 봅니다."
토대없는 의약분업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는,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처럼 100% 의약분업의 모범적 형태를
당장 따라가기에는 의료보험의 재정상황과 그 밖의 정부재원이 모자란 상황입니다.
제가 보기에 그런 선진국들은 확실한 재원을 바탕으로 의사들의 전문적 기술과 생활을 철저히 보장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약사들도 충분한 수입을 거두고 있습니다.
그 속 에서 의약분업이 힘을 갖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의사들은 수입(월급)걱정 없이 의료에만 전념할 수 있습니다.
약사분들도 돈 더 많이 벌고자 약을 마구 팔고 처방전이 없이 약을 만들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재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의약분업이 낳을 의사와 약사들의 경제적 손실 에 대해서 정부가 충분히 지원해줄 수 있는 사회제도적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 서는 이미 100% 완전한 의약분업의 토대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입니다.
그리고 그에 따른 의사와 약사간에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의사는 약사들의 임의조제 대체조제로 인해서 빚어질 손실에 민감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약사들의 의사들의 주사제 허용으로 약사들에게 생길 손실에 대해서 역시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정부가 이 의사와 약사들을 경제적으로 지원해줄 수 있는(특히 의사, 의사분들 이 의학에서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함을 말할 나위없습니다) 재원이 안된다면 당연히
그로 인해서 야기될 반발과 논쟁을 예상했어야 했습니다.
먼저 의료보험제도 검토와 정부의 재원마련을 통해서 의사가 돈걱정없이 안전하게 의 술을 펼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기 위한 계획을 충분히 세웠어야 합니다. 약사들에게
도 마찬가지 배려가 필요했습니다.
이러한 계획과 목표를 점진적으로 시행해나가는 과정에서 의사와 약사로부터 신뢰를 얻어나가면서 점차적으로 의약분업을 실시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재원마련과
계획이 없이 그리고 그러한 계획을 실천해서 쌓아지는 신뢰가 없다면 정부가 제시하는 정책이 원칙적으로 옳다 하여도 결국 의사협회와 약사협회의 집단적 이해를 통제 할 수 있는 힘을 가지지 못하는 것입니다.
정부의 의료계 체감온도 측정 실패
의료보험문제와 진료비 인상문제 등은 꽤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고작 1, 2년간의 대책마련과 단기간의 의학계와의 협의를 통해
정부가 의학계로부터 신뢰를 구축하고 의학계가 순순이 따라줄 거라고 생각했다면 정부가 너무 성급한 것입니다.
그러한 성급함은 결국 대규모적인 폐업을 유도하고 말았습니다.
정부는 대규모적인 폐업을 예상치 못했다고 합니다.
그것은 그만큼 정부가 정책준비과정에서
의사와 약사들이 현실(병원의 구조적 문제와, 약유통과정, 그리고 의사들의 처우문제 등등)문제에 대해 느끼는 '체감온도'를 제대로 측정하지 못했음을 말해줍니다.
정부는 결국 의료개혁에 있어서 큰 실패를 했습니다. 이미 여파가 큽니다. 진료를 못 받아서 몇 분이 중태에 빠지고 많은 환자분들이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에 대해서 의사가 지는 환자를 진료하지 않아서 지는 법적 책임보다 더 중대한 국민의 건강과 사회안전망 확충을 소홀히 한 심대한 공공적 정책적 책임을 져야 합
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