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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나의 도시] 02
S#1. 은수 회사(커뮤니케이션 프렌즈) / 오전
분주하게 일하고 있는 사무실 풍경. 은수도 열심히다. (수자원공사 프리젠테이션 준비)
옆자리 장미경, 자세를 고쳐 앉는데, 의자가 주루룩 내려앉는다.
장미경 : 어. 어. 어. (은수, 장미경을 본다) 얜 또 왜이래?
은수 : 맞아야 돼, 그냥.
장미경, 일어나서 의자를 탕탕 때리고는 높이를 조절한다. 은수, 그걸 보며 혀를 낼름.
은수 : (N, 경쾌한 호흡) 계획과 규모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커뮤니케이션 프렌즈에,
그래도 삼엄한 질서가 존재하는 구석이 있었으니, 바로바로 의자! 일명, 사무용 의자에 깃든 계급적 질서.
사장이 들어온다. 황부장 벌떡 일어서 “오셨습니까” 인사하고, 직원들도 따라서 엉거주춤 일어나, 인사를 한다.
사장, 인사 받으며 사장실로 들어가면,
S#2. 사장실
사장실 의자가 보인다. 의자에 앉는 사장.
은수 : (N) 첫째, 사장실 의자. 백푸로 천연가죽에 원목 팔걸이, (창쪽으로 돌아앉으며 등받이를 뒤로 조금 재낀다. 뒷모습)
등받이 각도조절 자유자재. (의자 빙그르 돌려 앞을 향하면 얼굴 드러남) 우리 사장 한재필씨, 전직 잡시자 기자 출신으로,
신세대 CEO를 지향한다. 포커페이스, 은근히 간섭 심함.
사장 : (내선 전화 들고) 내 방으로 좀 와요.
S#3. 이사실
안이사 : (오바해서 각 잡고) 네, 사장님. 바로 찾아뵙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면, 안이사의 의자가 보인다.
은수 : (N) 둘째, 이사실 의자. 가죽은 가죽인데, 인조가죽. 원목 팔걸이 없음.
S#4. 사무실
사장실 문 앞에 선 안이사. 넥타이 고쳐 매고 몹시 예의바르게 노크.
은수 : (N) 좋게 말하면 우직하고 나쁘게 말하면 한없이 꽁한 스케일의 안이사는 (문 닫기 전 깍듯하게 인사하는 모습이 보인다.
문 닫힘) 사장의 과선배다. 소시적 선배님이니 웬만하면 직원들 앞에선 ‘님’자를 붙여줄 만도 하건만,
안이사 밖으로 나오면, 안에서 사장이 무지 크게 “안이사!” 부른다.
안이사, “예.” 하고 다시 들어감.
은수 : (N) 봐~, 짤 없다. 안이사로 말하면, 사장 코빼기도 안 보이는 데서도 꼬박꼬박 사장님, 사장님 하는데 말이다.
(잔뜩 상기된 얼굴로 나오는 안이사) 포커페이스 불가. 특기 파르르~. (직원들 흘긋) 실추된 존재감은 회의를 통해 회복한다.
무쟈~게, 회의 좋아하는 회의주의자.
안이사, 자기 방으로 들어가면서 “황부장!” 황부장 “네!” 벌떡 일어나 안이사 방 쪽으로... 황부장의 의자 보인다.
은수 : (N) 셋째, 우리팀 편집장, 황부장을 비롯한 두 명의 부장의자. 인체과학적으로 설계했다는 모회사 기능성 제품으로
중요한 건 목받침이 있다는 사실. (이사실 앞에서 예의바르게 노크하는 황부장) 황부장. 무감각, 무개념, 무대뽀의 삼박자를
자랑하며, 스스로를 임원이라 일컫길 좋아한다. 특기, 퇴근 무렵 일시키기, 일명 오후 네 시의 테러.
황부장, 이사실 밖으로 나온다.
황부장 : (은수네 파티션 쪽으로 와서 심각하게) 에디터 회의!
은수 : (거봐~, 하는 표정)
장미경 : (호소하듯 두 팔을 흔들며) 뭔 또 회의의~. 어우~, 회의주의자!
은수와 장미경, 일어서면 은수와 장미경 등등의 의자가 나란히 보인다.
은수 : (N) 마지막으로 과장급 이하 평사원 의자. 우레탄 재질의 팔걸이를 가진 중국산 사무용의자로, 결정적으로 목받침 따위 없다.
고로, (뜸) 자기 목은, 자기가 가눠야한다는 말씀!
은수, 회의실로 들어가기 전, 장미경 의자를 쳐다보곤 장난스럽게 어깨 으쓱, 혀를 낼름.
S#5. 사무실 / 며칠 전 밤 상황 (F.B.)
은수, 혼자 야근을 하고 있다. 의자가 주루룩 내려앉는다.
은수 : (내려앉을 때마다) 어라. 어라. 어라.
의자를 때려서 높이를 맞추다, 옆자리를 보고 웃는 은수. 의자를 바꾼다.
바뀐 의자에 앉아, 느긋하게 다시 일로 들어가는.
S#6. 회의실 / 현재
안이사 : 사장님께서 이달 회계서률 내노시는데, 얼굴을 들 수가 없었어요.
우리 프렌즈도 이제 업계 탑텐 진입을 눈앞에 둔 중견입니다..
은수, 지루한지 고개 숙인 채 손 꼬물대며, 안이사와 동시에 입모양으로 ‘우리 프렌즈도 이제 업계 탑텐 진입을...’ 따라하며..
은수 : (N) 회의를 견디는 노하우. 딴생각하기.
<인서트> 술집 ‘어린왕자’ / 어제 밤.
태오 : 와이군, 이상형이라는데요? (점프) 와이군. 윤태오. (활짝 미소)
다시 회의실. 은수, 풋 웃는다. 그리고 다시.....
<인서트> ‘어린왕자’ 계단 / 어제 밤.
한 계단 내려서며 팔을 뻗어 은수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당겨 키스하는 태오.
다시 회의실. 흐뭇하게 진저리치는 은수.
안이사 : (손바닥으로 테이블치며 강하게) 더 이상 주먹구구식으론 안 된다 이말이요!
은수 : (N) 깜짝이야!
안이사 : 첫째도 규모, 둘째도 규모... (입가에 흰침이 고인다)..
은수 : (N) 어우.. 치임..! (속이 울렁거리는지 자기만 알게 오바이트 시늉)
안이사 : ...셋째도 규모. 자, 규모있는 예산관리를 통한 제작비 절감 방안, 의견들 내보도록.
자, 장미경씨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도는 거야.
은수 : (N, 궁시렁~) 친목계냐~, 쩜백 고스돕 판이냐.....
장미경 : (무지 진지) 저희 팀같은 경우는 일단 진행 계획표 대루 꼼꼼하게 진행해서 페이지 낭비를 줄이고,
외부 필진이나 포토들 인건비 경우에도 그동안 구축한 인적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해서...
도도한 표정으로 듣고 있는 안이사. 여전히 입가엔 침.
은수 : (N) 저 도도한 표정! 고개 한번 끄덕여 주질 않는다... 보나마나 ‘이렇게들 생각이 없어서야, 자기들 지갑 열 때처럼
한푼이라두 아껴 쓸 궁리를 좀 하라구!’ 따,끔,하게 한 소리할 순간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어우~ 치임...
은수, 안이사 침에 부르르 하는데, 불쑥 끼어드는 김명진 목소리.
김명진off : 제 생각엔요, 솔직히 이런 논의 자체가 무의미한 거 같거든요?
은수, 엥? 놀라서 김명진을 보고 바로 이어, 안이사 표정확인. 안이사의 미간이 꿈틀한다.
김명진 : (아랑곳없이) 백원들이면 백원짜리 책 나오는 거고, 백 만원들이면 백 만원짜리 나오는 건데, 주시긴 백원 주면서
백 만원짜리 퀄리티로 만들라는 게 애초부터 말이 안 되는 거죠.
황부장 : (무마시도) 이 친구.. 백 원은.. (하다가 분위기에 눌러 쑥 들어감)
일동 숨도 못 쉬고 안이사 눈치만 슬금슬금. 분위기 완전 싸아~.
김명진만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 좔좔.
김명진 : 이럴 거 였으면 차라리 첨부터 떰핑 가격으로 계약을 말았어야지, (은수, 허걱!)
저희한테만 자꾸 졸라매라 졸라매라 이런 식은 곤란하죠.
은수 뿐 아니라, 명진 입에서 ‘덤핑’ 소리 나오는 순간 모두의 표정 확연히 급경색.
안이사의 눈썹, 지렁이처럼 꿈틀!
오은수 : (N) 떠엄핑! 어느 조직에나 결코 입 밖으로 내서는 안 될 금기어가 있는 법!
김명진 : 인쇄소, 출력소, 필자 원고료 전부 다 깎는 것두 한도가 있죠. 완전 떰핑의 파도타기잖아요,
(황부장을 똑바로 보며) 어제만 해도 그래요, 우리도 책 만드는 사람인데,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있어야지,
윤실장님 사진 그런 식으로 쓰는 건 정말 아니라구 봐요, 이런 식으룬 우리 이미지만 나빠져요.
안이사 : (초인적 의지로 감추려하나 감출 수 없는 파르르~. 겨우) 다했나.
김명진 : 네.
