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이자 우리말 사전 2019.9.27 / 61회 중도란 무엇인가?
-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우리말 백과사전 / 이재운 / 책이있는마을 / 304쪽 / 신간
-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우리말 잡학사전 / 이재운 / 노마드 / 552쪽 / 24년 28쇄
-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우리말 어원사전 / 이재운 / 노마드 / 552쪽 / 23년 28쇄
-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우리 한자어 사전 / 이재운 / 노마드 / 편집디자인 중 / 10년 5쇄
-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우리말 숙어 사전 / 이재운 / 노마드 / 증보 중
<중도中道>란 어휘는 불교에서 나왔다.
불교가 아니라면 '가운뎃길' 정도로 해석될 수 있는 한자어다. 그래서 불교를 수십 년 공부한 사람조차 신맛도 단맛도 아닌 맛없는 맛'이 중도라고 하는 이도 있다.
일반인들이야 더 말할 것도 없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것,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것,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것을 중도라고 말하는 사람들조차 있다.
이래서 중도를 내세운 정치세력마다 늘 망하는 것이다. 아무리 中道를 설명해도 듣는 사람이 이도 저도 아닌 딱 중간이라고 생각하면 그 중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래서 굳이 나는 중도라는 어휘를 강조하기 위해 적중(的中)이라고 써야만 하는 게 아닌가 생각 중이다.
어쨌든 중도에 대한 설명을 한다.
中道란 한자어는 붓다와 나가르주나가 아니었으면 이런 어휘는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사람들이 오해하는 대로 중간으로 이해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철학적인 의미의 中道의 가치를 먼저 알고나 그런 오해를 하자.
쿠마라치바가 번역한 것으로 나가르주나가 쓴 산스크리트 어로는 원래 majjhima paṭipadā(가운데 실천)이다. 가장 바르게 실천하라,는 뜻이다.
붓다는 극단적인 보수집안에서 태어났다. 즉 태자로 태어나 조금만 더 기다리면 왕이 될 고귀한 신분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기득권을 다 버리고 궁성을 뛰쳐나가 거지나 다름없는 출가 수행자가 되었다. 고행을 하고 금식 금욕을 하는 극단적인 수행에 몰두한 것이다.
29년간 태자로 살던 그는 6년간 거지나 다름없는 고행자로 살았다.
그러던 그가 드디어 가장 바른 길 중도를 찾아 보리수 나무 그늘에 앉아 석달간 수행한 끝에 깨달음을 얻었다.
깨달음이란, 그가 말한 반야지혜,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하반야바라밀은 29년 태자의 눈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고, 6년 고행자의 눈으로도 보이지 않던 것이다. 오직 '가장 바른 길' 중도에서만 훤히 드러난 것이다.
이제 쿠마라 치바가 정한 한자어 中道를 풀어보자.
한자어 中과 道다.
中은 둥근 과녁에 화살이 정확하게 꽂혀 있는 걸 나타냈다.
이 사진처럼 과녁 10점 짜리를 물론 핵심에 꽂혔다. 이게 中이다.
道는 길이 네 갈래로 나 있는 곳에서 이리 갈지, 저리 갈지 가장 바른 길을 가리킨다.
그런데 이 글자에는 '바른 길로 이끈다'는 뜻이 있다.
사거리 중심에 무리가 있고, 그 무리를 이끄는 지도자가 있다.
그래서 道에는 '바른 길로 이끄는 지도자'란 뜻이 들어 있다.
예를 들어 문빠들의 道에는 문재인 얼굴이 들어가고, 박사모 道에는 박근혜 얼굴이 들어갈 것이다.
하지만 나의 道에는 지금 정글사원의 아라한 삐냐저따 스님이 들어가 있다.
그러므로 치우치거나 어긋나면 중도가 아니다.
가장 바른 길이어야만 진짜 중도다.
점 한 개만 틀려도 그건 진실이 아니고 정의가 아니고, 따라서 중도가 아니다.
그럴수록 길을 이끄는 사람이 중도에 더 철저해야 그 무리도 중도로 갈 수 있다.
좌도이든 우도이든 북도이든 남도이든 치우쳐 있다.
