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보는 성을 닮아’ 망대로 명명… 경남 최초의 5.14급 기대
김해 무척산에 새로운 하드프리(스포츠클라이밍) 암장이 생겼다. 높이 8~20m에 이르는 5개의 벽에 18개의 루트이며 난이도는 5.9~5.13c에 이른다. 5.10급이 7개로 가장 많아 초보자도 등반 가능하며 5.11~5.13급도 골고루 포진해 있어 중상급자도 즐길 수 있는 종합 하드프리 루트다. 자연 바위의 등반루트이지만 볼트가 박혀 있어 추락하더라도 확보자만 제 역할을 한다면 다칠 위험이 거의 없어 ‘스포츠클라이밍 루트’라고도 부른다.
경남 김해 생림면의 무척산 ‘망대’ 암장은 지난 5월 12일 개척보고회를 열었다. 망대암장은 부산의 개척등반의 대가로 꼽히는 김철규씨를 주축으로 김수용(부산 대륙산악회), 이광우(김해 백두산악회), 황순원(한국벽우회), 이철희(부산 동암OB) 등 이 지역 골수 등반가들이 힘을 합쳐 개척했다.
개척보고회는 비가 내리는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제주도와 수원, 경남 일대에서 온 많은 등반가들이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간간이 내리는 빗줄기 속에서도 초등과 온사이트를 향한 열정적인 등반을 즐겼다. 오후 3시가 넘어서자 빗줄기는 굵어져 모두 아쉬운 하산을 했지만 클라이머들에게는 즐거운 하루였다.
망대암장은 기존 무척산 모은암 주변에 집중된 암장에서 떨어진 곳의 단독 암장이다. 1996년 12월 처음 발견했으나 2013년부터 개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정면벽’의 5.13급 4개 루트만 개척하려 했으나 초보자들과 중급자를 위한 루트를 좌우벽에 추가해 총 18개의 루트를 올해 초 완성했다. 망대암장은 정면벽과 좌벽, 좌벽 안쪽의 짧은 2피치짜리 벽, 우벽 입구와 안쪽벽으로 구분되지만 오른쪽으로 10여 m 떨어진 우벽을 제외하면 하나의 벽이라 볼 수 있다.
김철규씨는 부산 가덕도 해벽과 무척산에 많은 암장을 개척해 왔다. 그는 이곳의 바위가 ‘망 보는 성을 닮았다’하여 ‘망대’ 암장으로 이름 붙였다. 또 기존 무척산 암장에 가야의 문무관 이름을 사용한 루트명이 많아 이들과 잘 어울리도록 ‘검객, 무림, 등용문, 사제, 무사’ 등의 루트명을 붙였다. 그는 “옛 장수들의 기상을 이어받아 훌륭한 클라이머들이 기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암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개척 소감을 밝혔다.
메인 벽이라 할 수 있는 정면벽에는 4개의 5.13급 루트와 1개의 5.11급 루트까지 총 5개의 루트가 있다. 이 중 궁병(5.13c 이상) 루트는 아직 완등자가 없어 정확한 난이도를 매기지 못하고 있다. 개척한 등반가들은 궁병 루트가 경남 최초의 5.14급 루트가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미세한 포켓홀드와 강한 완력을 요구하는 홀드들의 연속이며, 상당한 오버행 각도를 이루고 있어 고난이도 루트로 손꼽힌다.
좌벽에는 5.12a, 5.10c, 5.9로 이루어진 세 개의 루트가 있다. 슬랩 같은 느낌의 바위지만 미세한 홀드들이 있으며, 마지막 상단에서는 파워풀한 동작이 연결되어야 완등할 수 있다. 2피치짜리 좌벽은 8m의 하단을 오르면 12m의 상단으로 연결된다. 상단은 4개의 5.10급 3개 루트와 5.11급 1개 루트로 구성되어 있다. 하단 1피치는 상단 등반을 위한 보조 루트다.
볼더링 같은 재미 담긴 하드프리 코스
상단벽의 루트 중 무공(5.11C)은 아주 재미있는 동작들을 연결해야 완등할 수 있는 루트다. 우벽 안쪽의 8m 내외의 짧은 3개의 루트는 볼더링 문제 풀기 같은 무브를 해결해야 오를 수 있는 루트들이며, 강한 손가락 힘을 필요로 한다.
우벽 입구 3개의 루트는 5.10급으로 초중급자들이 온사이트 기쁨을 만끽할 수 있으며, 15~20m로 비교적 높고 다양한 동작이 요구되는 루트들이다. 이렇듯 망대의 18개의 루트는 다양한 난이도로 이뤄져 있어 산악회원들이 다양한 주말 등반을 즐길 수 있다.
겨울에도 햇볕이 잘 들고 바람도 벽이 막아주는 위치라, 더운 여름철을 제외한 나머지 기간에는 등반을 할 수 있다. 무척산의 다른 암장들처럼 등반 중 일반 등산객을 마주치는 일이 없어 조용하고 편안하게 등반을 할 수 있다.
망대암장(구글좌표: 35.358833, 128.860646)을 찾아가는 길은, 경남 김해군 생림면 58번국도의 생림중학교를 지나 생철2교 건너, 오른쪽의 낙동강청소년수련원(네비게이션 검색 시 ‘낙동강청소년수련원’) 도로를 따라 오르고, 이 수련원 입구 50m 전방에서 좌측으로 발원정사 방향의 오르막 콘크리트 차도를 5분 정도(400m) 오르면 발원정사(사찰 앞 도로에 주차 시 차량 통행을 방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에 닿는다.
발원정사 입구 약 10m 전방에 등산로 안내 표지가 있는데 ‘천지’ 방향의 화살표가 가리키는 등산로를 따라 10분 정도 오르면 나무 벤치 2개를 만난 다. 이 벤치 좌측으로 5m 정도의 작은 폭포(늘 말라 있음) 옆의 희미한 오르막 등산로를 15분 정도(5분 정도 오르면 고정로프를 이용하는 구간 나옴) 오르면 망대암장이 나온다. 발원정사에서 25분 정도 걸린다.
출처 : http://san.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6/14/2018061401753.html
월간 산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