안이사, 천천히 김명진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좌중을 돌아본다. 모두 최대한 교묘한 각도로 시선 회피. 은수도 물론.
안이사off : 오은수씨는,
은수 : (시선피하고 있던 채로 움찔,... 겨우) 네?
안이사 : 오대리는 어떻게 생각하나? 오대리두.. (목소리 미세하게 떨린다) 지금 이 의견에,.. 동의하나?
은수 : 네?
좌중의 시선, 오은수의 입으로 집중. 김명진, 뚫어지게 은수를 본다.
난감함에 전전긍긍하던 은수의 얼굴, 돌연 활짝 펴진다.
은수 : (박수를 치듯 손을 짝 마주치며 벌떡 일어나) 그럼요! 당연히 동의하죠! 협력업체 사람들한테 비굴하게 찐따 붙는 풍토,
접어야 된다구보구요, 경쟁프리젠테이션이 코앞인 중차대한 시점에서, 이런 하나마나한 회의, 자제해야 된다구보구요,
(안이사를 향해) 이사님! 침 좀 딲으시고요! (분명하게 발음) 더엄핑! (좌중을 둘러보며) 아하하, 놀라셨죠?
인정할 건 인정합시다, 떰핑을 떰핑이라 부르지 못한다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것과
도대체 뭐가 다르단 말입니까, 하하, (장난치듯 연속해서) 떰핑, 떰핑, 떰핑, 아하하하, 떰핑.
입을 달짝거리는 은수..
황부장 : (헛기침) 흠... (작게) 오대리.
은수 : 네?
고개를 들면, 김명진의 얼굴이 바로 보인다. 은수, 마른침을 삼키고,
은수 : (겨우) ...아니요.. 그러니까.. 우리는... 우리만의 방식으로.. 어떤 상황에서든,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안이사 얼굴에 이는 작은 안도감. 김명진 얼굴에 이는 실망. 그러나 곧 무표정해진다.
황부장 : (얼른 받아 본격 무마) 허허. 그래그래, 오대리 말이 맞다. 이제 와서 원론적인 얘기해서 어쩌겠어.
정해진 틀 안에서 윈윈하는 게 우리가 할 일이지. 안 그렇습니까, 이사님? 오대리, 어제 백업 잘했지?
다시 김명진의 시선, 은수.. 죽고 싶다..
은수 : (기어들어간다) 네.
S#7. 은수 회사 근처 / 점심시간
장미경 : 떠엄피잉? 저 싸가지, 언젠 사고 한 번 오지게 칠 줄 알았다, 내. 어서 똥오줌도 못 가리고, 허? 떠엄피잉? 허?
은수 : (무지 착잡) ...솔직히, 틀린 말은 아니죠, 뭐.
장선배 : 이게 틀리고 맞고 문제니. 누군 입이 없어 찌그러져있니? 다 형편보고 하는 거지. 아무리 철딱서니가 없기루,
어서 꼬딱지만한 게 선배들 죄다 등신으루 만들구, 어우~ 어째 균형감이란 게 없어, 균형감이. 안 그래 오대리?
(은수, 끙~) 우린 뭐 비겁해서 가만있니?
은수, 더욱 끙~. 뭐라 할 말이 없다. 착잡할 뿐...
S#8. 은수 회사.
은수, 사무실로 들어서면, 김명진의 완고한 등이 보인다. 가슴이 갑갑..
은수 : (N) 저 아이의 눈에 비친 나는, 어떤 모습일까...
머뭇머뭇 다가간다. 명진, 어제 윤포토가 찍은 사진을 모니터에 띄워놓고 있다.
은수 : (가만히) 명진씨. (미동도 없다. 잠시 후 좀 더 크게) 명진씨-.
여전히 무반응. 머뭇머뭇 어깨에 손을 올리면, 흠칫 돌아보는 명진.
명진 : (귀에서 이어폰을 뺀다. 평상) 왜요? 대리님.
은수 : (너무 평상이라 멍해진다) 어. 아니... 뭐 들어?
명진 : 그냥. 어릴 때 듣던 거요. (이어폰 한쪽을 내밀며) 들어 보실래요?
은수 : (어정쩡하게 받아들었다가 곧 다시 돌려주고는) ..저기 명진씨.. 아까는 말이야..
명진 : (아까 뭐? 하는 표정) ....?
은수 : ........... 미안했어...
명진 : (모르겠다는 표정. 멀뚱) 뭐가요?
은수 : ....... 아까.. 회의... 이사님한테, 내가..
명진 : (보일락말락한 웃음, 비웃음일까?) 아, 그거요? 대리님 의견은 저랑 달랐을 수도 있죠. 신경 쓰지 마세요.
은수 : (기운 빠진다. 우기듯) 아니야. 내가 잘못한 거야. 사실 명진씨 말 다 맞잖아.
명진의 눈이 은수를 응시한다. 입가에 설핏 미소가 떴다 사라진다.
명진 : 아까는 그러실 수밖에 없었겠죠. 대리님 입장도 이해해요.
은수,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명진 어깨에 가볍게 손을 얹었다 내린다.
명진, 용건이 끝났다고 판단했는지, 다시 이어폰을 꽂는다.
은수 : (자리로 오며, N) 문득 이것이 드라마의 한 장면 같단 생각이 든다...
자리에 앉은 은수,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서랍을 여는 은수. 미니연필깎이와 연필을 꺼낸다.
연필심이 뾰족하다. 다른 연필을 꺼낸다. 역시 뾰족. 안되겠는지, 연필심을 부러뜨리고 다시 깎기 시작한다. 박박박박.
은수 : (N) 의롭고 순수하며 이해심까지 넓은 여주인공, 김명진.
연필 깎은 부스러기를 종이에 받아 휴지통에 버리고, 수첩 열고 쓴다.
‘1,817,130원.’ 그리고 이어, ‘카드, 50만. (줄 바꿔서), 월세 15만, 적금 50만, 공과금 12만, 보험 2만 오천...’
은수 : (N) 제 몸 사리기에 여념 없는 비겁한 노처녀 회사 동료 오은수...
장미경 : (지나가다) 나두 해봐야지! (은수, 얼른 팔로 수첩을 가린다) 스트레스 해소, 직빵이지!
은수 : (다시 몸 일으켜, 계산을 재개하며, N) ...오은수? 웬걸~, 이름이 다 뭐냐, ‘직원3’도 아깝다.
황부장 off : 다녀오십시오, 사장님!
은수 돌아보면, 사장이 밖으로 나가고 있다. 사장을 보다, 풋! 웃음을 터뜨림.
은수 : (N, 풋!) 주인공...! (명진을 돌아보고는) 어떡하니~, 마포구 동우빌딩, 7층 커뮤니케이션 프렌즈엔
훤칠하게 젊은 사장님두, 그 흔하다는 재벌 2세 실땅님두, 아니 계시니~.
기분을 바꾸듯 수첩을 덮고, 양손으로 책상 위를 턱 짚는데 열손가락을 책상위에 놓자,
태오 : (E) 구구단이요, 제가 구단 외는 거 가르쳐 드릴까요?
<인서트> 술집 ‘어린왕자’/ 어제 밤.
두 손을 테이블에 놓고 탁탁 치며 은수를 보는 태오의 서글서글한 얼굴.
은수, 괜히 피식 웃고는 핸드폰을 열어본다. 아무것도 없다. 핸드폰을 탁, 접고는 빤히 본다.
책상 전화로 전화를 거는 은수. 곧 핸드폰이 진동한다. 전화를 내려놓고, 다시 핸드폰을 빤히 보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은수 : (화들짝) 편집 2팀 오은숩니다.
안이사 : 오은수씨? 나야.
은수 : 네?
안이사 : (얼른) 나. 안홍천.
은수 : (빠르게 안이사 방쪽을 보며) 이사님, 무슨(일..)
안이사 : 쉿! (은수, 깜짝!) 혹시 지금 옆에 누구 있나?
은수, 재빠르게 주위를 살핀다.
장미경은 월급 계산중, 황부장은 책상에 신문지를 펼쳐놓고 손톱을 깎는 중. 김명진은 멀리 디자인팀과 상의 중.
은수, ‘도대체 뭔일~,’ 하는 표정으로 안이사의 다음 말을 기다린다.
S#9. 은수 회사 근처 대로 & 유희 회사 / 초저녁.
회사 앞 길을 걷는 은수 위로,
안이사 : (E) 잘 들어, 은수씨, 지금부터 한 시간 후에 **삼거리 오른편에 동천홍으로 좀 와줘.
은수 : (E) 예? 무슨 (일..)
안이사 : (E) 자세한 건 이따 하지. (은근하게) 사적인 거니까, 딴사람들 눈에 안 띠게, 알지?
은수 : (전화를 걸며) 뭐야~ (받았나보다) 바쁘냐? 통화돼?
유희 : 어. 길겐 말구.
은수 : 직장상사가 뜬금없이 딴 사람들 몰래 중국집으로 나오래면 용건이 뭔 거냐?
유희 : 상사 누구?
은수 : 안이사.
유희 : 말끝마다 임원?
은수 : 건 황부장이고, 하얀 침.
유희 : (무심코) 하얀치임~. (하다가 엥?) 하얀치임?
은수 : 그래애. 대체 뭐냐?
유희 : (푸하 웃고는) 딴 사람들 몰래라~? .. 너 뭐 사고쳤냐?
