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려타곤(懶驢 坤) 3-20
밤새도록 소구의 방에는 불이 꺼질 줄 몰랐다.
"하여튼 너에게는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었구나. 비록 몸은 고생했지만 병도 고치고 이렇게 무사히 건강하게 살아 있지 않느냐?"
"정각 사부님과 양평 사형이 실종되고 난 뒤에 무슨 소식을 얻은 것은 없습니까?"
오랜만에 만난 소림사의 사대금강 중의 한 명인 방철의 말을 들으면서 방소구가 질문을 던졌다. 방철은 우울한 얼굴로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한 십여년 전에 그 두 사람이 북쪽으로 가고 있는 걸 봤다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이후론 아무런 정보도 얻을 수 없었다."
소구는 한숨을 내쉬며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서로의 지난 이야기를 하는 사이 날이 훤하게 밝아오고 있었다.
창문 밖으로 붉은 해가 서서히 떠오르는 장면을 보면서 소구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소구를 바라보며 방철은 소구가 찾을 수 없는 사부와 사형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이리라 짐작하고 있었지만---.
'으악! 또 날 밤 깠잖아! 날마다 기필코 잠은 챙겨 자리라 생각한 나의 원대한 꿈이--.'
소구의 머리 속에서 울려 퍼지는 고통스러운 비명이었다. 실종되었다고는 하지만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사부와 사형은 사막 한 가운데 있어도 살아 남을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소구는 실종되었다는 사부 정각 대사와 사형 양평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대신에 집에 돌아와도 계속 잠을 못 자고 있는 이 상황이 억울했다. 잠꾸러기라고 불리던 소구에게 이십년 이라는 세월동안 잠을 못 잔 것은 너무나 억울한 일이었다. 못다 잔 잠을 충분히 복구하지는 못할 망정 계속 잠 못 드는 밤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방철 사형, 이야기를 하다보니 날이 벌써 밝았네요."
시선을 돌려 방철을 바라보며 소구가 한 말은, 방철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다.
"그래, 그렇구나."
방철이 말하는 사이 하품을 하는 소구를 보고 방철은 말을 이었다.
"너도 돌아온 지 얼마 안돼 피곤하겠구나. 나 역시 좀 피곤하구나. 내 거처로 가서 잠을 좀 자야겠다. 너도 좀 자두도록 해라."
"예, 사형. 그럼 사형 나중에 밀린 이야기를 하자구요. 벌써 삼일째 잠을 못 자고 있었습니다."
소구의 말을 듣고 방철은 깜짝 놀란 얼굴이 되었다.
"그래? 피곤하겠구나. 어서 자도록 해라."
의자에서 일어나 서둘러 소구의 방을 나오면서 방철의 입에서는 경악에 찬 중얼거림이 흘러나왔다.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로구나--, 저 잠꾸러기가 삼일 동안이나 잠을 못 자는 일이 벌어지다니---."
방철은 고개를 흔들며 자신의 거처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 역시 벌써 이틀째 잠을 자지 못한 사람이었기에 거처로 돌아가 잠을 잘 생각을 하고 바쁘게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방철이 떠나고 소구는 잠옷으로 갈아입고 침상 위에 드러누웠다.
"이거야, 잠은 역시 집의 침상에서 편하게 자야 하는 거라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닫아 놓은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을 얼굴과 차단하면서 소구의 만족스러운 중얼거림이 이어지고, 잠시 후에는 그 방에는 낮은 숨소리만이 이어졌다.
멀리서 닭이 홰치는 소리를 들으면서 그녀는 기지개를 켜고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아--함, 잘 잤다. 언니 그림은 다 그려졌을까?"
침상에서 내려온 방수련은 중얼거리면서 언니 방화련의 방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세수도 안하고 옷도 안 갈아입은 상태에서, 종종 걸음으로 언니의 방으로 향하는 방수련이었다. 그림을 한시라도 빨리 보고 싶은 마음에, 그 상태 그대로 걸음을 옮기는 사이 방수련의 모습을 발견한 사람들 중에는 놀라서 넘어지는 사람이 속출했다. 안개가 끼인 아침에 하얀 소복 비스무리한 차림에 머리를 늘어뜨리고, 흐느적거리면서 걸음을 옮기는 방수련의 모습은 한 마디로 귀신같았다.
푹 자기는 했지만 누가 그러지 않았던가? 미인은 잠꾸러기라고---.
방수련은 아침에 비교적 일찍 일어나는 편이었지만, 밤에 다른 사람보다 두시진은 일찍 잠자리에 들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다른 형제들이 모두 잠을 못 이룬 밤에 홀로 푹 자고 깨어난 방수련은 상쾌한 아침공기를 즐기면서 갈 수 있었지만, 잠에서 완전히 깨어난 것은 아니었다. 오늘은 평소보다 한 시진은 일찍 일어난 상태라 졸음이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었기에 걸음이 흐느적거리고 있었다.
