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에 따르면 올 4월 한달간 신선당근 수입량은 1만1713t으로 지난해(8965t)보다 30% 정도 증가했다. 이 중 중국산은 1만1305t으로 지난해(6980t)보다 60%, 최근 3개년(2012~2014) 평균보다 33%나 물량이 늘었다. 같은 기간 수입된 베트남산은 408t에 그쳤지만 1~4월 총 수입량은 50t(2013년) → 4065t(2014) → 올해 4520t으로 급증세를 이어갔다.
이처럼 국내 시장을 잠식해 가는 수입당근의 ‘무기’는 국산보다 월등히 싼 가격이다. 4월 평균 서울 가락시장의 수입당근 도매가격은 상품 10㎏들이 한상자당 6700원 선으로 같은 기간 국산의 70% 수준에 불과했다.
외국산 당근을 20년 넘게 취급한 한 수입업체 대표는 “2~3년 전부터 베트남에서 한국과 중국·동남아시아지역 등으로 당근을 활발하게 수출하면서 봄철 중국 현지(푸젠성 하문지역) 시세가 떨어졌다”며 “특히 올해는 한국에서 선호하는 2L(250g 이상) 크기가 많이 생산돼 가격 하락폭이 컸다”고 설명했다. 그는 “색택과 크기·선별 상태 등 품질이 점차 향상되는데다 세척 상태로 들여와 손질이 덜 필요한 만큼 요식업소와 가공공장 등에서 중국산 당근 주문이 해마다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외국산 당근의 시장잠식에 따라 국산 당근은 가격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경남 김해·밀양·창원과 부산지역에서 나오는 햇당근은 이달 4일 전후로 가락시장에 등장해 18일 현재 상품 20㎏들이 한상자당 2만4000원 선에 거래됐다. 지난해 같은 때보다 4000원, 최근 5개년(2010~2014) 평균 가격보다 1만원 정도 낮았다. 4~17일 가락시장 일평균 반입량(130t)이 지난해의 90% 수준에 머문 점을 고려했을 때 수입 증가가 가격 약세에 큰 영향을 줬다는 게 시장 유통인들의 얘기다.
허상현 동부팜청과㈜ 경매부장은 “봄철에는 요식업소 등 대량 수요처에서 국산 당근을 써야 가격이 지지된다”며 “지금 추세대로라면 국산은 가정 내 주스용으로 소비가 한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국산 햇당근 가격은 4~6월 약세를 보이다 해독주스 등으로 소비가 활발해지는 7~8월에 상승하는 패턴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반복될 것 같다”며 “세척·가공비 지원과 국산 당근을 이용한 다양한 식품 개발 등이 뒷받침돼야 시세가 꾸준히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성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