은수 : 사고는! 걱정마, 죽어두 못 짤라, 상을 줘두 모자랄 판에, 솔직히, 나만한 박봉에 응? 나만한 업무량을 해치우는 노동자를
어서구해, 지들이.
유희 : 좋아~... 건 아니다~,... 그럼 뭐... 파하하하 (박장대소)
은수 : (발끈) 뭐! 뭐! 그거 아님 뭐!
유희 : 뭐긴 뭐냐, 방금 니 머릴 스쳐간 바로 그거지!
은수 : 아~~. 진짜..
유희 : (웃으며) 오은수, 대단해~, 인제 오십대까지 카바하는구나.
은수 : 아씨~! 농담 아냐~. 어떡하지?
유희 : 애인있냐 그럼, 절대로 있다 그래. 그리구,
은수 : (말 자르며) 없는 거 다 알어~.
유희 : 그치그치, 햐~, 이걸 어쩐다. 온수! 중국집이랬지, 일단 절대루 비싼 거 시키지 마. 짜장, 그래, 짜장 좋다, 짜장시켜, 짜장.
은수 : (혼잣말로) 짜장. (생각만 해도 느끼하다)
유희 : 분위기 파악 제대로 하구! 응? 가다가다 마누라랑 정이 없네, 애저녁에 각방쓰네,... 거까지 감 바닥을 치는 거고,
백푸로 작업 들어오는 거니까, 정신 똑,바로 채리고! 학실히! 알찌! (다시 파하 웃음) 근데, 진짜, 웃긴다, 그 아저씨~.
은수 : (죽겠다) 으~아~아아~...
유희 : 이쁜 게 죄라구 믿구, 가는 거야~! (뭔가 생각났다.. 푸하하 웃고는) 야!
은수 : 뭐.
유희 : 어제 그르케 일찍 잤어~?
은수 : (뜨끔) 어? 어. 어제 술이 쫌 빨리 올랐잖아, 우리...
유희 : (푸하하 웃고는) 그래, 집에 계셨으니 빳~데리가 없었겠지~.
은수 : (뜨끔)
유희 : (귀여워 죽겠다는 듯) 아유우~, 온수우~. 긴장풀어, 긴장풀어. 이따 늦지마!
은수, 동천홍 앞에 도착. 너무 들어가기 싫다.
S#10. 동천홍 / 초저녁
들어서자 안이사, “여기!” 하고 손을 들어 인사하며 찡긋 윙크.
은수, 질끈. 어색하게 걸어 들어가 앞자리에 앉는다.
안이사 : (약간 상기) 밖에서 보니 우리 은수씨, 새롭네~?
은수 : (뜨악, N) 우리. 은수씨.
안이사 : 뭐, 먹을까? 탕수육?
은수 : (화들짝 강하게) 아뇨! (너무 강하게 말한 걸 무마하려) 아뇨. 전 배가 별로 안고파서요..
안이사 : 그래? 에이, 모처럼인데 요리라도 사줄랬더니... 그럼?
은수 : (짜장과 짬뽕 사이를 오가다 안이사를 의심스레 보며) 짜.장....이요.
안이사 : (푸하 웃듯) 짜장? 우리 은수씨, 짜장면 좋아하나? 난 이래서 은수씨가 좋아, 애들같이 순수하잖아?
(종업원에게) 이봐요. (종업원 온다) 여기 짜장하구 짬뽕줘요, 두 개다 삼선으루~. 삼선짜장, 삼선짬뽀옹.
(은수에게 어색하게 흐으~ 웃고는) 전화해서 놀랐나?
은수 : 아니, 뭐..
안이사 : 내 맘은 그래. 가끔은 이렇게 직원들이랑 사는 얘기도 나누구, 꼭 이게 우리가 업무로만 그럴 필요는 없는 건데..
워낙~ 일 돌아가는 게.. (웃음) 미안해애~, 은수씨가 이해해애~, 내가 맘이 없어 그런 건 아니니까아?
동의를 구하는 안이사의 미소에, 은수, 죽겠다... 겨우 미소.
// cut to 음식이 나왔다.
안이사 : (고추가루 팍팍 뿌리며) 이 집은 다 좋은데, 너무 느려~, 그치? (헤벌쭉~) 들어, 오대리.
은수, 짜장 한올을 젓가락에 말아 호르륵. 죽어라 먹기 싫다.
안이사 : (국물 한 모금 마시고) 어.. 좋다.. (맛이) 괜찮아? (은수, 긍정하면, 뜸 들이다).. 저기, 오대리.
은수 : (이제 나오는구나.. 자세를 잡으며, 또렷하게) 네. 이사님.
안아시 : 저, 내가 이런 얘기 꺼내는 거, 은수씨가 어떻게 들을지 모르겠지만... 오해 없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은수 : (마른침을 삼킨다) 네, 이사님.
안이사 : 오대리... 결혼은, 왜 안 하는 거야?
은수 : (전의를 다듬으며 냉큼) 아직 못한 겁니다.
안이사 : (웃음) 하하. 난, 은수씨, 이래서 좋아. 솔직하잖아? (은근히) 할 사람은 있고?
은수 : 없습니다.
안이사 : (오케이! 꿍꿍이 있는 표정. 잠시 말 돌림) 들어, (국수 후루룩 떠 넣고 씹으며) 점심땐 주로들 뭐들 먹나?
은수 : 뭐. 이거 저거...
안이사 : 글쎄, 그렇지? 나와 먹는 밥은 시원치가 않아.. 밥 먹는 게 아주 고역이야,. (국물을 마시고는) 어, 좋다. 그래두 웬만하면
저녁까지 밖에서 해결하구 들어간다구. 애들 엄마 부담 주기 싫고... 사실..., 애들 엄마가 오래전부터 몸이 좀 안 좋아...
은수 : (경계만땅)
안이사 : 그래서 나랑 애들 엄마라앙,.. 벌써 오~~래전부터....,
유희E : 정이 없네, 각방쓰네,... 거까지 감 바닥을 치는 거고, 백푸로 작업 들어오는 거니깐 (은수 눈에 힘을 주며)
정신 똑,바로 채리고! (전의를 다진다) 학실히! 알찌! (침 꿀떡 삼키는데)
안이사 : ... 벌써 오~~래전부터어... 산에두 다니구.. 거 북한산이구 도봉산이구 안 다닌 데가 없어,
(은수, 엥? 하는 표정. 이건 또 뭐야?) 집사람은, 또 집사람대로 따로 또 헬쓰도 다니고,.. 거 헬쓰가 상당히 괜찮나봐,
많이 좋아졌어요~, 오대리, (은수와 눈 한번 맞추고) 사는 거 별거 없어, 그저 때 되면 가정 꾸리구,
오순도순 식구들 건강하면 그게 복이지.. (또 동의의 표정 보내고) 그래서 말인데, 오대리,
은수 : 예..
안이사,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접은 쪽지를 하나 건넨다.
안이사 : 애들 엄마가 거기서 사귄 아줌마가 있는데, 같은 동에 혼기 놓친 신랑감이 있나봐, (은수, 알겠다.. 얼굴 찌그러진다)
그냥 두기 아깝다구 중신을 부탁한 모양인데..
은수 : 중..신이요..?
안이사 : (긍정의 뜻으로 웃는다. 쪽지 펴보라는 시늉)..
은수 : 괜찮은데..
안이사 : 수줍을 거 없어.
펴보면, ‘김영수, 010 -****-****’ 라고 적혀있다. 고개 들면, 헤벌쭉 웃는 안이사 얼굴.
S#11. 재인 공방 / 저녁.
은수 : (몸부림) 으아아아~~~
세 친구, 공방 한켠에서 맥주 마시는 중.
재인 : (푸하하하) 무조건 가는 거야아! 대박 훈남일지 어떻게 알어~
은수 : 훈나암! 중매쟁일 봐라, 싹수있나!
재인/유희 : (동시에) 으~ 하얀치임~.
은수 : 보나마나 꽝이야, 꽝!
유희 : 뭐하는 사람인데. (쪽지, 유희 손에 들려있다)
은수 : 만나서 물어보래애~, (생각하니 열 받는지) 아, 알지도 못하면서 무슨 중매애! 챠! 근데, 웃기기는 게, 그거 주면서,
무슨 세자비 간택하는 대원군 같이 군다? 황송해하길 다 바라더라구. 아~ 진짜, 생각하니 열 받네. 그러면서 이런다?
세상에두 가련하게 쳐다보면서, 오대리~,
<인서트> / 조금 전 동천홍.
안이사 : 오대리~. 여잔 말이야~, 크리스마스 케익 같은 거야. 24일 지나면, 떨이야, 떨이~
끙~, 입을 오물오물 ‘떨이..’하고 따라하는 은수 위로
유희/재인E : (분개!) 떨이이~?
안이사 : (그것두 농담이라고) 오대린 31일 밤이네? 쫌 있음 종치네? 연락해애~? 요번 주 안에 아주 해치워버리자구.
재인/유희 : 어우우우!!! / 해치우긴!
유희 : 와~ 씨! 난 아이스크림 케익이예요~, 꽝~꽝 얼려놔서 꺼떡 없어요~, 그러지!
은수 : 그래애! 그건데! 아~, 난 왜 순발력이 없는 거니!!
유희 : 요즘 세상 스물 넷이 여자냐? 핏덩이지? 지두 딸래미 키워봐야 알지.
