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훈 시인의 '완화삼'에 화답하여 쓴 작품인데, '구름 흘러가는/ 물길은 칠백리/ 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 노을이여'라는 구절과 절묘하게 매칭된다. 또 이건 어떤가.
'당신은 물만 건너면 나를 보지도 않고 가십니다 그려/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알아요…/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만해 한용운의 '나룻배와 행인'의 한 단락이다. 이들 작품에서
나그네와 행인은 일제시대 암울했던 상황에 처했던 한민족의 얼을 상징한다. 그리고 '이 곳'에서 '저 곳', 핍박에서 자유·해방으로 나아가는 수단이 바로 강나루와 나룻배, 물줄기다.
이처럼 우리 민족 정서의 배경에는 강과 나루, 나룻배가 있다. 과거 물길은 매우 중요한 교통수단이었다. 낙동강 물길은 1300리가 될 수도 있고 700리이기도 하다. 여기서 700리는 배가 오르내릴 수 있는 길이를 말한다. 낙동강 나루의 종점인 상주 낙동나루에서 시점인 하류의 구포나루까지다.
아버지의 아버지, 어머니의 어머니들이 강을 건너오고 갔던 곳, 까마득한 과거에서 근대까지 시공간적으로
이어졌으되, 이제는 소통이 끊겨 잊혀진 곳이 나루다.
구포나루만 하더라도 광복 이후까지 낙동강 하류의 최대 수운 거점이었다.
오죽 북적댔으면 보부상 전용 나룻배가 다녔을까. 지금도 열리고 있는 구포장은 구포나루가 없었다면
존재할 수조차 없었을 것이다. 나루는 소통과 만남, 그리고 축제의 장이기도 했다.
경남 김해시가 낙동강 나루터 조성사업을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하류 50㎞에 나루터 17군데를 만들고
나룻배를 띄운다는 것이다. 배도 조선시대의 목선과 가야시대 통나무배를 검토하고 있다고 하니
안전성만 담보된다면 좋은 발상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 옛맛을 살리려는 노력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