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에 '식약동원(食藥同源)'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먹는 음식과 약은 그 근본, 뿌리가 같다'는 말로 음식이 곧 약이라는 말입니다.
한의학에서는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증진시키는 데 약만큼이나 섭생, 어떤 음식을 어떻게 섭취하느냐는 문제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우리가 자주 접할 수 있는 곡물의 효능과 잘 맞는 체질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합니다.
웰빙붐이 일면서 호황을 누린 곳 중에 하나가 보리밥집이 아닐까 싶습니다.
예전의 입맛을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찰보리는 구수하기 때문에 쌀로만 밥을 지은 것보다 맛이 더 좋습니다. 보리에는 식이섬유의 양이 쌀에 비해 세배나 많기 때문에 혈중 콜레스테롤의 수치를 낮춰줍니다. 성인병이 걱정된다면 보리밥을 드시는게 좋겠습니다.
보리는 소화가 잘되는 곡류로 대장의 기능을 활발하게 해 변비에도 좋은 식품입니다.
맥아는 보리의 발아 씨앗을 말린 것으로 한방에서 약재로 쓰이는데 위를 편안하게 하고 소화작용을 돕기 때문에 식체나 설사병의 치료약으로 쓰입니다.
또 소변배설을 촉진해 수분대사를 원활하게 해 줍니다 보리로 밥을 지을 땐 보리만으로 지으면 먹기 거북하기 때문에 쌀과 보리의 비율을 3대 7정도로 혼식하는 것이 좋습니다.
미숫가루나 보릿가루를 만들어 먹으면 소화 흡수가 더 잘 되는데 보리는 주식외에도 엿기름이나 식혜, 맥주의 원료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주의할 점은 보리의 발아 씨앗인 맥아는 젖을 말리는 작용이 있기 때문에 산모가 젖을 먹이는 동안에는 먹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또 평소에 몸이 차고 소화기관이 약해 잘 체하는 사람은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체질적으로는 몸에 열이 많은 소양인에게 보리가 잘 맞습니다.
찹쌀로 인절미를 만들어 3년을 먹으면 어지간한 속병은 다 고친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찹쌀은 소화기가 약하고 몸이 차거나 선천적으로 기운이 약한 사람의 기운을 보강해 주는 식품입니다. 땀이 많이 나고 설사를 자주 하는 사람이나 위가 약해 속이 더부룩할 때 찹쌀로 죽을 쑤어 드시면 좋습니다. 찹쌀을 볶아 먹으면 설사를 그치게 하고 떡을 만들어 먹으면 나이가 많은 사람이 힘없이 소변을 자주 보는 증상을 치료합니다.
보신용으로는 찹쌀과 다시마를 섞어 분말을 만들어 복용하면 좋습니다.
임산부가 아랫배가 아프고 하혈을 할 땐 찹쌀에 황기를 함께 넣고 달여 마시면 됩니다.
찹쌀의 성분은 멥쌀과는 차이가 있는데 멥쌀에 비해 점성도가 높아 찹쌀로 밥을 지으면 쫀득쫀득한 맛이 납니다. 찹쌀은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은 주의해서 드시도록 합니다.
위장이 나빠 설사를 하고 위궤양이 있는 사람이 찹쌀을 계속 먹으면 효과가 있지만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이 찹쌀을 너무 많이 먹게 되면 빨리 소화를 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약명으로 적소두라 불리는 팥은 성질은 평하고 맛이 달고 십니다.
팥은 여러 가지 부종을 치료하는데 효과가 있습니다.
팥에는 비타민b1이 풍부해 팥밥을 해먹으면 쌀밥을 먹을 때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 b1을 보충할 수 있습니다.
비타민b1은 녹말의 소화에 곡 필요한 성분이기 때문에 쌀밥에 팥을 섞어 먹으면 소화가 잘 됩니다. 그래서 소화불량이나 식욕이 부진할 때 어른들은 찹쌀과 팥을 넣어 팥밥을 해 드시면 좋습니다. 또 팥에는 소변을 잘 나오게 하는 효과가 있어 부기를 치료하고 몸이 비만한 사람의 혈액순환을 도와 줍니다.
동지때 팥죽을 먹는 이유는 겨울철에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를 공급하기 위한 선조들의 지혜에서 나온 음식습관이라 할 수 있습니다.
팥을 가장 효과있게 먹는 방법은 요리할 때 소금을 약간 넣고 껍질채 먹는 방법입니다.
팥의 겉껍질에는 영양이 풍부하기 때문에 껍질채 먹는 것이 좋습니다.
팥껍질은 금속이온과 반응하면 어두운 색으로 변하기 때문에 팥으로 소를 만들면 짙은 색이 됩니다. 팥을 지나치게 많이 드시면 몸에 진액이 빠져나가 몸이 마르게 되는데 이럴때는 설탕이나 꿀물을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녹두는 씨앗의 껍질이 녹색을 띠고 있어 '녹색을 띤 콩'이라는 뜻으로 이름이 붙었는데
녹두죽은 요즘도 회복기 환자들의 식사로 인기가 많습니다.
녹두가 오장육부의 기운을 조화롭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녹두는 소화흡수가 빠르고 입안이 쓰고 식욕이 없을 때 먹으면 기운이 나고 입 안이 개운해 집니다.
하지만 녹두는 성질이 차기 때문에 몸이 찬 사람이 오랫동안 먹으면
오히려 소화기능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녹두는 여성의 피부미용에도 좋아 햇볕에 그을렸을때 녹두를 갈아 물에 개어 바르면 피부가 고와 집니다.
옛날부터 녹두가루는 화장품으로 이용되었고 요즘도 한방화장품의 원료로 쓰이고 있습니다.
종기가 난 자리에 녹두 삶은 물을 바르면 효과가 있고 열이 많아 설사를 하는 사람에게
녹두를 갈아 마시게 하면 설사를 멈추게 합니다.
녹두의 영양성분은 팥과 비슷하지만 점성이 다르기 때문에 녹두가루로 국수를 만들기도 합니다.
약으로 먹을때는 생녹두를 찧어 즙을 내어 먹거나 가루로 만들어 쓰면 됩니다.
녹두도 찬 성질을 지닌 식품이기 때문에 몸이 차고 소화기관이 약한 사람이나 속이 차서 설사를 하는 사람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 체질별로 도움이 되는 곡물과 해로운 곡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