은수 : 애지중지 딸래미 계시단다. (핸드폰 흘긋 봄)
유희 : 어디, 그 딸래미 크면 보자.
재인 : (쪽지 다시 보고 놀리듯) 이름두 영수네?
은수 : (진짜 아니라는 뜻) 느낌 팍 오지.
재인 : (놀리듯) 왜~. 그래두 중요과목이네~. 영.수~.
은수 : (활짝) 그래! (유희 반짝 돌아보며) 너가 대신 나가주면 안 되까? 영수하면 또 남유희잖아. 엉? 남유~.
유희 : (종이 고이접어 돌려주며) 아서라, 애저녁에 띤 영수를 왜 또 하겠니~.
은수 : (유희의 거절에 잉잉~ 대면서도 뻔질나게 핸드폰을 흘끔대니까)
유희 : 야! 눈 빠지겠다. 아까부터 왜 그러냐, 안절부절. 기다리는 전화있어?
은수 : 어?
재인 : 진짜~, 애인두 없는 게~.
은수 : (유희에게 슬쩍) 너~ 걔 몇 살이랬지?
유희 : 누구?
은수 : 걔, 너 지금 만나는 애.
재인 : (언제 듣고 끼어든다) 허리 긴애~?
유희 : 스물 아홉.
은수 : (혼잣말처럼) 어~ 걘 그래두 많구나~.
유희 : 뭐가아~.
은수 : 아니여. 아니여아니여. (괜히 둘러보다 작업대 반지를 보고) 이뿌다~!
재인 : 웩! (말두 말라는 듯) 우~~ 완전 스케일링이다.
은수 : (오잉? 아하! 알았다! 푸하하) ...그.. 치석!?
재인 : 우우~ 이건 보석두 아니구, 이빨두 아니여~~~,
일동 : (합창) 우~ 이건 보석두 아니구, 이빨두 아니여~, 이건 보석두 아니구 이빨(두 아니여~)
문 두드리는 소리 들린다.
재인 : 깜짝이야! 뭐여, 또오?
유희 : (밖을 향해 크게) 여기! (좌중 향해) 유준이~.
은수 : (놀란다) 유준이?
유준off : (크게 부르는 소리) 온수우!!
은수/재인 : (당혹) 엇. / (반색) 유준이다!
유희 : 얘, 왜 안 들어와? (일어서 밖으로 나가며 은수에게) 긴장풀어, 쟤네 헤어졌대.
밖으로 나가는 세 친구. 문 앞에 자전거에 앉아있는 유준이 보인다.
재인 : (반색) 유준이다아~!
유준 : 하이! 재인!
유희 : 안 들어와?
유준 : 차댈 데가 없다. (은수에게 자전거 뒷자리 가리켜) 야. 타!
재인 : 차아?
은수 : (유준에게) 진짜, 니네 헤어진겨?
유준 : 암튼 경계모드 해제다.
은수 : (냉큼 뒤에 올라타며) 앗싸아! (가자고) 이리야!
재인 : (유준 자전거 출발하면 뒤꽁무니에 대고) 이씨, 어디가~, 주거어~!!
S#12. 삼청동 길 / 밤.
시원하게 달리는 자전거, 어느새 은수가 앞에 타고 있다.
은수 : (크게) 어떻게 된 건데에~~~?
유준 : (역시 크게) 그렇지 뭐어~!
은수 : 민정이~, 너 되게 좋아했잖아~.
유준 : 완전 채였다! 뻥 채였다, 뻥!
은수 : 잘 좀 하랑까~!
유준 : 뭐! 나쁘지 않아! 홀가분해~!
은수 : 못됐어~.
유준 : 뭐가아.
은수 : 아냐, 나야 좋지, 뭐! 경계모드 해제~!!!!! (시원하게 외치듯) 남유주운~!
유준 : 온수~!
은수 : (자전거가 잘 나가니까) 오~~! 차, 빵빵한데에!
유준 : 빵빵하지~?
은수 : 백수가 돈 많아 좋겠어~.
유준 : 어디 쓸데가 없다, 쓸데가!
은수 : 헹! (유준의 다리 끝에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슬리퍼를 두고) 운동화나 사신으시지? (더 스피드를 내며 시원해서) 으아~~~
유준 : (발끝 흔들며) 컨셉이야~, 컨셉! 으아~~~~~
은수 : 으아~~~~
시원하게 달리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S#13. 은수와 유준, 민정의 술자리 / 2년 전, 겨울 (F.B.)
은수 : 옛날엔 78이요, 그럼 ‘와~, 얘네 78이래, 78이래’ 막 그랬는데, (민정에게) 정말 그랬어요. 민정씨한텐 78이 무지 노땅같죠?
민정 : (웃으며 유준을 봄. 보이지 않게 거북하다)
은수 : 서른이 오긴 오는구나.
유준 : 이 천년두 왔는데, 서른도 오지. (민정에게 팔두르며) 난 진짜 이천년은 안 오는지 알았다.
은수 : 나두!
유준 : 기억나냐? 여자 서른에 좋은 남자 만나기란 원자폭탄 맞는 거 보다 더 어렵다!
은수 : 파니핑크!
은수와 유준 크하하하, 웃더니 누구랄 것도 없이 노래를 부른다.
유준/은수 : (파니핑크 주제곡 Non je ne regrette rien) 논.. 따라라라... 논 따 라라라라 따라라라 라라라~♫
민정 기분이 안 좋은 줄도 모르고 은수와 유준, 죽이 맞아 신났다. //
유준이 일어나 화장실에 간다. 은수, 민정과 둘만 남으니까 좀 어색하다.
민정, 맥주잔을 비운다.
은수 : (미소를 지으며) 술 더 시킬까?
민정 : (도전적으로 술잔 내려놓고) 언니.
은수 : 응?
민정 : 이런 거 좀 우습지 않아요?
은수 : (놀람) 어?
민정 : 그런 식으루 즐기는 거 아니죠.
은수 : 민정씨.
민정 : 언니랑 유준 오빠, 얼마나 웃긴지 알아요?
은수 : 민정씨, 그건..
민정 : 그 사이에 껴 있는 내 감정, 생각이나 해봤어요? 언니두 남자 친구 있죠?
은수 : 그럼~.
민정 : 언니 남자 친구가 언니같은 친구랑 이런다고 생각하면 좋아요? (대답 기다리지 않고 바로) 언닌 어떨지 모르지만,
난 싫거든요, 언니?
S#14. 콜드 스톤 아이스크림 가게 / 현재.
아이스크림을 비비며 노래를 부르고 있는 직원들. 은수가 계산을 하려고 하면, 유준 제지하고는 주머니를 뒤진다.
은수 : 그날 이후, 유준과 난 부드러운 합의에 이르렀다. 서로에게 애인이 있을 때는 연락을 자제하기로.
유준,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지폐들을 꺼내 계산을 한다. //
둘이 자리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다.
유준 : 사흘 만에 나온 거야. (은수 아이스크림을 한번 떠 먹어본다)
은수 : 그것이 알고 싶다에 제보할까? 은둔형 외톨이가 따로 없네. (자기 아이스크림을 두고) 괜찮치? 첨 시켜본 건데.
유준 : 쫌 물어보자. 여자들은 왜 연애하구 쫌만 지나면, 다 마누라같이 구냐?
은수 : ... 마누라같이 군다~?
유준 : 이거 해라. 저거 해라, 너의 실존을 변화시켜 나에 대한 사랑을 증명해봐라.
은수 : 근데 .. 난 자꾸 니 그 마누라들한테 이입될라 그런다. (동의 구하듯) 그치? 응?
너같이 매일이 일요일인 애랑 사귀면 속두 터지겠지?
유준 : 동감. 그치만 알구 시작한 거잖아. 거기, 내 억울함이 있다.
은수 : 사랑하니까 그렇지.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지길 바라니까.
나봐. 너한테 아~무런 요구가 없잖(하다가 뚝 멈춤. 주머니 진동)
<인서트> 태오의 웃는 얼굴. //
유준이 보면, 긴장 상태로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는 은수. 액정 보더니 긴장 팍 풀어지며, 전화 받는다.
은수 : (전화에 대고 무뚝뚝) 어.
S#15. 재인의 공방.
재인 : (전화에) 쏠매트끼리 신났냐?
유희 : 냅둬라, 좀.
재인 : (전화에) 왕창 삐졌다구 전해조.
은수E : 알써알써.
재인 : 흥! 방해돼?
은수E : 엄청.
재인 : 칫! 끊어.
전화 끊은 재인, 유희에게 냅다,
재인 : 남유! 또 오랜 억하심정 동한다. 쟤, 왜 은수 줬냐?
유희 : 허. 유준이? 주긴~? 봐라, 쟤넨, 서로 안 가져~.
재인 : 우씨, 나람...
유희 : 줴인~? (반지 가리키며) 타자안~?
재인 : (반지 보며 마음의 안정) 그치!
재인, 돌연 유희를 가늠하듯 흘끔흘끔.
유희 : 뭐어?
재인 : 옛날옛날부터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에,
유희 : 뭐가.
재인 : 니넨 사촌인데 왤케 안 닮았냐~?
유희 : 누구. 유준이? 사촌이니까 안 닮았지.
재인 : 그게 아니구우~, 유준인 이케 디게~ 착한데에, 넌 왜이케 디~게 못됐니?
