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나 성장통을 겪는다. '국민여동생' 아이유(20)도 마찬가지다.
2010년 '좋은 날' 이후 '너랑 나' '나만 몰랐던 이야기' '하루 끝' 등으로
연타석 홈런을 치며 톱스타 반열에 오른 그녀는 지난해 말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곤욕을 치렀다.
최고 시청률을 자랑하는 KBS 2TV 주말극 시간대에 배정된 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에 주연으로 나섰으나 기대만큼의 시청률을 올리지는 못했다.
최근 발표한 3집 '모던 타임스'는 뜻하지 암초를 만나 생각보다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앨범 활동을 접은 채 전념키로 한 장근석(26)과 함께 투톱으로 출연 중인
KBS 2TV 드라마 '예쁜 남자' 역시 아직 반응이 미지근하다.
이런 점들로 인해 가장 손해를 본 이는 '가수' 아이유다.
그녀를 톱스타로 밀어올린 중요 이유인 음악적 재능이 가려졌기 때문이다.
23일 밤 서울 회기동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펼쳐진 아이유의 단독 콘서트
'모던 타임스(Modern Times)'는 무엇보다 가수로서 그녀의 매력이 한껏 드러난 순간이었다.
- 【서울=뉴시스】23일 밤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펼쳐진 단독콘서트 '모던 타임스'에서 아이유(로엔엔터테인먼트 제공) 2013-11-24
어느 또래 가수보다 깊은 감성의 농도가 더 짙어졌다. 그간 겪은 어려움과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쌓은 연기력이 감정 표현에 도움을 준 듯했다.
데뷔 4년 만인 지난해 6월 연 첫 단독 콘서트 '리얼 판타지'와 9월 앙코르 공연에
이은 1년2개월 만의 콘서트인데 목소리의 질감이 풍부해졌다.
약간의 허스키가 섞여들어가면서 저음과 고음에서 다른 소리를 내는
그녀의 보컬 특징이 한결 여유로워졌다.
이용(56)의 '잊혀진 계절', 김광진(49)의 '편지', 최백호(63)의 '낭만에 대하여'….
스무살 가수의 콘서트에서 좀처럼 듣기 힘든 곡들이 어느 중견 가수도 내기 힘든
표현력으로 재해석됐다.
특히 원곡의 노랫말인 '하오'체를 아이유만의 '해요'체로 바꾼 '편지'에는
소녀풍의 애절함이 더해졌다. 최백호는 직접 나와 '낭만에 대하여'를 이어 부르기도 했다.
마치 놀이공원에 온 듯한 기분이 드는 동화 같은 곡으로, 기존의 고음 3부작인
'하루 끝' '너랑 나' '좋은 날'을 부를 때도 기존보다 목소리의 결은 더 섬세해졌다.
다소 발랄했던 지난 콘서트 때보다 발라드가 많은 점도 아이유의 보컬 매력을
더 느끼게끔 했다.
힙합듀오 '형돈이와 대준이'가 게스트로 등장한 뒤 2부의 문을 연 '바람꽃'
'벽지무늬' '별을 찾는 아이' 등 평소 방송에서 듣기 힘들었던
아이유의 발라드가 뭉클한 감동을 안겼다.
- 【서울=뉴시스】23일 밤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펼쳐진 단독콘서트 '모던 타임스'에서 아이유(로엔엔터테인먼트 제공) 2013-11-24
콘서트 타이틀이 3집 앨범 제목과 동명인만큼 이 음반의 수록곡도 많이 들려줬다.
타이틀곡 '분홍신'이 포문을 열었고, '모던타임스'가 앙코르 첫 곡이었다.
아이유가 처음 시도한 스윙과 빅밴드 장르의 이 곡들은 아이유의 성숙함을 방증했다.
지난해 첫 콘서트 앙코르 공연 때 들려준 자작곡 '보이스 메일'이 이번 앨범에 실렸는데,
이날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하며 들려주니 그간 숙성된 멋이 느껴졌다.
집시풍의 '을의 연애'와 섹시함을 보여준 '누구나 비밀은 있다' '입술 사이'(50㎝)
등 3집의 또 다른 수록곡에서도 아이유의 새로운 면모가 엿보였다.
무대 위 퍼포먼스 상대역 댄서를 쓰다듬고, 총으로 겨누는 모습은 성숙의 또 다른 상징이었다.
앙코르 공연이 끝난 후 팬들이 퇴장하는 도중에 들려준 유재하(1962~1987)의
'가리워진 길'은 아이유 감성의 정점이었다. '국민여동생'이라는 타이틀로 주류에만
그녀를 가두는 것은 무모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아이유는 그간 환상에 갇혀 있었다. 실제한다는 뜻의 '리얼(Real)'과
환상이라는 의미의 '판타지(Fantasy)', 서로 상반된 단어가 조합된 지난해 첫 콘서트의
타이틀처럼 그녀의 정체성은 환상과 실제가 오묘하게 뒤섞여 있었다. 절대다수를
지칭하는 용어로 획일화된 환상을 기반으로 하는 '국민'이 붙은 여동생이었다.
- 【서울=뉴시스】JTBC '히든싱어'에 출연한 아이유('히든싱어' 캡처) 2013-11-24
혹독한 성인식을 치른 아이유가 한층 성숙해진 모습으로 내놓은 앨범과 콘서트의
타이틀은 '모던 타임스'다. 찰리 채플린(1889~1977)의 동명영화에서 영감을 얻은
제목은 아이유의 '현대의 시간'을 그대로 반영한다. 그렇게 아이유는 차츰 현실에서
자신이 성숙해가는 과정을 음악에 담아나가고 있다.
이날 콘서트 직후 방송된 JTBC '히든싱어2'도 아이유의 이런 과정을 반영했다.
역대 최연소 출연자인 아이유는 자신을 모창하는 가수들과 가창 대결을 벌이는
이 프로그램에서 예전과 달라진 자신의 목소리를 걱정했다.
그러나 오히려 이런 점으로 인해, 자신을 롤모델로 지목한 가수 샤넌(15),
그룹 '투아이즈' 멤버 김연준(17)과 경합 끝에 승리했다. 100명의 청중 평가단이
라운드가 진행될수록 더 짙어진 그녀의 감성에 자연스레 동화됐기 때문이다.
과거 노래가 담긴 CD를 들으며 연습한 모창 가수들과 다른 목소리의 결을 느낀 것이다.
아이유는 88표를 얻어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가수 중 역대 최다 득표도 했다.
불과 데뷔 5년차, 만 20세 가수 아이유는 이렇게 더 짙어진 감성으로 더
노련하게 노래를 불러가고 있다.
한편, 아이유는 24일 같은 장소에서 콘서트를 한 차례 더 연다.
이틀 간 총 8000명이 운집할 예정이다. 12월1일 부산 KBS홀로 콘서트를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