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형>이란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이영화의 감독에 대하여 꼭 짚고 넘어가야겠다.
<실미도>가 천만관객의 위업을 달성하기 전, 깨지기 힘들 것 만 같던 기록을 보유했던 <친구> 곽경택 감독의 조감독 출신이라는 점이다.
<우리형>을 보면서 안권태 감독의 영리함에 감복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예전한국영화를 보면 유명감독의 조감독출신이라는 딱지는 영화홍보에 있어서 중요한 간판역할을 하기도 했다.
80년대 흥행메이커 배창호 감독의 조감독 이명세 감독이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90년대 들어서면서 유학파감독이나 영화아카데미출신 감독들이 조감독을 거치지 않고 바로 입봉 하는 것이 영화감독이 되는 기본과정이 되어서인지 몰라도 조감독이란 단어는 연출부라는 말로 싸잡혀 버린 지 오래다.
<우리 형>은 역시나 최근 한국영화의 유행인 가족이라는 기본코드위에 형제애로 살짝 우회했을 뿐이다.
아버지 없이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홀어머니(김해숙) 밑에서 연년생인 두형제가 있다.
형은 공부만 아는 모범생이고 동생은 매일 싸움박질 만 할줄 아는 문제아이며 첫눈에 반한
여고생을 두형제가 동시에 사랑 하게 된다. 이쯤 되면 옛날 한국영화나 현대소설에서 한두 번 만난 적이 있는 것 같은 상당히 상투적인 문학적 상황설정에서 참을 수 없는 진부함이 밀려오는 것을 거부하기 힘들다.
거기에 형 상현(신하균)은 태어날 때부터 구순구개열(언청이)이라는 설정으로 은근히 관객들로부터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작용을 한다.
영화에는 전통적인 장남선호사상이 깔려있으며 그것에 대한 차남으로써의 질투심 내지는 반항심으로 동생 종현(원빈)의 형과 어머니에 대한 갈등구도로 전개되다 형과의 화해, 어머니와의 화해로 단란함을 찾은 세가족의 모습을 보여주기가 무섭게 인위적으로 보여 지는 사건에 의해 세 가족은 다시 해체되며 영화는 형에 대한 그리움으로 마무리 짓는다.
<우리형>에는 <친구>의 흔적을 그리 어렵지 않게 발견 할 수가 있다.
먼저 배우들의 경상도사투리가 그렇고 모호한 시대적배경속에서의 교복이 그렇다.
분명 시대는 90년대로 추측되건만 종현과 미령이 가까워지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시낭송을 하는 문학의 밤이란 설정은 무척이나 올드해 보인다. 감독은 복고적인 노스텔지어를 보여주고 싶었다면 시대적 배경을 확실하게 명시 해두었어야만 했다.
어쩌면 <친구>를 등에 업고 가는 부담감이 시대적배경을 모호하게 끌고 갔을지도 모를일이다.
왜냐하면, 영화도입부에 흐르는 종현의 나레이션은 <친구>에서 상택(서태화)의 나레이션과 닮아있으며 빗속격투씬등 자신이 조감독으로 몸담았던 영화의 흔적들을 여기저기 흘리고 다녔기 때문이다. 사실 <친구>의 주요 제작진과 촬영감독, 조명감독이 다시 뭉쳤다는것으로 면죄부를 준다면 앞으로 성공한영화의 아류작은 계속 만들어 질 것이다.
서두에 언급한 감독의 영리함이란 바로 이것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감독은 여기에 원빈이라는 배우의 스타성을 더하면서 흥행전선에 안전장치를 철저히 해둔 셈이다.
능청스럽고 미워할수 없는 종현을 연기한 원빈을 아무리 이쁘게 봐주고 싶어도 <우리형>이 <친구>의 아류작을 자처한 모양새로 보여 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아 안따까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