유희 : (보다가 헛웃음) 허. 허허. 허허허.
S#16. 다시 콜드 스톤 아이스크림 가게
핸드폰을 손에 꼭 쥐고 있던 은수, 아무렇게나 테이블에 탁 놓으며,
은수 : (불쑥) 나두 쫌 물어보자. 남자들은 왜 여잘 만나냐?
유준 : (풋! 웃고는) 밥은 왜 먹냐?
은수 : (김샌다. 결국 웃고) 알어~. 바보 같은 질문인 거.
유준 : 엉성해갖구.
은수 : 그니까, 말이야~, 안 그렇게 생각할려구 해두, 어떤 땐 남자들이 여자를 만나는 게 결국엔 한번 자보고 싶어서가 아닐까~,
뭐 그런 생각이 든단 말이지~ ... (뜸) 그러니까, 살다보면~,
<인서트/ 소리 없이 화면 만> ‘어린 왕자’ 계단 / 어젯 밤.
은수 : 어지러워.. 어디 편한데 가서 눕고 싶지 않아요? .//.
은수 : ...어떤 남자랑 여자가 만나자마자 &*% (바디랭귀지, 끙끙 거려서 섹스란 말을 대신하는 것) 해버리게 되는 경우도 있잖아?
그래두 그 남자가 계속해서 그 여잘 만날 이유가 있을까? (조심스레) 없겠지?
유준 : (흥미롭게 은수를 본다)
은수 : 그 눈길. 거슬려어~. 친구 얘기야.
유준 : (알면서 모른 척) 오~ 그 친구 고민이 많~구나?
은수 : 그치.
유준 : (귀엽다는 듯 웃고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지. 당연히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난 오히려 답답한 게 여자들이,
남자는 무조건 육체에만 집착한다구 생각하는 거야. (은수가 진짜? 하듯 눈을 빛내면) 오해야, 오해~.
여자들 생각하는 거만큼 남자, 육체에 그~렇게, 집착 안 해.
은수 : (냉큼 활짝) 진짜?
유준 : (웃음) 아니, 아니, 하지이, 하긴 하는데~, 육체에‘만’ 집착하는 건 아니라구우...
은수 : (반갑다) 그런가?
유준 : (바로) 당연하지이! 연애란 게 뭐야, 남자나 여자나 결국, 이 거친 세상에 맘 붙일 델 찾는 거잖아,
기대구 소통하구, 체온을 나누구.. 그런 상대면, 몸이 좀 앞서 간다구 그게 뭐? (어깨 으쓱)
은수 : 흠... (맘이 좀 가벼워졌다) 세상 남자, 다 너 같으면 좋겠다.
유준 : 속터진다며~? 상처줄 땐 언제구. (피식, 놀리듯) 그 친구, 일단 진도 나가보라 그래.
은수 : (자기도 모르게) 진도는! (아고고!) 그냥, 어쩌다 그런 거래. 다시 만나구 뭐구두 없나봐.
그냥 애가 하~두 답답해하길레 물어본 거다.
유준 : 어우 그러셔~? 충고, 내가했다고는 하지마라. 신뢰 떨어진다. 연애전적 백전백패 주제에 무슨 충고오? (혀를 낼름)
S#17. 대로변/ 한밤 중
유준 : 쏠매트 오은수랑 아이스크림도 먹구, 속이 시원~하다.
은수 : 난, 어떻겠니. (시원하게 웃고) 간다.
은수, 택시를 잡는다. 설 것 같던 빈차가 그냥 지나간다.
은수 : 뭐야~. 인사두 다 했는데. 어? 온다! 간다~!
유준 : (불쑥) 은수야.
은수 : 어?
유준 : ...결혼 말이야.
은수 : 응.
유준 : 그냥.. 우리 둘이 해버릴까?
은수 : (당황, 그러나 짐짓 태연히) 지금 프로포즈하는 거야?
유준 : 남자 대 여자의 결합이 아니라, 인간 대 인간으로 결합함 되잖아. 지금 날 젤 잘 아는 사람은 너니까... 나두 그렇구.
은수 : (보다가.. 명랑하게) 일단 줄부터 서! 순서대로! (웃음) 영수 먼저 떼보고!
유준 : 영수?
은수 : 영수씨랑 소개팅 할려구!
유준 : 하. 소개팅? 맞선이겠지~!
은수 : (주먹 쥐고) 소개팅! (택시 보고) 온다! 간다~!
택시 선다. 은수, 택시 타기 전, 유준을 돌아보고 싱겁다는 듯 ‘으이구~’
S#18. 택시 안 / 한밤 중.
은수, 초긴장.
택시기사 : 에? 아가씨, 어디냐구요!
은수 : 예? 아. 충정로 쪽으루 가주세요, 역 못가서 내릴게요.
<인서트> 대로변 / 조금 전 상황.
유준 : (불쑥) 은수야. (점프) 결혼 말이야.
은수 : 응.
유준 : 우리 둘이 해버릴까?
은수 : (부르르 떨며) 웬, 제8의 전성기~?
은수 : (N) 오은수! 아직, 안 죽었니?
S#19. 은수 회사. (안이사의 신호 몽타쥬)
<1층, 자판기 앞>
출근시간. 은수, 짜증난 얼굴로 자판기 컵을 꺼내 장미경에게 건네고 홍차 버튼을 누른다.
장미경 : 땡큐우~. (출근하는 안이사를 보고) 오셨어요, 이사님!
안이사 : (대충) 어. 좋은 아침! (바로 은수에게 뭔가 신호. 어색)
장미경 : (안이사 지나가자) 왜 저래?
은수 : (끙~.)
<회의실> 쓸데없는 회의 분위기.
안이사 : 맡은 바, 자리에서! 자신감을 가지고! (하고는 은수와 눈 맞춤)
<사무실> 지나가다 괜히, 은수 뒤에서 흠흠.
<화장실 앞> 에서 마주치면, 손으로 전화 거는 시늉. 은수, 끙~.
S#20. 은수 회사 옥상 / 오후
은수, 쪽지를 편다. 김영수. 전화를 걸려다 다시 윤태호를 검색하는 은수. 없다. 아! ‘호’자를 ‘오’로 바꾸는 은수. 태오 번호 뜬다.
두 손으로 난간을 잡고 바람 쐬듯 하늘을 보다가,
하늘 향한 채, 파아노 치듯 왼쪽 새끼손가락부터 하나씩 들면서, 천천히, 목청 돋워,
은수 : 구일은 구, 구이 십팔, 구삼 이십칠, 구사 삼십육,...
S#21. 모텔 앞 거리 / 어제 아침 (F.B.)
은수 : (까칠) 진짜 나한테 전화하려구요?
태오 : (당근) 네.
// (점프)
태오 : 누나!
은수 돌아보면, 손을 들어 하늘을 가리키는 태오.
태오 : 우주의 나이가 몇 살이게요? (은수가 보면) 140억살! 우주의 나이를 생각하면, 우린 동갑이나 마찬가지예요!
S#22. 다시 은수 회사 옥상 / 오후, 현재.
은수 : ....구팔에 칠십이, 구구팔십일,... 구..십은 구십! (잠시 뜸. 난간에 둔 핸드폰을 쏘아 보고) 사람을.. 가지구 놀아?
은수, 핸드폰을 열어, 쪽지 보며 타다다닥 전화를 건다.
은수 : (벨소리 한참을 들어간다. 투덜) 왜 안 받아~. (상대방이 “여보세요” 하자 흠칫, 목소리 싹 바꿔) 아, 예 안녕하세요?
저 오은수라고 하는데요,
김영수E : 네? (그제야 생각났는지) 아, 예에, 오은수씨. 안녕하세요.
은수 : 안녕하세요?
김영수E : 아, 우리 만나야 돼죠?
은수 : (미간 챙! 슬슬 기분이 나쁘다) ...
김영수E : 어디서 뵐까요?
은수 : (목소리는 새침, 얼굴은 까칠) 글쎄요오? (말하고 발을 까딱까딱)
김영수E : ... (잠시 뜸) 토요일은 괜찮으세요?
은수 : (뜸) ... 네.
김영수E : 그럼, 토요일 두시 어떠세요. 신라호텔 커피숍.
은수 : (얼굴 찌그러진다) 예, 그러세요. 그럼..
김영수E : 예, 그럼 그때 뵙겠습니다.
은수 죽어두 소개팅이라 우기고픈 만남이, 맞선으루 낙찰되는 순간..
은수 : 네. (전화 끊자마자) 아~, 구려~ 무슨 호텔이야~.
전화 끊은 은수, 다시 하늘을 보고,
은수 : (보란 듯이) 봤지?
핸드폰 열어, 윤태오 번호를 들여다보다가, 삭제버튼으로.. 그러나 주저.. 주저한 게 열 받는지 곧 꾸욱 눌러 삭제해버린다.
은수 : (핸드폰 흔들며) 봤지? 죽었어.
은수, 돌아서며 한숨이 푸욱.
은수 : (중얼중얼) 공일공 삼칠이사에 오이일오. (으아악, 한심하다) 언제부터 니 기억력이 그렇게 좋았어어~.
S#23. 은수 회사 사무실 / 퇴근 무렵.
장미경, 오은수, 김명진... 모두 모여, 디자인팀 최대리(남, 32)가 가져온 피티용 가제본 책을 구경하고 있다.
