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무장반란을 시도했던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3일(현지시각) 모스크바 인근 트베르 지역에서 전용기 추락 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수사관들이 사고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당국은 이번 사고로 프리고진을 비롯한 탑승자 10명이 전원 사망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연방 수사위원회 제공© 제공: 조선일보
무장 반란을 시도했던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탑승한 전용기가 23일(현지시각) 추락해 탑승객 전원이 사망했다. 비행기가 추락한 경위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으나 단순 항공사고가 아닐 수 있다는 추측이 제기된다. 그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반기를 들었던 이들이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 사례가 여럿 있었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이 배후로 의심되는 암살설은 2006년 6월 발생한 ‘홍차 독살 사건’이 대표적이다. 영국으로 망명한 전직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요원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는 홍차를 마시고 숨졌다. 문제의 찻잔에서는 자연 상태에서 존재하기 어려운 방사성물질인 폴로늄이 발견됐다. 일반인이 쉽게 접근하기 힘든 독극물이 사인으로 지목됐고, 이 홍차를 건넨 사람은 FSB 전 동료였다는 점에서 러시아 당국의 연루 의혹이 강하게 일었다. 2013년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재벌) 보리스 베레조프스키의 사망 역시 의문사로 남아 있다. 영국으로 망명했던 베레조프스키는 런던 부촌의 자택 욕실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자동차에 설치된 폭탄이 폭발해 운전사가 숨지는 등 이전에도 암살 위기를 넘겼던 인물이었다.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왼쪽에서 두 번째)가 모스크바 북동부 멜레코보의 교도소에서 열린 예비심문에서 발언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제공: 조선일보 지난해에는 러시아의 에너지 업계 기업인 9명이 의문의 사고나 극단적 선택으로 숨지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러시아 최대 민영 석유업체인 ‘루크오일’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 희생자에 대한 애도를 촉구하며 휴전과 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당국의 견제를 받았다. 이후 라빌 마가노프 회장은 모스크바의 병원에서 추락사했다. 러시아 극동북극개발공사의 이반 페초린 상무이사는 블라디보스토크 남부 해역에서 보트를 타다가 바닷물에 빠져 실종됐다. 이 밖에도 러시아 국영 가스 기업 가스프롬과 그 자회사 출신 인사들이 갑작스럽게 숨지는 등 석연찮은 죽음을 맞았를 보다. 간신히 목숨은 잃지 않았으나 독극물 중독 증세를 보이다 러시아로 이송된 푸틴의 정적도 있다. 대표적인 반체제 인사인 알렉세이 나발니는 2020년 비행기에서 갑자기 쓰러졌다. 화학무기 노비촉 중독이었다. 나발니는 독일에서 치료를 받은 뒤 이듬해 러시아로 귀국하자마자 체포됐다. 현재 사기와 법정 모욕 등 혐의로 30년 넘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프리고진의 사망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과거 발언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프리고진에 관해 “만약 내가 그라면, 먹는 것을 조심할 것”이라며 “나는 메뉴를 계속해서 경계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프리고진의 사고 소식이 전해진 후 바이든 대통령은 “놀랍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어 “나는 답을 알 만큼 충분히 알지 못한다”면서도 “러시아에서 푸틴이 배후에 있지 않은 일은 별로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