그렇건만 중도를 말하는 사람들조차 중도가 가장 진실한 길, 가장 정의로운 길, 가장 바른 길을 가리킨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
중도란, 적당히 중간에 서서 이쪽 말에 귀를 기울이고, 저쪽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진실과 정의의 잣대를 들이대어 한 치라도 어긋나면 바른 길로 끌어당기는 것이라는 무서운 말인 줄 모른다.
보리수 나무 그늘에 앉은 고타마 싯다르타는 숱한 마왕들과 싸우고,
태자로서 실패하고, 고행자로서도 실패했다는 동료들의 비아냥을 들었다.
하지만 그는 어떤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고 자기 안의 탐욕, 두려움, 무지와 싸워 이겼다.
중도란 말은 너무 어렵다.
중도를 더 쉬운 말로 풀면 진실과 정의다.
진실과 정의가 바로 중도의 가치요, 그래서 붓다는 중도의 다른 뜻인 반야가 바로 다이아몬드도 잘라버릴 수 있는 신무기라고 했다.
중도는 진실의 방패, 정의의 칼이다.
진실의 방패로 거짓과 위선, 욕망과 번뇌를 물리치고,
정의의 칼로 단칼에 베어버리자!
맹자가 말한다.
- 도란 큰 길과 같으니 어찌 알기가 어렵겠는가?
사람들이 그것을 구하지 않는 것이 병일 뿐이다.
(道 若大路然 豈難知哉 人病不求耳)
- 하늘이 장차 어떤 사람에게 큰일을 맡기려 할 때는 반드시 먼저 그 마음을 괴롭히고, 그 몸을 지치게 하고, 그 육신을 굶주리게 하고 그 생활을 곤궁하게 해서 하는 일마다 뜻대로 되지 않게 한다.
(天將降大任於是人也 必先苦其心志 勞其筋骨 餓其體膚 空乏其身 行拂亂其所爲)
- 이것은 그 마음을 움직이고 그 성질을 참게 하여 일찍이 할 수 없던 큰일을 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所以動心忍性 曾益其所不能)
중도는 왼쪽날개도 오른쪽날개도 아니다. 그 중심인 머리다. 뾰족한 부리를 내밀고 전진하는 머리요, 머리를 날게 하는 것이 두 날개일 뿐이다.
중도는 무서운 송곳이다.
칭기즈칸은 10만 명의 군대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어떤 적을 만나든 中을 향한 길道을 달렸다. 즉 적의 장수나 왕이 있는 지휘부를 향해 전병력을 송곳처럼 달리게 하여 마침내 적장이나 왕을 잡아 죽임으로써 전쟁을 끝냈다. 적장이나 왕이 있는 지휘부까지 일직선을 그려놓고 그 한 길로 10만 병력을 집중시키는 것이다. 선봉이 무너지면 그 다음이 치고 나가고, 그 다음이 무너지면 그 다음이 치고나가 오로지 일직선으로 달려 마침내 적장과 왕의 목을 베어버리는 것, 그것이 중도다.
이렇듯이 오로지 진실, 정의, 혹은 구세대비(求世大悲) 정신을 갖는 것을 중도라고 하는 것이다.
결코 우물쭈물하거나 적당이 양극단의 중간에 서거나, 이도저도 아닌 것을 중도라고 하지 않는다.
- 왼쪽은 신라인 김대성이 상상한 붓다이다.
오른쪽은 6년 고행으로 비쩍 마른 '아사 직전'의 고타마 싯다르타가 아나파나를 하는 모습을 지금의 파키스탄 예술가가 상상하여 조각한 것이다. 진짜 붓다에 가깝다.
진짜 붓다는 마라와 싸우고, 관습과 싸우고, 무지와 싸우고, 거짓과 싸우고, 탐진치와 싸운 '막시무스'였다.
고타마 싯다르타는 왕이 될 자격인 태자의 지위, 오랜 간택 끝에 얻은 아름다운 여인 야수다라 비, 아들 라훌라, 그를 따르는 시종과 마부마저 버렸다. 위대한가? 안타깝지만 그는 이러고도 뜻을 이루지 못했다.
마침내 6년 고행으로 굶어죽을 지경이 돼서야, 숨만 겨우 붙어 있는(사진 오른쪽, 파키스탄 라호르 출토) 지경이 되고, 그러고도 친구들로부터 낙오자 실패자라는 비 난을 듣고, 그러고도 하루 18시간 이상 보리수 나무 아래 앉아 있기를 석 달간 한 끝에 가까스로 깨달음을 얻었다.