방화련의 눈은 자신의 앞에 놓인 한 장의 초상화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편지를 보면 잠시도 지체할 시간이 없을 것 같아. 지금 당장 소구를 불러서 이걸 가지고 자금성으로 가라고 해야겠다. 한번도 사용한 적은 없지만 그 황제의 침실로 통하는 비밀통로를 알려주면 알아서 하겠지.'
생각은 끝이 나고 벌떡 일어선 방화련은 벌컥 방문을 열어 젖히는 순간 비명을 내질렀다.
"꺄아악!"
거의 동시에 또 하나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꺄--악!"
비명성은 동시에 멈춰지고 두 여자는 서로의 얼굴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그리고 잠들어 있던 백초당 안에 있던 사람들 대부분은 두 여자의 비명성에 놀라 깨어났다.
한 손으로 가슴을 누르고 방화련은 동생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 때문에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다. 갑자기 그런 차림으로 이곳에 뭐 하러 왔니?"
"나야말로 언니 때문에 애 떨어지는 줄 알았단 말이야?"
방수련도 놀라 가슴을 진정시키면서 말했고, 동생의 말을 들은 후 눈을 깜빡이면서 물었다.
"너--너? 방금 뭐라고 했어? 너 임신한 거니?"
언니의 말을 듣고 놀란 얼굴에서 어이없는 얼굴로 변한 방수련이 입을 열었다.
"무슨 소리야? 아직 시집도 안 간 처녀에게 못하는 말이 없네."
"그럼 방금 애 떨어진다고---?"
"흐이구---, 나도 그 정도로 놀랐다고! 갑자기 방문을 벌컥 열고는 날 보자마자 비명을 내지르니 안 놀라겠어?"
"으--응, 그렇구나."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여전히 의심의 눈으로 방수련을 바라보는 방화련이었다.
"그래, 무슨 일로 온 거니?"
"언니 그림 다 됐어?"
"응."
"보여줘."
"아니 난 지금 소구 방으로 가려는 참이야. 소구한테 그림을 가져다주라고 할 참이지."
"역시 소구 밖에 없겠지?"
"너도 알지 않니? 이 일을 누가 대신 할 수 있단 말이냐?"
"그--그렇겠지? 언니가 직접 가는 일은---."
방화련은 고개를 내저으면서 동생 방수련을 보고 말했다.
"내가 가서 그 만주 제일의 고수라는 오배라는 자를 이길 수 있다면---."
그녀는 황급히 말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행히 아무도 보이지 않았지만 떨어져 있다 해도 그녀의 말을 들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이 백초당 건물 안과 주위에는 잔뜩 널려 있었다.
"언니, 조심해."
"으응, 아무래도 빨리 소구에게나 가 보아야겠다."
"그럼 같이 가. 소구 보나마나 잠들었으면 깨어날 생각을 안 할 거야. 내가 필요해 질 테니--. 그림은 좀 있다 소구랑 같이 보면 될 테고."
방화련은 동생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걸음을 옮기면서 말했다.
"수련아, 그런데 얼굴에 눈곱은 때야 하지 않겠니?"
언니 방화련의 말을 듣고 서둘러 언니의 방으로 오느라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들을 떠올리게 된 방수련의 입에서는 비명이 울려 퍼졌다.
"악! 잠옷 차림으로 여기 왔잖아!"
동생의 비명을 들으면서 걸음을 옮기는 방화련의 입에서는 작은 속삭임이 흘러나왔다.
"바보--."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 채 방수련은 재빨리 눈을 두 손으로 비비면서 눈곱을 때고, 자신의 방으로 달려가면서 소리쳤다.
"언니 먼저 가 있어! 난 조금 있다 소구 방으로 갈 테니!"
그런 동생의 말과 모습을 보면서 피식 웃음을 흘린 방화련은, 소구의 방을 향해 걸음을 옮기면서 가물거리는 자금성의 비밀 통로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흥, 나쁜 사람 같으니--, 날 뭐로 보고? 자신을 보려면 비밀 통로를 통해 언제라도 오라고 하다니---."
이미 죽어버린 순치제 복림(福臨)에 대해 떠올리게 된 방화련은 슬픔과 함께, 비밀통로를 알려주던 복림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이를 갈았다. 아무리 황제라고는 하지만 매춘부가 아닌 이상 몰래 남자를 만나기 위해 비밀통로를 이용한다는 것은 그녀의 자존심상 용납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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