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산 식재료 공급·7~8월 살인적인 무더위 등 우려
1964년 도쿄 올림픽이 ‘경제적 선전장’이었다면 2020년 도쿄 올림픽은 ‘정치적 선전장’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웃 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이지만 아베 정권의 노골적 정치 선전 가능성 때문에 현재로서는 답답하고 짜증나고 불편한 올림픽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올림픽을 방패로 삼아 후쿠시마 지역 방사능 위험을 덮고, 일본 제국주의 역사를 희석하려는 노골적 움직임이 드러나는 중이다.
지난해 4월 후쿠시마를 방문한 아베 신조 총리는 “올림픽 개막과 함께 부흥하는 후쿠시마의 모습을 세계에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총리를 지낸 모리 요시로 도쿄올림픽조직위원장은 “대지진 이후 10년이 흘러 후쿠시마가 복구됐음을 전 세계에 알릴 최고의 방법”이라고 거들었다.
조직위는 선수촌에 후쿠시마산 농수산물 등 식재료를 공급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올림픽을 보러 일본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후쿠시마산 농수산물로 만든 도시락을 제공하는 계획도 세웠다. 일단 대한체육회는 안전한 먹거리 확보를 위해 도쿄 올림픽 선수촌에서 15분 거리의 한 호텔을 빌려 한국 선수만을 위한 식당을 차리기로 했다. 식자재는 모두 한국에서 공수해 진천선수촌 조리사가 24시간 내내 선수단의 급식을 책임지도록 할 방침이다.
일본 제국주의 상징인 욱일기의 경기장 반입을 금지하지 않겠다는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의 방침도 ‘짜증 올림픽’을 우려하게 만든다. 대한체육회 등은 일제 피해국들과 함께 욱일기 사용 금지를 IOC에 성토했지만, IOC는 사안별로 판단하겠다며 소극적인 대답을 되풀이하는 중이다. 최근 토마스 바흐 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정치적 항의를 지양함으로써 함께 경쟁하는 동료 선수들을 존중해달라”고 촉구한 것과는 배치된다.
한여름 도쿄의 날씨와 환경은 ‘불편 올림픽’을 만들 수 있다. 도쿄의 7~8월 날씨는 ‘살인적인 무더위’로 유명하다. 조직위는 마라톤과 경보 일정을 새벽으로 당겼다가 아예 북쪽 지방인 삿포로로 옮겨서 치르기로 했다. 오픈워터 수영 경기장에는 악취와 함께 상한의 2배를 넘는 대장균이 검출되는 문제가 벌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