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이 너무 독해 두 다리를 뻗고 잘 수 없습니다.” 췌장암 명의인 송시영(신촌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항상 하는 말이다. 그는 레지던트 때부터 하루 3~4시간씩 자며 췌장암 연구에 몰두했고, 지금도 여전히 췌장암 치료와 연구에 골몰하고 있다. 존스홉킨스·메이요 등 해외 유명 의대의 석학도 송시영 교수를 세계 최고 췌장암 명의 중 한 명으로 꼽는 이유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췌장암 치료 성적은 여전히 암울하다. 암 발생 순위는 9위지만 5년 평균 생존율은 최하위다(9%). 치료의 희망은 없는 것일까. 송 교수에게 췌장암 치료의 현재와 미래를 물었다.
- 질의 :췌장암 치료가 왜 어렵나.
- 응답 :“암세포가 무지하게 독하다. 사람으로 치면 ‘독종’ 같은 성격이다. 또 깊숙이 있어 잘 안 보인다. 늦게 발견돼 암이 이미 많이 진행된 상태일 때가 많다.”
- 질의 :췌장암은 조기 진단이 불가능한가.
- 응답 :“그렇다고 본다. 초음파로는 잘 보이지 않아 CT밖에 답이 없다. 방사선 피폭 때문에 자주 검사 받으면 안 된다. 비용도 비싸다. 전 국민에게 매년 복부 CT를 찍으라고 할 수 없는 이유다. 미국에서도 췌장암 초기 진단법을 개발하려고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었는데 수포로 돌아갔다. 췌장암에 있어서 현재까지는 ‘조기 발견’은 허상일 뿐이다.”
- 질의 :그래서 ‘적기 치료’를 주장하는 것인가.
- 응답 :“그렇다. 조기 발견이 어렵다면 증상이 생기는 시기라도 놓치지 말고 ‘적기 치료’를 해야 한다. 췌장암이 진행되면 네 가지 특이 증상이 발현된다. 갑작스러운 체중 감소(3개월 내 자신 체중의 10% 이상), 50대 이후에 생기는 갑작스러운 당뇨병(또는 당뇨 수치 악화), 복부와 등 부위의 이유 없는 통증, 원인 모를 소화불량 지속 등이다. 이 네 증상이 몇 달, 또는 1년 넘게 지속됐는데도 내과(소화불량), 정형외과(척추 통증), 한의원(원인 모를 통증) 등을 돌다 비로소 췌장암센터에 찾아온다. 이 증상 중 하나라도 있을 때는 반드시 췌장을 보는 의사를 찾아야 한다.”
- 질의 :그때 발견하면 치료 성적이 좀 나아지나.
- 응답 :“그렇다. 병원을 전전한 2~4개월만 단축해도 치료 결과는 훨씬 희망적이다. 수술할 수 있는 기회도 생긴다. 최근 수술 전에 항암·방사선 치료를 먼저 하는 치료 방식으로 예후가 꽤 좋아졌다.”
- 질의 :신약은 많이 개발되고 있나.
- 응답 :“췌장암은 다른 암에 비해 정말 약이 없다. 1996년도에 나온 젬시타빈이 첫 항암제였다. 통증은 확실히 줄이지만 치료 효과는 미미했다. 이후 타세바란 약이 나와 젬시타빈과 혼합 투여 시 치료 효과가 좀 더 좋았다. 3년 전에는 폴피리녹스란 약이 나와 생존 기간이 11개월로 연장됐다. 하지만 독성이 강하다.”
- 질의 :최근 나온 췌장암 치료 백신(리아백스주)에 대해 관심이 높다. 수술할 수 없는 심한 췌장암 환자도 백신을 맞고 3년 이상 살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무엇보다 항암제를 맞을 때 생기는 통증도 없고, 부작용이 0%에 가깝다는 게 장점이라고 한다. 치료 효과를 얼마만큼 기대할 수 있을까.
- 응답 :“우리도 기대하고 있는 치료제 중 하나다. 백신을 환자 몸에 주입하면 암세포를 파괴하는 특정 T세포를 활성화시켜 암을 죽이는 원리다. 생존기간을 평균 14개월로 연장시키는 고무적인 결과가 나왔다. 부작용과 통증이 없다는 것도 아주 큰 장점이다. 현재 우리 병원에서 3상임상 중이다. 이미 외국에서 처방 중인 백신이므로 식약처가 임상이 다 끝나기 전에라도 사용할 수 있게 임시 허가를 내준 상태다. 이런 치료제들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 질의 :췌장암 환자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은.
- 응답 :“포기하지 말아 달라는 거다. 췌장암 진단을 받고도 3년, 5년 이상 사시는 분도 꽤 있다. 그분들이 처음부터 치료를 포기했더라면 그런 결과가 나올 수 없었다. 긍정의 힘을 믿고 끝까지 힘을 내줬으면 좋겠다.”
배지영 기자 bae.jiyoung@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인터뷰] 췌장암 명의 송시영 교수 "체중 급감, 복부 통증, 소화불량 지속 땐 췌장암 검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