은수/장미경 : 우와~ 이쁘다~
최대리 : (자기 손을 내밀며) 손이 다 부르텄어요, 내가~.
장미경 : 진짜 깜쪽.. 진짜 책 같애~. 잘 하면 되겠다, 우리~.
황부장off : 들어가십시요!
황부장 소리에 다들 문 쪽을 보면, 안이사 퇴근 중.
안이사 : 다들 수고! (돌아서기 전 예의 은수와 눈 마주치고 신호)
은수 : (어우...) 했어요, 했어~.
S#24. 은수 원룸 & 유희 방/ 밤.
은수, 가쓰오 우동을 먹으며, 유희와 메신저 중.
‘결정적 순간(유희)님의 말씀: 푸하하! (화면 떨기. 글자 마구 흔들린다)’
우씨, 하는 표정의 은수. 화면에 친다. ‘웃지맛!! 쪽...’ 화면에 ‘다 죽었어 님의 말씀 : 웃지맛!! 쪽팔려!!!!’ 와 동시에,
은수E : 웃지맛! 쪽팔려어!!!
유희E : 괜찮아, 이참에 남들 하는 거 다 해보는 거야~, 팻말에 이름 써서 종까지 딸랑딸랑 치면서.
은수E : (자판 치며 으르렁) 더 이상 의욕감퇴 시기지 마라.
유희E : (화면 떨림) 푸.하.하.하!!
은수E : (챠~하고는, 유희의 대화명에 시선주고) 이 나이에 무슨 결정적 순간이냐?
은수, 기다리는데 답이 없다. 우동 후루룩.
유희E : (진지하다) 온수. 나.. 할 말 있다.. (뜸) 비밀.. 지켜줄 거지?
은수E : (뚝. 모니터 응시하다 치며) 비밀? (잠시후 모니터에 유희 말 뜬다)
유희E : ..나아..,
또 시간 끈다. 기다리는 은수.. 드디어 뜨는 화면 속 유희 말. ‘결정적 순간님의 말씀 : 회사 관뒀다.’
은수 : (왕창 놀라서 혼잣말인데도 무지 크게) 뭐어!!!!?????
반사적으로 자판에 ‘미쳤ㅇ’ 치다가 핸드폰을 든다. /
유희 방. 모니터 앞. 유희, 은수 대답을 기다리다 핸드폰 흘긋, ‘제발 전화하지 마라..’ 하는 표정. 벨 울리자, 눈 질끈.
은수E : (무지 크게 빽!!!) 미쳤어!!!!!????
유희 : 내 전화 할 줄 알았다.
은수E : (빽) 언제!!!
유희 : 오늘.
은수E : (빽) 도대체 왜애! 또 물먹일 거 같애?
유희 : ......
은수E : (답 없자 걱정스럽게) 그럼 왜애.
유희 : ....
은수 : 어?
유희E : 나, 하고 싶어... (뜸) 뮤지컬...... 더.. 늦기 전에..
뮤지컬 소리 나오자.. 은수, 멍하면서도 알겠단 표정...
<인서트> 뮤지컬 공연장 객석 / 과거.
은수, 공연을 보다 무심코 옆을 보고는 그대로 픽스. 유희, 완전히 몰입해 줄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은수 : ....
유희 : 잘했다고 해줘.
은수 : ..... (겨우) 잘했어..
유희 : 해줘~~.
은수 : .....(에라 모르겠다) 잘했어잘했어, 됐냐? (뜸. 다시 진심으로) 잘했어~..
유희 : (밝게) 아~ 인제야 맘 놓이네. 비밀이다! 끊어.
전화 끊은 은수, 멍하다..
<인서트> 뮤지컬 공연장 로비 / 과거. 공연장 로비를 걸어 나오는 은수와 유희.. 둘 다 말이 없다...
은수 : (N) ...이유를 물었을 때, 유희는 말했었다.. 울어서 맹맹해진 소리로...
유희 : (맹맹한 소리, 웃으며)... 멋지잖아... 사람, 미치게...
멍한 은수. 전화벨 소리에 화들짝 깨어, 액정보면, ‘공일공 삼칠이사에 오이일오!’
은수, 더욱 화들짝. 철렁~. 그러나 벨 두 번 쯤 더 울리게 하고,
은수 : (몹시 새침하게) 네.
태오E : 저예요!
은수 : (얼굴은 자기도 모르게 활짝, 그러나 모른 척) 네?
태오E : 아~, 섭섭해~, 벌써 잊으셨어요?
은수 : (이제야 알겠다는 듯) 아~.
태오E : (애같이 억울) 너무해~.
은수 : (새침모드 강화) .... 뭐가요?
태오E : ............
은수 : (말이 없자, 뭐야, 삐진 거야? 하는 표정이다가, 돌연 걱정) 여보세요? (다급히) 여보세요, 여보(..하는데 벨이 다시 울린다)
태오E : 앗, 왜 끊어요.
은수 : (화들짝) 내가 끊은 거 아니예요.
태오E : (웃는다) 알아요~. (크흐, 웃고는) 영화보기루 한 것두 잊어버린 거 아녜요? 토욜 저녁 6시 어떠세요? 대학로?
은수 : (앗!!) 토요일..이요?
태오E : (걱정) 바쁘세요?
은수 : 어..
<인서트> 빠르게 우로 팬하면, 신라호텔, 다시 좌로 팬하면 대학로. //
은수 : 좋아요.
태오 : 잘됐다. 그럼 그때 봐요! 토요일 6시, 대학로!
은수 : (여전히 새침) 그래요.
태오 : 야, 신난다! 잘 있어요, 누나!
은수 : 네. 끊어요.
끊고는, 멍~ 하다, 배시시 만족이 피어오르는 은수의 얼굴!
S#25. 사우나 / 토요일 오전.
사우나에 앉아있는 은수. 표정은 ‘배시시’와 ‘무표정 복구’를 오간다.
은수 : (혼잣말) 호텔에.. 극장이라... 어렵네...
S#26. 은수 원룸&북한산 / 정오경.
목욕해서 맨돌맨돌 한 얼굴의 은수, 옷들을 줄줄이 늘어놓고 고심중... 전화기를 찾아 든다.
은수 : (전화 누르며, 거울을 흘끔) 흠... 어려워... (전화 받았는지) 어. 전화했었네?
유희 : (산에 오르고 있다) 응. 어디야?
은수E : 집. 사우나 하느라구 못 받았어. 어디야?
유희 : 산.
은수E : 어디.
유희 : 북한산. 심심하면 데려가줄까 했드니 안 받으시길레.
은수 : 어. 나 오늘 선보잖아~.
유희E : 맞다! (푸하하 웃고) 오늘이구나!
은수 : (옷 고르느라 신경 잔뜩 쓰며) 너 따라 산에나 갈 걸.
유희 : 산이 다 뭐냐, (입산금지 팻말이 보이면, 금지된 쪽으로 진입) 영수 정복이 우선이지. (생각하니 우습다) 사우나~. 챠~
선 봄서 웬 목욕재계?
은수E : (뜨끔) 아~, 무슨! 고따구 선이랑 연관 짓지 마라, 맘 상할라 그런다. 너 또 이상한 데로 막 가는 거 아냐?
조심해라, 뱀 나온다.
그렇잖아도, 유희가 들어선 곳은 길도 없이 험하다.
유희 : 모르냐. 사람이 뱀 싫어하는 거 보다 뱀이 더 싫어해, 사람냄새.
은수 : 잘났다. (하다가)..... 심란해?
유희 : (일부러) .....
은수 : (침묵하니 걱정)... 심란해?
유희 : (웃음) 짜식, 쫄긴. 안 심란해. 안 심란해. (유희, 찾던 걸 찾은 듯) 다 왔다! 암튼, 온수! 영수를 정복해라! 보고하고!
은수E : 오냐.
전화를 끊은 유희 앞에, 보이는 건 키만한 작은 나무 한 그루. 사연이 있는 나무인 듯 토닥토닥 쓸어주고는 그 아래 앉는다.
가방에서 오이를 꺼내 먹는 유희. 평화로워 보인다. //
거울 앞, 은수. 여전히 옷을 대보며 고민이 이만 저만이 아닌 듯.
은수 : 어렵네~, 어려워~ 어려워... (겉옷을 던지고 서랍으로 가서 팬티들을 꺼낸다. 심혈을 기울여 하나 고르고
나머질 서랍에 우겨 넣고는 피식) 웃겨, 진짜~! 영화구경 간담서, 팬티는 왜 골르니. (바닥에 주저앉아, 정신차리자!
어어어어! 도리도리!) 안돼! 절대루 안돼! (단호한 얼굴로 일어나 거울에 겉옷을 대보다 다시 피식) 싸우난 또 왜 해?
웃긴다 진짜.. (거울 속 자기에게 엄하게) 안.돼. 절~대루 안 돼애!
S#27. 신라호텔 커피숍 / 오후 두 시경.
커피숍으로 들어선 은수, 주위를 한번 둘러본다. 혼자 앉아있는 몇 명의 남자가 보인다.
종업원이 딸랑이는 종이 달린 팻말을 들고 지나간다. 은수, ‘저런 걸 어떻게.. 으..’ 하듯 부르르.
은수, 안쪽을 살피며 전화를 건다. 멀끔한 남자가 핸드폰을 든다. 은수의 표정, ‘오호! 의왼데?’ 하는 듯.
