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재향군인회'를 표방하며 지난 2005년 11월 출범했던 (가칭) 평화재향군인회(공동상임대표 표명렬, 김상찬 이하 평군)가 '국군의 날 개정' 을 촉구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단체는 지난해 9월에도 관련 단체들과 함께 국군의 날을 변경해야 한다는 기자회견을 개최한바 있다.
이 날 토론회에는 (가칭) 평군 회원을 비롯, 민족문제연구소 관계자와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등 진보단체와 대한민국임시정부 기념사업회, 독립유공자 유족회 회원 등 관계자 30여명이 참석했다.
▲ '국군의 날 개정'을 촉구한 토론회ⓒkonas.net | |
18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국군의 날 개정' 토론회에는 표명렬 대표와 조항래(삼균학회 학술연구원장), 박한용(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 김삼열(독립유공자 유족회장), 최한욱(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정책위원장), 김승자(평화통일시민연대 공동대표) 씨 등 동일 입장을 견지한 단체 관계자들이 발제 및 토론자로 참석해 통일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이 날 토론회는 시작부터 순탄치가 않았다.
이들 단체의 활동을 뒤에서 적극 후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원웅 열린우리당 의원이 나서 국회의사당 내 도서관 강당을 토론회장으로 이용토록 했으나 참석인원과 음향상의 문제로 급거 장소를 옮겨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이 날 표 대표는 토론회 예정시간인 2시가 지나도 행사장 내 300여 좌석이 10분의 1에 불과한 30여명에 그치자 좌·우 객석을 비우고 중앙 석으로 이동토록 했으나 그래도 전체 12줄 좌석 중 겨우 앞줄 5개 줄에, 그것도 빈자리가 듬성듬성해 썰렁한 분위기는 여전했다.
결국 20여분이 지나도 마이크 상태가 고쳐지지 않자 주최측은 같은 건물의 회의실로 이동케 해 30여분이 훨씬 지난 2시 38분 경에야 토론회를 진행할 수 있었다.
표 대표는 "김원웅 의원에게 부탁해 거창한 곳에다 장소를 잡아주었는데..." 하고 다소 멋쩍은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이어 진행된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표명렬 대표는 "국군의 날은 반드시 개정되어야 한다" 는 당위성과 함께 "지금 우리 군대는 박정희, 전두환 시대와 똑같고 시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사회가) 군을 너무 방치했다" 고 주장했다.
그는 "1년에 20만 여명의 장병이 전역해 사회로 복귀하는데 아직도 군은 냉전적 의식으로 '미국 아니면 안 된다' 는 교육만 하고 있고 안중근이니, 홍범도니 지청천 장군과 같은 민족교육은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것을 바꾸는 것은 국군의 날을 바꾸어야 할 수 있다" 고 주장했다.
그는 또 "대한민국 군대가 자존심 있는 군대냐?" 고 반문한 뒤 "누구에게 물어봐도 없다고 말한다. 이는 국군 탄생일이 자존심 있게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 이라고 강변도 했다.
이어 "국군의 날은 대대적 경축행사를 통해 국군 발족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겨 국군장병의 자부심과 사기를 드높이고 국군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다지는 뜻깊은 날인데도 현재 국군의 날은 본래의 의미와 동떨어진 날로 되어 있어 국군장병과 국민들로부터 경축의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는 실정" 이라고 생경한 발언도 토했다.
즉 현행 국군의 날을 6·25전쟁에 국한해 꿰어 맞춤으로서 항일무장투쟁의 전통을 고의로 지워버린 전과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이승만 초대 건국대통령을 독재자로 매도하면서 현재의 국군의 날(10.1)은 친일세력들이 독재권력의 필요와 목적에만 충실하게 하기 위해 국군탄생의 목적이나 의의, 정체성과는 무관하게 제정한데 문제가 있고, 그들의 정체를 감추기 위해 민족이라는 단어가 군대 내에 설자리가 없도록 하는데 몰두했다 며 '민족'을 강조하고 나섰다.
또한 현행 국군의 날 행사 내용 자체에도 시비 성 발언을 곁들였다. 즉 국군의 날 시가행진이나 장기복무 군인 포상 등이 독재 권력의 위력을 과시하고 대 국민 협박의 수단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행 국군의 날은 군사독재하의 반민족적 친일 세력들이 자신들의 존립기반 강화확대만을 위해 6·25전쟁 기간 중 38선을 돌파한 날로 왜곡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대한민국 임시정부 정식 군대인 광복군 창설일인 9월 17일로 바꿔야 마땅하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발표 말미에 노 대통령의 단안을 기대하는 발언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보고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모르지 (보고를 받으면)논리적인 분이시기에 (국군의 날 변경을)착수하리라 본다" 고 말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참석자들도 이구동성으로 국군의 날 변경을 주장했다.
박한용씨는 "대한민국 건국 또는 건군사가 반공사로 단순 도식화되고 대한민국을 좌익과의 투쟁 속에서 만들어진 나라로 보는 근본 인식이 문제"라고 말하고 최한욱씨는 "6·15정신에 맞게 '국군의 날' 변경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그런데 현행 국군의 날 행사는 매년 10월1일 계룡대에서 간소하게 거행하고 3년 단위로 첨단 국군의 위용을 대내 외에 과시하기 위해 시가행진 등 행사를 벌이고 있어 '국민의 군대'로서의 위상을 전파하지 국민협박 수단과는 거리가 있을 뿐 아니라 이는 과거 국민의 정부나 현 참여정부에서도 계속되고 있는 사항이다.
'국군의 날' 기념일은 창군초기 육군은 10월 2일, 해군은 10월 11일, 공군은 10월 1일로 각 군이 각기 다르게 기념일을 정하여 기념행사를 실시해왔었다.
이런 독자적 국군의 날 기념행사의 폐단을 없애고 육·해·공군의 통일된 기념일을 정한 것은 1956년 9월 14일 국무회의에서 국군의 날에 관한 안건이 통과되어 10월 1일을 국군의 날로 정했다. 이는 우리 군이 1950년 6·25전쟁 당시 낙동강 전선까지 밀렸다가 북진을 감행해 38선을 돌파함으로서 민족통일의지를 과시한 날로 삼은 것이다. 이어 같은 해 9월 21일 대통령령 1173호가 공포되어 1956년 10월 1일부터 국군의 날 기념행사가 실시되고있다.
한편 현재 표명렬씨 등이 단체 명으로 사용하는 '평화재향군인회' 명칭은 '유사명칭 사용 금지' 법에 따라 사용치 못하도록 되어 있다.
서울 북부지방법원 민사 합의부(주심 곽종훈 판사, 김양훈. 이상우 판사)는 지난 2005년 7월 초 대한민국재향군인회가 신청한 '유사명칭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 판결문에서 "법률에서 다른 단체에 대한 유사명칭 사용금지 조항을 두고 있는 점을 보더라도(중략)... 다른 단체나 개인들이 함부로 재향군인회 또는 이와 유사한 명칭을 사용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혼란과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재향군인회와 유사한 명칭 사용을 금지할 필요성은 충분히 인정된다" 고 판결한 바 있다.
이들 단체는 7월중 청와대로 대정부 건의와 더불어 촛불집회, 릴레이식 1인시위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했다.(Konas)
이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