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권돈인의『선면지란병분(扇面 芝蘭竝芬)』
석야 신웅순
김정희·권돈인의 합작품『선면지란병분』
「지란병분(芝蘭竝盆)」은 추사와 권돈인의 합작품이다.
추사는 부채에 영지버섯과 난꽃을 그렸다. 예서로 '영지와 난초가 함께 향기를 발하다'는 뜻의「지란병분(芝蘭竝盆)」이라 제목을 쓰고 '쓰다 남은 먹으로 그려보았다'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百歲在前道不可絶(백세재전도불가절)
백 년이 앞에 있어도 도는 끊어지지 않고
萬卉俱摧香不可減(만훼구최향불가감)
온갖 풀 다 꺾여도 향기는 스러지지 않네.
왼쪽 여백에 쓴 권돈인의 화제이다. 아래에는 ‘우염’이라는 낙관을 찍었다. 추사의 제주 유배 기간은 8년 3개월이었다. 55세에서 64세까지이다. 66세에 다시 북청으로 유배되어 67세에 유배에서 풀려났다.
제주도 유배에서 돌아와 북청으로 유배되기까지 2년 7개월을 용산의 강상에서 머물렀다. 강상은 강언덕이라는 뜻이다. 추사는 여기에서「잔서완석루」,「불이선란」,「예림갑을록」등 많은 명작들을 남겼다.
추사는 이 시절에 벗, 제자들과 함께 시·서·화를 즐기며 보냈다. 권돈인은 추사의 평생지기였다. 권돈인의 우염 낙관이 찍힌 것으로 보아 번산 촌장에서 그리 것으로 생각된다. 추사의 용산 시절 권돈인은 미아리고개 너머 번리(강북구 번동)에 번상촌장이라는 당호의 별서가 있었다. 어느날 권돈인이 옥적을 하나 얻어 추사에게 보여주었다. 추사는 이것이 금관가야의 유물일 수 있다며 아예 ‘금관옥저’이라 이름을 지어주었다. 이후 권돈인의 별서를 옥적산방이라고 불렀고 추사는 이 옥적 산방에서 권돈인과 함께 글씨도 쓰고 그림도 그리며 서화 한담을 즐겼다. 이 시절 ‘증 번상촌장 묵란’이라는 추사의 작품이 남아있다.(유홍준,추사 김정희,382,3쪽)
부채 중심부의 난초는 연한 먹물이고 톡톡 찍은 난꽃술은 진한 먹물이다. 영지와 제목 ‘지란병분’은 더 진한 먹물을 썼다.
지란지교 (芝蘭之交) 는 지초(芝草)와 난초(蘭草)의 교제라는 뜻으로, 벗과의 맑고고귀한 사귐을 뜻한다. 권돈인과 추사와의 관계가 어떠한지를 영지와 난 그림이 보여주고 있다.
권돈인의 ‘세한도’ 좌측에는 둥근 인장 ‘장무상망’이 찍혀있다. 이 장무상망(長毋相忘)은 ‘서로 오래 잊지 말자)’의 뜻이다. 둘 사이의 우정 표시이다.
추사가 제주 유배시 권돈인에게 부친 편지의 일부이다.
시골의 집을 빌려 합하와 나란히 밭을 갈기로 한 약속이. 평생의 소원입니다. 그러나 이는 귀양살이 하는자의 망상으로서 항아리 속의 잡생각일 뿐입니다.
김정희의 그림에 권돈인이 글씨를 남기고 권돈인의 그림에 김정희가 글씨를 남겼다. 그들이 우정은 계속되었으나 권돈인은 유배를 갔고 김정희는 먼저 갔으니 그들의 우경지약은 살아생전 지키지 못했다
병란병분에는 훗날 흥선대원군 이하응이 ‘영지와 난초를 몸에 패물처럼 차네’라는 감상기를, 또한 애사 홍우길은 “정축년 중양절에 공경하는 마음으로 감상했다”라는 감상기를 남겼다. 김정희, 권돈인, 이하응, 홍우길 등 네 명사들이 이 지란병분에 그들의 필적을 남겼다.
접부채는 옛 선비들이 문자향(文字香)과 서권기(書卷氣)의 예술적 향취를 표현하는데 좋은 소재이다. 접부채는 더위를 식히는 데에만 사용된 것이 아니라 이렇게 풍류의 도구로 더 많이 활용되었다.
권돈인의「세한도」와 김정희의 「증번상촌장묵란도」에도 그들의 그림과 글씨가 함께 있어 그들의 돈독한 우정을 보여주고 있다.
이재의「세한도」
제목의 서체와 제발은 추사의 글씨이고 그림과 제발은 이재의 솜씨이다. 이재의 세한도는 두 사람의 우정이 묻어나는 이재와 추사의 합작품이다. 이재의 세한도는 추사의 그늘에 가려졌으나 그들은 같은 시대에 이런 우정 어린 명품 '세한도'를 남겼다.
추사 김정희의 「증번상촌장묵란도」
묵란도는 추사가 제주 유배시절에 번상촌장 권돈인에게 그려준 그림이다. 번상은 권돈인의 호이다. 바람에 나부끼는 난과 난꽃들이 마치 새들이 날아와 재잘재잘 수런대는 것 같다.
권돈인은 흥취에 겨워 이 그림의 여백에 다음과 같은 화제를 남겼다.
蘭花蘭葉在山房 난초꽃과 난초잎이 산중 서재에 있는데
何處秋風人斷腹 어디에서 부는 가을 바람이 사람의 애를 태우네
若道風露易嶊折 바람과 서리에 쉽사리 꺾인다면 어찌 오래도록
山房那得長留香 산중 서재에 향기를 남기겠는가.
-월간서예,2019.6월호
첫댓글 감사합니다교수님
일지암성지순례가는길입니다
초의선사와추사선생님의
茶禪이루어진곳을
설레이며 가고있습니다
금란지교
지란지교
늘 배우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