남자, “여보세요”, 하다가 전화기를 들고 있는 은수를 보고는 목례. 은수도 가볍게 목례를 하고는 다가간다.
은수 : 죄송해요. 길이 많이 막혀서요.
영수 : 아닙니다. 저도 방금 왔어요.
은수, 앉는다. 조금 뻘쭘.
영수, 셔츠 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자, 은수도 얼른 자기 명함을 꺼낸다. 서로 주고받고는.
영수 : 편집대행.. 커뮤니케이션 프렌즈...
은수 : (N) 1... 초다... (심드렁히) 스테레오..
은수 : 기업체 사보나 홍보책잘 만드는 회사예요.
영수 : 아, 책을 만드시는군요..
은수 : (N) 너무나 스테레오 타입..
종업원 : 실례하겠습니다. (메뉴판을 놓고 기다린다)
영수 : 뭐 하시겠어요?
은수 : (메뉴판을 보다) 커피, (종업원에게) 오늘의 커피 주세요.
영수 : (메뉴판 건네며) 같은 걸루 할게요. (종업원 가면) 좋은 일 하시네요.
저희두 회원들 정기 간행물을 만들어 볼까 하고 있어요.
은수 : 아, 그러세요? (은수, 영수의 명함을 들여다본다)
초록색 고양이가 그려져 있는 명함. ‘친환경 유기농 먹거리, 프레쉬 그린캣 대표이사 김영수’라고 씌어있다.
은수 : (N, 솔깃) 흠... 대..표이사아....
은수 : 귀엽네요. 초록 고양이..
영수 : 네~. 저희집 고양이가 모델이예요. (웃음) 아! 초록색은 아니구요, 생긴 거만.
은수 : (조신. 미소) 아, 네에~. 친환경 유기농 먹거리라면..
영수 : 농장과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조그만 회사예요.
은수 : 좋은 일 하시네요. 웰빙 시대니까. 음..
영수가 보면, 은수, 웃는다.
커피를 마시며 대화중인 은수와 영수. 간간히 벽에 걸린 시계를 훔쳐보며, 시종일관 조신한 맞선녀의 얼굴로 성실히 임하는 은수.
뜨문뜨문, 다음과 같은 말 번갈아 들린다.
영수 : 미국에 계세요. / 네. 두 분 다요. / 예. 미국에서 다녔어요. / 아. 별로 유명한 학교는 아니에요. /
은수 : 세무 공무원이셨어요./ 재작년에 퇴직하셨어요. / 그럼요, 오빠는 결혼했어요. / 남자애예요, 4살이요..
은수 : (N) 맞선녀, 현재 심경,
은수 : (인터뷰하듯 얼굴을 정면으로 돌리며) 멀쩡해서 첨엔 좀 솔깃했는데요, (가슴에 손을 척,대며) 반응이 없네요.
지금 심경이요? 솔직히 채이고 싶진 않네요.
(경과) 은수, 지루해 보인다. 시계를 흘긋. 5시 조금 넘었다.
영수 : (손목 시계 보고) 뭐 좋아하세요?
은수 : 네?
영수 : 시간이.. 저녁하셔야죠.
은수 : 아, (머뭇) 저는 그러니까..
<인서트> 재인과 유희.
재인 : (공방에서 이빨 갈다가 안타깝다는 듯) 사람이 낭만이 좀 없긴 하네... (하다가 눈을 빛내며 돌변) 씨이오?
당연히 먹어야지, 일단 킵! 무조건 킵!
유희 : (북한산을 내려오며) 우리 그렇게는 살지 말자. 끌리는 애랑 먹어.
은수 : (주저) 전.. 어딜 좀.. 가봐야 할 것 같은데.. (생각났다) 저기 돌. 친구 애기, 돌잔치가 있어서요.
영수 : 네~. 그럼 가보셔야죠.
은수 : (주저리 주저리) 네, 저기 친한 친구라서, 애가 어제 저녁에 갑자기 전화를 해서..
S#28. 신라호텔 길 / 초저녁.
도망치듯 빠른 걸음으로 호텔 길을 걸어 내려오는 은수. 차 몇 대가 지나가고 나서 내려오던 차 한 대가 은수 앞쪽에 선다.
은수, 지나치려다 멈칫. 내려가는 차창. 영수가 보인다. 은수 흠칫.
S#29. 김영수의 차안 / 늦은 오후.
교통방송. 차가 막힌다는 말.
영수 : ...좀 막히네요... (사탕을 먹고 있다)
은수 : ...괜찮아요.... 돌잔치니까.. 끝나기 전에만 가면 되구..
은수 : (N) ... (억울) 어떡해애~, 델따 준다는데에~.
영수 : 운전하세요?
은수 : 예? 아뇨. 면허는 있는데, (웃음) 핸들이 왼쪽에 있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가운데루를 못 가겠드라구요. 자꾸 금 밟아요.
영수 : (웃음. 성실하게) 네에, (자기 왼쪽 무릎을 짚으며) 여기, 무릎아래 왼쪽 타이어가 있거든요, 그게 (왼쪽 차선을 가리킴)
차선 안쪽을 타고 가는 느낌으로 하면 돼요.
은수 : 예에.. (성실한 영수를 흘끗보다가) 사탕...
영수 : 네?
은수 : 아. 아니예요. 저기 다음다음 신호등에 내려주심 돼요.
은수 : (N) 나는 지금... (창밖으로 시선 주며) 사탕을 녹여 먹는 남자의 차를 타고 사탕을 깨물어 먹는 아이를 만나러 간다....
으.. 바람둥이가 된 기(분..)
하는데, 신호가 바뀌자 영수, “이크”, 하며 차를 세운다. 은수, 앞을 보면, 영수차 바로 앞으로 모자를 쓴 태오가 보인다.
은수, 반사적으로 숨듯 고개를 돌렸다가 천천히 다시 보면, 손에 장미 한 송이를 들고 길을 건넌 태오가 보인다.
영수off : 데이트 가나 봐요.
은수 : (화들짝) 네? 아니, 저 돌잔(치..)
영수 : 좋아보여요.... (태오의 뒷모습을 보고 있던 것) 저 학생..
은수 : (겨우) 아~.
영수 : (차 출발) 평범한 게 제일 행복한 삶이란 생각 많이해요..
은수 : 아~.. 네에..
영수 : 그게 참.. 어렵단 생각두요.. (다 왔다. 차 세우며) 여기죠?
은수 : 고맙습니다.
영수 : 네. 맛있는 거 많이 드세요. 돌잔친 돌잡이가 재밌죠..
길가에 선, 은수. 영수의 차가 출발하는 걸 본다. 차, 사라지자 길가 건물 쪽으로 바짝 다가가 머리를 깡총하게 묶는다.
구두를 벗으며 가방에서 뭔가를 꺼냄. 캔버스화. 훨씬 캐주얼해진 은수, 됐다 싶은지 설레는 얼굴로 걷기 시작!
S#30. 대학로 KFC 앞
대학로 KFC 앞에 서 있는 태오가 멀리 보인다. 은수를 보고는 두 팔을 한껏 흔든다.
은수, 입이 좌악~. 꾹꾹 누르지만 불가항력으로 새는 웃음, 배시시~.
마주한 두 사람. 태오, 꽃을 내민다. 은수, ‘이크.,’ 하는 표정으로 받음.
태오 : 휴~, 이제야 주인한테 가네.. (꽃 가리켜) 흐~ (들고 있던 햄버거 봉지 들어올리며) 가요!
S#31. 동숭아트센터 앞, 계단 / 초저녁.
계단에 앉아, 태오는 햄버거를 한입 가득 맛있게 먹는데, 은수는 이런 게 좀 불편.
태오, 트뤼포 회고전 브로셔를 내민다.
태오 : (표지 넘겨 줄 앤 짐 가리키며) 이거예요.
은수 : 줄 앤 짐?...
태오 : 이따 보세요, 무지,무지,무지,하게 매력적인 여자가 나와요. 맘에 들 거예요, 누나두!
S#32. 극장 안
<쥴 앤 짐>이 상영 중인 스크린. 코에 수염을 그리고 있는 까드린(잔 모로)이 보인다.
은수 : (N, 태오를 흘긋보고) 무지,무지,무지,하게 매력적인 여자아?
다시 스크린을 본다. 남장한 까뜨린이 두 남자와 철교를 달리는 장면.
은수 : (N, 동의할 수 없다, 그런 여자가 어디있냐는 뜻) 어디이? (푸우~) 양다리나 좋아하는 요상한 여자고만......
<인서트> - 조금 전. 영수의 차안. 차 덜컹서고, 길 건너는 태오가 보인다.
김영수 : 데이트 가나봐요?
은수 : (뜨끔) 네?
은수, 뜨끔한 표정으로 태오를 보다가 뚝 멈춤. 태오가 가만히 은수 손을 찾아 잡았기 때문.
S#33. 뮤지컬 아카데미 근처 거리&웨딩 샵 / 늦저녁
커다란 뮤지컬 아카데미 광고 앞에 멈춰 서서, 팜플릿을 열어보는 유희. 전화가 온다.
재인, 웨딩 샵에서 드레스를 입어보고 있다. 전화에 대고,
재인 : 어! 남유! (뒤태를 보며) 낼 저녁 시간 돼?
유희E : 왜?
