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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 의창구 중동 창원과학고 맞은편 '비비돈가스'를 운영하는 허명(59) 사장은 개업 2년여 만에 전자세금계산서 의무 발급 식당으로 가게를 성장시켰다. 전자세금계산서는 연매출 3억 원 이상인 업체나 개인사업자라면 의무 발급해야 해 매출이 최소 3억 원 이상이다. 창업을 꿈꾸는 이라면 이렇게 단기간에 식당을 어떻게 성장시켰을지 궁금할 만하다. 그 비결을 듣고자 음식점 문을 열었다.
'비비돈가스'가 어떤 음식점인지 압축할 만한 게 두 가지가 있다.
허 사장은 올 10월 31일 사단법인 한국외식경영학회로부터 '외식경영대상'을 받았다. 이 상은 한국외식경영학회가 급신장했거나 고용 창출을 많이 한 외식업체나 개인사업자에게 준다. 또 돈가스 전문점, 특히 개인사업자로는 처음으로 '한돈인증점'에 등록됐다. 한돈인증점은 한돈자조금위원회가 두 달마다 실사를 나와 우리 돼지고기만 쓰는 업체임을 인증하는 제도로, 원산지 논란에서 벗어나 믿고 먹을 수 있는 음식 재료를 쓰는 곳임을 증명한다.
이 음식점이 빠르게 자리 잡은 비결을 허 사장은 이렇게 요약했다.
"문을 열기 전 준비하고 또 준비했다. 내 정성과 혼이 들어가지 않은 음식은 절대 고객을 감동시킬 수 없다고 생각하고 만든다. 그러다 보니 고객께서 그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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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명 사장이 1등급 이상 국산 돼지고기로 돈가스를 만들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
◇'IMF 실직' 후 주식 투자 실패 등 부침 겪어 = 허 사장은 40대 중반까지 지역에서 잘나가는 중견건설사 직원으로 일했다. 그런 그에게 1997년 말 IMF구제금융은 피할 수 없는 벽이었다. 1980년대 초 입사해서 1988년 초 이 회사 서울사무소로 발령나 서울에서 계속 일하던 그는 1999년 회사 청산을 마치고 실직했다. 이듬해인 2000년 두 딸과 아내를 서울에 두고 홀로 고향 마산으로 돌아왔다. 귀향 뒤 몇 해를 두고 "다행히 나름대로 성실하게 돈을 모으고 운이 맞아서 창원에 건물을 사둬 먹고살 만은 했다. 그런데 아침에 혼자 일어나 혼자 밥 먹는 게 적응이 안 되더라. 외로운 것만큼 참기 어려운 것도 없더라"고 회상했다.
건축회사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빌라와 원룸을 지어 팔던 그는 '황우석 줄기세포 신드롬'에 좌절했다. 이 신드롬으로 2000년대 초·중반 코스닥에서도 줄기세포 벤처기업 붐이 일었다. 그때 지인 말만 믿고 관련 업체에 10억 원 이상 투자했다가 2년 뒤 남은 건 '깡통 계좌'였다.
2004·2005년 주식 투자에 실패하고서 자신이 사는 창원 집, 아내와 둘째 딸이 있는 서울 집, 이모 집이 있는 뉴질랜드로 유학 간 첫째 딸 등 모두 세 가정을 돌봐야 했다. 가장으로서 무척 힘겨운 나날이었다.
◇평생 일할 만한 직업 '음식점 운영' = 그 일을 겪고서 2008년 문득 "곧 60살인데 나이가 들어서도 평생 일할 만한 직업이 있으면 좋겠다. 음식점 운영이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뒤 틈만 나면 맛 좋고 손님 많은 음식점을 찾아다녔다. 5년간 200여 곳을 찾아다녔다. 서울·부산에서 각각 6개월 과정 요리학원에 다니고 특급호텔 주방장 출신 요리전문가에게 상담과 개인 교습을 받았다.
주변에서는 하나같이 "왜 그 어려운 걸 하려느냐"고 만류했다. 부인 반대가 가장 컸다. 부인 이복희(57) 씨는 "크게 잘 살고 싶은 생각 없다. 그냥 이대로 살지 왜 그리 힘든 일을 하려느냐"며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포기하지 않고 부인을 꾸준히 이른바 '대박집'으로 데리고 갔다. 어느 날 부인도 잘 아는 이가 하는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고서 그 집 사장 얘기에 부인이 솔깃하더란다.
"그때 아내 마음이 살짝 열린 것 같더라"는 허 사장. 그 뒤 맹렬하게 개업 준비를 하다가 어떤 메뉴를 선택할지 근본 물음에 봉착했다.
허 사장은 "아이들이나 어른들 모두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가 돈가스다. 그런데 창원·마산에는 내 입맛에 만족할 만한 전문점이 없더라. 그래서 컨설턴트 도움을 받아 창원지역 수요조사와 만족도 조사를 했다. 그 결과 '해볼 만하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말했다.
건축은 2013년 6월 마쳤지만 그해 4월 조사가 끝나고서 전문가와 함께 3개월 넘게 돈가스를 만들고 소스를 개발하는 데만 전념했다.
그렇게 2013년 8월 말 개점을 하고서 매월 매출이 전달보다 15∼30%씩 늘었다. 지금은 종업원 6명, 부인과 허 사장 등 8명이 고객을 맞는 제법 큰 일터가 됐다.
◇"늦은 나이에 시작한 만큼 자존심 지켜나갈 것" = '비비돈가스'는 음식 재료부터 달랐다. 냉동 돼지고기가 아닌 1등급 이상 국내산 생(돼지)고기만 쓴다. 힘줄을 제거하고서 냉장고에 하루 이틀 숙성시키고서 칼집을 넣어 마늘을 추가해 하루 혹은 이틀 더 숙성시킨다. 이렇게 숙성된 돼지고기에 살짝 젖은 습식 빵가루를 묻혀 170도 기름에 3분간 튀긴다. 습식 빵가루는 마른 빵가루보다 비싸 웬만한 돈가스점에서는 잘 안 쓴다.
소스에 들이는 공도 상당했다. 27가지 재료가 들어가는데, 재료 손질하고 계량해서 믹서에 돌리는 데만 2시간, 밀가루와 버터로 만드는 '루(roux)'를 만드는 데 1시간, 이것들을 불 위에 올려서 저어주는 데만 2시간을 들여야 소스가 완성된다. 이렇게 만든 소스를 지하 숙성 냉장고에서 3일 이상 숙성시켜 쓴다.
예상보다 순항 중이지만 아직 만족할 때가 아니라는 허 사장.
그는 "늘 부족하다고 생각해 틈만 나면 맛집을 찾아다닌다. 그리고 고객이 너무 많이 찾아와도 반갑지 않다. 소홀해질 수 있기 때문"이라며 "늦은 나이에 새로 시작한 만큼 남에게 헛된 소리를 듣고 싶진 않다. 자존심은 지키고 싶다. 대충하는 것은 나와 아내 체질에 맞지 않다. 그 자존심만큼 고객을 생각할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