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닉 상태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면 공황장애
판(Pan)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합니다. 판은 아르카디아(Arcadia) 들판과 숲을 설치고 다니는 양치기 신(牧神)입니다. ‘설치고 다닌다’는 말을 쓴 이유는 판이 등장하는 곳마다 ‘난장판’이 되기 때문입니다.
발레로 편곡된 드뷔시의 <목신 오후에의 전주곡>. 여기서 목신이 파로 판이다. ⓒ 위키백과
판이 이렇게 난장판의 주인공이 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너무 흉측하게 생긴 외모와 주체할 수 없는 욕망의 덩어리이기 때문이지요. 판의 외모는 너무 흉측하지요. 그래서 갑자기 판과 마주치면 아주 ‘깜짝 놀라고’ 맙니다. 아니 혼비백산하고 말 정도로 흉측합니다.
그래서 판과 마주친 상황을 영어로 패닉(panic)이라 쓰고 우리말로는 ‘혼비백산’의 상태라고 하면 되겠지요. .
사람이 패닉 상태에 빠지면 마음이 안절부절 못하고, 가슴은 방망이질을 하며, 숨도 차고, 온몸은 떨립니다. 심하면 숨이 막힐 것 같고, 온몸이 저리고, 머리가 멍해져 사리분별을 못합니다. 한마디로 ‘너무 놀래서 미칠 것만 같은 상황’이지요. 뜻하지 않은 사고를 겪고 어찌할 바를 모르고 이성적이지 못한 행동을 하는 사람의 마음 상태가 바로 패닉 상태입니다.
패닉은 누구나 겪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만한 일이 아닌 데도 패닉 상태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면 공황장애(panic disorder)란 병명을 붙일 수 있지요.
흉측한 판은 어디서 갑자기 출몰할 지 모른답니다. 그래서 판(pan-)-으로 시작하는 단어는 ‘모든, ~전부’라는 뜻도 있습니다. 파노라마(panorama; 전부 다 보이는), 판데믹(pandemic; 온세상에 유행하는 병), 팬오션(panocean; 모든 바다), 판테온(pantheon; 만신전), 판도라(Pandora; 모든 선물)이란 단어들을 보면 알 수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