재인 : 아니, 울 오빠가 낼빼끼 시간이 없어서..
유희 : 그래?
재인E : 알잖아, 울 오빠 바쁜 거.. (유희 얼굴 살짝 찡그림) 드레스두 지금 따루 본다, (자랑) 그래두 내 친구들은 꼭 봐야 된다구,
오빠가 어렵게~ 어렵게~시간 낸 거(거든)
유희 : (말 자르며) 은순, 된대?
재인 : 안 받드라, 전화?
유희 : 아~, 걔 선본댔다.
재인 : (호들갑) 맞어, 오늘이구나아! 어머, 어머! 기집애, 안 나갈 거 같이 (그러더니...)
유희 : (말 끊고) 근데, 나 지금 좀 바쁘거든?
재인E : 그래? 흥! 나두 바뻐~. 암튼 꼭 와! 안 옴 죽어~.
유희, 전화 끊고 뮤지컬 아카데미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S#34. 극장 안, 밤.
스크린. 영화의 후반부, 까뜨린이 노래를 부른다. 듣기 좋다.
까뜨린 : ♪.... 그녀의 눈은 오팔빛이었네... 두 눈은 날 사로잡았네..갸름한 얼굴은 창백했었지.. 내게 다가온 운명의 여인...
은수의 아늑한 얼굴. 은수와 태오의 꼭 잡은 손.
까뜨린 : ♫우리는 키스로 만났지, 그리고 모든 게 엉망이 되었어...
그 노래를 타고...,
S#35. 태오에 대한 회상/ 지난 수요일 밤 (F.B.)
은수의 잔을 가리키며, “간접키스!” 하는 태오./
압구정 술 집 앞 길, 불쑥, “깨물어 먹었죠?” 하는/
술집 ‘어린왕자’, 펼친 은수의 손가락을 가만히 들여다 보는/
손가락을 하나씩 스치며 세다가 세 번째 손가락을 들고 ‘이십 칠’ 하는/
어린왕자 계단에서 은수에게 키스하려 다가오는... 태오..
S#36. 다시 극장 안 / 현재.
은수, 달콤한 회상에 빠져 있는데, 영화 뚝 끝나고 불이 한번에 켜진다.
은수 정신을 겨우 차리려는데, 태오가 얼른 손을 놓는다. 은수, 태오가 손을 놓자 마음이 꽁~. 안 그래도 무안하고 괘씸한데,
여자애off : 오빠!
태오 : (돌아보며, 냉큼 일어서며) 어, 주연아.
S#37. 극장 앞 / 밤.
꽁한 표정의 은수, 애매한 거리에서 태오와 주연의 대화를 듣고 있다.
주연 : 낼 두 보려구요.
태오 : (같이 브로셔 보며) 낼 뭐?
주연 : ‘야생의 아이’. 와~. 잔 모로 진짜 예쁘더라.
은수, 싸~ 하게 두 사람을 흘끗 보고 다시 앞을 본다.
<인서트> - 조금 전, 극장안. 은수의 손을 얼른 놓은 태오.//
자기도 모르게 둘을 노려보는 은수.
주연 : ..갈게요, 오빠.
태오 : 응. 가~.
주연, 은수에게 활짝 인사하면 은수도 (어색하게) 웃으며 대강 목례,
은수 : (웃음기는 있지만 무지 새침) 태오씨두, 누구한텐 오빠구나?
태오 : 그럼요! 군대두 갔다 왔는데요, (걷기 시작하며) 영화 어땠어요?
은수 : 뭐.. (새침) 여자가 좀... (태오, 너무 기다린다) 철이 없는 거 같아서...
태오 : 철이요? (하하! 시원하게 웃고는) 왜요? 남자들 속 끓여서?
은수 : ..그냥 뭐~... 욕심이 넘 많은 거 같아, 가질 수 없는 거만 탐내구.
태오 : (웃음) 그런가? ... 까뜨린은 여자라기보단 자유 같아요. 자유! (웃음. 까뜨린의 노래를 흥얼거린다)
♪.... ‘그녀의 눈은 오팔빛이었네... 두 눈은 날 사로잡았네.. 갸름한 얼굴은 창백했었지.. 내게 다가온 운명의 여인...’
은수 : (노래하는 태오가 이쁘긴 하지만 여전히 새침 유지) 노랜 좋더라구요.
태오 : 우리 노래 같지 않아요? (은수 보며, 장난스럽게) ♫우리는 키스로 만났지, 그리고 모든 게 엉망이 되었어...’
은수 : (톡 쏜다) 그럼, 이제 엉망 되는 것만 남았네?
은수, 쌩하니 걸어가고, 태오는 멍~, 왜 저러나.. 하는 표정.
S#38. 대학로 찻집 / 밤.
차를 마시는 두 사람.. 은수, 여전히 꽁한 표정이다.
태오, 은수를 보다가 웃으며,
태오 : 영화가 글케 재미없었어요?
은수 : (새침) 아니, 근데, 영화두 보여주구, 밥두 사구, 넘 무리하는 거 아녜요?
태오 : 에이~, 저, 돈 벌어요. (은수가 보면) 자그만치 (손가락 다섯 개 폄)
은수 : 오시(입만원)..
태오 : (천만의 말씀) 오.백.만원. (은수가 진짜? 하듯이 쳐다보면 뿌듯하게) 오백! (뜸) 연.봉.이!..요. (해맑게 웃는다)
은수 : 연봉 오배액! (은수, 웃고 만다.)
태오 : (애같이) 저, 안 보구 싶었어요?
은수 : 네?
태오 : 저, 안 보구 싶으셨냐구요오~.
은수 : (뭐라할 지 모르겠어서) 어..
태오 : 무지 기다렸어요, 전화. (은수가 엥? 하구 보면, 억울한 목소리 귀엽게) 전화 좀 해주지~, (은수가 보면 애처럼)
핸드폰 잃어버렸거든요. 전화기 잃어버린 건 괜찮은데, 거기 누나 번호가 있잖아요... 정말, 눈앞이 까맸어요.
은수 : (그랬구나... 그랬구나... 마음이 스르륵..) ......
태오 : 전화 줌 해주지.. (웃음) 번호 알아내느라구 백통은 한 거 같애, 전화.
은수 : 아~ (무심을 가장) 그랬구나.
태오 : (엄마한테 이르듯) 네에! 그랬어요! 절대루 안 까먹을 거예요! 공일일 *** ****! (은수, 똑바로 보며) 공일.일. **** ****!
천진하게 웃는 태오, 은수도 이젠 꽁한데 없이 웃는다.. 태오가 너무 예쁘다..
S#39. 은수 원룸 골목 / 한밤 중.
둘이 말없이 나란히 걷는다. 태오, 은수의 손을 잡는다.
조금 어색하니까 손을 씩씩하게 흔들어 보는 은수, 괜히 고개를 돌리면, 자꾸만 어두운 골목들이 눈에 들어온다.
은수 : (아쉬움) 다 왔다.
태오가 멈춰서면, 은수 눈으로 원룸 건물을 가리킨다. 잠시 서먹.
은수가 손을 놓으려고 하면, 놓아줄 것 같던 태오, 은수의 손을 더 꼭 잡는다. 그리고 가만히 당겨 안는다.
‘이래두 되나..’ 싶은 표정의 은수... 곧 태오를 깊이 안고 만다. 몸을 떼고, 은수의 얼굴을 보다가 가만히 얼굴을 기울이는 태오.
둘의 키스가 뜨거워지면서 자연스레 어두운 구석으로..
은수, 멈추지는 못하겠고, 좋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한데, 가방에서 진동이 부르르.
태오, 천천히 몸을 뗀다. 은수, 핸드폰을 확인하면, 재인. 슬쩍 밧데리를 뺀다. 조금 어색.
태오 : 어! 꽃!
은수 : 어! 아!
태오 : 찻집에 두고 왔나봐.
은수 : 아. (당혹) 미안.. 선물인데.
태오 : 괜찮아요.
태오, 손을 내민다. 은수와 손을 잡고 스노우 팰리스 쪽으로 걷는다. 아주 아주 천천히..
태오 : (너무 절절해서 작게 비져나오는 소리) 아쉽다..
은수, 태오의 시선을 따라 자기 집 창을 올려다보며 침을 꼴깍. <인서트>
은수 방안의 현재 상태. 설거지 거리 가득한 개수대. 꺼내뒀던 의상 후보 옷가지들이 널부러진 침대.. 엉망진창... 무지 지저분.. //
은수 , ‘안 되지!’ 하듯 부르르. 태오의 손을 가만히 놓고, 손을 들어 인사. 태오도 손을 들어 인사한다.
은수, 돌아서 계단으로 걸어 올라가는데, 태오가 이쪽을 본채 뒷걸음으로 걷는 게 보인다.
마지막으로 크게 손을 흔들고 돌아서는 태오.
은수 : (느리게 계단을 오르며) 잘했어.. 오은수..
은수 : (N) 남자를 들이지 않겠다는 건, 나 스스로에게 한 약속이다.
은수 : (다짐하듯) 아암~
...그러나, 마지막 계단을 오르는데, 계단이 휘청~. 순간,
은수 : (절실히) 그치만!
은수, 돌연 고개를 돌린다. 휘적휘적 걸어가는 태오의 뒷모습. 은수 빠르게 계단 창으로 가서,
은수 : 태오씨!!
돌아보는 태오의 얼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