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그리스도인의 마음을 정화하며 부활을 준비하는 사순 시기가 머리에 재를 얹는 예식과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하느님과 소원하던 관계를 되돌아보고 주님과 화해하는 은혜로운 때입니다. 교회는 사순 시기를 지내며 유다인들이 늘 실천하였던 “의로운 일”, 곧 기도와 단식과 자선을 진지하고 경건하게 실천하도록 권고합니다. 기도와 자선과 단식은 하느님과의 관계, 이웃과의 관계, 나 자신과의 관계 안에서 이루어지는 의로운 일을 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기도로 하느님과 더 깊은 관계를 맺고, 자선으로 이웃에게 사랑을 베풀며, 단식으로 악습을 잘라 내고, 쾌락을 절제하며, 자신을 이겨 내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은 이 세 가지 신앙적 행위의 핵심이 이를 행할 때의 마음가짐임을 분명히 말합니다. 이 세 가지는 내적 생활로 나아가게 하는 정신이지 겉으로 보여 주어야 하는 실천 사항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의로운 일을 숨어서 하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하느님께서 갚아 주실 것이라고 하십니다.
의로운 일이 알려지고 드러났을 때 세상에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일이 알려지는 것과, 그 일을 한 자신을 드러내고자 스스로 세상에 알리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사실 이런 일들은 드러나지 않을수록 더욱 빛이 납니다. 참다운 애덕을 실천하는 사람은 그 선행을 자신을 뽐내는 도구로 쓰지 않습니다. 사랑을 베푸는 행위 자체를 중요하게 여기고, 사랑을 받는 이를 소중하게 여깁니다. 유명 인사가 자신의 선행을 드러내려고 내놓는 거액의 자선보다, 이름 모를 식당 주인이 배고픈 형제를 위하여 남몰래 베푼 사랑이 훨씬 크고 따뜻한 감동을 줍니다.
(최정훈 바오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