이 산 저 산 아무리 헤매다녀도 탐욕은 이뤄지지 않는다.
60회 행복(幸福)이란 무엇인가?
59회 광복절은 8월 15일, 그런데 몇년도에 광복됐지?
58회 청와대 비서 조국은 법조인일까?
57회 자정은 어제인가 오늘인가?
56회 / 혼구멍이란 무엇인가?
55회 / 도(道)란 무엇인가?
54회 / 대부분 잘 모르는 '한국인 이름 풀이법'
53회 / 가책을 느낀다는 게 뭔가?
52회 / 오지랖은 무엇인가?
51회 / 백일장(白日場)과 망월장(望月場)?
50회 / 사찰의 전(殿), 각(閣)과 궁(宮)은 어떻게 다를까?
49회 / 사찰(寺刹), 사원(寺院), 정사(精舍), 암자(庵子)는 어떻게 다를까?
48회 / 장((匠)과 공(工), 말도 서로 싸운다
47회 / 교양과 교육, 대체 뭐가 다른데?
46회 / 구정이란 말 쓰지 말라
45회 / 우리말의 '과거' 표현법은 무엇인가?
44회 / 나전칠기란 무엇인가?
43회 / 왜 한나라를 한국(漢國), 원나라를 원국(元國)이라고 안쓸까?
42회 / 제사도 안지내면서 형은 무슨 형?
41회 / 김 여사라고 부르지 말라
40회 / 1404년 1월 11일부터 점심을 먹었다
39회 / 세계라는 말에 이렇게 깊은 뜻이?
38회 / 상(商)나라는 어쩌다 장사하는 상(商)이 됐을까?
37회 / 수덕사 불상 뱃속에서 뭐가 나왔다고?
36회 / 대충대충 설렁설렁 얼렁뚱땅, 이래 가지고는 안된다
35회 / 점심 먹으면서 정말 점심(點心)은 하는 거야?
34회 / 불고기가 일본말이라고?
33회 / 메리야스가 양말이라고?
32회 / 대체 왜 욱일기라고 불러주나?
31회 / 나라는 1945년 8월 15일에 해방되지만 법률은 1961년 1월 1일에 해방되었다
30회 / 가수 윤복희는 정말 미니스커트를 입고 비행기 트랩을 내려왔을까?
29회 / 500년 전 한자 읽는 방법을 알려준 최세진 선생
28회 / 도우미란 아름다운 어휘는 누가 만들었을까?
27회 / 척지지 말라? 뭘 지지 말라고?
26회 / 천출 김정은? 김씨 일가가 천민 출신인가?
25회 / 茶를 다로 읽을까, 차로 읽을까?
24회 / 대웅전? 불상 밖에 없던데 무슨 웅이 있다는 거지?
23회 / 오매불망? 2018년에도 이런 말 써야 하나?
22회 / 유명을 달리하다? 뭘 달리하는데?
21회 / 재야(在野)는 뭐하며 사는 사람인가?
20회 / 인민(人民)? 누가 인(人)이고 누가 민(民)인가?
19회 / 은행? 왜 금행이라고 부르지 않았을까?
18회 / 육개장의 개는 무슨 뜻일까?
17회 / 우위를 점하다? 뭘 어쨌다고?
16회 / 용빼는 재주? 용 한 마리 잡나?
15회 / 권력(權力)이란 어떤 힘을 가리키나?
14회 / 아직도 창씨개명하는 사람들이 있다
13회 / 왜구가 아기발도(阿其拔都)로 불리게 된 이야기
12회 / 애도하다? 뭐가 슬픈데?
11회 / 망하다? 망하면 뭐가 어떻게 되는데?
10회 / 조계종? 조계가 무슨 뜻인데?
9회 / 선거? 선은 무엇이고 거는 무엇인가?
8회 / 골백번은 대체 몇 번이란 말일까?
7회 / 골로 가다? 죽어서 골짜기로 가나?
6회 / 간발의 차이? 어느 정도 차인데?
5회 /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 그게 뭔데?
4회 / 가냘프다
3회 / 몇 살이나 돼야 생신이라고 부를 수 있나?
2회 / 효자(孝子)는 누구를 가리키나?
1회 / '질질 끌다'의 질질이 무슨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